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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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Description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여성이 아니라 사회다
하재영 작가ㆍ하미나 작가ㆍ장혜영 국회의원 추천!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5 영국 언론상 수상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
〈코스모폴리탄〉 〈레드〉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여성
BBC 선정 ‘우먼스 아워 파워 리스트 10인’

로라 베이츠는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의 두 번째 퇴고와 세 번째 퇴고 사이에 서비나 네사가 죽었다. 이 책이 출간될 때쯤에는 또 다른 여자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남자가 그녀를 탓할 것이다. 이것은 독립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일은 한국에서도 있었다. 2023년 8월 17일, 서울 시내 한 등산로에서 출근 중이던 여성이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 성폭행, 살해당했다. 대낮에 일어난 일이었고 범행 동기는 “강간이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왜 여자가 혼자 운동을 하러 거기에 갔냐’ ‘당시에 무슨 옷을 입었냐’ 등 피해자를 향한 도를 넘는 2차 가해와 강간 신화(강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믿음)는 현재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진행 중이다.
로라 베이츠는 2012년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차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라는 사이트(everydaysexism.com)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50명 정도가 사연을 올릴까 예상했지만,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10만 개가 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고, 오늘날에는 2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다. 선두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로라 베이츠는 2015년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영국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온 온갖 불평등 이야기들, 성차별적인 농담,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직장 내 차별, 성추행 등의 사건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각자의 ‘목록’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일상화된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의 제도적·구조적 시스템에서 찾는다. 그 누구보다 평등을 지향해야 할 교육, 경찰, 사법, 정치, 언론이 어떤 식으로 여자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그들의 입을 막고 좌절하게 하는지 들여다본다. 《목록》은 여자로 살아가며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의 기록인 동시에 더 이상 그것이 개인의 일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선언이다.
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문제는 여자가 입고 있던 옷도, 몇 시에 어디를 갔는지도, 소극적인 성격도 아니다.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다. 많은 경우 이는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 장애인 차별, 트랜스젠더 혐오, 무슬림 혐오 등의 편견과 얽혀 있기도 하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가? 장혜영 국회의원이 말했듯, “시스템을 바꿀 이유와 힘은 이미 우리에게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길래 이걸 말로 해야 한단 말인가? 오늘날 우리가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어야 하는 이유다.

저자

로라베이츠

LauraBates
영국의페미니스트이자베스트셀러작가.여자들이일상적으로겪는성차별사례를들어보자는취지로2012년‘일상속성차별프로젝트EverydaySexismProject’라는웹사이트를개설했다.2015년전세계각지에서도착한사연은10만건에이르렀고,현재20만명이넘는여성들이목소리를냈다.이작업은오늘날까지도계속되고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를졸업하고프리랜서기자로활동하며정기적으로〈가디언〉,〈텔레그래프〉등에글을썼다.일상속성차별프로젝트를통해모은이야기들을바탕으로첫책《일상속의성차별》을비롯해여러권의페미니즘책을썼고,그공로를인정받아2015년영국언론상을수상했다.〈코스모폴리탄〉,〈레드〉,〈선데이타임스〉‘올해의여성’으로선정되었으며,BBC에서다양한분야의여성개혁가를뽑는‘우먼스아워파워리스트2014’10인에선정되었다.젠더불평등문제를해결하기위해유엔과긴밀히협력하는등다방면으로힘쓰고있다.
everydaysexism.com

목차


목록
시초
가부장제?무슨가부장제?
‘독립사건’
미꾸라지
피해자를심판대에올리기
정치와특권
대중매체의여성혐오
점과점연결하기
여자가아니라시스템을고쳐라

2023년판후기|감사의말|주|피해자지원단체

출판사 서평

“이폭발적인책이차별은없다고말하는
사람들의세계를깨부수기를.”

우리는지나치게자주여자를탓한다

전세계적으로거의매일여성들은남성들에의해살해당한다.하지만대개우리는그여자들의이름조차모른다.언론에머리기사라도한줄실리는경우는극소수이고,어떤사건이일어났을때사회는이를‘극히드문’‘물흐리는미꾸라지가저지른’‘비극적인’일로치부하고사건들의상호연결성을보지못하게함으로써시스템차원의해결책을논외로만들어버린다.그리하여어떤사건이일어났을때사건의원인과예방과해결책은또다시여자의몫이된다.
가부장제의억압을‘개인의선택’으로치부하고여자를비난하는일은안전하고쉽다.문제를일으키는것이여자들이라면시스템을바꿀필요도,누군가가책임질필요도,제도를개혁하고구조적문제를뿌리뽑을필요도없다.그결과여자들은괴롭힘,폭행,강간,살해에서벗어나기가점점어려워진다.영국에서세라에버라드라는여성이실종된후,경찰은집집마다방문해서절대여성혼자외출하지말라고경고했다.이들의메시지는명확하다.여자들이스스로조심해야한다.남자들의집을방문해서범인을밝혀낼때까지외출하지말라고경고한사람은아무도없었다.(통계적으로범인은남성일확률이압도적이다.)

이책에는여자들이자신의일상을지키기위한긴대처법목록이실려있다.(106~108쪽)길을걷다가남자무리가있으면반대편으로가기,혼자살지않는척하려고남자목소리녹음해두기,여자친구들과헤어진후에집에무사히도착했다는문자보내기,술집에서손으로술잔위를덮고누가내술에약을타지않는지매의눈으로감시하기,쉬는시간에운동장에서벽에서있기……여자들은자신의무의식적인습관이이렇게나많다는것을알고충격을받을지도모른다.하지만대부분의남자들에게는생각해보지못한문제라는점이,여자들이이렇게불편하게살고있었다는사실을몰랐다는점이충격으로다가올것이다.

점과점의연결,이것은‘독립사건’이아니다

페미니스트활동가,작가,강연자.방송에서남자패널과피튀기며토론하고,여성들이목소리를낼수있는공간을마련하고,여러권의페미니즘책을쓴로라베이츠역시성차별을겪은순간은있었다.정확하게는‘있었다’라고단순하게말할수없을만큼많은목록이인생내내뒤따랐다.그러다비슷한사건들을연속적으로경험하게되면서처음으로‘점과점을연결했다.’이사건들이우연히벌어진독립사건이아니라서로연관되어있다는것을깨달았다.그간일상에서흔하게겪었지만무시하려애썼던목록을떠올리기시작했다.여성이라는이유만으로한사람의삶이공포,학대,괴롭힘,차별로얼룩지는것이정당한걸까?그래서여자들에게목록에대해물어보고다니기시작했다.대부분은그런질문을받아본적이없다고,아무에게도이런이야기를해본적이없다고했다.“평범한일상이니까요.”

마흔아홉살여자인나에게는이야깃거리가너무많아서어디서부터시작해야할지모르겠다.많은여자들이용감하게공개한것같은끔찍한성폭력은아니고그저평생남자들에게괴롭힘당한이야기다.우선나보다어린여자들에게미안하다는말부터하고싶다.내가이모든것을말없이참아서,대부분신고하지않아서,나에게일어난일을소리내어외치지않아서미안하다.침묵을지킨탓에더나은세상을만들어주지못했다.이런행동들이당시에는당연시되었고친구들도모두겪은일임을이해해주기바란다.너무당연해서친구들끼리거기에대해이야기를나눈적도거의없다……(29~30쪽)

이에저자는더이상그런일이일상이어서는안된다고,침묵해서는안된다고다짐했다.이야기들이모일수록다양한억압의형태간에겹치는부분,즉‘교차성’이명백해졌다.여자들은이런이야기를할때사과하는듯한,의구심가득한말투를사용했다.여자들은스스로를믿지않도록,목록에대해생각하지못하도록체계적으로훈련받아왔다.이것이바로아주오랫동안가부장으로대표되는권력을가진이들이사회시스템을통해구축해놓은억압이다.

“이제나는책상앞에앉아내목록을써내려갈것이다.”

2023년7월,대한민국정부는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을개정·강화했다.하지만그이후에도스토킹살해는계속됐다.전문가들은수사기관과사법기관이살인등중범죄로이어지기쉬운스토킹범죄의특수성을이해하지못하고피해자보호조치를‘피해자스스로판단하도록’전가하고있다고지적한다.어떤이들은그래서해결책이뭐냐고묻는다.그대답을요구받는것은대부분억압을경험한사람이다.중요한것은지금까지우리는수십년동안해결책을제시해왔다는사실이다.단지귀기울이는이가없었을뿐이다.누구보다이책을읽어야하는것은사실남자들이다.남자들을끌어내리려는게아니다.남자아이들은독립적이고강해야하며,감정을내보이거나연약함하게굴어서는안된다고,정복하고통제하고지배함으로써남성성을증명하라고교육받는다.50세미만남자의사망원인1위가자살이라는데서교육의결과가절망적이라는것을알수있다.이제는우리아들들이시스템을붕괴시키도록키울때다.

우리가개인으로서할수있는가장간단하고시급한저항의행동은우선목록을만드는것이다.차별은없다고말하는누군가의세계를부수기위해서,연대하고한목소리를내기위해서우리에게는목록이필요하다.그러니당신의목록을만들어라.그누구의이야기도아닌,당신만의이야기를담은목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