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필연적으로감정적일수밖에없다”철학,심리학,고전으로재발견하는정치적감정들
현시대를대표하는지성마사누스바움은오래도록‘정치적감정’이라는표현으로인류사회에현미경을들이대왔다.그간의역작인『정치적감정』,『혐오와수치심』,『혐오에서인류애로』의연장선인이책에서는고대그리스로마시대철학자들의사상과현대심리학자들의언어를빌려인간의근본적인감정인두려움을집요하게파고든다.미지의생앞에서한없이불안해진개인이어떻게이를타인에대한배제와증오로발산하고,나아가사회적분열을일으키는지그내면의지도를그려낸다.또한기존의학자적시선을확장해,이책을읽는이들의실제행동을독려하는실천적지식인으로서의면모를드러낸다.
저자는두려움이어떻게시기와분노라는유독한감정들로번져가는지,대중들의공포심을자극하는포퓰리즘정치가현대민주주의를좀먹는과정을냉철하게진단한다.이책에서는미국의인종차별,여성혐오,동성애혐오,무슬림혐오등의사례들이나열된다.이는미국의이야기지만극심한기시감을준다.지금우리가살아가고있는대한민국은과연,이와얼마나다른얼굴을하고있는가.두려움,분노,혐오가쌓아올린‘트럼프주의’로부터우리는완전히자유롭다고말할수있는가.
이책의추천의글을쓴홍성수교수는“한국은1997년경제위기이후본격적인저성장시대를맞이하게되었고이때부터개인의사회경제적지위가더욱취약해지기시작했다.개인의사회적불안과두려움이누스바움이얘기하는것처럼증오,혐오,분노로연결되는사례들이무수히많이목격되고있다.(…)이미국의노철학자의간절한호소가한국사회에도큰울림을주었으면좋겠다”라고응답했다.
“나의고통은결코타인의탓이아니다”언젠가연대할‘우리’를위하여
암울한혐오의시대를넘어한걸음나아가기위해서,저자는인문학과예술에서희망의실마리를찾으려애쓴다.누군가를맹렬히비난하는일보다,온전히이해하는일이어렵고지난하다는것을누구보다잘아는저자이지만전세계를위협하는정치적위기앞에서현실을직시하고,더나은함의를만들어나가기위해그무엇보다기본적인인간의존엄과존중을외친다.
미래에대한희망의원천을찾기위해저자는독자에게다양한예술작품,합리적토론,사랑을실천하는종교단체,비폭력주의로행동하는연대단체,숱한학자들이집대성한‘정의’에대한이론을실생활에서접하도록권유한다.세상을바꾸는일은인간내면의아주조그마한감정의변화로부터시작됨을거듭말한다.타인에대한연민,인류애에기반한연대를주장하는냉철한학자이면서휴머니스트인저자의차갑고도뜨거운시선이가득하다.그럼에도불구하고,세계는한발짝씩걸어가고있다는믿음을멈추지않는다.결국이책에서가장많이등장한단어는‘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