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고시’‘7세고시’는
우리아이들의뇌를어떻게바꾸고있는가?
소아정신의학권위자세브란스병원천근아교수가짚어낸
너무빨리배우는아이의뇌에서일어나는‘치명적변화들’
유명영어유치원입학시험과대형학원레벨테스트를뜻하는‘4세고시’혹은‘7세고시’는우리사회의조기교육광풍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기저귀도떼지않은만2세아이들,기껏해야이제막유아티를벗은만5~6세아이들이수험생처럼빡빡한스케줄에맞춰시험을준비하는모습은가히충격적이다.최근정부가‘유아사교육경감방안’을발표하며레벨테스트와장시간교육에규제의칼을빼들었지만,사교육기관들은주니어토플(TOEFL)점수나외부공인인증성적표를요구하는변칙형태로그물망을교묘히빠져나가고있다.
물론요즘부모들이이기형적인속도전에동참하는데는나름의사정이있다.“최대한어릴때부터미리영어를해두어야나중에수학등다른과목에전념할시간을번다”거나“지금상위권트랙에타지못하면영영뒤처진다”라는불안함을야기하는입시제도,한번삐끗하면패자부활전이힘든한국사회특유의사회문화적배경이존재한다.사랑하는자녀에게가장안전한길을열어주고싶은부모를마냥비판할수는없다.하지만여기서분명하게짚고넘어가야할지점이있다.과연영유아기조기교육은입시의승부처인중·고등학교까지그대로이어질까?그리고그과정에서우리아이들의뇌는어떠한영향을받을까?
30년넘게17만명의소아청소년을진단·치료하며아이들의뇌발달을연구해온국내최고소아정신의학권위자천근아교수는이과열된조기교육트렌드에서늘한경고를보낸다.신작『너무빨리배우는아이들』에서그는영유아기에이루어지는도를넘어선학습이장기적으로아이들의뇌에어떤치명적손상을남기는지를낱낱이조명하며,평생무너지지않을‘균형잡힌뇌’를위해정말로필요한것을상세히전한다.
“단도직입적으로,학습능력완전히떨어집니다”
뇌의‘기초공사’가이루어지는영유아기,
과도한인지적자극이불러오는‘시냅스가지치기오류’
인간의뇌에서고차원적인,인간만의특성과기능을갖추도록하는곳이바로‘정서의뇌(변연계)’와‘이성의뇌’다.이두영역의성숙도에따라건강하고효율적인뇌가만들어지는데,영유아기는특히정서의뇌가폭발적으로발달하는시기다.만약1층에해당하는정서의뇌가탄탄하게받쳐주지못하면,그위에이성의뇌라는고층빌딩을세울수없다.게다가뇌는일단한번손상되면구조와기능자체가손상될수있어‘나중에회복하면되지’,‘이부분부터발달시키고나중에보충하면되지’라는논리가절대통하지않는다.
특히영유아기는효율적인뇌연결망을구축하기위해불필요한신경망을정리하는‘시냅스가지치기(synapticpruning)’가맹렬히일어나는뇌최적화의시기다.이때발달단계에맞지않는무리한자극이들어오면,뇌는제거해야할시냅스는남겨두고오히려정교화해야할회로를잘라내는‘가지치기오류’를범하게된다.이는해마와전두엽발달을근본적으로저해하는원인이되며,결과적으로정보를가공하는‘작업기억’의용량을초과해심각한인지적과부하를일으킨다.이처럼발달단계에맞지않는부적절한인지자극이꼭필요한시냅스가지치기를방해하고산만한뇌를만드는것이다.
“아이가배우는것을즐거워하면문제없는것아닌가요?”
착각에빠진부모에게아이뇌가보이는‘생존모드’
조기교육의폐해를우려하는목소리앞에이렇게반문하는부모도있을것이다.“우리아이는가르치면재미있다고좋아하는데요?아이가잘따라오기만하면아무문제없는것아닌가요?”이에대해천근아교수는아이가순응하는것을즐겁게학습하고있다는의미로받아들이는것이야말로부모의착각일수있다고말한다.영유아기아이들은자신의감정을정밀하게깨닫고표현하는능력이미숙하다.이보다는세상의전부인부모를기쁘게하려는본능적인인정욕구가강하며,거부했을때사랑받지못할지모른다는근원적두려움때문에진짜마음을숨긴채억지로따르는경우가많다.
더큰문제는마음에쌓인심리적고통이아이뇌를생물학적으로변형시킨다는사실이다.하기싫은일을하며자기도모르게쌓인스트레스는뇌의편도체를과도하게자극한다.이로인해몸속위기대응체계가가동되면스트레스호르몬이과잉분비되어장기기억의핵심인해마를위축시키고전전두엽기능을마비시킨다.뇌가집중력을발휘하는‘학습모드’스위치를끄고당장의위기상황에서살아남으려는‘생존모드’로전환하는것이다.이렇게뇌가생존모드로작동하기시작하면늘높은불안과긴장상태를유지하다보니두통과복통,야뇨증,불면증같은‘신체화(somatization)증상’으로나타난다.많은부모들이자녀가복통이나두통을호소해병원에갔다가검사결과에는아무이상이없는일이반복되면서소아정신과를찾아오는현상도이와관련이있다.이처럼너무빠른배움은장기적으로아이의뇌를스트레스에취약한상태로바꿀수있다.
부실하게성장한영유아기의뇌,
폭주하는사춘기를부른다
영유아기에정서의뇌라는기반이부실하게지어질경우,아이가부모의통제를벗어나는사춘기에이르러학업성취의저하뿐만아니라‘폭주하는청소년기’를불러온다.10대의뇌는최신스포츠카의엔진과구식자동차의브레이크를함께갖고있는자동차와같다.감정과본능을관장하는액셀(변연계)은최신스포츠카수준으로발달하는반면,이를제어할브레이크(전두엽)는턱없이미성숙한상태이기때문이다.본래유년기에다져진정서의뇌는사춘기라는거대한충격을흡수하는핵심완충장치역할을해야하지만,이보호막이부실한아이들은2차시냅스가지치기와호르몬폭풍등이시기에일어나는변화무쌍한뇌의변화를견뎌내지못한다.이로인해내적회복탄력성이무너져있기에아주작은학업적실패나좌절에도쉽게무너지며극단적인반항과무기력으로도피하기쉽다.특히자율성을빼앗긴채부모의통제속에서자란아이일수록,내면에쌓인스트레스가호르몬폭풍과충돌하면서부모와의대립은극에달하게된다.
그렇다면영유아기에정서의뇌를발달시킬기회를놓친부모들은어떻게해야할까?천근아교수는아이의거친공격성을엇나간반항이아닌,억눌렸던뇌가자율성을찾기위해보내는‘처절한발달신호’로재해석하라고조언한다.부모가과도한통제를내려놓고아이내면에켜켜이쌓인스트레스를읽어내줄때,사춘기뇌의위태로운오작동을비로소완화할수있음을역설한다.
“인간의뇌는DNA에입력된순서에따라발달하게끔설계되어있다”
평생가져갈아이의뇌,균형잡힌발달을위하여
인간의뇌발달은인류가수백만년간진화시키고DNA에새겨놓은타협할수없는자연의순리를따른다.영유아기양육의본질은언제든휘발될단편적인지식이나눈에보이는성취가아니라,어떤문제앞에서도도망치지않는‘공부욕구(내적동기)’와스스로끝끝내해내는‘끈기(자기조절력)’같은내적역량이자라날뇌의생물학적지반을튼튼히다지는데있다.
따라서성장기에부모가신경써야할가장중요한것은전전두엽의자기조절력과몰입회로를조화롭게발달시키는일이다.일상속스킨십과오감자극으로뇌를고르게깨우고,타고난기질을수용하며발달단계에맞는훈육의방법을조절하며,숏폼이라는자극적위협으로부터두뇌생태계를안전하게지켜내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이조화로운기반위에서만아이는스스로무언가를배우며갈망하는동시에,고차원적인지능력을탄탄하게완성해나갈수있다.
천근아교수는“준비되지않은뇌에주어지는불필요한자극은오히려뇌의잠재력을사장시키는결과만초래할뿐”이라고강력히경고한다.멀리돌아가는것처럼보여도,부모의조급함이아이의뇌가스스로기틀을다지고단단해질기회를가로막는장애물이되어서는안된다.주변의말이나트렌드에흔들리는대신아이뇌의타고난발달단계를믿어야한다는이책의메시지는,보이는성과에조급해하며유년기의본질을외면해온부모들에게뼈아픈충고와함께냉철한조언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