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와 입술

눈동자와 입술

$7.30
Description
역사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자유와 한국 문학의 사상을 모색하고 재검토해온
문학평론가 임헌영 수필집 | 범우문고 333《눈동자와 입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다름 아닌 인생들!’
그 인생살이와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통찰
이 책은 1966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으로 등단해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임헌영의 수필집이다. 20대 중반부터 평론을 써온 지 어언 60년 동안 평론으로 해소할 수 없던 인생살이와 이런 생각 저런 망상을 자유롭게 털어놓은 순수하고 서정적인 20편의 산문으로 엮어냈다.
저자는 루쉰이 소설이 아닌 글들을 모아 펴내면서 붙인 명칭 ‘잡감문(雜感文)’을 예로 들어 ‘인생은 오십 보 백 보’이며 “백 보 밖에서 보면 누구나 잘나 보이지만 그 안으로 가까이 다가서 보면 다름 아닌 인생들”이라고 말한다.
표제작인 〈눈동자와 입술〉은 저자가 수록작 〈금빛 게으른 울음〉과 더불어 ‘사무사(思無邪)의 경지’라 칭하며 ‘가장 아끼고 싶은 서정적인 글쓰기의 전형’임을 밝히고 있는 만큼 문학평론이 지닌 냉철한 특징과 대비되는 서정적인 면모를 기대하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아득바득 살다가도 가끔은 감상에 촉촉이 젖어들면 아비규환에 복마전인 세상이 갑자기 아름다워질 때도 있다.” 삶은 나에게 어떤 감상이 찾아오느냐에 따라 ‘갑자기’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그 순간을 붙잡아 써 내려간 산문들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상을 자극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희로애락애오욕의 모든 감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연권이기 때문에 그걸 속시원하게 잘 발산만 하면 웃음에 뒤지지 않는 행복 노다지라는 게 내 경험이자 인생철학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정신적 열락에 드는 경지를 〈통곡의 철학〉 〈데모니쉬 혹은 지랄〉에서 다루고 있으며,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라는 유명 가수의 가사(BTS, 〈ON〉)처럼 미친 듯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자신도 가끔 미쳐야 어울릴 수 있다는 위트와 통찰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동호회 방문기를 다룬 〈소설 깊이 읽기 모임〉, 단테가 바람둥이들이 가는 제2지옥에 걸맞은 형벌을 태풍으로 묘사했듯이 만국 공용어인 ‘바람’을 흥미롭게 다룬 〈바람둥이들이 가는 지옥〉 〈돈 후안과 카사노바〉, 그 밖에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은 고향 이야기와 대학 생활의 신변잡기, 존재의 영원한 고향인 어머니를 애도하며 쓴 글이다.
범우문고 333 《눈동자와 입술》에 수록된 순수하고 서정적인 작품들은 두께 있는 인생 경험의 풍부함으로 삶을 통찰한 임헌영 문학평론가가 제시하는 또 다른 세계다. 무겁고 어려울 것만 같은 평론의 세계를 지고 살아온 저자가 그 자리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를 담아 짜임새 있는 얼개로 들려주는 인생살이와 삶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임헌영

1941년경북의성에서출생.안동사범학교졸업,초등학교교사.중앙대학교국문과및대학원수료.재학중《중대신문》기자로활동.1966년월간《현대문학》을통해문학평론가로등단.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객원교수.중앙대학교국문학과겸임교수.민족문제연구소부소장을거쳐소장.줌으로수필창작및세계문학기행강좌진행.저서로《불확실시대의문학》《임헌영의유럽문학기행》《한국소설정치를통매하다》,대담집《문학의길역사의광장-문학가임헌영과의대화》등이있음.

목차

이책을읽는분에게·7

통곡의철학·15
데모니쉬혹은지랄·21
30초안에화가라앉히기·27
운명론에대한변증법적만상·33
국민보건체조+낙지춤·54
보통사람들의행복찾기·64
바람둥이들이가는지옥·74
국민재산이동관리법·81
종로네거리의녹두장군·88
돈후안과카사노바·97
금빛게으른울음·106
눈동자와입술·117
내문학의도장월계다방·125
소설깊이읽기모임·135
도사이외수와김봉준·143
오동나무아래거북이사는동네·153
부자만드는명당금성산·159
5·16쿠데타학번의대학생활·165
이산가족상봉기·179
구쳔의가도변치안는다·191

연보·203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분에게|

모파상은문학에매달려“나를위로해주오.나를즐겁게해주오.나를슬프게해주오.나를감동시켜주오.나를꿈꾸게해주오.나를웃게해주오.나를두렵게해주오.나로하여금눈물을흘리게해주오.나를사색하게해주오”라고애원한다.
그러려면누구나푸근하게쉬어가고싶을정도로인간미가넉넉하거나,입심에재기넘치는감수성까지갖춰야하건만나라는인간은그저무덤덤한게영밥맛이니글쟁이로는턱없이모자란다.
부족한사람이뭔가하려면남다른피와땀과눈물로얼룩진체험이나탐색,혹은하다못해깊은사색이라도해대는열성밖에없다.그런데나는도통그런정성도쏟을줄모르는데다약간게으르면서도간접체험으로도감쪽같이땜질할수있는직업인문학평론가가되어버렸다.20대중반부터내어깨에달고그걸로밥을먹어온지가어언60년이가까워오건만연륜이쌓일수록첩첩산중이다.
그갑갑한인생의후반길에서살짝객기를부려본것이수필쓰기다.굳이변명하자면평론만으로는뭔가내답답한인생살이를토로할길이없기에고백이나하소연처럼틈새시간에써댄글들을나는‘잡감문(雜感文)’이라부르기를좋아한다.
이술어는작가루쉰〔魯迅〕이소설이아닌글들을모아펴내면서붙인명칭으로,원래뜻이야온갖상념과잡념들이란취지겠지만사실인생살이그자체가따지고보면너나없이다‘잡놈’에서오십보백보아닐까.백보밖에서보면누구나잘나보이지만그안으로가까이다가서보면한낱잡놈에다름아닌인생들!그러니잡감문이란잡놈의이런생각저런망상일수밖에없다.루쉰의잡감문중이런게있다.
한고귀한댁에서아들을얻어한달을맞아축하잔치를열었다.100일축하연인우리와는달리중국은한달만에우리의백일잔치같은행사를한단다.축하객들이란어디든덕담을늘어놓기마련이라그아이가자라면부자가되겠다거나높은벼슬을하겠다는등태연스레거짓예언들을남발해댔다.
그런데인간이란존재는이런중에도꼭엉덩이에뿔이나서어깃장을놓는사람이있기마련이다.그런흰소리가거슬렸던한사나이가“이아이는분명죽을겁니다”라는만고의진실을선포했다.그러자죽도록얻어터진이정직한인간의하소연에대한모범답안을루쉰은아래와같이제시한다.

“선생님,저는거짓말도하기싫고,얻어맞기도싫어요.그러면어떻게말해야하지요?”
“그래,그럼이렇게하려므나,우와-!이아이는정말!이걸보세요!얼마나…어이구!하하!허허허헛,허허허허!”
-(루쉰〈헛,허허허허!〉《아침꽃을저녁에줍다》이욱연편역,도서출판창,1991)

생판거짓말에서얼버무릴만한원숙의경지에이르려면만고풍상인생계급장을몇단계나껑충넘어야할것이다.
촌철살인의경지라나도이런잡감문을쓰고싶다.
따지고보면아무런경이로움이없건만감탄사를늘어놓는그자체도정도의차이는있지만굳이따진다면거짓이거나과장법이라진실은아니지않은가.그러나진수성찬앞에서최소한이정도는하는게잡놈들의처세술이니어쩌겠는가.
이렇게아득바득살다가도가끔은감상에촉촉이젖어들면아비규환에복마전인세상이갑자기아름다워질때도있다.
아,한송이꽃,저무심한구름,그리고넉넉한하늘,어딜둘러보나바라보이는의젓한산,나무,바다,호수,무지개,아,무지개…그런글만쓰면서한유를즐길수는없을까.
아무리서정적인음악을들으며고소하고달콤한글을쓰려고용을써도어느새슬그머니냉혈한처럼따지며파고드는논리성으로빠져들고만다.
“내손에호미를쥐여다오”라고시인이상화는절규했다.망치를잡고사유하고피로쓰라고니체는호소한다.그런데나는고작냉철하게컴퓨터앞에앉아자판만두드리고있다.
어쩌다이렇게가슴이메마른도구적인인간형으로바뀌어버렸던가.평론가란직업탓일까.그러니내글이베스트셀러되긴틀린건가!
그래도혹시운좋게될지몰라?평론집보다는쉽고누구나읽을수있는책이잖아.문고본이라책값도싸고주머니에넣고다닐수도있잖아?요즘누가지하철에서책보는거봤어?다휴대폰에서만화나게임에다코를박지!참세상천박해졌지?그래도내책은볼거야,워낙재밌거든.글쟁이들은거의다이렇게착각할지몰라.어휴,제발꿈깨셔!
이런턱없는기대감으로내솜씨가허락하는온힘을다쏟아내순수하고서정적인글들만모아본것이이문고본《눈동자와입술》이다.

운명이니팔자니하는고정관념을시니컬하게다룬게〈운명론에대한변증법적만상〉이다.사주,관상이다거지팔자라도넉넉하고복스럽게살수있는요지경같은팔자고치기가얼마나쉬운가를파헤쳐본글이다.그런복된삶을위해가장절실한건건강이기에그유지비법을〈국민보건체조+낙지춤〉에서따져보았다.그러나아무리복되고건강해도언제나시큰둥하게세상을바라보며화만버럭버럭내지르는인간상들에분노조절비법을공개한것이〈30초안에화가라앉히기〉다.
요즘세상은웃음이만병통치보약이라며웃음을전파하려는온갖책들이쏟아져나오고있지만내견해는다르다.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모든감정은인간의기본적인자연권이기때문에그걸속시원하게잘발산만하면웃음에뒤지지않는행복노다지라는게내경험이자인생철학이다.실컷울거나지랄발광해대며분노터뜨리기,미운놈에게온갖쌍욕을해대기,허기졌을때진수성찬맘껏먹기등등이얼마나통쾌한가!
그래서나는감히통곡동호회,욕하기동호회,유머동호회,사랑하기동호회등등을조직하는게행복의지름길이라고주장한다.특히남의흉보기가주는쾌락은내인생삼락의하나다.
이런정신적인열락에드는경지를나는〈통곡의철학〉과〈데모니쉬혹은지랄〉에서다뤘다.세상이온통미친듯이돌아가니제대로살아가려면가끔씩은나도지랄발광해대야어울릴수있지않겠는가.
이만하면마음이좀넉넉해졌으니세상으로잠시시선을돌려본게〈바람둥이들이가는지옥〉과〈돈후안과카사노바〉그리고〈국민재산이동관리법〉이다.‘바람피운다’는건만국공용어로,단테는바람둥이들이가는제2지옥에걸맞는형벌로태풍이불게했다.그러나같은바람이라도자기멋대로혼자신명나는경우와는달리남녀둘다황홀의경지에이르는건확연히다르다는걸〈돈후안과카사노바〉를통해설파해보았다.‘국민재산이동관리’란모든도둑의별칭이라그런범죄의음습한경지를다룬글이다.
〈금빛게으른울음〉과〈눈동자와입술〉은내가가장아끼고싶은서정적인글쓰기의전형이다.그야말로사무사(思無邪)의경지다.
〈소설깊이읽기모임〉은내가경애하는작가조정래의《태백산맥》동호회방문기다.
맨뒤쪽에실린글들은내신변잡기로고향이야기와대학생활,그리고존재의영원한고향인어머니에관한애도의글이다.

항상책을낼때마다더정성들일걸후회하지만미련은버리련다.여러면에서오랜선배이자형님인범우사의윤형두회장과그계승자윤재민사장,범우사편집부에두루고마운마음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