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과 의지 (외) (실명소설)

철조망과 의지 (외) (실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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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을병 한국소설가협회 회장의 단편소설 실은 문고본

소설가 정을병은 자유당 치하의 병역미필자 수용소 체험과 5?16 쿠데타 직후 자신이 직접 겪었던 국토건설단, 유신독재 치하의 문학인 간첩단 사건(1974) 등 정치권력의 피해자로 겪었던 감금, 투옥 등을 바탕으로 한 사회비판 소설 등을 꾸준히 펴냈다. 여기 문고판에 실린 두 작품 <철조망과 의지>와 <육조지>는 바로 이러한 부류의 소설로, 가장 자전적인 데다 현장적인 요소가 강하여 실록적인 투박성이 두드러지는 반면에 극적인 사건 전개나 기교로서의 박진감과 클라이막스가 절제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직절성과 절박감이 묻어나는 특색을 지닌 작품들이다.
저자

정을병

소설가.경남남해군이동면에서출생.
1955년이후13년간《국도신문》기자로활동함.대한가족계획협회의홍보부장·지도부장역임.한국신학대학수학.하와이대학동서문화센터에서커뮤니케이션과정수학함.가족계획홍보활동의공로로보건사회부장관감사장받음.한국문인협회소설분과위원장,한국소설가협회창설,동중앙상무위원,한국소설가협회회장,펜클럽한국본부중앙위원역임.
단편〈철조망과의지〉(1959)가《자유공론》에당선됨.장편《개새끼들》(1966)출간.장편<아테나이의비명>(1967)으로제13회현대문학상수상함.그외저서로는장편《피임사회》,《도피여행》,《유의촌》,《일과구원》,《검은천사의미소》,《분단기》,《인생을팝니다》,《나비춤》,《오목놀이》,《북벌》,《마지막날의한강》등많은작품이있음.

목차

이책을읽는분에게 7

철조망과의지 15
육조지 46
연보 95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분에게|

◎체험과실록으로서의증언문학?임헌영(문학평론가·중앙대교수)

신학대학출신이었던정을병(鄭乙炳,1934∼2009)은외모와는달리해박하고심오한인문학적인소양을탄탄하게갖췄으면서도그간결직언적인언행에다마초성남성다움으로사회각계의인사들과폭넓은교류를가졌던우두머리기질의소유자였다.따라서그의작품역시탁마된예술적인섬세함보다는차라리사나이다운투박한윽박지르기식표현이압도한다.
그의작품세계는크게보면아래와같이4가지로접근할수있다.
(1)신학혹은관념론의철학적사유를바탕으로한인간존재와자유의궁극적인가치를탐색하는작품(<아테나이의비명>,<카토의자유>등).
(2)<의사신문>,<약업(藥業)신문>,대한가족계획협회등의약보건관련기관의경력을바탕삼아탐구해왔던인간의원초적본능과사회윤리문제및한국소설사에서처음제기된환경공해문제를추구한작품들(<피임사회>,<유의촌>,<병든지구>등).
(3)자유당치하의병역미필자수용소체험,5.16쿠데타직후작가가직접겪었던국토건설단,유신독재치하의문학인간첩단사건(1974)등정치권력의피해자로겪었던감금,투옥등을바탕으로한사회비판소설(<철조망과의지>,<개새끼들>,<육조지>,<인동넝쿨>등).
(4)기타만년의여러작품들,그중특히명상록적작품들로분류할수있다(<21세기의생활명상>등.)

이문고판에실린두작품<철조망과의지>와<육조지>는바로(3)의계열에속하는소설들로가장자전적인데다현장적인요소가강하여실록적인투박성이두드러지는반면에극적인사건전개나기교로서의박진감과클라이막스가절제되어있다.그러나현실적인직절성과절박감이묻어나는특색을지닌작품들이다.

<철조망과의지>의무대는자유당치하였던1958년경의병역기피자수용소이다.지금지하철녹사평역터에콜터(JohnBreitlingCoulter,1891∼1983)장군동상(지금은어린이대공원후문에있음)이세워졌던건1959년이고,남산3호터널(1978년개통)도안뚫린그당시이일대는인가가거의없던지역으로,병역기피자수용소는그어름에있었다.바로작가정을병과범우사윤형두회장이처음으로조우했던곳이자소설<철조망과의지>의현장이요,이승만통치하의한국사회의상징이기도하다.
명색이병역기피자수용소라지만일진사납게불심검문이나수배를당해붙잡힌사람들이라억울한경우또한없지않았겠지만한마디로돈없고빽없는사람들만솎아낸듯이걸려든지옥의대기소같았을터였다.‘인권’이란단어의싹도움트지않았기에‘땅크’란별명을가진중대장(그역시수용자의한명)이온갖만행과횡포를자행하며수감자를학대하거나도박을빙자해금품을갈취해대는공포의무법천지였다.
철조망을둘러친막사에는수용자가처음에는230명이었으나점점늘어나4백명을넘어서곤했다.징병영장을받으면바로훈련소로직행했지만오늘내일하면서영장도안나온채무작정‘대기’만하는처지였는데,현금3만환이면너끈하게석방되는돈과빽이확실히통하는곳이었다.
주인공이권호는작가정을병의분신으로객기와불량기가살아있기에다들땅크앞에서설설기는꼴을보고는“이런놈들도그래세상에있었던가?”하고앞나설기세도없지않았다.그러나워낙판세가뒤틀려승산이전혀없는데다가이권호역시그의“상소리에몽둥이까지얻어맞게되자”생각을완전히바꿔“환경에는되도록순응해야한다”는순민(順民)의노선을취하게된다.
2백여명이기가팍죽어널브러져있는그런판에무슨필이꽂혔던지이권호가자리에서일어나한사나이앞으로다가가자모두들그의행동을주시했다.그상대가바로윤형두였다.이역사적인첫만남의순간을소설은이렇게묘사해준다.

“오!자네,오래간만이군.자네도기피자였던가?”
권호는잘아는친구나만난것처럼서슴없이손을내밀었다.그러니까그는의아스럽다는듯이권호를멍하니쳐다보기만한다.권호는다짜고짜로그의손을잡고자기자리로끌어들였다.
“나,이권호요.초면에안되었소만여긴바깥세상과는다르다오.잘못하다간떡되기마련이오.”

이에자기는대학4학년생윤형두라고밝히고는“대체저놈의정체가뭐요?”라면서“땅크를한참이나노려보고있다가쓴입맛을다신다.”
그숱한군상중그래도사람다운사람을골라친구로삼아야겠다는무의식의작동이이권호로하여금윤형두를향하게만들었고,그런판단은적중했다.
현역사병에게매를맞고체면을구긴땅크가그분풀이로아무나번갈아가며불러내선매타작을해대는만행을거듭하자분위기가싸늘해졌다.하지만아무도감히나서지않고있는데난데없이굵직한목소리로“여보!중대장!너무하지않소?좀삼가시오!”라며나서자다들기대반낭패감반으로바짝얼어붙어버렸다.바로윤형두였다.이로써땅크와결투가벌어졌는데가장가슴조인건이권호였고,모두들마음속으로응원을했지만예상대로윤형두는떡이됐다.
권호가보기에윤형두는“끝끝내사회악과투쟁”하면서살아갈인간상으로보였는데,이와대조적인인물이김건배이다.권호의올챙이친구인그는가정교사로들어간지넉달만에미망인인그안주인과열애에빠져젊은사업가로일약출세해버린속물이다.건배덕분에석방되었으면서도권호는시종그를속물로보면서윤형두와는다른평가를내리고있다.이렇게소설은끝나지만그뒷이야기는소설이아닌현실에서계속된다.
윤형두는석방후정식으로입대(1958.8.14)했다가학병으로조기제대(1960.2.14.)하여,4.19의거에참여,민주당집권시기에당보(黨報)편집을맡았다.
정을병은위에서본그지옥체험을<철조망과의지>라는소설로써서<자유공론>(1959.9)에발표하며언론계를맴돌다가국토건설단에동원되어두번째생지옥을겪었다.5.16쿠데타세력이제정,공포한국토건설단설치법(1961.12.2.)은만28세이상의병역미필자들을연행하여각종건설현장에투입,강제노역을시키는걸골자로삼았는데,여론의악화로이듬해12.19일폐기되었다.정을병은이비인간적인체험을소설<개새끼들>에실감나게담아내어당시에화제가됐다.

<육조지>의무대는박정희유신통치시대(1972.10.16∼1979.10.26.)의서대문교도소(현독립공원)이다.1974년1월에터진문인간첩단사건(이호철,정을병,김우종,장백일,임헌영)은8.15이후최대의문인구속에다간첩조작사건의표본이라,당시국제앰네스티(AmnestyInternational)는“남한의다섯솔제니친(FiveSolzhenitsyninSouthKorea)”이라고불렀다.사건을다룬기관은으스스한육군보안사령부로당시에는서빙고동에있었다.
이에연루된정을병은제1심재판에서유일하게무죄언도를받았음에도불구하고복직이안된채전업작가로살아야했다.그만큼혹독했던시절이었다.출소후바로썼던이소설은그시대적인탄압의중압감때문에자신이겪었던사건임에도불구하고제대로다룰수가없었다.그래서이소설은고문이나조작경위,재판등등의내용은빼고교도소의일상생활을소개하는형식을취하고있다.
가장중요한사건내역이빠져있으니소설이에세이풍으로흘러갈수밖에없는데,이를작가는수인들이겪는“순사는때려조지고”,“간수는세어조지고”,“검사는불러조지고”,“판사는늘여조지고”,“도둑놈은먹어조지고”,“마누라는팔아조지고”라는육조지를다룬것이다.
지금읽어보면격세지감이있지만그래도우리역사의한장면이었음을기록한것이라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