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읽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늘과 내일
Out of connection, out of mind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현란하게 꽃 피운 이동통신은 커뮤니케이션에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휴대전화는 인터넷과 함께 인간의 삶과 사회를 엄청난 속도로 그리고 매우 광범위하게 바꿔놓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특정한 누군가에게 접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거리의 의미는 점점 줄어든다. 일본의 이동통신회사 “도코모”의 뜻은 “어디든”인데, 모바일 시대의 핵심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다. 이제는 곁에 있다고 가까운 것이 아니고, 멀리 있다고 먼 것이 아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sight” 대신 “connection”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 환경은 그렇게 삶의 감각을 근본적으로 변용시키고 있다.
신체의 일부가 된 휴대폰
특히 한국의 문명사에서 휴대전화는 각별한 위상을 갖는다. 그 어느 물건도 이처럼 빠른 속도로 보급되지 않았다. 또한 소비자들이 그 기종을 교체하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 그리고 어떤 전자제품도 이렇듯 전 국민의 개인적 필수품이 된 적이 없다. PC의 경우 대개의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personal”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휴대전화는 철저하게 개인 소유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휴대폰은 재산 목록 1호로 꼽힌다. 자기 부모의 휴대전화보다 비싼 것을 가지고 다니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그 보물단지는 웬만한 사람들의 경우 깨어 있는 동안에는 거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마샬 맥루한이 미디어를 가리켜 “인간의 확장”이라고 했지만, 휴대전화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그 개념을 구현하면서 신체의 일부로 자리 잡은 셈이다.
휴대폰은 단순히 전화가 아니다
그런데 휴대폰은 단순히 전화가 아니다. 시계, 카메라, 라디오, 수첩, 신용카드, 게임, 텔레비전, 인터넷 ……. 문명의 핵심 도구들이 휴대폰 안에 계속 탑재되고 있다. 기존의 테크놀로지들이 융합되고 시너지를 내면서 우리의 생활세계를 바꿔놓는다. 기존의 장치들이 “모바일”로 업그레이드되어 “유비쿼터스”한 세상을 열어준다. 최근에 지어지는 고급 아파트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 원격 제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에어컨, 세탁기, 가스밸브, 특정 콘센트 등을 바깥에서 아무 때나 조작할 수 있다. 그리고 모바일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날씨, 주식, 열차시각, 영화 예매 등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할 수 있고, 모바일 쇼핑과 모바일 뱅킹 금융도 점점 보편화된다. 또한 공공 기관의 민원처리에서도 토지(임야) 대장 열람 및 등본 교부, 건축물대장 등초본 발급 및 열람 신청, 개별 공시지가 확인 등이 휴대폰으로 가능하다. 다른 한편 의료 분야를 보면 “u-헬스서비스”의 일환으로 “모바일 당뇨 측정폰”이 등장했고, 가벼운 질환의 경우 온라인으로 진단하고 처방한 다음에 약 복용 시간도 정기적으로 알려주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이제는 변화를 차분히 성찰할 때
이렇듯 거대한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 그 테크놀로지 혁명을 해석하는 개념과 틀은 무엇인가. 휴대폰에 대한 잡다한 정보들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체득되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쓰임새와 유의사항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개발 가능성에 대한 지식도 속속 유통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공간은 너무 비좁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소비자로서 신제품에 대해 민첩하게 반응하지만, 그로 인해 자기의 마음과 인간관계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를 찬찬히 짚어보는 언어가 빈곤하다. 수많은 변화들에 정신없이 휩쓸리고 그 정체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또 다른 격랑에 뒤덮이는 우리의 현대사에서, 일상의 경험을 요모조모 살피면서 그를 통해 사회와 문화를 읽어내는 작업은 참으로 소홀했다.
우리에게 휴대폰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휴대전화는 과연 무엇인가. 이 자그마한 물건이 불러일으키는 생활의 혁명과 마음의 신화는 무엇인가. 언제든 누구든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의 자의식과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용되고 있는가. 몸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거의 무한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정보 환경은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빚어내고 있는가. 이 책은 그 물음을 가지고 출발한다. 사소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스쳐지나가는 경험들을 낯설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이야기 마당에서 이 시대의 풍경 또는 자화상을 함께 그려본다.
휴대폰을 단지 기술의 영역에서 이해하지 않고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휴대폰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