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힐

샌드힐

$14.48
Description
의지하던 형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부모님도 이혼한 후 지훈은 아빠를 따라 낯선 중국의 한 사립 학교에 입학한다. 같은 반 류웨이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괴롭힘이 계속되는 나날 속에 지훈은 형이 남긴 조각칼로 반 아이들의 얼굴을 빚으며 하루하루를 견뎌 낸다. 한편 같은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한국 유학생 라희는 폭력을 일삼는 선배들과 어울리며 소속감을 가지려 하지만 위태로운 관계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지훈과 다르지 않다. 지훈은 라희를 위해 도둑질까지 감행하지만 이로 인해 라희는 선배 무리에서 더욱 고립되고 결국 크게 다쳐 한국으로 향한다.
지훈은 형과 라희를 보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하고, 탈북자를 돕다가 행방불명이 된 아빠를 찾는 장과 함께 집을 나서는데…….
저자

하서찬

저자:하서찬
청소년디아스포라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습니다.
2012,2015신춘문예희곡부문에「소풍」,「초대」가각각당선되었으며,2018웅진주니어문학상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였습니다.
한국신진극작가로선정되어도쿄에서활동하다가현재는대학에서강의를하고있습니다.
지은책으로『빨래는지겨워』,『ピクニック』,『최소한의나(공저)』,『나의왼발(공저)』등이있습니다.
가끔캐나다의낡은오두막집에서윤하,윤서,윤찬,흰개와함께글을씁니다.

그림:박선엽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조형예술을전공했습니다.절제된색감으로서사성있는일러스트와애니메이션을작업합니다.
「조지오웰소설전집」시리즈중일부의표지작업을비롯하여국립중앙박물관의전시삽화,뮤직비디오등여러분야의작업에참여하였습니다.
현재는개인작업인「이웃탐험」시리즈를이어가고있습니다.

목차


적을빚다
동굴
라희
백사

붉은운동장
류웨이
장의집
탈출
갈대밭
인천항으로
집으로
편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흙과모래의이미지로섬세하게빚어낸인물의심리

『샌드힐』의첫장면은지훈이학교에가길거부하며교문앞에엎드려흙을움켜쥐는것으로시작한다.

라희가내어깨를잡았다.손톱을세워흙을움켜쥐었다.나를일으키려고애썼지만소용없었다.금세포기한라희는뒤로나가떨어졌다.
모래바람때문에뿌예진눈앞에아빠의검은구두가보였다.
_본문중에서

반항은길게이어지지못한다.지훈은아빠의손에가볍게들어올려져빛한점들어오지않는어두컴컴한교실안으로향한다.이곳은중국의한사립학교,‘얼어붙은땅’이라는의미를지닌‘펑동’이다.집안에서유일하게의지하던존재인형이교통사고로의식을잃고,부모님마저이혼한뒤지훈이아빠를따라오게된낯선학교의이름이다.
아무데도의지할곳없는모래먼지가득한땅에서지훈은위태롭게하루하루를버텨나간다.형에게물려받은조각칼로흙을빚어토기인형을만드는일은지훈의유일한탈출구이다.이방인을향한아이들의폭력에시달리며지훈은흙을빚고또빚는다.이작품은진시황의병마용속흙으로만든수많은병사들과지훈이만든토기인형의이미지를반복해보이며지훈의심리를조각한다.

나는무릎위에동그란흙덩이를놓고흙속으로조각칼을넣었다.칼이흙을파고들자,흙속에서점점표정이드러난다.몸속에피가조금씩도는느낌이다.병마용의병사들처럼표정하나하나를세심하게조각하려면가장가까이에서관찰할수있는반아이들이제격이다.나를괴롭히는아이들이전생에내적군이었다는상상을한다.그렇게어떤아이를다조각하고나면그아이에대한미움도희미해진다.
_본문중에서

지훈은폭력에순응하고냉소하는듯보이지만끊임없이흙을빚는행위를통해내면에서치열한싸움을해나간다.절망적인상황에서지훈은종종자기자신이모래가되어허물어지거나,지키고싶었던형이모래가되어사라지는환상을본다.흙을단단히뭉치고쓰다듬는지훈의행위는자꾸만부서지는마음을그러모으는의식과도같다.

정체성과소속감,그사이를오가는진짜청소년의이야기

혼자지내는걸두려워하지않는지훈과달리,라희는혼자가될까봐불안에떠는아이이다.라희는한국인유학생선배무리를따라다니며그들처럼‘세지고’싶다는소망을빈다.라희에게가장중요한것은이방인임에도무시당하지않을수있는힘과권력이다.

“왜거길못끼어서그렇게안달이야.”
라희는날노려보며말했다.
“너는혼자견딜수있겠지만나는못견뎌.너나지금처럼흙이나빚으면서왕따로살아.난선배님들이랑놀거니까.선배님들이랑놀면눈도안깜빡여.자신감이생겨서틱도사라진다고.얼마전에나괴롭힌애들있지?선배님들이혼내줬어.이제아무도내앞에서찍소리못해.너같은왕따는평생모르겠지만,이런걸소속감이라고하는거야.알겠어?”
_본문중에서

각자의방식대로살아가는둘이지만‘믿을만한어른이없는세계’를버티는이방인이라는커다란공통점은지훈과라희를무엇보다더결속시킨다.라희는멀찍이떨어져걸으면서도지훈을걱정하고말을걸어주는유일한존재이다.지훈은소속감에집착하는라희를이해하지못하면서도라희가무리에어울리기위해갖고싶어하는지갑을훔치기까지한다.
지훈과라희의선택은예기치않은사건의격랑으로두사람을몰고가지만그럼에도연민과공감을불러일으킨다.정체성을고민하는청소년기에낯선땅에떨어져격동의사춘기를겪는이들의모습이독자들이지나고있거나또는이미지났을청소년기의모습을섬세하게반영하고있기때문이다.

겨울에서봄으로,계절과국경을건너질주하는서사

지훈의다소소극적인저항은곧형에게서기계를뗄거라는아빠의선언에불붙어적극적이고대담한계획으로이어진다.학교안폭력의주동자인류웨이에게대항하며신뢰를쌓은친구장의사정이더해져,둘은압록강근처단둥까지동행을약속하게된다.
둘의가출은그야말로파란만장하다.암표를속아서사고,가방을도둑맞고,취객에게위협을당해기차에서뛰어내리다가장은다리를크게다치기까지한다.숨쉴틈없이몰아치는최악의전개는독자를단숨에지훈의옆자리에앉힌다.휘몰아치는서사와함께흡인력을더하는것은사실적인묘사와살아숨쉬는듯한캐릭터의매력이다.

“어디서왔어?”
“눈깔은뒀다뭐하니.미국에서온거같니?아까탈북이라얘기하지않았어?”
“남한에는뭐하러?”
“공부하러.학비가공짜니까.”
“어떻게가려고?”
단발머리는잠깐인상을찌푸렸다.
“무슨기사쓰니?얻어먹는주제에무례한데.다롄에서인천갈거다.단둥보다는경비가덜삼엄하니까.됐니?”
_본문중에서

지훈이다롄으로가는길에만난단발머리여자아이는컴컴한트럭안에「봄날」노래를틀고따뜻한봄바람이비집고들어오게한다.트럭에서뛰어내려뛰는걸음에도망설임이없이,자기가가야하는길을잘알고있는것같아보인다.단발머리의뒷모습은지훈에게도적절한이정표가되어주었을까?지훈에게여전히형이있는한국땅은멀고가는걸음에도확신이없다.책의마지막장을덮을때까지독자들은지훈의안부를묻고또묻게될것이다.그리고마침내,최악으로치닫는전개의끝에희망과맞닿아있는작품의메시지를확인하게될것이다.

경계와금기를넘어,하서찬작가가그리는리얼월드

제10회웅진주니어문학상단편부문에서대상을수상하고동화집『빨래는지겨워』로독자들과만났던하서찬작가가청소년소설로돌아와그때그독자들에게다시금말을건다.
제목인‘샌드힐(sandhill)’은이야기전체를관통하는의미를담고있다.샌드힐은영국의‘섬머힐(summerhill)’학교와정확히반대되는학교‘펑동’을은유한다.세상에서가장자유롭고행복한학교를지향한다는섬머힐학교의교육방향과달리,‘샌드힐’의배경이되는학교펑동은억압적이고폭력적이며폐쇄적이다.하서찬작가는‘중국이민청소년’이라는다소생소할수있는소재를사실적인취재에기반하여생동감있게담아냈다.국경을넘는것이낯설지않은시대임에도청소년이느끼는고립감과외로움은더해진요즘,독자는지훈의상황에더욱이입하며연대와공감을느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