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J

루돌프J

$18.00
Description
빛을 잃은 존재의 가장 빛나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무사히 마친 날, 루돌프J의 빨간 코는 빛을 잃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낯설고 두려운 일상을 견디던 그의 앞에 새 루돌프K ‘루키’가 찾아와 가르침을 청한다. 거듭된 거절에도 루키는 돌아가지 않았고, 마침내 둘의 조금 불편한 ‘함께 살기’가 시작된다. 루돌프J는 루키에게 ‘루돌프가 되기 위한 조건’을 하나씩 일러주고, 그 과정에서 둘은 함께 서로의 속도를 배워 간다. 루키를 산타 마을로 떠나보낸 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눈사태가 산타 마을을 덮치는데……. 과연, 루돌프J는 어떻게 이 위기에 맞설 것인가? 『루돌프J』는 「달달 옛글조림」 시리즈의 첫 책으로, 조선 후기 문인 홍우원의 고전 산문 「노마설(老馬說)」의 지혜를 작가 유준재의 통찰과 그림책 언어로 새롭게 빚어 낸 작품이다. 빛을 잃은 존재가 상실과 두려움을 지나 배움과 돌봄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유쾌함과 서정성을 함께 전하며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내면의 빛을 다시 켜는 이야기를 건넨다.
저자

유준재

거울앞에서짓는미소처럼,잔잔한빛이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그림책을만듭니다.지은책으로『마이볼』,『엄마꿈속에서』,『파란파도』,『시저의규칙』,『균형』이있으며,글을쓴작품으로『정연우의칼을찾아주세요』가있습니다.2007년『동물농장』으로노마콩쿠르에입상하였고,2015년『파란파도』로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올해의일러스트레이터’에선정되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더이상빛나지않는나에대해생각하고또생각했어요.”
“네빛은사라지지않아”
늙은말의철학이빚어낸,빛을잃은루돌프이야기
『루돌프J』는남파홍우원(1605~1687)의「노마설(老馬說)」에서출발한다.
“저의발굽은서리와눈을헤쳐나갈수있고,터럭은찬바람을막아줄만하니,
풀뜯고물마시며스스로를기르겠습니다.”
이일부문장은‘천성대로살아가는존엄’이라는사유와함께자기인식과품위있는퇴장을향한철학을담는다.‘늙은말’의입을빌려‘쓸모를다한존재’를다룬고전의철학은,『루돌프J』에서‘물러서는존재’와‘떠오르는존재’의관계서사로다시살아난다.
한때산타의썰매를끌며밤하늘을밝히던루돌프J의빨간코는어느날그믐달처럼사그라든다.“너만의시간을보내면좋겠구나.”평생함께할것만같았던산타에게이별을통보받은J는고향으로돌아가고독과두려움을홀로견딘다.
그때새루돌프K‘루키’가찾아와가르침을청하고,여러번의거절끝에이들의조금불편한‘함께살기’가시작된다.J는루돌프가되기위한가르침을루키에게하나하나일러주고,루키는‘루돌프가된다는것은자신의빛을모두내주는일’임을차차깨닫는다.배움이쌓일수록루키는단단해지고,루키를가르치는동안J는진정한빛은코에서나는게아니라,누군가를향해마음을온전히내어줄때다시광채를발한다는사실또한알게된다.루키를산타마을로돌려보낸뒤다시혼자가된루돌프J는비로소산타의편지에담긴진심과마주하는데…….
“네빛은사라지지않아.네안에서조용히빛나고있지.너는다시,그빛을찾게될거야.”
그렇게크리스마스를앞둔어느날,눈사태가산타마을을덮치고,루돌프J는기꺼이눈더미에파묻힌산타와루키를구하러눈속을파고또파내려간다.과연,그들은이시련앞에서어떤크리스마스를맞이하게될까?
『루돌프J』는빛을잃은존재가또다른존재에게빛을건네는이야기다.언제나빛날것만같던나의빛이꺼진다해도내면의빛은언제나길을만들어줄것이다.

흑백의설원에스며든‘빨강’의온기
『루돌프J』는단단한서사위에설원의웅장한질감과고요한겨울빛을오래머물게하는서정성을더한그림책이다.책장을덮고나면겨울의찬기운속에작은온기가잔열처럼오래남는다.유준재작가는판화기법과디지털레이어를겹쳐종이위에서빛이번지는듯한명암을만들고,겹겹의질감으로산의능선과눈·바람의결을살려끝내따뜻함을잃지않는장면들을빚어낸다.따스한기운을머금은저채도흑백이이야기의톤을붙잡고,작은온기와붉은빛이페이지마다천천히번져간다.루돌프J를비롯한인물들은단순하고따뜻한형태로그려지되감정표현은절제되어,남겨진여백을독자가스스로채우게한다.
표지에서도그감각이한눈에응축된다.회색설원위한점의빨강,루돌프J의코와루키의붉은털실목도리가유일한색으로꺼지지않는마음을상징한다.세로형타이틀과붉은책등은눈보라속길처럼독자를이야기로이끌고,본문은정적인컷과넓은여백으로호흡을고른다.페이지를넘길수록빨강의선과면,위치·농도·크기가달라지며감정의흐름이이어지고,초반의회색설원과잿빛어둠은J의고독을담담히품다가루키의등장과함께다채로운심상을전한다.
눈사태장면에서는빠른붓터치와비스듬한프레이밍이긴장을더하고,간결하고다정한문체는그림이먼저말을걸도록자리를내어준다.루돌프의조건을보여주는장면은만화식배열과인포그래픽화법으로리듬을보탠다.이처럼『루돌프J』는색을넘어서는온기,사건을아우르는감정의리듬으로기억되는책이다.

옛글을달이고졸여,오늘의마음에스미게하다「달달옛글조림」
「달달옛글조림」은고전산문을오늘의언어와그림으로다시달여독자에게건네는창작그림책시리즈다.연암박지원의‘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에기대어새것을만든다-의정신을바탕으로,원문을직역하기보다논·기·서·설·야담·기행등폭넓은산문세계에서사유와감정을‘천천히농축’해동시대감각으로재구성하고자한다.
시리즈명‘달달옛글조림’에는‘오래된글을다정히달여오늘의마음에녹인다’는뜻이담겨있으며,그첫책인『루돌프J』는조선후기문인홍우원의「노마설(老馬說)」을오늘의그림과이야기로새롭게빚어낸작업이다.
「달달옛글조림」은급하면타고,멈추면묽어지는‘달이고졸이는’정성의과정처럼,텍스트와이미지의온도를맞추어고전의뼈대는살리고형식·기법은과감히실험하면서‘지금읽어도공감되는이야기’를완성도높은창작그림책으로선보인다.한편이한권이되기도,여러편이한권으로엮이기도하며,작가의시선으로원작의표현·주제·세계관을새롭게풀어내고,오래된사유와지혜에오늘의감각을포개어우리의일상을다시움직이게하는작은빛과온기를전한다.
“어제와오늘과내일은수레바퀴가굴러가듯서로교대하며돌아가지만
늘새롭다.”
_이덕무

감수자의말
나이듦은시간의축적이지만,그축적이언제나존엄으로이어지지는않는다.때때로경륜은퇴락으로,지혜는이제쓸모없어진과거로오인된다.지금이시대의고전도마찬가지가아닐까?이미늙어버린텍스트가지금우리에게무슨효용이있을까.늙은말과은퇴한루돌프의이야기를통해,『루돌프J』는그물음에대한하나의답을제시해줄것이다.
_이승은교수(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