겨울의 언어 (양장)

겨울의 언어 (양장)

$18.50
Description
“내가 오로지 김겨울로 쓰는 첫 책이 될 것이다.”
안쪽 깊은 마음을 꺼내어놓는 본격적인 첫 산문집『겨울의 언어』
여섯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이자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김겨울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몇 년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유려한 산문과 책을 위해 새로 쓴 글을 담은 것으로, 그동안 피아노, 책, 유튜브 등이 주제였던 것과 달리 오로지 자신이 주인공인 책이다. 이 책은 여러 해 동안 쓰인 글이 모인 만큼 한 사람의 사색과 애호가 어떻게 글이 되고, 말이 되고, 콘텐츠가 되고, 음악이 되고, 시가 되고, 끝내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겨울의 나이테다.

작가는 책 서두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오로지 김겨울로 쓰는 첫 책”이라고. 작가는 각지고 아픈 언어 사이에서 시를 찾던 학창 시절, 진은영의 시 ⌜대학 시절⌟을 닳도록 읽으며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를 버티던 스물의 어느 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죽음을 생각하던 10여 년”을 보내며 “읽고 쓰는 것밖에” 자신을 구할 도리가 없어 필사적으로 책과 글에 매달린 겨울의 날들을 꺼내어놓는다. 삶의 지난함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리도록 춥지만 고요히 자신을 마주하기에 좋은 겨울, 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야 만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이에게 김겨울의 나직한 목소리는 이렇게 말을 건다. 새겨울이 왔다고.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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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겨울

저자:김겨울

작가,독서가,애서가.한때음악을만들었고지금은종종시를짓는다.유튜브채널>겨울서점’을운영하며MBC표준FM<라디오북클럽김겨울입니다>DJ를맡고있다.『책의말들』,『아무튼,피아노』를비롯한여러권의책을썼다.고려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한후동대학원철학과석사과정에재학중이다.텍스트속타자들을통해조금씩변해왔으므로자신을‘텍스트가길러낸자식’으로여겨도제법?정당할것이라고여긴다.

목차

프롤로그

1.새겨울

새겨울
1991
흐르는말들
어쩌다대학원
음악도시위로흐르는원더풀라디오
준비가무의미해질때
이상적인경청의세계
포착하기
엽서-되기
완벽한삶-책
삶을모르는사람
삶을좀아는사람
4000주
밤기차

2.네모나고다채로운이물건

성큼성큼책권하는일
책만으로친구가되는일
책한권찾으려다그책의씨를말린건에대하여
고전따라잡기?애서가라고그걸다읽은건아니라우
책의수명
혼란의추억
나는왜SF를읽는가
당신의혼돈속에당신의행복
친구의책
애서가가‘우연히’책을사는방식
서서읽는만화책
작가살려최고살려
출간을한주앞둔작가는무슨생각을하는가
그만찾아봐야해내책이름을
‘젊은’‘여성’‘작가’
몸을짓는일

3.재미없는사람

재미없는사람
P의오해
옆집개의사정
우리의시절
작가의이중생활
예고된이별
클래식이라는오래된희망
안의소리
시간을정지시키는주문
초보자되어보기
일단뛰어
커피라는가짜버튼
어드벤트마법

출판사 서평

내밀한사색과깊숙한애호로그려내는
아름답고투명한겨울의세계

유튜버로,작가로,디제이로,그리고올해부터는철학과대학원생으로끊임없이자신의영역을확장해나가는김겨울.여섯권의단독저서를꾸준히펴냈고,수차례공저자로이름을올린그이지만,이번에펴내는『겨울의언어』는특별하다.저자는서문에서“내가오로지김겨울로쓰는첫책”임을밝히며자신의진솔한내면을처음으로고백하는책임을알려준다.

이책은2016년부터2023년까지쓴글중일부가수록되어있다.저자의8년간의시간이그대로담겨있는글들을모아보니200자원고지1500매가넘었다.그중특정작품의리뷰나시의성이강한글을제외하고작가의오롯한이야기가중심이되는글들을모았다.늘차분한목소리로우리를겨울서점으로초대하는그이지만,그가통과해온지난한시간들속에서우리는왜김겨울이읽고쓰는사람이되었는지를본다.

아,시가스스로흘러나오기도한다는것을알게된때는스물다섯을열어젖히는겨울이었다.부지런히아르바이트를하다가도꿈결처럼단어들이흘러나왔다.겨울아침내쉬는입김도같았다.(……)다가오는말들을적어흘려보내고나면나는이시절을조금더삼킬수있었다.그때알았다.시는신체감각이고,거부할수없는선언이고,읽는이와쓰는이모두를관통하는물결이었다.(28쪽)

2017년책을유튜브를시작하고,첫책을출간하기시작한이래매년꾸준히단독저서를출간하는성실한저자김겨울은틈틈이시를짓고,소설을구상하며끊임없이텍스트앞으로자신을데려다놓는다.그리고이제저자는예정된‘잘된삶’을버리고철학을공부하기를결정하고는“몹시행복하다”고말한다.겨울의세계는계속확장하는사유의세계이자언어의세계다.한사람의일관적이고주체적인인생의궤적을보는일은그자체로독자에게응원이된다.

“읽고쓰는것밖에도리가없었다.”
꾸준히읽고쓰는이의애호하는마음

『겨울에언어』에는지금의김겨울을만든읽고쓰는삶이그대로담겼다.머리통을찌르는각지고아픈단어들사이에서시의언어로겨우숨쉬던고등학생시절,진은영의시?대학시절?을닳도록잃으며지긋지긋한아르바이트를하던시절,김겨울에게는삶의지난함을책과음악으로버텨나가던시절이있었다.

우리가무엇이든지예술로얻고싶다면그만한시간을기울여야한다.책으로진입하는머리글을읽을인내심과스크린앞에꼼짝않고앉아있는두시간을내놓아야한다.그래서어색한분위기와초조함과마법같은이끌림과불현듯다가오는슬픔같은것들이몸을통과하도록두어야한다.우리가아무것도내놓지않는다면작품역시아무것도내놓지않을것이다.(50쪽)

김겨울은작품에게많은것을내놓는사람이다.미술관내부를천천히걷고,한사람의일관되고내밀한이야기를오랫동안집중해서들으며,40분짜리피아노협주곡을가만히듣는사람이다.그러면서예술을향유하는자신만의고유한방식을자연스럽게익혔다.작가는차곡차곡쌓아간향유의여정을털어놓는다.그여정을읽다보면우리는결국“예술의경험이란정확하게삶의경험”임을깨닫는다.

바라건대진심으로경청하는사람들의세계에서살고싶다.판단을잠시멈추는사람들의세계,상대방의삶에자신의상을욱여넣으려고들지않는사람들의세계,복잡함을인정하는사람들의세계.세줄요약만듣고홀연히사라지지않는이들의장황한말을듣고싶다.그러나하다못해친구의말조차세시간이상듣는일이적은세상에서그나마우리자신을톱니바퀴로만두지않을수있는몇가지방법이있다면그중하나는반드시예술경험일것이다.(51쪽)

“나는미련없이움직이는진자다.”
아름답고단단한김겨울의문장들

이책에서우리는본격적으로대학원공부를시작하며철학이라는영토에한발짝다가간저자의더욱깊어진문장을엿볼수있다.때로는한편의산문시처럼읽히기도하는그의글은관성적인읽기방식과부러거리를두기도한다.따뜻한위로는없지만내안에낯선질문을고이게하는뜨거운글,정답을내어주진않지만안심하고방황할수있는여운을주는글,김겨울이탐독하는책의모습을닮아“오래된시야도생각도감각도재편해주는글”들이다.

『겨울의언어』는김겨울이라는저자를담음과동시에겨울이라는계절을담은책이다.차갑지만그만큼고요하여깊게사유할수있는계절,웅크리고있는듯하지만철새처럼마음속으로힘찬비행을하고있는이들에게김겨울은알려준다.자신을탐구하고읽고쓰는일이우리를안전한곳으로데려다놓을수있다고.또다시새겨울이왔다.매해찾아오는겨울,혹독한바람이불어와도웃으며맞이하는겨울처럼,당신의겨울도자신을닮은언어로가득하길.

“누구에게든어디에서든겨울은반드시지나야하는계절일진대,겨울을소리내어부르는사람에게겨울의혹독함이란자신을휩쓸어도좋을바람이다.나는제자리에곧게서서거센바람을맞는일을생각하며그럼에도이것이삶이라면노래하지않을이유가없다고여긴다.”(6쪽)

책속에서

일도사랑도―와,이렇게쓰니정말어른이된것같다―힘차게밀어보지않고서는성에차지않았다.남이나에게일을주지않으면내가일을벌였고,나를전부버리는한이있어도상대에게모든걸주려고했다.믿었던일과믿었던사랑에게뒤통수를맞기도여러번이었지만그결정을후회한적은없었다.어쨌든돌아올때는뭐라도배우는게있었다.이를테면무턱대고믿음을쏟아부으면안된다는교훈이라든지(그래놓고나는또속절없이믿음을쏟아붓곤했다).진자가제아무리제자리에돌아온다고해도,진자자체가움직이고있다면돌아올때는늘새로운자리가된다.공전하는지구가실은태양계의움직임때문에매년다른자리에서한해를시작하듯이.그래서아직도매번힘차게밀고힘차게자빠진다.나는미련없이움직이는진자다.
_24쪽,<1991>

대학교에서이중전공으로철학을선택하기까지늘철학의영토주변부를맴돌았다.음악을만들고글을쓰는동안에도언젠가는철학을더공부하리라고생각했다.나의삶보다큰그무언가에나를바치고싶다는생각,그리하여그거대한생각의제전속에서웅크릴자리를찾아보고싶다는생각이었다.철학텍스트를읽고생각하고조사하고글을쓰는과정은삶의다른가능성을기꺼이잠시포기할수있을정도로황홀했고,철학의부름은무슨짓을해도머릿속에서떨쳐낼수없는메아리처럼느껴졌다.
_34쪽,<어쩌다대학원>

바라건대진심으로경청하는사람들의세계에서살고싶다.판단을잠시멈추는사람들의세계,상대방의삶에자신의상을욱여넣으려고들지않는사람들의세계,복잡함을인정하는사람들의세계.세줄요약만듣고홀연히사라지지않는이들의장황한말을듣고싶다.한명한명의이야기가물화되지않는소중한순간을목격하고싶다.물론자본주의사회에서시간은곧돈이므로우리는고전다이제스트와‘결말포함줄거리’와‘후렴구모음’의존재를인정해야한다.그러나하다못해친구의말조차세시간이상듣는일이적은세상에서그나마우리자신을톱니바퀴로만두지않을수있는몇가지방법이있다면그중하나는반드시예술경험일것이다.
_51~52쪽,<이상적인경청의세계>

좋아하는유튜브채널을작게틀어둔채눈을감고내일아침요거트에뭘넣어먹을지생각하다가,문득터무니없는행복을느꼈다.울며자해를하거나,자다가환청을듣고깨거나,다시잠들지못해새벽을뒤척이거나,내일이오지않기를기도하지않고,가만히누워오지않는잠을기다리며내일아침의요거트를생각할수있다는것이.영원처럼반복되던긴시간을버텨서이런날이오기로했다는것이.이것을알려줄수있었다면좋았을텐데.그러나모르고도울기를멈추지않았기에오늘이왔다는사실을오늘의나는알고있다.
_91쪽,<삶을좀아는사람>

졸업후에나는알려져있듯책을소개하는유튜버가됐다.유튜브에서나는문학책도과학책도인문학책도소개한다.유튜브에서는책을소개하고출판인들에게는유튜브강연을한다.내가책과유튜브라는각각의경계에갇히지않을수있었던것도어쩌면이혼란의경험때문인지도모른다.이전에책의저자소개에이렇게썼다.“유튜브와책사이,글과음악사이,과학과인문학사이에서서세계의넓음을기뻐하는사람.”이세계가이렇게넓다는것이,완전히달라보이는영역이실은깊이연결되어있다는것이,그모든게인간이라는것이아주기쁘다.
_140쪽,<혼란의추억>

말하자면삶의어떤부분에서나는약간의유잼이된다.나머지부분이노잼이라도그건어쩔수없는노릇이다.나이서른이넘어서갑자기유잼캠프같은곳에들어가유잼훈련을받을수도없고,그저남은수십년의시간동안좀더능청스럽고여유로운사람이되기를노력하는수밖에.친구사이에내가웃기진못해도많이웃을수는있고그걸좋아해주는친구들사이에서나는조금더환한웃음을짓는사람이될수있을것이다.내가환하게웃으면친구도환하게웃을테지별수있나.
_199쪽,<재미없는사람>

나는내가신애에대해알고있는것들이얼마나소중한지안다.그것은결코지울수없는내삶의기록이기도하다.우리가변화해가는모습역시그렇게남을것이다.이제우리는어떻게고기를줄이고일회용품을줄일지이야기한다.어떻게하면성차별을극복할수있을지이야기한다.각자의일을응원하고,나이마흔의삶을그려본다.그즈음에는꼭근처에살자고말한다.이렇게곁에서서로를응원하고서로를자랑스러워하며우리의삶은계속될것이다.그저이렇게죽사는것이삶이겠구나,하는생각도든다.이런든든한친구와10년뒤,또10년뒤를그리며바지런히살다보면자연스럽게삶은아름답게마감되겠구나,하는그런예감이다.
_217쪽,<우리의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