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17.00
Description
외롭고 삭막한 시대에 건네는 박찬일의 오래된 위로
“목구멍을 타고 그리운 것들이 사라져 간다”

차마 그리워 입에 올리지 못한
서러움에 끝내 삼키지 못한
눈시울을 붉히는 소설 같은 추억들
밥은 그저 밥인데, 먹다가 울컥하게 하는 밥이 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배달된,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녀석이 보낸 고추장 상표만 보아도, 삶과 죽음이 ‘한 팔 길이’로 달라진다는 노년의 해녀들이 고달프게 작업한 성게를 보아도 마음에 턱하니 걸려 삼키기가 어렵다. 이처럼 요리사이자 작가인 박찬일의 마음을 울린, 그래서 기어이 차오른 한편의 소설 같은 추억들을 오롯이 모았다. 《시사IN》 연재 당시, 독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며 연재 중단 소식에 독자위원회로부터 문의가 빗발쳤던 글들을 다듬고 더해 쓴 산문집 『밥 먹다가, 울컥』을 펴낸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거쳐 간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어렵게 꺼내 보인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수년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사람을, 서럽고 고달파서 쉬이 삼키기 어려운 주방 노동자들의 사연을, 또 때로는 서울 변두리 동네 가난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면서 연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갈수록 냉기가 도는 세상에 기어이 차오른, 철없지만 다정했고 눈물 나게 고마웠던 음식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도 울컥, 치미는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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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찬일

저자:박찬일

사라지는것들에대해사력을다해쓰는사람.

서울에서났다.1970년대동네화교중국집의요리냄새밴나무탁자와주문외치는중국인들의권설음을생생하게기억한다.그장면이식당에스스로를옭아맬징조였음을이제야깨닫는다.이탈리아요리를전공했으며,국밥에도적당히빠져있다.이탈리아요리는하면할수록알수없고,한식은점점더무섭다.

다양한매체에요리와술,사람과노포등에관한글을쓰고강의를했다.『짜장면:곱빼기있어서얼마나다행인가』,『오사카는기꺼이서서마신다』,『노포의장사법』,『내가백년식당에서배운것들』,『추억의절반은맛이다』,『지중해태양의요리사』등다수의베스트셀러를펴내며‘미문의에세이스트’라는별칭을얻었다.tvN〈수요미식회〉,<어쩌다어른>,<노포의영업비밀>등에도출연했다.현재는‘광화문몽로’와‘광화문국밥’에서일한다.

목차

먼저읽은이들의말
펴내며_잊지않으려쓴다

1|그렇게사라져간다
누구보다만두에진심인사람이있었다
지구를반바퀴돌아녀석의마음이왔다
짜장면을안주로들면그가생각난다
40년만에갚은술값
미디엄레어가웰던이되더라도
어느악기에는내이름이새겨져있다
너나없이쓸쓸한식욕으로함바집을찾았다
형은미움이없는사람같았다
뷔페의시대가가고,친구도갔다

2|차마삼키기어려운것들
어차피아무도안믿을이야기
성게함부로못먹겠다,숨비소리들려서
요리사를위한요리,스파게티알라‘기레빠시’
무언가를입에대지못하게되는일
사라지는대폿집겨우찾아아껴먹는다
그고생을해서일급제빵사가되었지만
그대팔에불기름뒤집어쓸지언정
이모는노동자가아니라서그랬을까
배달의민족은온몸이아프다
소금안주에마시는인생마지막술

3|추억의술,눈물의밥
굶으며혀가자랐다
문간방여섯식구밥솥의운명
카레냄새가나던일요일에는
종로우미관개구멍의추억
찐개는맞고나서만터우를먹었다
그날우리는두부두루치기를먹었다1
그날우리는두부두루치기를먹었다2
우리는그렇게가난을겨뤘다
노을이란이름이슬퍼서
매운돼지곱창에찬소주만마셨다

출판사 서평

사라져가는것들이그리워,잊지않으려쓰는이야기
―갈수록냉기가도는세상에목젖까지차오른소설같은추억들을꺼내다

어떤추억은차마꺼내기가두렵다.유독마음에턱하니걸리는그리운사람,생각만해도‘울컥’해말을잇기어려운순간들을당신도기억저편에묻어두지않았던가.그와함께나누던밥과술,함께걷던그날의온도와눈앞에펼쳐지던풍경같은것들말이다.모든것이점점더빠르게변하는사이,그리운것들은사라지고잊힌다.‘추억의절반은맛’이라고삶과음식의관계를정의했던‘글쓰는요리사’박찬일이사라져가는추억들을기억하기위해어렵게꺼낸이야기들을엮어신간『밥먹다가,울컥』으로독자곁을찾아왔다.

대한민국에서음식과술,노포와추억에관한글이라면박찬일을빼놓고생각하기어렵다.기자로시작해이탈리아로요리유학을다녀온그는2000년대청담동일대에로컬재료를메뉴에올리며파스타신드롬을일으킨주인공이고,와인과요리,제철음식과절집밥상까지가로지르며최초로‘글쓰는요리사’라는타이틀을얻은국내서점가의독보적에세이스트다.소설가김중혁이명명한것처럼대단한‘국수주의자(짜장에서냉면까지국수를좋아해서붙은별칭)’로서면요리를다룬글과책도남겼다.전국의노포를취재하며남긴책(『내가백년식당에서배운것들』과『노포의장사법』)과인터뷰로‘국립민속박물관자료기증자’가되기도했다.그런그가더진하고깊어진산문세계를보여준이번책의주제는‘잊지않으려쓰는이야기,차마입에올리기어려웠던그리운사람들에대한이야기’이다.

지구반바퀴를날아온녀석의고추장에서
미디움레어스테이크가웰던이되더라도받아야할전화,
광풍과도같던시대를등진친구가남긴마지막편지까지
―삶의짙은‘페이소스’가느껴지는29편의에세이,그오래된위로

이책은2022년부터1년간주간지《시사IN》의동명의칼럼〈밥먹다가,울컥〉에연재한원고들을다듬고더해쓴글들을묶은것이다.2023년6월연재중단소식에독자위원회로부터중단사유를묻는문의가빗발쳤을만큼,매주독자들의마음을울컥하게만들며뜨거운반응을얻었다.부와성공에대한욕망이,기술과혁신에대한추앙만이득세하는세상에서작가박찬일이꺼내든사람과추억,그리움과탄식으로가득한이‘오래된위로’는마치시대를역주행한이야기같다.어느독자는그의글을두고“삶의‘페이소스(pathos,깊은감정)’가짙게느껴지는글”이라평했을만큼,모두가잊었던시절과추억을깊고진하게자극했다.

“자꾸무언가를잊어버리는나이가되”어“한국의100대명산과지하철2호선노선도까지외웠다”는저자가잊지않기위해쓰기로한것들은결국사무치게그리운사람들이다.도무지말로할수없는밥과사람들,이를테면그가어느식당을개업하려던때무허가건물의복잡한공사문제를한방에해결해주고도“내가무허가인간”이라며사라진조선족찐쩐룽아저씨라든지(19-25쪽),이탈리아유학을가서생고생을하며밥도제대로먹지못하고있을때고추장과멸치를보내사람을울리더니불현듯세상을떠난어느후배(31-33쪽)같은이들말이다.

이제그는어렴풋이안다.사업수완이대단했던그의친구가광풍과도같던사업의흥망을맞이하곤친구들에게빌린돈대신죽기전남긴편지에담긴마음(88-90쪽)을,인지장애를겪는그의은사(恩師)가요리사가가장바쁠저녁시간에‘시를읽어주겠다’며전화를걸어오면“미디움레어스테이크가웰던이되더라도”받아야하는이유(49-55쪽)를말이다.결국고된인생을버티게하는것은사람의마음이었다.

‘총무님’명한한장에눈시울이붉어지던아주머니,
알고선먹을수없는해녀들의성게,
돌솥비빔밥‘3층쟁반’나르다온몸이‘아작난’배달의기수들…
―식당주방을지탱하는사람들,도무지밥알이넘어가지않는사연들을듣다

총3부로나누어진이번책에서,1부가작가의인생에서잊을수없던고맙고그리운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주로담았다면,2부는그의일터인식당과주방에서만난서럽고고달픈사람들과그사연을중심으로구성됐다.경상도어느해안에서만난노년의해녀들이바닥에쪼그려앉아성게잔가시와내장을빼내는뒷작업하는모습을보면“그보드랍고고운성게가목에서걸”리고(105-109쪽),사라진새댁대신가게를40년넘게맡아주고있다는군산‘홍집’의사장님의툭툭내어주는제철진미와마지막에받게되는말이안되는영수증을보면할말을잃게된다(93-99쪽).

특히작가와오랜시간함께일해왔다는‘윤씨아줌마’의이야기도쉬이넘기기어렵다.요식업계에서‘아라이(洗い)’라고불리는,“가장낮은일인밥하는직종에서도더낮은몫인보조하는사람들”중하나였던그녀를부르는‘이모,아줌마,찬모,혹은엄마’등다채로운호칭들을보면누구라도뜨끔하지않을수있을까.그런그녀에게작가는‘총무OOO’라고명함을파주었다(154쪽).눈시울이붉어지며‘태어나서처음벼슬해본다’며울먹이던그녀는수많은체불과임금떼이기를겪다가지금은여의도모식당에서‘정식찬모’로일한다.“한번놀러오라”며20년째그에게명절마다문자를보낸다.

서로누가‘기름빵(손이나팔에기름이튀어벌겋게상처난흔적)’크기가큰지농담삼아겨룰지경이라는중국요리주방장들의‘동그란’고생담,칼을많이써‘칸딘스키스타일’로상처가남는다는양식조리사들의‘직선’의무용담을읽다보면역시말문이막힌다(144-145쪽).평생을동대문시장에서머리에‘3층쟁반’을쌓아배달하던여사장님은산재처리도안되는온갖디스크에관절염으로척추에서무릎까지‘아작’이났다(162-165쪽).돌솥무게만1킬로그램이넘는다는돌솥비빔밥대유행의시대를견딘수많은배달아주머니들의후과(後果)를우리는잘모른다.남의밥을해먹이기위해고생하고희생하는이들의기막힌사연에우리는왜이토록무심했을까.

“나는결국평생을살아도옛날만사는것같다”
처절하게가난과사투를벌였던박찬일의유년시절
함께버티고자라던친구들,그리고아버지…
―나를만든사람들과의추억을기억하기위해쉬지않고쓴글이건네는위안

저자가언젠가적어두었다는버킷리스트에는“아버지랑동네목욕탕에가서목욕하고병우유마시기”가있단다.이제는이룰수없는소원이다.두부요리의달인이었던아버지,긴시간건설현장에서일하다폐병을얻어늘‘큼큼’하는소리를내던아버지는이제지구에없고,더운우유를하나사주고는신문을보며담배를피우던아버지의모습이그의기억속에산다.그가“나는결국평생을살아도옛날만사는것같다.그래서어른이못되었다”(8-9쪽)고고백하며잊지않으려쓴글들은그래서더애잔하고먹먹하다.

‘가난을겨뤘다’고말할만큼모두가가난하고어렵게성장한시절이었다.그시절을함께했던친구들과의에피소드를읽다보면,모두가저마다의어린시절로돌아가골목길을활보하던순간을떠올릴것이다.이제는영화관‘개구멍’을함께드나들던녀석도,동네건달로부터자신을구해주던영웅같던친구도각자의시간을걷는다.누군가는교도소를다녀왔고,또포장마차를끌거나,공공근로산불감시원이되기도했으며,혹은사라졌다.줄곧전학을다녔고학교에가기싫어하던저자는요리사가되었고,글을쓰기시작했다.그는기자직함을벗어던진후20년넘도록많은글을썼고지금도쓰고있다.‘잊지않기위해쓴다’는그가이책을마무리하며남긴말은“마음속깊은곳의죄송함을다털어썼다”였다.이책을통해독자들역시각자인생의어느한지점을어루만지며마음의회한을털어내기를,그를통해위안받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