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헤매는 마음

기꺼이 헤매는 마음

$16.00
Description
뜨겁진 않지만, 미지근한 손으로라도 마침내 온기를 전하고 싶은
임승주 작가의 삶에 대한 온상
방송작가로 꼬박 15년을 일해온 임승주 작가가 ‘예민’과 ‘선의’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써 내려간 에세이 『기꺼이 헤매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날카롭게 잘 깎인 연필에서 오는 행복감, 불 꺼진 방에서 느끼는 무한한 안정감, 예민한 사람만이 캐치할 수 있는 어떤 이의 친절함. 잘 붙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 만나 오히려 이상한 따뜻함을 자아내는 이런 느낌은 임승주 작가가 말하는 삶에 대한 온상이기도 하다.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을 기민하게 포착해 내는 임승주 작가의 문장에, 지친 마음을 가만히 내어보자.

저자

임승주

1983년생방송작가.TV,라디오,유튜브,신문,잡지에필요한글을쓰며사람들의말을글로바꾸거나글을말로바꾸는일을한다.평범과중간을좋아해사람들사이에잘숨어지내면서도가끔은선밖으로나가헤매길원한다.

목차

1부방문이열리고
아이스카페라테주세요
광화문수업
그여름의6인실
대명사에지지않고
번지점프
질문하지않는힘
문방구에두고온것
그럴확률
뜨겁지못해미안해

2부‘당신’이라는세계
울면서보내기전에
개명
스트라이프군단
혼자있는시간
별점은후하게
표일배정도면어때
이런나잇값도있다
믿습니까
아는만큼두렵다

3부문밖에서가져온마음
나의동력은네모다
내빗이라니까
네약점,알고리즘
응시하는시간
책상욕欲구
인생도디렉팅이되나요
누군가에겐유작
우리,사이가안좋아

4부햇빛을따라서
어떤안간힘
이유를알아야죠
작지만확실한끝
바깥은비
어느날의텍사스히트
나무아래위로
시장과전장
‘힘내’의변주
스물다섯그녀
초심의모양
무슨소리야,재미있어
미지근한손이라도괜찮다면

출판사 서평

“안녕하지못한밤,새벽라디오에서흘러나오듯임승주작가의문장은섬세하고따뜻해서
종일무심하게던져두었던나의감정들을하나하나어루만지고다독인다.”-방송작가김란주추천

차오르고남은나날들의기록.방송작가답게삶의본질을들여다보는세심한관찰력이놀랍다.갈피마다묻어있는삶의순간순간이생생히빛난다.어느느긋한카페에서이언니에게묻고싶다."우리,아?라(아이스카페라테)한잔할래요?"-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김미향추천

이책에는예민과섬세,존중과다정,타인과나…그사이를기꺼이헤매는마음으로쓴문장들이가득하다.임승주작가는‘삶은일회용이아니니까,내재된것을쓰고버리는튜브가아니니까,바닥을찍었다고생각하는순간에도생은계속해서다른장을펼쳐보여준다’(197쪽)고말한다.그러므로‘모든말들은'그래도살아가자'는방향으로달려나간다.아무리힘들고어려운인생이어도,고통이과거형이아니라현재진행형이라해도,(...)언젠가괜찮아질내일을이유로계속해서살아가자고말을이어간다.’(221쪽)

20대중반,암선고를받고투병생활을했던그가기쁜일에지나치게기뻐하지않고,슬픈일에지나치게슬퍼하지않는데에는그만한시절이있었을터다.뜨겁지도,차갑지도않은미적지근한온도로삶을걸어가는작가는자신이얼마나생의의지가강한사람이었는지,얼마나살고싶어했는지를덤덤히말한다.이렇게자기만의온도로살아가는것이그자체로얼마나의미있는일인지문장문장을통해차분히말하고있다.

더구나그는자신만큼이나사람들사이를부자연스럽게유영하는사람이있을까잠시고민하다가도금세사람에게받은위로들을떠올리고만다.꼬치꼬치질문하지않고도타인을위로할줄아는PD선배나,열살의어린조카에게삼촌과의불화를고백한숙모에게타인을‘밀치는’말이아니라‘당기는’말의힘을배우기도했다.노동에,관계에,때로는나스스로에게지칠때도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기꺼운마음으로살아가겠다는작가의의지를곱씹으며우리또한기꺼이삶을헤매본다.

그후로누군가가자기고민의무게를내게옮겨올때마다나는기꺼운마음이되었다.언젠가약점이되겠거니계산하지않고,진솔하게말을걸어오는사람을이길수있는방법은없었다.여전히나는아무일도없는척,아무렇지않은척,괜찮다고말하는날이많은겁쟁이라서,내게괜찮지않음을고백해오는사람의대담한마음을도무지저버릴수없는것이다.(176쪽)

책속에서

첫고백이다.이름을셀프로지었다는사실은이상하게말하기가어렵다.엄마뱃속을거치지않고근본없이태어난사람처럼느껴지기도하고,자의식과잉사춘기가할법한일탈처럼느껴지기도한다.태어남과동시에주어지는선물을걷어차고내가원하는이름대로살겠다는선전포고만으로도충분히건방진데,그이름을직접짓는다는것은또얼마나건방진가.
하지만2007년의나는‘행복은셀프’라생각했고,더이상뒤를돌아보기싫었다.새로태어나고싶었다.2007년10월12일.직접지은새이름과직접쓴사유서를가지고법원으로향했다.법원까지가는55-1번버스가곧장와서는‘운이좋으려나’짐작했다고당시의일기에적혀있다.
P.83,개명

더하지도빼지도않은같은무게의관계를원하는까탈스러운성미는꽤오래갔다.조금이라도배려의추가내쪽으로기울면마음이불편했고,그렇다고너무배려해주지않으면서러웠다.스스로운신의폭을좁혀나갔던것을인정한다.이래서야,사랑은어떻게하는거지?
P.95,혼자있는시간

누군가를열렬히좋아하는사람을보면여전히신기한눈빛으로바라보게된다.맹목적으로사랑함으로써오히려생의희열과의욕을얻는사람들.사랑을주는그마음만으로도충분히충만해져더욱더뜨겁게살아가는이들의얼굴은나를설레게한다.나는끝내할수없는어떤종류의사랑을,그리도매일부어주는샘물같은이들이내곁에더많아졌으면좋겠다.그러면그사랑을찻잎삼아표일배에넣고그들의열정을미지근하게나마우려마시며대리만족하는것이다.나도그마음에대해조금은알겠다고,그들의사랑을독려하는것이내게주어진몫인듯하다.
P.110,표일배정도면어때

때로‘믿음’이란말은‘기대’와비슷한용도로쓰이기도하는데,둘은분명히다르다.기대는기대이상의것을바랄때쓰이고,믿음은있는그대로의것을믿을때쓰인다.부모가시험을앞둔아이에게“기대할게”라고말하는것과“널믿어”라고말하는것이천지차이인것처럼.또한기대는주로상대를향하고,믿음은내안으로파고드는종류일때가많다.네안에있는기대감은내가어쩔수없지만,내안에있는믿음은내가키워나갈수있다.
P.121,믿습니까

트위터명문중에‘나이먹으니까눈물이늘어.이해할수있는슬픔이너무많아져’라는문장이있다.앞으로는이해가능한슬픔의영역이더욱넓어지면넓어졌지,좁아지진않을것이다.넘어지고실패하고이별하고세상무서운것을알아가는것이삶이라고하지만,그과정에서생기는슬픔을감내해야하는것은오롯이한사람한사람의몫이기에,그것에성장이라이름붙이기까지는너무많은시간이필요하기에오늘의우리는다들힘들고,그힘들다는이야기를나는이렇게나길게길게쓰고있다.할머니가보고싶다고한마디만쓰면됐는데말이다.
P.128,아는만큼두렵다

그후로누군가가자기고민의무게를내게옮겨올때마다나는기꺼운마음이되었다.언젠가약점이되겠거니계산하지않고,진솔하게말을걸어오는사람을이길수있는방법은없었다.여전히나는아무일도없는척,아무렇지않은척,괜찮다고말하는날이많은겁쟁이라서,내게괜찮지않음을고백해오는사람의대담한마음을도무지저버릴수없는것이다.
_P.176,우리,사이가안좋아

하지만삶은잼이나로션처럼단순하지않아서비틀고쥐어짤수록,때로는바닥을드러낼수록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곤한다.그것을가능성이라표현하면좋게만느껴지지만결국가능성의언덕을넘기위해서는진통이따른다.기나긴생애주기에서완벽하게끝이보이는일이나관계란좀처럼만나기어려워서숨이차고,지치고,이제좀접어두고쉬고싶은순간에도좀처럼끝을보여주지않는다.삶은일회용이아니니까,내재된것을쓰고버리는튜브가아니니까,바닥을찍었다고생각하는순간에도생은계속해서다른장을펼쳐보여준다.
P.197,작지만확실한끝

나는지금의나의온도가좋다.펄펄끓다가식은게아니라,차가운데서서서히따뜻해지고있는내가.살면서아프기도하고상처입기도하면서서서히식어가는내가아니라,반대로서서히데워지고있다는사실에위로를받는다.새벽에태어나아침으로나아가듯점점빛이더많이드는삶.여전히어느날은외로운위도에서태어난것을원망하면서어린아이처럼굴때도있겠지만,또어느맑은날에는삶의의지를충분히흡수하고마음에열을올리는날이있을것이다.
그렇게만들어진나의온도.아직미지근하지만,그래도잡아보면온기가있는손.그런미지근한손이라도괜찮다면,이제는누군가의찬손을잡아주고싶다.
P.247,미지근한손이라도괜찮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