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이삶에서도무언가자랄수있다는믿음이필요하기에”
상실과가난으로부서진땅,그곳을들풀정원으로가꾼시인의10년
우리는자기삶이언제까지고찬란한장미정원으로남길바라지만,그누구의정원도질병과가난,이별과죽음,실패와실망이라는침입종을피할수는없다.울타리를넘어번지는이‘잡초’들은아무리뽑아내도사라지지않고수시로우리를주저앉힐것이다.중년을앞둔무명시인빅토리아베넷(VictoriaBennet)의삶역시깊은슬픔과가난에침략당한폐허다.세상은예술가를직업으로인정해주지않아늘가난에허덕이고,몇번의유산끝에어렵사리아이를가졌으나태어난아이는고작세살에제1형당뇨를진단받았다.그리고출산두달전,자신과함께아이의탄생을기다리던사랑하는큰언니는강가에서카누를타다갑작스러운사고로세상을떠났다.
베넷은이가없는상실감과고통에서벗어나고자잉글랜드컴브리아주의시골마을에지어진공공주택단지로이사하기로결심한다.그단지는과거석공장터에지어져서마당이온통돌무더기에,땅속에는철근과석면으로가득하지만그녀는아픈아들과함께그곳을정원으로만들기로한다.그저“이교란되고망가진땅에서도무언가자랄수있다는믿음이필요”했기때문이었다.베넷은음식물찌꺼기로퇴비를만들고지렁이의힘을빌려식물이자랄수있는토양을준비한다.비싼모종은살수없으니들과내에자라는들풀의씨앗을모으고뿌리째조심스레발굴하여자신의마당에옮겨심는다.더이상슬픔이자신의정원을차지해버리지못하도록,언젠가이잡초들이무성하게자라나자신과가족을치유하는약이되어줄것이라는한줄기희망으로.
『들풀의구원』은불의의사고로언니를잃은뒤아들과함께10여년간야생정원을일구며진정한애도와희망을얻은한시인의이야기를담은자전적에세이다.유년의상처와가난과상실로스스로망가진땅이라믿었던저자는들풀을거두어끈질기게정원을가꾸면서야생으로부터깊은위안을받는다.
“우리가절망하고슬퍼할때에도,야생정원에서는무엇이든자라난다”
한여름의짙푸른잡초처럼희망이무성하게자라는어느정원의풍경
“가난의풀,우리정원의난민,잡초는도대체어디서태어나여기까지왔을까?”사람이원치않는곳에서자라는야생식물을일컫는잡초는인류역사에서사람들의필요에따라재배되고내쫓기기를반복했다.저자의삶은도무지길들여지지않아환영받지못하는이교란지식물들처럼느껴진다.어린시절의상처와죽은언니를향한끝나지않는애도는죽은유령처럼현재를떠돌지만,자신의돌봄이절실한아들을위해매순간필사적으로살아내야한다.척박한땅에서도열매를맺고언제어디서든뿌리를내리고,얼어붙은땅에서도되살아나야하는잡초의운명이다.
인생의불확실함과무력감에맞닥뜨렸을때시인은들풀정원을가꾸며스스로를구원했다.얼어붙은흙을고르고자생가능한토양으로마당을다지며겨울을보낸그녀는드디어본다.부서진흙과갈라진바위틈에서쐐기풀,우단담배풀,미역취,수선화,창질경이,석잠풀같은것들이무성하게자라나고,그곳에곤충과새등새로운생명이날아드는모습을.그리고콩과호박과로즈메리가식탁을향기롭고풍성하게채우고,들풀의꽃과열매와씨앗이잼과수프와술과차와물약으로돌아오는현실을.회색돌뿐이던그들의정원이재생과희망의약초원으로탈바꿈한것이다.
베넷은이토록경이로운정원의마법속에서천천히자신을치유하면서큰언니를온전히애도하고지금까지가족들로부터받은사랑을되새기게된다.그리고지병에도불구하고자유로운영혼으로자라나는아들을바라보며확신한다.결코“우리는망가지지않았다”고.그리고“때로우리삶은부서짐에도불구하고자라는것이아니라부서진덕분에자라날수도있다”고.
“회복을위한데이지,역경에맞서는서양민들레,외로움에는붉은장구채…”
당신인생의모든계절에건네는90가지들풀의위로
“썩은구근이있다면살아나는구근이있듯이”한생명이가고한생명이다가오는자연의섭리는경이로운동시에가혹하다.왜삶은사랑하는존재를주었다가다시앗아가는가.가슴을찢는애도속에서도육아는삶의환희가되고,아이가한뼘자라나면부모와의이별은한걸음더가까워진다.저자는삶과죽음,만남과이별,애도와모성을야생의순환에비유하며때로는담담하게,때로는울부짖듯노래한다.삶의무게를이고지며살아온한인간의길들여지지않는형형한야생성앞에서,독자는어느새자기삶의볕과그늘을툭하고터놓게된다.야생의에너지로응축된저자의문장은번역가김명남의유려한번역으로다시태어나깊은울림을전한다.
베넷은이책의서두에서자신이뿌린씨앗이정원을이룰지알지못했듯,우리에게손에쥔것이고작한줌잡초씨앗일지라도희망으로자라날무언가를그저“심어보라”고권한다.회복력을상징하는데이지,역경에맞서는서양민들레,외로움을물리치는붉은장구채…저자는90가지들풀의이름과모습,약초학에서의쓰임과주술적의미를자기삶의이야기와연결지음으로써독특한구성의회고록을완성시켰다.우리발밑에있었으나알아차리지못했던존재들,지나쳐온소중한삶의가치들을눈여겨보길바라는섬세한의도에서다.현재형으로쓰인90편의짧은글들은들풀고유의아름다움을나타낸판화그림과어우러져마치한권의아름다운압화집을보는듯하다.여기에한국어판에특별수록한식물세밀화가조아나작가의일러스트가더해져들풀정원을거니는듯한힐링의시간을선사한다.
“무엇이될지모르는씨앗일지라도,희망을심는마음으로”
부서지지않는모성,그리고세상모든‘야생의여자들’에게보내는연대
저자는정원을가꾸는행위를통해스스로가난하고부족한어머니일지라도아이게는충분히비옥한토양이될수있음을믿게된다.그리고자신이스스로를구원할수있도록지지와사랑을보내주었던‘야생의여자들(WildWomens)’을떠올린다.바로“아무표시도없는봉투에야생화씨앗을모아정원가장자리에뿌리는”의외성의즐거움을가르쳐준어머니,아무리힘든경험도이로운것으로바꿀줄알았던큰언니와힘들때마다투사처럼달려와자신을보호해주었던언니들,그리고자신과함께목소리를내어주는친구들말이다.베넷은어머니의정원에심겨있던당개나리꽃가지를꺾어자신의정원에심는다.어머니가돌아가시고마을에는큰홍수가나서정원은다시만신창이가되지만,당개나리는죽지않고다음계절에꽃을피울것이다.그렇게하나의생명이가고새로운생명이이어진다.
어머니식물에게위협이닥치면,식물은미래에자식식물이살아남는데도움이될기억을씨앗속에남겨둔다고했다.저자는어둠에지지않고희망을지켜냈다는기억,돌과쓰레기와모든망가진것으로부터정원을길러냈으며,게다가그정원이번성했다는기억을이책에씨앗처럼남겼다.그리하여정원이가르쳐준인생의진실을우리에게전한다.달리아무것도확실한것이없을때에는앞으로자라날희망을심어보라는바로그진실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