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내가슴을괴롭게하는아이‘카논’
그리움이자희망,존재만으로의지가되었던아이‘유즈’
“우리는전혀다르고,그래서서로가필요했다.”
『빛이있는곳에있어줘』의작가이치호미치는BL장르를중심으로50권이상의저서를발표하고소위‘BL장인’으로활약하며독자를단숨에사로잡는탄탄한필력을쌓았다.일반소설집필이후출간된단행본이연달아나오키상,일본서점대상후보에오르며화제가되었고,2024년제171회나오키상을수상하며일본에서가장주목하는작가로발돋움했다.
특히이소설은남다른섬세함을가진작가특유의세계관이잘드러난작품으로,벌어지는사건속인물의감정을풍부하게표현하면서도,몰입을부르는개연성있는전개,불필요한오해를줄이고두사람의감정에집중할수있는교차시점의구성등으로두여성이가진여러층의서사를두텁게쌓아올려,이야기자체의재미를오롯이느낄수있게한다.
소설의주인공‘코타키유즈’와‘아제쿠라카논’은의식주에서부터사고방식까지공통점을찾기힘들정도로완전히다른환경속에서살아왔다.그러던어느날우연한만남으로7세,15세,29세인생의가장빛나는시기,각자말못할힘겨운시간을견디고있던두사람은가족에게서조차받지못했던진심어린위로와감정을주고받는다.
유즈를만나기까지나는생각없이멍하니살고있었다.얼굴도모르는아빠,자신만의세계에서공주님이었던엄마,멀리서에워싸는주변사람들,웃음거리로삼는반친구들.생명이있는선명한존재는황록이뿐이었다.하지만그날,나를향해두손을뻗어준유즈를만나진짜내인생이시작됐다.색과소리와감촉을느끼고,철봉의쇠냄새와빛의따뜻함을사랑스럽게느꼈다.함께보내는1초가그이전1년보다더가치있었다.(p.400)
함께하는순간이꿈처럼반짝이는듯행복했던두사람은,비밀스러운기억을공유한채서로에게깊이스며든다.그러나행복한순간은찰나였고이별이찾아온다.어쩔수없는상황에의해헤어진이들의마음에는그리움과안타까움이차곡차곡쌓인다.긴헤어짐의순간에도서로에대한변함없는마음을간직하던두사람은스물아홉,어른이되어재회하고운명처럼다시서로에게이끌린다.
함께하는행복한순간이영원하기를바랐던두사람
‘빛이있는곳에있기를’바라는마음이빚은세번째이별…
“우리,다시헤어지지않을방법은없는걸까?”
일평생잊으려해도절대잊히지않는사람이있다.각자의인생에너무나소중한것으로자리잡아다른무엇과도대체할수없었던애틋한마음이만든이이야기는아직철이들기전부터시작되었다.
일곱살,엄마를따라낯선빌라단지를방문한유즈는자신과는어딘가많이다른카논을만나게된다.부유하지만자신에게무감정한부모밑에서자란유즈,가난한형편에많은시간을혼자보내야했던편모가정에서자란카논.살아온환경이완전히다른두사람이지만,자신의존재를긍정해주는따스한말과행동에서로에게위로받는다.
열다섯살,깊숙이간직한기억속에만존재하던카논이같은학교교복을입고유즈의앞에나타난다.고등학생이라는어중간하고불안정한시기의유즈는카논과의재회에반가움과두려움,끌림이라는복잡한감정변화를느끼지만,자신의마음을터놓을수있는존재는카논뿐이라는것을깨닫고함께소중한추억을쌓는다.그러나엄마의상황에의해떠날수밖에없는상황에놓인카논은강렬한입맞춤을남기고유즈의곁을떠난다.
스물아홉살,남편과함께바닷가마을로이사온유즈는그곳에서가족과함께작은가게를운영하는카논을운명처럼다시만난다.시간이흘러도강하게이끌리는두사람은다시한번서로의일상에,심장에깊이스며든다.
나는줄곧카논을만나고싶었다.하지만그러지못해서이제평생못만나겠지,하고포기하고있었다.카논은옛날보다더욱무시무시하게느껴질만큼예뻤다.사춘기의때를벗고서진주처럼함초롬하고부드러운빛을내뿜고있다.일곱살때도열다섯살때도그리고지금도,그애는내눈길을순식간에사로잡는다.(p.219)
헤어질수밖에,만날수밖에없게하는두사람을둘러싼필연적인상황들은이들이매순간서로에대한애틋한마음을한층한층쌓는기폭제가되고,함께하는시간이쌓일수록서로를향한마음은점차깊어진다.
내일이오면내일모레를,그다음을생각하고만다.이제어린애가아닌,자유롭지못한우리의현실을깨닫고만다.이미둘다가족이있고,유즈는머지않아도쿄로돌아가버릴지도모른다.세번째이별은갑작스럽지않고둘다웃으면서또만나자고말할수있을까?상처가남지않는이별을맞을수있을까?두고가는것도버려지는것도괴로우니이제는싫다.하지만드디어만난유즈에게다가가지않고지내기는불가능했다.(p.257)
『빛이있는곳에있어줘』는파도처럼밀어닥친어쩔수없었던두번의이별,두번의재회를거듭하면서펼쳐지는이야기를담고있다.때론가혹하고때론안타까운상황을맞이하며고민하고흔들리면서도서로를위하는마음은굳건하다.소설의테마곡이라고할수있는「캐논변주곡」의선율처럼소소한행복을잠시나누다이별하기를되풀이하는이이야기에는분명한결말이없다.이들을‘이름붙일수없는관계’라표현했던작가의말처럼이들의관계를가리켜사랑이라거나우정이라거나혹은다른무엇이라고말할수도있을것이다.이렇듯규정할수없는이들의이야기가읽는이의마음을뒤흔드는까닭은,이소설에반짝이는무언가가가슴을꽉쥐거나간질이는애절함을만들고있기때문은아닐까.어떤모습이든무엇을하든그자체로사랑한다는소설속유즈의고백의말에서느낄수있듯이소설에서가장빛나는건,두사람의한결같은마음이다.사랑하는사람이‘빛속에있길’바라는한결같은마음에대한이이야기의여운은마지막페이지를덮은뒤에도눈부신잔상으로남아오래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