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책애호가라고생각하는사람에게
이책은혼자만의코첼라페스티벌이다.”
수상할정도로오래된런던소서런고서점(1761년설립,놀랍게도실존)
수습직원의판타지같지만전부실화인희귀서적세계회고록
『기묘한골동품서점』속이야기의무대인런던새크빌스트리트에위치한헨리소서런사(영국요크에서1761년오픈해이후런던에자리잡음)는실존하는공간이다.창립첫해부터매년“소서런이망할때까지1년정도남은듯”이란말을들어오면서도꾸역꾸역런던의랜드마크로자리매김했다.이책은21세기디지털시대의‘일반적인’서점의제기능을하진못하지만그들만의방식으로가늘고길게유지되는어느특이한헌책방에서벌어지는다채로운삶의이야기를담았다.
소서런의수습직원으로수년간일했던저자는사방에널린낡고기이한책더미,정체불명의골동품,아날로그의현신인듯한동료들,기상천외한고객들과맞닥뜨리며겪은온갖사건사고들을영국식유머를섞어써내려간다.고서점,골동품등다소아련한키워드와는상반되게,이서점일지는기면증탓에아직직업사회에서제자리를찾지못한한젊은영혼이수상쩍은사람들로가득한(거의)첫직장에서겪은혼란기이자모험담에가깝다.
저자는고군분투하며고서적과희귀서적업계라는지하세계가어떻게구성되어있는지탐구하고,이세계를간신히지켜내고있는중인지독한애호가들(매일같이들이닥쳐해결불가능한요구를하는책덕후들,가격책정에있어한치도신뢰할수없는판매상,아무도소장하고싶어하지않을것같은,나아가존재하는지조차의문인책만호시탐탐노리는수집가들)과의믿기지않는실화들을마주한다.갖가지고생과고난에도불구하고이회고록은결국지나가고사라질아날로그시대,일종의사양산업계에대한존중어린시선과애정을담은수다로가득하다.동시에‘평범하지않음’,‘이상하고희한함’,‘오래되어남루함’이최고의찬사가되는비밀스러운책의세계에띄우는일종의러브레터이기도하다.
“별과별을이어별자리를그리던고대의이야기꾼처럼,
저자는책과사람을이어환상적인이야기를들려준다.
유쾌하고,사려깊고,매력적인이야기를.”_금정연
독자들께털어놓자면,면접때나는공연장에불려나온물개처럼고개를끄덕였다.수습직원월급이『오래된골동품상점』(1840년부터연재를시작한찰스디킨스의소설)시대에붙박인것처럼느낀건사실이지만,나는그보다적은월급에도이미익숙해져있었다.
돌이켜보면나의여정이이처럼간단히시작되었다는게재미있기만하다.별성의없이만든광고하나를온라인에서우연히발견하고,슬쩍면접을보고,빠른속도로구두를닦고나니(그날한번뿐이었지만),나는희귀서적판매인이되어있었다.
_‘책머리에’중에서
몇년전,백수였던이십대청년이자이책의저자올리버다크셔는런던의번화가와는거리가먼새크빌스트리트에위치한쥐죽은듯고요한매장으로발을들여놓았다.전세계에서가장오래된서점,소서런의수습직원면접을보기위해서였는데이것이그의끝없는불운의시작이었다.그는딱일년만일하고서먼지를덜뒤집어쓰면서월급은더많이주는제대로된일자리로옮겨갈생각이었다.
그러나오래된책들의매혹적인냄새와분위기,누구도지적하지않는업무중낮잠시간(저자는기면증을앓고있어다른직장에서는게으른노동자라는낙인이찍혔다)의유혹을뿌리칠수없었다.그는곧책더미를파헤쳐초판본을발굴하고,3미터나되는장대를들고말많은방문객들을요리조리피해다니며,종종출몰하는(그렇다고믿는)유령(서점근처에서교통사고로세상을떠나사업에미련이남은고소서런씨)을화나지않게하는요령을익혀나간다.
곧이어이수습직원은온갖장르의방문객(책을사러오거나,팔러오거나,혹은이와는아무관계없는목적으로출몰하는)들을상대하며점차레벨업을하게되는데…….안타깝게도함께일하는직원들은하나같이‘빈티지’라기보다아날로그,구식에가까운업무방식을21세기에도유지하고있다.저자의동료들은인터넷을‘브라키오사우루스의등에파리한마리가내려앉은정도’로만여기며,여전히‘모든사람들은깃털펜을사용해야한다’고말하는이들이다.설립250주년도넘어선서점의곳곳은기묘하지만가끔은멋진고객들,혼돈과혼란그자체인책장들,라벨이라곤없는열쇠뭉치,무려독이든책,심지어책도아닌온갖골동품들로포화상태를이룬다.
“헌책방에서몇시간씩정신을놓고있어본적있는사람이라면꼭읽어야할책!”
“이책의재미있는페이지들을훑어보는건좋은서점을둘러보는일만큼만족스럽다.”
“신비롭고기괴하고경이로운세상을매혹적으로압축했다.모든페이지가즐겁다.”
이책은소서런이라는역사적장소를바탕으로‘고서점에서일한다는것’의의미를탐구하는직업에세이인동시에희귀서적거래가이뤄지는베일에싸인생태계를탐구하는입문서이기도하다.고서적,희귀서적,그리고골동품거래산업의생생한비하인드스토리를풀어내면서,이해할수없을만큼괴팍하고정직하게수십년간한가지일에몰두하는사람들에대한존경도함께담아냈다.등장인물중많은이들이고장난물건을버리지못하며,인터넷과컴퓨터등현대문물과는‘냉전’상태로지낸다.저자의표현대로라면(본인포함)사회성은조금떨어지지만,아주오래된것,좀더나아가면‘영원’같은어떤이상향을마음속에품은이들이다.
소서런은서점이라기보다는박물관에가까운느낌이들정도로고풍스러운공간이다.16~21세기에이르는수많은서적들을소장하고있으며,유명작가의수기원고와초판본등은물론이고사인본도존재한다.이처럼소서런은문학적기쁨으로가득한보물창고지만,자꾸만이상한일이일어나는혼란스러운장소이기도하다.유별난사람들을끌어당기는마력이있는건지어디가서입밖으로꺼내지못할특이취향을가진고객들,사람가죽으로제본한책에대해몇시간이고떠들어대는고객들,때로는공격적인태도로불법적인물건을요구하는고객들이공존한다.이들과맞서는동안저자는희귀서적거래시사용하는불가사의한용어,우스꽝스러울만큼시대에뒤떨어진관행,가격흥정의암묵적인규칙등을배워나가며어엿한한명의책판매인으로거듭난다.
저자뿐만아니라이곳의직원모두는고서적을판매할뿐만아니라중고책을사들이고,경매에참석하고,망가진도서를복원하고,수많은책장을뒤져고객맞춤형책을건네고,오래된고객들과손편지를교환하는일까지가업무영역에포함된다.각자자신만의선을가지고어떤책을누구에게팔지를선택하는재량을가지고있다.결국이들모두의바람은소중한책이온당한장소에서오래도록읽히며보존되는것뿐이다.무언가를묘사하는첫문장이‘옛날옛적에…’로시작할법한무척이나오래된서적과작품들에대한애틋함,그리고아날로그와빈티지,나아가유구한역사를지닌예술그자체에게건네는저자의사려깊고진심어린‘리스펙’을이책을읽은독자들도공유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