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집

이육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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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립운동 중 일제에 체포되어 옥사한 첫 번째 시인 - 서정성과 낭만적 성향을 지닌 이육사의 시와 산문 모음
이육사는 그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했다는 것만으로 높이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 [청포도] [광야] [꽃] 등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깨끗함, 힘찬 의지 등이 저절로 많은 독자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하여 이육사는 ‘시인’으로 현대 시문학사에 찬연히 빛난다.
이육사는 1923년(20세 때) 일본에 건너가 1년 이상을 지내고 돌아왔다. 귀국 후에 1925년 형 원기와 함께 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에 가담했고, 이듬해 베이징으로 갔다. 다음해 귀국한 육사는 장진홍 의사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2년 7개월 간의 옥고를 치렀다. 이때 죄수번호가 ‘264’였으므로 그의 호를 이육사로 짓게 되었다. 그는 망국의 나그네 길에서 넓은 세상을 보았고, ‘들개에게는 길을 비켜주는 겸양을 보이지만, 달려드는 표범을 겁내어 물러서지 않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 여겼다.
그 길에서 육사는 자신을 희생하며 기백을 길러 견실해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를 썼다. 조국땅의 역사와 솟구치는 정서에서 작품을 시작한 육사는 독립을 한 해 앞두고 일제의 감옥에서 숨져 갔지만, 그의 시는 유서이기를 거부한 시, 행동의 시로서 민족의 역사 천고의 뒷날까지 살아 목놓아 불릴 것이다. 여기에는 시 36편, 산문 13편과 해설이 실려 있다.
저자

이육사

저자:이육사(李陸史;1904~1944)
시인·독립운동가.1904년경북안동에서태어났다.
본명은원록(源祿),아호는육사(陸史)인데대구형무소수감번호인264에서취음한것이다.
중국베이징조선군관학교와베이징대학사회학과를졸업했으며,27년장진홍의조선은행대구지점폭파사건에연루되어투옥된것을비롯하여29년광주학생운동,30년대구격문사건등으로17차례옥고를치렀다.
중국을오가며독립운동에진력하다일본경찰에체포되어중국으로송치된뒤44년베이징감옥에서숨졌다.그의시는상징적이면서도호사한시풍을이루고있다.대표작으로<청포도>,<교목>,<광야>,<절정>,<황혼>,<꽃>이있으며,유고집으로<육사시집>이있다.

목차

이책을읽는분에게9

1.내목숨을꾸며쉬임없는날이여

해후17
강건너간노래20
광야21
청포도22
파초24
나의뮤―즈26
일식28
아미29
황혼32
절정34
노정기35
소년에게36
독백38
호수40
자야곡42
교목45
꽃46
반묘48

2.한개의별을노래하자

춘수삼제49
한개의별을노래하자51
편복53
서울55
바다의마음57
해조사58
서풍63
남한산성64
초가65
실제67
광인의태양69
말71
만등동산72
소공원73
주난흥여74
근하석정선생육순75
연보76
아편78

3.이육사의산문

산사기79
횡액85
청란몽90
연인기94
계절의표정100
현주·냉광108
전조기111
연륜115
무희의봄을찾아서121
질투의반군성130
엽서134
계절의오행135
윤곤강의시에대하여151

해설/아름답고힘찬초인의시155
연보168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분에게

육사이원록이라는이름을거명하면우리는보통독립운동가로서의그의삶을떠올리게되고,그고단하고치열했던생의내력과함께그의대표시〈광야〉,〈청포도〉,〈꽃〉,〈절정〉정도를떠올리게된다.독립운동가로서그가우리의기억속에더욱뚜렷하게각인되어있는까닭은이처럼그의생의내력과함께그의글들이남아있기때문이다.그러므로그는또저항시인으로각인되어있는것이사실이다.
육사는그의나이30이넘어시를쓰기시작해서시인으로서의경력이10년에지나지않지만그동안36편의시를남겼다.총작품수는적은편이지만시를쓴기간이나그가문학에관계된일에전념한사람이아니라는것을생각한다면그가남긴작품수가적다고할수도없다.또한그개개의작품들이일정한깊이와수준을지니고있기때문에앞서말한대표작들외에도그의시들을전체적으로검토할필요가있다.그리고충분히검토했을때그의시가단지저항시로서만씌어진것은아니라는것을알수있으며한국시사에서의그의독특한위치를이해할수있다.
육사의시를전체적으로살펴보면섬세한서정성과낭만적성향을지니고있다는것을알수있다.그렇지만결코여성적이지않으며남성적강인함과대륙적기상을보여준다.그리고그는시의완성도나기교면에도상당히치중하고있음을알수있는데한시의영향에의해뚜렷한형식미를지향하고있을뿐아니라,시인으로서의다양한면모를시를통해드러내보이고있다.
또한육사는우선투사로서의자신의길을사랑한다고말한다.강한적에게서물러서지않는일은분명자신의희생을요구하는일이지만그래도그길을사랑할뿐이라고말한다.그리고그러한기백을시로표현하겠다는것이다.이때시는,편안하고나약하게살아온늙은사람들이쓰는유언과대조된다.그는유언을쓰는대신행동을할뿐이라고말한다.
그의삶을통해서도알수있지만그는행동하는지성이었다.육사는이글에서‘행동’과‘시’를연결시키고있는데,즉자신에게는“시를생각하는것도행동이되는까닭”으로시를쓰겠다는것이다.
실제로육사시의시적공간은매우광범위하다.시적화자가그공간을누빌때그에게시는바로‘행동’이되는것이다.한편시를쓰고발표하는행위자체는독자에게영향을미치게되므로그만큼확실한행동도없는것이다.그시대적배경이일제강점하의암흑기라면더욱말할나위가없다.
육사가작품활동을왕성하게한1930년대후반에서1940년대초반은일제의탄압이극심해지던시기였다.이런시기에행해진육사의시작활동은바로독립운동의일종이었고저항적‘행동’이었던것이다.그러나위의글에서말하는행동으로서의시는단지저항적행동만을말하는것은아니라고여겨진다.억압받는상황에서시를통해평온했던과거를회상하고환상의세계를여행하는것은하나의탈출구를만드는일이될것이기때문이다.
이육사가부단한감시와검속을겪고있던동안에도계속시를썼다는사실을생각할때,그는남달리초강楚剛한기질을타고난사람이라는것을알수있지만근본적으로그는삶과시를따로놓고생각하지않았다는것을알수있다.물론그러한배경에는어려서부터한학을공부하고한시를짓는훈련을하였으며장성하여서도여러문학서를두루섭렵한경력이있는것은사실이다.
육사의행동으로서의시에는그러므로그의삶과생각과뜻이고스란히담겨져있다.그의시에는비극적인현실을바라보는눈이있고잃어버린고향을그리워하는마음이있다.그리고그러한현실에주저앉지않고나가서싸우려는투지가있으며,그투지뒤에는그의높은기개가서려있다.또한그의시에서는이상세계가오고야말것이라는확신으로현실을초극하려는의지를엿볼수있다.
육사시에서비극적상황을표상하는이미지로밤,겨울,사막등이자주등장한다.그런데그의시에등장하는박쥐는영원히어둠속에서살아야하는존재이다.그러므로박쥐는운명적으로어둠을벗어날수없는존재,가장비극적인존재이다.박쥐의비극성을더하기위해다른종들이등장하는데,우선쥐는일제에순응하여배부르게살아가는간신배를의미하는것으로여겨지며,대붕은쥐와반대로큰뜻을품고만주,베이징등지로독립운동을위해떠난사람이거나이상주의자,혹은초월의경지에이른사람을빗댄것으로보인다.
박쥐는이도저도따르지못한채‘고독한유령’처럼남아있는존재이다.박쥐는비둘기처럼사랑을속삭이지도못하고,앵무새처럼불만을말하지도못한다.그리고딱따구리처럼큰소리를울리지도못한다.종족과고향과영화롭던역사를잃고갈곳이없는박쥐는가엾은존재일뿐이다.그러나그가엾음을말하는시적화자의목소리는동정이아니다.그것은절규이다.이미말했듯이그박쥐는육사를포함한우리민족전체이기때문이다.
육사는경북안동출신으로퇴계退溪선생의14대손이며,그의외가는선산善山허씨가문이다.그의모친은왕산旺山허위許蔿의종질녀이고일헌一軒허규許珪의누이되는분이다.왕산은합병때에의병을일으켰던분이며,일헌은항일지사인데육사는그분들의영향을받았던것으로알려져있다.이러한집안내력을보면육사는선비와투사의피를물려받았다는것을알수있다.김종길은육사성격의두가지특징을초강과풍류로드는데,이는동시에전형적인한국선비의기질적특징이기도하다고말한다.
선비의기상과굳은절개,그리고풍류를아는멋스러움은그가투사이면서시인이되는데큰바탕이된자질이다.육사의이러한성격과자질은시에그대로드러난다.
일제강점기에높고곧은정신을지닌사람들은몇가지행동양상을보여준다.어떤사람들은독립운동가로투쟁의현장에서활동했고,직접활동할수없는일부지식인들은우리의말과글을통해민족혼을각성시키기위해노력했다.이도저도할수없는사람들은아예침묵으로항쟁했다.육사는앞의두가지일을동시에행하였는데,그만큼그의시에는저항정신과비극적현실을극복하고자하는의지가두드러진다.
육사의시는냉철한시대인식을담고있다.그는시를통해비극적인현실에고뇌하고민족의운명에대해절규하면서다른한편아름다웠던과거와잃어버린고향을그리워한다.그러나우리는그의시에서암울한현실에안주하지않고싸워나가는,그러면서도그싸움을힘겨워하고불안해하는한인간을만날수있다.
실제로당시그의행동에는큰시련과고통이뒤따를수밖에없었을것인데그는그러한고통과불안의식,방랑의식을모두시속에담아낸다.이런시를통해우리는인간으로서의육사의모습을볼수있다.
그러한고통과방랑의식이있었으므로그는진정한투사가될수있었을것이다.육사의행동하는투사로서의모습은그의시에서높은기개의시학으로펼쳐진다.그는시에서말처럼힘차고교목과같이높으며바다와같이넓은정신세계를보여준다.
그의이러한정신세계는암흑의현실을극복하고초월하며밝은미래를열어밝힐의지를표명하는데큰바탕이된다.그는시를통해밝은미래의도래를예견하는데,그것은막연한희망과기다림의노래가아니다.그는비록작은것이지만하나하나실천함으로써미래를개척해나가자고말한다.이러한육사의시는단지시로서만말해진것이아니라그의정신과행동을그대로보여준것이기에정직하며,그래서더욱감동적이다.
육사의시는또한높은미학적가치를지니고있기에한국문학사에서중요한한위치를점할수있다.
시인이기본적으로낭만적성향을지니고시적기교를위해노력하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이다.그러나육사시의특징은낭만과기교,그어느쪽으로도기울지않고그것을수용하면서현실인식과저항의지를드러냈다는것이다.
그의저항시는당시의저항시들과는다른위치에있는데,우선카프류의저항과도다르지만만해나소월이보여주었던여성주의적저항방법과는또다른각도에서강렬한대결의자세로남성적인저항을시도하고있다.
초인과같은늠름한기상의대가적풍모를통하여적극적인투쟁과저항의치열성을보여주는동시에육사는은근한고전정서를바탕으로한선비의식을은연중에보여주고있다.이처럼다양한시적면모와행동의시학으로육사의시는우리시사에독특한위치를차지하게되는것이다.그것은결코소홀히할수없는한국시의한업적이라고할수있겠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