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6.80
Description
왜 그 여자는 광녀라는 이름으로 감금되었을까?
누가 무슨 권한으로 이름과 자유, 삶을 빼앗았는가?

19세기 소설 『제인 에어』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한 여성을 호명해
매혹적인 목소리로 되살린 20세기의 명작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로 손꼽히는 진 리스의 대표작이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진 리스가 노년에 쓴 대표작으로 집필에만 9년이 걸렸다. 1927년 데뷔하여 작품활동에 매진하던 진 리스는 1939년 『한밤이여, 안녕』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고, 작품들은 절판되었다. 1958년 BBC에서 『한밤이여, 안녕』이 극화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사망설이 돌았던 진 리스의 행방이 알려졌다. 그녀는 소설을 집필하고 있었고, 그 소설이 1966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진 리스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다. 『제인 에어』에서 버사 메이슨은 로체스터의 첫 번째 부인으로, 그의 인생을 망치고 제인 에어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추악한 광녀로 등장한다. 광기의 이유는 가계에 흐르는 나쁜 피로 설명되며, 웃음소리와 으르렁거림으로 기괴한 모습을 보이다 종국에는 손필드 저택에 불을 지르고 죽음을 맞는다. 진 리스는 『제인 에어』를 읽고 크리올 여성인 버사 메이슨이 ‘흰옷을 입은 하이에나’ 혹은 ‘네발로 기어다니는’ 인간 이하의 동물로 그려진 데 분노했고, 단 한 번의 인간적인 목소리도 허락되지 않았던 그녀에게 생명을 주기로 결심한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버사 메이슨을 아름다운 앙투아네트로 재탄생시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하며, 그녀를 파멸시킨 남성중심주의 사회와 제국주의의 폭력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저자

진리스

저자:진리스
본명은엘라궨덜린리스윌리엄스(EllaGwendolynReesWilliams).영국령이었던도미니카수도로조에서웨일스의사인아버지와스코틀랜드계크리올(서인도제도흑인과유럽계백인의혼혈)로농장을물려받은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열여섯살에홀로영국으로건너가퍼스여학교에다니지만,낯선억양의영어를구사하는이방인으로서따돌림을당한다.배우가되고자입학한왕립연극학교역시언어문제로중도에그만두고코러스걸,마네킹,누드모델등의일을전전한다.이시기에영국에서느낀이질감과절망,경제적으로의존했던부유한연상의연인과헤어진뒤낙태수술을받은경험등을네권의노트에기록해20년뒤『어둠속의항해』에고스란히녹여낸다.리스는이작품을가리켜“빠르고쉽게그리고자신있게쓴유일한책”,“가장자전적”이며“가장좋아하는”소설,나아가자신의“최고작”이라고평가한바있다.D.H.로런스를발굴한비평가이자소설가포드매덕스포드의눈에띄어1924년단편「빈」을그가주관하는『트랜저틀랜틱리뷰』에실으면서데뷔한다.이후1920~30년대모더니스트들과활발히교류하며창작에전념해단편집『왼쪽둑』(1927),장편『사중주』(1928),『매켄지씨를떠난후』(1931),『어둠속의항해』(1934),『한밤이여,안녕』(1939)을연달아펴낸다.그러나제2차세계대전발발후20년가까이은둔하면서사망설이돌기도한다.1957년BBC에서라디오극화한『한밤이여,안녕』이엄청난인기를끌면서평단과대중양편에서재조명을받고,1966년『광막한싸르가소해』를발표해W.H.스미스문학상과하이네만상을수상한다.그밖에단편집『호랑이는멋지기나하지』(1968)와『한잠자고나면괜찮을거예요,부인』(1976),자전적산문집『나의날』(1975)등의작품이있다.1978년평생문학에기여한공로로대영제국훈장(CBE)을수훈했고,이듬해에집필중이던자서전『좀웃어봐요』를채끝내지못한채여든여덟을일기로영국엑서터에서숨졌다.카리브해와영국문학의경계에위치한그의작품들은페미니즘,탈식민주의,파격적인형식실험등여러측면에서오늘날까지활발한연구대상이되고있다.

역자:윤정길
성신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이화여자대학교를졸업하고미국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역서로는『한밤이여,안녕』,『광막한사르가소바다』,『영미여성소설론』,『영미문학의이해』,『영국소설사』등이있다.

목차


1장쿨리브리
2장그랑부아
3장손필드
작품해설
주해

출판사 서평


“진리스는19세기의걸작을뒤집어20세기의걸작을창조해냈다.”
-미셸로버츠,《더타임스》

왜그여자는광녀라는이름으로감금되었을까?
누가무슨권한으로이름과자유,삶을빼앗았는가?

19세기소설『제인에어』에서
철저히외면당한한여성을호명해
매혹적인목소리로되살린20세기의명작

20세기가장위대한영국작가로손꼽히는진리스의대표작이웅진지식하우스에서출간되었다.『광막한사르가소바다』는진리스가노년에쓴대표작으로집필에만9년이걸렸다.1927년데뷔하여작품활동에매진하던진리스는1939년『한밤이여,안녕』을끝으로자취를감췄고,작품들은절판되었다.1958년BBC에서『한밤이여,안녕』이극화되어선풍적인인기를얻자,사망설이돌았던진리스의행방이알려졌다.그녀는소설을집필하고있었고,그소설이1966년세상을깜짝놀라게한『광막한사르가소바다』다.
『광막한사르가소바다』는진리스가샬롯브론테의『제인에어』에서영감을받아쓴소설이다.『제인에어』에서버사메이슨은로체스터의첫번째부인으로,그의인생을망치고제인에어와의사랑을방해하는추악한광녀로등장한다.광기의이유는가계에흐르는나쁜피로설명되며,웃음소리와으르렁거림으로기괴한모습을보이다종국에는손필드저택에불을지르고죽음을맞는다.진리스는『제인에어』를읽고크리올여성인버사메이슨이‘흰옷을입은하이에나’혹은‘네발로기어다니는’인간이하의동물로그려진데분노했고,단한번의인간적인목소리도허락되지않았던그녀에게생명을주기로결심한다.『광막한사르가소바다』는버사메이슨을아름다운앙투아네트로재탄생시켜그녀의파란만장한삶을조명하며,그녀를파멸시킨남성중심주의사회와제국주의의폭력을날카롭게드러낸다.

다락방에갇힌미친여자,
진리스가해석한광기의정치학

『광막한사르가소바다』는앙투아네트의어린시절부터로체스터와의결혼생활,로체스터에의해감금된손필드저택에서의나날을따라간다.소설에서가장면밀히들여다보는것은앙투아네트의어린시절과그녀의어머니아네트의파멸이다.
1830년대자메이카,앙투아네트는몰락한농장주의딸로백인사회와흑인사회어디에도끼지못하고고립된삶을살아간다.어머니아네트의재혼으로집안은안정을찾지만앙투아네트의삶에는새로운불행이닥친다.아네트는현지사람들의증오를감지하고쿨리브리를떠날것을간청하지만,남편메이슨은아네트의말을지속적으로무시한다.나아가경솔하게동인도제도에서노동자를수입하겠다는계획을발설해흑인사회의분노를산다.그결과쿨리브리의집은불타고앙투아네트의동생피에르는불길속에서죽음을맞는다.아네트는자신의삶을지탱해준아들이죽자비극을야기한메이슨에게욕을퍼붓는다.남편을향한아네트의분노는용서받을수없는광기의증거로받아들여지며,메이슨이아네트를방치하는명분이된다.
『제인에어』에서버사(앙투아네트)의광기는그녀가계에깃든피때문이라고설명된다.『광막한사르가소바다』에서도어머니아네트의광기와운명을앙투아네트에게투영시키며,그녀삶의궤적을아네트의연장선에놓는잔인한시선들이등장한다.그러나진리스는이를면밀히들여다보며,광기에새로운해석을부여한다.진리스가보는여성의광기는불균형한성의정치학에서발생한다.당시사회에서남편이아내의코를베어버리는폭력은‘의사의핀잔’을받는일로그치지만,아들을죽음으로몰고간남편에대한아네트의분노는아네트와앙투아네트의일생에씻을수없는오점으로남아비난과멸시,종국에는버림받고감금당하는결말로돌아온다.
이는진리스가실제목격한여성들의삶이기도했다.진리스는16세까지도미니카에서성장했다.성인이된이후자신의고향을방문한그녀는상당수의크리올상속녀들이영국남자와결혼한뒤광녀로낙인찍혔다는사실을알게되며,이것이『광막한사르가소바다』를쓴또다른계기가되었다.

새의날개를자른자와
날개잘린새의비상

앙투아네트가원하는것은사랑,안전,자유다.어린앙투아네트는어머니의사랑을갈구하고,성장해서는로체스터의사랑을원한다.그러나어머니가사랑하는것은피에르이며,로체스터가원하는것은돈뿐이다.앙투아네트는사랑의언약을믿고결혼하지만,로체스터는여성의재산은남편에게귀속된다는법률로앙투아네트의모든재산을가로채며,앙투아네트가아끼는그랑부아저택에서하녀와하룻밤을보내며그녀의애정을조롱한다.로체스터는돈때문에크리올여성과결혼했다는열등감으로인해앙투아네트에게흐르는크리올피와그녀가사랑하는자메이카문화,백인사회에속하지못하는그녀의삶을부정한다.앙투아네트에게서이름을빼앗고,그녀가소망하는자유와사랑도앗아가며,그녀를감금시킨다.
『광막한사르가소바다』속앙투아네트의운명은소설초반등장하는초록앵무새코코와평행선을그린다.코코는사랑스럽고평범한앵무새지만,새아버지메이슨이날개를잘라버리자포악해진다.

우리집초록앵무새의이름은코코였다.코코는말을잘못했다.앵무새는“거기누구예요?거기누구있어요?”라고말하고는제가제물음에대답했다.“사랑하는코코예요.사랑하는코코.”메이슨씨가날개를잘라버린이후코코는성질이고약해졌다.저는어머니의어깨에앉으면서누구든어머니곁에오면날아가발을쪼아댔다.
_48쪽

존재의본질이자핵심인날개를제거당한새는‘발을쪼아대는’행동으로저항한다.그러나날개를자른이가코코에게부여하는삶은감금과죽음이다.새장속에갇힌코코는폭동으로집이불타자날아오르려안간힘을쓴다.그러나잘려나간날개때문에비상은번번이실패하고코코는불덩어리가된몸으로땅에추락한다.삶과자유를향한코코의열망은기이한것으로받아들여지며,코코의죽음은불길하고재수없으며외면해야하는일로해석된다.이운명은앙투아네트의삶과일치한다.『제인에어』속에서그녀의언행은인간이하의추악함으로,죽음은광녀의비참한결말로묘사된다.그러나진리스는그녀의추락에다른의미를부여한다.

나는몸을돌려하늘을보았다.하늘은붉은색이었고내모든인생이그안에있었다.나는할아버지의시계그리고코라이모의알록달록한조각이불을보았다.나는양란그리고덩굴식물들그리고재스민그리고생명의나무가불타오르는것을보았다.…(중략)…나를증오하는남자가나를부르고있었다.버사!버사!바람이내머리에닿으니머리칼은마치날개처럼물결치며펄럭였다.내가만일저아래단단한돌바닥으로뛰어내리면내머리칼이날개가되어나를둥둥뜨게하겠지.나는생각했다.
-292~293쪽

진리스는그녀의추락을비상의이미지로나타낸다.펄럭이는머리칼을날개삼아그녀가소망하는곳,제3의쿨리브리로날아감을암시한다.그녀가소망하는것은모두좌절되고,그녀가사랑하는장소는폭력과불행으로파괴되었지만,그녀는비상을통해다시금소망의세계를구현한다.

거울에비친창백한자아상과
단절되고차디찬현실의세계

소설에서는반복적으로거울이등장한다.앙투아네트는거울속자신의모습을즐겨보며‘너무도만족해서,너무도즐거워서미소짓는’다.로체스터가거울에비친자신의상에구역질을느끼는것과대조적이다.앙투아네트에게거울은향기,옷과마찬가지로자기존재의일부이며,희미한자신의존재를인식하게하는도구다.앙투아네트에게거울이없는곳은어린시절맡겨진수녀원기숙사와로체스터에의해갇힌손필드저택뿐이다.수녀원은자아를신에게의탁하는곳이었다면,손필드저택은모든것을빼앗긴앙투아네트에게서자아상마저박탈한곳이다.

그남자가나를앙투아네트라고부르지않자,나는앙투아네트가창문을통해슬그머니날아가버리는것을보았어.앙투아네트의향기도,옷도,거울도모두사라져버리는것을나는보았거든.
-276쪽

앙투아네트가거울에의미를두는것은그녀의혼란한정체성과무관하지않다.앙투아네트는자메이카에서태어났지만현지사회에서배척받고,백인사회에서도멸시를받는다.그녀는로체스터에게“당신들과이곳유색인종들사이에서나는내가누구며,어디가내나라인지,내가어디에속하는지,내가왜태어난것인지궁금할때가많아요.”라고고백한다.자아를인식하기시작한아이가거울을수시로들여다보듯,앙투아네트는거울에자신의상을비춰보고자기존재를확인한다.
그러나거울은단절된세계이며,자아와세계를연결해주지못한다.앙투아네트는자신의거울상이라생각하는흑인친구티아에게다가가지만,‘똑같은음식을먹었고나란히누워잤으며같은물에서헤엄’쳤던친구는그녀에게돌을던진다.또한거울속에비친자신의형상에입을맞추지만‘유리가우리를가로막았’고,그유리는딱딱하고차디차기만하다.거울의차디차고단절된물성은앙투아네트가꿈꾸는이상과차가운현실의대조를보여준다.

우리는마주서서바라보고있었다.내얼굴에서는피가,그리고티아의얼굴에서는눈물이흐르는채로.티아의얼굴을바라보며나는내얼굴을보는것같다고느꼈다.마치거울속의나를내가보듯이.
-55쪽

거울은상을비추지만그세계는절대연결될수없는단절된세계이다.진리스는소설을통해백인과흑인,주체와타자,남성과여성,자연과문화,제국과식민지의단절을드러낸다.제목인‘광막한사르가소바다’는이들사이연결될수없는망망한거리를의미한다.소설속에서아득한바다만큼이나거울도차갑게닫힌현실을보여준다.
소설의배경은1830년대다.진리스가분노했던바다의거리는이제극복되었을까.『광막한사르가소바다』는여운이긴질문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