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25.00
Description
“이 미친 차별이 대수롭지 않다면, 당신은 방관자거나 가해자다.”
미국의 유구한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단 하나의 창
2008년부터 논의된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성별·연령·인종·피부색·민족·출신 지역·장애·종교 등으로 국민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보편타당한 내용의 이 법안은 14년째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차별로부터 자신의 존엄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이 낭자한 시대,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문해야 한다. 스스로가 쉽게 혐오를 일삼는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차별임을 알고도 묵인하는 방관자는 아니었는지 말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미국 언론 역사상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이저벨 윌커슨은 미국의 유구한 인종차별과 불평등의 이력을 밝혀온 언론인이다. 그의 근간 《카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조지 플로이드 과잉 진압 사건으로 미국 내 인종 갈등이 첨예하던 시기에 출간되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1년 넘게 자리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에 이민자들이 처음 발 딛는 순간부터 미국의 불평등이 시작되었다면서, 미국의 권력 카르텔을 인도의 카스트 피라미드에 비유한다. 신성함을 무기로 억압의 역사를 만든 인도의 카스트, 유대인을 극한의 공포로 밀어 넣어 처참히 살해한 나치의 인종주의, 겉으론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계급사회 유지에 일조한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까지, 세 체제 모두 얼토당토않은 기준으로 구성원 일부를 ‘열등한 족속’으로 분류한 뒤, 소수의 이윤 독점과 권력 세습을 위해 그들에게 비인간적 행위를 일삼았다. 이 책은 노예제가 폐지된 지 250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실태를 샅샅이 파헤친 보고서로,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등 유명 인사와 〈타임〉, 〈LA타임스〉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책’으로 꼽히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저자

이저벨윌커슨

저자:이저벨윌커슨
미국의저명한저널리스트이자작가로서,<뉴욕타임스>시카고지국장으로활약했다.미국언론역사상퓰리처상을받은최초의아프리카계미국인여성이기도하다.첫책《다른태양들의온기TheWarmthofOtherSuns》는출간이후200만부이상판매되었으며내셔널북어워드논픽션,<타임>10대논픽션,<뉴욕타임스>선정역대최고의논픽션목록에이름을올렸다.저술가로서의공로를인정받아2016년버락오바마대통령으로부터내셔널휴머니티스메달을수여받았다.《카스트》는출간즉시57주연속베스트셀러순위를유지했으며오바마전대통령이뽑은올해의책,오프라윈프리북클럽에선정되었다.아마존,<타임>,<피플>,<워싱턴포스트>,<퍼블리셔스위클리>,<포천>등2020년에출간된작품중가장많은‘올해의책’목록에이름을올렸고,2021년미국도서관에서사람들이가장많이빌린논픽션으로조사되었다.

역자:이경남
숭실대학교철학과와동대학원을수료하고뉴욕〈한국일보〉취재부차장을역임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하며비소설분야의다양한양서를우리말로옮기고있다.옮긴책으로는《규칙없음》,《폭격기의달이뜨면》,《노필터》,《미국의성장은끝났는가》,《불평등의킬링필드》,《언제할것인가》,《공감의시대》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_격랑앞의조각배하나

1피할수없는투영의시간
박멸되지않은바이러스
낡은집을비추는엑스레이
미국의불가촉천민

2분류는차별이다
카스트의캐스팅
이미그릇된사람들
근거없는척도
델리의안개가아메리카에온다면
히틀러의모범사례

3카스트의기둥
기둥1신의뜻,자연의법칙
기둥2대대손손
기둥3사랑과결혼
기둥4순수혈통과더러운피
기둥5노동의머드실
기둥6인간성말살
기둥7폭력과공포
기둥8타고난우월성,타고난열등성

4불보듯빤한모순
미스캐스팅
맞이하지않아도될죽음
세상의죄를짊어진희생양
불안한알파와언더독의쓸모
검은사람들의결백
바닥칸을피하라
꼴찌의내부총질
더짙은남쪽으로
메이저리거의아킬레스건

5보호가만든위험
허황된자아도취에빠지다
검은머리의소녀
스톡홀름생존법
위계의경계에선돌격대
만병의원인은불평등

6값진것을허투루쓰는나라
바뀐대본의주인공
브래들리효과와이중잣대
도치된피해자,도취한가해자
투표용지위의민주주의
헛되이쓴품위유지비
인류보편의감정

맺음말
_지병으로부터의완치

출판사 서평

“하나님은왜나를내집에서버림받은이방인으로만드셨습니까?”
인류의절반을불가촉천민으로만드는미국의나치즘

“전쟁이끝났습니다.히틀러를어떻게해야할까요?”제2차세계대전중미국의한공립학교논술대회에출제된문제이다.16세의한흑인소녀는히틀러의임박한운명을골똘히생각하다답을적었고,단한줄로우승을거머쥐었다.“그를검은피부로만들어남은인생을미국에서살게해야한다.”미국에서흑인으로사는일이어떻기에이토록중벌이되는걸까?검은피부로태어난사람은무슨죄를지은것일까?아프리카계조상을둔미국인은,왜자신의나라에서이민자취급을받는가?왜모두가이미친차별에암묵적으로동의하는가?
1865년노예제는미국땅에서사라졌다.하지만미국사회의밑바닥에자리했던사람들은계속그자리를지켜야했다.아프리카인들을통해막대한권력과이윤을얻은백인들이,자신에게유리한차별을생산해내는이시스템을쉬이폐기할수없었기때문이다.<뉴욕타임스>지국장으로활약하며퓰리처상을수상한작가이저벨윌커슨IsabelWilkerson은,미국사회이면에서오랫동안불평등을견고하게떠받쳐온이기이한체제를인도의세습적신분제‘카스트’에비유한다.자유민주주의라는표어에가려겉으로드러나지않았던미국의카스트는대들보,바닥장선,샛기둥처럼하부구조로작용하며계급사회를견고하게떠받든다.작가는이단단하고오래된위계질서가8가지기둥으로이루어져있다고설명한다.자연의법칙,대물림,혼인금지,순수혈통,노동계층,우생학,공포정치,인간성말살까지카스트를견고하게지켜온뼈대를마치엑스레이로촬영한듯적나라하게보여준다.《카스트CASTE;TheOriginsofOurDiscontents》는노랗고빨갛고가무잡잡한피부의사람들을권력과이윤의희생양으로,발판으로,성장동력으로삼아온백인우월주의의실상을낱낱이보고한다.

미국의불가촉천민_인도의카스트

흑인인권신장운동에앞장선마틴루서킹주니어는자신에게영감을주었던비폭력저항운동을두눈으로직접보기위해인도에방문한다.그는자신을소개하는인도인친구의말을듣고큰충격에휩싸인다.“여러분,미국에서온불가촉천민친구를소개합니다.”그말을곱씹으며이내그는깨닫는다.흑인은미국에서불가촉천민일수밖에없으며,평생카스트라는제도에갇혀살게된다는것을.
인도카스트제도의최하위계급인불가촉천민은,신의뜻대로태어나자마자철저히분류된채최하층에서평생을살아야만했다.계급간의결혼은금지되었고,다른계급의사람들과같은공간에서생활하는것조차불가능했으며,하찮고더러운일로취급받는노동을자신의평생직업으로삼아야했다.이는남부의흑인노예들의삶과별반다를바없었다.미국에도착한아프리카인들은담배밭과목화밭을전전하며착취와학대에노출되었고,기나긴노예생활로생긴빚을소작농이라는또다른노예로일하며갚아나갔다.검은피부를타고난이상최하층에서벗어날수없었고,이를시도하는사람에게는가차없는고문과폭력이가해졌다.이처럼미국과인도는특정집단(달리트와아프리카인)을바닥에서움직이지못하게만들고,무력을사용해이탈하지못하게막은뒤,끊임없이희생양을양산했다는점에서매우유사한위계질서를가지고있었다.작가는카스트가영화가상영중인어두운극장,손전등을바닥에비추며지정된좌석으로안내하는말없는가이드와도같다고말한다.이처럼모든범주의인간에게가치를매기는카스트는존엄·권리·자격을미리전제하며,모든인간의자유와평등을보장해야한다는민주주의의기본원칙을보란듯이무시한다.

히틀러의모범사례_나치의인종주의

이토록달콤한권력의카르텔에가장먼저눈독을들인사람은바로나치였다.그들은독일의유대인들을효과적으로통치하고지배할방법을고안하던중,미국남부의짐크로법을모범사례로삼았다.히틀러는흑인노예로부터백인의혈통을보호해야한다는미국우생학자의책을가리켜자신의바이블이라칭했다.악명높은뉘른베르크법안을채택하고,순수혈통을위한대대적인학살에들어가면서도그들은미국의엄정함을따라가기엔부족했다고털어놓았다.흑인의피를눈곱만큼도허락하지않는한방울규칙one-droprule은,나치가보기에도너무가혹했다는것이다.
나치의독일집권에큰역할을한전략이있다.바로특정소수에대한대중의두려움과불안감을조성하는것이다.흑인에대한백인의판단,유대인에대한나치의판단이얼마나심하게왜곡되었는지를살펴보면그전략이얼마나유효했는지알수있다.거짓과조작으로특정사람을배제하고구별지으면,그를바라보는대중은우월감과거부감을동시에갖는다.이는소수를혐오하게부추기고,그차별에가담하게만들어대중들의자연스러운차별을가능하게한다.이모습은우리사회에서도흔히찾아볼수있다.장애인,여성,성소수자,외국인노동자는혐오의대상이아니라는말에모두동의할것이다.그러나나와다르다는이유로사람들은그들을특이하거나,불편하거나,열등한존재로낙인찍는다.주먹을쥐고때리지는않았어도휘두른팔에다친사람이생겼다면,당신은가해자다.일부러모르는척한건아니지만생각없이지켜보고만있었다면,당신은방관자가되는것이다.

저평가된사람들_미국의백인우월주의

1956년까지미국의공식적인표어는‘여럿으로이루어진하나OutofMany,One’였다.하지만그들의사회구조를자세히들여다보면,하나를포장하기위해오래도록여럿을희생시켜왔음을단박에알수있다.그들은부푼마음으로아메리카대륙을밟은이민자들을모두노예로만들고,그들의역량과가치를절하했다.야구역사상가장빠른투수라불리는새첼페이지는부상도,나이도,도덕성도아닌그저검은피부를가졌다는이유로메이저리그에서배제되었다.노벨평화상을수상하며연임에성공한최초의흑인대통령버락오바마는임기내내그의출생지와시민권을트집잡는음모론자들로부터비난받았다.검은피부의현역NBA선수는경찰의과잉진압으로다리가부러졌고,흑인복서잭존슨이백인인제프리스선수를쓰러뜨리자뉴욕에서집단폭동이일어났다.민권과자유를수호하는연방제공화국의숨은권력은,이민자들의인권신장을저해하는일에는유독하나가되었다.
작가는저명한민권운동역사가이자친구인타일러브랜치TaylorBranch를만나,미국이마치1950년대로회귀한것같다는말을듣는다.타일러는말했다.민주주의사회에서의삶과백인으로서사는삶을선택할수있다면,대다수는후자를택할것이라고.사실이러한모순으로생기는폐해는최하위카스트만떠안는것이아니다.근거없는백인우월주의는미국의백인들을자승자박한다.백인의우월성이아무것도아님을깨닫는순간그들은어마어마한무력감을느끼고,깊은우울에빠졌다가,자해하는지경에까지이르렀다.이는카스트가없었다면생기지않았을고통이었다.다른지역출신의사람이,피부가검은사람이,휠체어를탄사람이모두같은사람임을인지하는사회에서는발생하지않았을참사라는것이다.

과거의과실과무지했던현실에책임지는일

우리는모두민주주의로포장된계급사회에살고있다.미국의민권법이다른피부색의미국인을보호하지못하듯,대한민국헌법제11조역시지역감정,수저론,성차별,장애혐오로뒤덮인한국의시민들을보호하지못한다.‘K’이니셜을단채수많은아티스트와콘텐츠가해외에서큰활약중이라는소식이끊이지않는다.이와늘함께들려오는것은그들에게향하는인종차별소식이다.이에비스듬히거울을대면,아프가니스탄난민학생들을거부하는단체들이보이고,장애인이동권시위소식에달린혐오댓글이보이고,성차별논란에인신공격을서슴지않는온라인커뮤니티가보인다.이중나는어디에도속하지않았다고자신해서는안된다.나치의홀로코스트생존자이자작가인한나아렌트는사유하지않는것역시죄악이라고말했다.나도모르게저지른폭력과무심결에방치한동조에대해성찰하며스스로를돌아보아야한다.이일에게으르지않아야만그동안침묵했던차별의상흔을꺼내어서로를치료할수있다.작가는수천년동안이어진유구한차별을단칼에해결하기위해《카스트》를쓴것이아니라고말한다.우리가평범함을방패삼아가해자가되지않기를,당사자가아니라는이유로방관하지않기를,차별과혐오의파도에휘말리는난파선이되지않기를.격랑의시대속에서도꿋꿋한조각배가되기를바라며《카스트》는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