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젊은 날의 초상

$15.00
Description
우리 시대의 작가 이문열이 그려낸 스무 살의 고뇌와 방황
무력감으로 괴로워하는 ‘나’의 절망과 좌절
『젊은 날의 초상』은 이문열 작가의 장편소설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으로 1981년 첫 출간되었다. 70, 80년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삶을 통해 자신이 꿈꿔온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무력감으로 괴로워하는 ‘나’의 방황과 좌절을 그려내고 있다.
「하구(河口)」「우리 기쁜 젊은 날」「그해 겨울」의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 중편소설 분량으로 집필된 원고를 한 권의 장편소설로 엮은 책이다. 이문열 작가는 2020년 새롭게 디자인된 표지와 본문의 일부 단어와 문장들을 순화하면서, 작가의 말에 새롭게 이렇게 덧붙였다. “… 사랑하는 내 정신의 자식, 가열(苛烈)하여 애잔한 내 젊은 날의 초상이여. 이로써 돌아보는 작업은 끝났지만, 그것이 가슴 저려하며 품고 갈 것이 없게 된 내게는 오히려 슬픔이다.” 또한 “내 가장 큰 애착은 항상 이 책 위에 머무를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 책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부적응으로 일 년 만에 자퇴하고 방황하다 고향 강진으로 내려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한 젊은이가 만난 사람들과 고민들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이 시대적으로 70,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낯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시대이건 젊음의 특권과 젊은 날이 주는 애틋한 추억, 그리고 젊은이가 갖는 방황은 누구라도 동일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춘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청춘 성장 소설이다.
이문열 작가는 이 책에서 젊은이에게 주고 싶은 지혜의 메시지들을 문장 곳곳에 숨겨두었다. “신도 구원하기를 단념하고 떠나버린 우리를 그 어떤 것이 구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의 의지를 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진실하게 절망하라고 말하는 이 책은, 이문열 작가가 젊음에게 보내는 축사와도 같다.
저자

이문열

저자:이문열
1948년서울에서태어나고향인경북영양,밀양,부산등지에서자랐다.서울대학교사범대학에서수학했으며197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새하곡」이당선되어등단했다.이후「그해겨울」,「황제를위하여」,「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등여러작품을잇따라발표하면서다양한소재와주제를독보적인문체로풀어내어폭넓은대중적호응을얻었다.특히장편소설『사람의아들』은문단의주목을이끈초기대표작이다.
작품으로장편소설『젊은날의초상』,『영웅시대』,『금시조』,『시인』,『오디세이아서울』,『선택』,『호모엑세쿠탄스』등다수가있고,『이문열중단편전집』(전6권),산문집『사색』,『시대와의불화』,『신들메를고쳐매며』,대하소설『변경』(전12권),『대륙의한』(전5권)등이있으며,평역소설로『삼국지』,『수호지』,『초한지』가있다.
오늘의작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하였으며,2015년은관문화훈장을수상했다.그의작품은현재미국,프랑스,독일등전세계20여개국15개언어로번역,출간되고있다.

목차

1부하구(河口)
2부우리기쁜젊은날
3부그해겨울

출판사 서평

아아,처참한유적(流謫)이여!「하구(河口)」
입학한지일년도못돼고등학교에서쫓겨난‘나’는어른들처럼머리를길게길러넘기고어른들의옷을입고술이며담배같은어른들의악습과심지어는그들의시시껄렁한타락까지흉내내고있었지만나이로는여전히아이도어른도아니었다.그렇다고학생이랄수도건달이랄수도없었다.이렇게가다가는어른이되어도평균치의삶조차누리지못하게될것같은불안에휩싸인나는강진에있는형에게도움을요청한다.소규모모래장(모래파는곳)을운영하는형사무실에서서기로일하면서검정고시를준비한다.희뿌연안개와갈대가인상적인강진에서그의기억에남는또다른하나는‘가난’이었다.모래장일을하면서술과싸움으로매일난투극을벌이는최광탁과박용칠,마을과떨어진곳에사는별장집오누이,친구서동호와그아버지의과거,장티푸스로열이올라쓰러져가면서공부해야했던나의참담한하루들….마치상류에서떠내려온찌꺼기들이조금씩쌓여하구(河口)에커다란삼각주를만들듯,이곳저곳에서흘러든사람들의이야기.

“아,그기쁜우리젊은날”
대학입학과함께쓰라린낭인생활을청산한나는겨우등록금과한달치하숙비만들고서울로올라왔다.먼저나를괴롭히기시작한것은입학과동시에시작된가정교사생활이었다.대학수업도,똑같은장소를매일일정한시간에오락가락해야하는것도차츰성가셨고,특히낭인시절에굳어진늦잠자는버릇으로첫강의시간에무사히대는것은거의고통스럽기까지했다.그러다학교도서관에서만난동급생하가와,한모임에서만난김형은그렇게나의길동무가되어주었다.동료들은그런우리세사람을싸잡아‘세철학자’라고불렀다.우리는술을같이먹으러다녔고,축제를즐겼으며,문학서클도함께했다.
대학생활중잊지못할연인혜연도있다.하지만그녀와나는살아온과정부터가일부러대비시키려고찾아세운듯달랐다.고아나다를바없이떠돌며자랐고,배움의태반을정규학교를거치지못한채대학에온나에비해,그녀는유복한가정의울타리안에서초등학교부터명문만을골라거쳐온영양(令孃)이었다.어긋날수밖에없었던사랑놀이,그리고김형의갑작스러운죽음….나는이제이도시,서울을떠나고싶다.그때기실나를내몬것은이지적인이유라기보다는그이년의피로와혼란,그리고김형의죽음으로자극된까닭모를허무와절망의분위기였다.한때는아픔이요시련이었으되이제는다만애틋함이요그리움일뿐인,아,그기쁜우리젊은날.

그해겨울,진실로절망하라
그해겨울나는경상북도어느산촌의술집에서허드레일꾼으로일한다.처음나는광부가될작정으로강원도로갔지만그때만해도밥벌이가쉽지않을때라,난데서굴러들어온신통찮은건달에게일자리는쉽게구해지지않았다.내가있던그술집은조그만산골면소재지에서는지나치리만큼큰규모였다.평소여관으로쓰이는그집의아홉이나되는방은잎담배를감정해야하는시가가오면그하나하나에모두색시가있는시골요정으로변했다.감정원의육안으로등급판정이매겨지기때문에이시기에는매일술자리와섹시들의간드러진웃음소리로넘쳐났다.경작자들의아첨에둘러싸인그감정원들.그중에서도갑?을감정으로불리던두사람은무슨당당한제왕과도같았다.그리고그곳의색시들….그녀들의생활은일견유쾌하면서도눈물겨웠다.
전날밤과음한탓으로목이타깬어떤새벽우연히듣게된목소리들은날이갈수록치열해졌다.‘어쩌면너의출발은용감하고뜻깊은것이었다.너는이미만들어져있는세상의여러가치를거부하고스스로찾고확인하기위해떠났다.그렇지만지금너는엉뚱한곳에서젊음과재능을낭비하고있는것이나아닌지.이시간도영악하고날랜아이들은수없이너를앞질러가고있다….’
나는바다로떠났다.눈보라를헤치고걷던중한읍내에서여관을찾다가우연히사촌누이를만난다.내가강진에서어렵게열아홉을넘길무렵그녀의불행한사랑에대한풍문을마지막으로나는거의그녀를잊고지냈다.그녀가어떤처자있는남자를사랑해인생을망쳐버렸다는소문이었다.그녀는나에게“걱정마라.절망이야말로가장순수하고치열한정열이다.사람들이불행해지는것은진실하게절망하지않기때문이다.너도”라고말하며진실하게절망할것을권한다.눈내리는삼십리재를넘으며나는칼갈이사내한명을만난다.그리고그칼갈이사내는그자신만의사연으로,나는나만의이유로같이바다로향하고있었다.‘이제말하라,바다여.나를부른까닭을.무슨일로그렇게도흉흉하게또는은근하게내불면의밤과옅은꿈속을출렁이며휘저었는지를.나는온몸으로귀기울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