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한생애를약간들어올리는”허무한하루의은유
나는“이번세상과는아무관계도나누지않는”운명에무언가관계를걸어보려는골똘한몰두의기억으로이시집을기억하게될것같다.―이?영광시인
“아침이다시/아침이되는일의어려움”을말하는시인의아픈고백이번져있기도하지만,우리는“아침을맞는것으로하루의의무”를다하려는이외로된시인의절제된언어를따라하루를동행함으로써삶의궁극적긍정에가닿는다.―유성호문학평론가
“제몸에새겨진리듬을따라취한노래”(이영광)를부르는시인...
“한생애를약간들어올리는”허무한하루의은유
나는“이번세상과는아무관계도나누지않는”운명에무언가관계를걸어보려는골똘한몰두의기억으로이시집을기억하게될것같다.―이영광시인
“아침이다시/아침이되는일의어려움”을말하는시인의아픈고백이번져있기도하지만,우리는“아침을맞는것으로하루의의무”를다하려는이외로된시인의절제된언어를따라하루를동행함으로써삶의궁극적긍정에가닿는다.―유성호문학평론가
“제몸에새겨진리듬을따라취한노래”(이영광)를부르는시인임곤택의첫시집『지상의하루』(문예중앙시선018)가출간됐다.2004년《불교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여햇수로8년만에묶어내는이번시집에서임곤택은오래벼린절제된언어로“비루하고도소중한삶의속성을‘하루’의은유”(유성호)로빚어낸다.시집곳곳에부려놓은‘허무한하루의기록’에서,시인은범속한일상에자신을잠시내려놓고무언가를견뎌내고혹은무언가를찾으려는부단한노력을이어간다.이런방식을통해,시인은‘약간’달라진,“한생애를약간들어올”(「이름을바꾸다」)리는형태로삶을연장시키고자한다.그래서이영광시인은이시집을“‘이번세상과는아무관계도나누지않는’운명에무언가관계를걸어보려는골똘한몰두의기록”이라고해석한다.
지상의모든허무한하루들
당신은느티나무고목안에있다
당신이나기전부터고목이었던
그것의안에서
당신은무엇을떠올리거나,계속잊는다
당신앞에는
후텁지근한바람과오후의한가한버스들
당신이두번파란불을놓치는동안
―「여자와느티나무」부분
시집『지상의하루』에는아침부터일몰후밤에이르기까지하루의모든시간대가곳곳에포진되어있다.먼저아침은“날마다한개씩소진되는태양의곳간”(「습관적실패」)」에서‘실패’를예감하는시간이며,“아침의내가엊저녁의나를씻”(「얼굴을씻다」)는것처럼하루는반복된다.“아침이다시/아침이되는일의어려움”(「그대에게닿는허기」)이라고말하는시인에게그반복의굴레는벗어날수없는현실이다.오후가되어도세상은변한게없다.시인은「여자와느티나무」에서한낮횡단보도앞에서선“당신”의모습을본다.당신에게어떤심연의세계(“당신앞에는/바다가있거나없다”)가있든지없든지간에,당신은당신뒤에서서있는느티나무고목처럼“나기전부터”세상의풍경에고정되어있었던것이다.그곳에서당신은“무엇을떠올리거나,계속잊”을뿐새로운것이란없다.단지“두번파란불을놓치는동안”벌어지는일상의풍경일뿐이다.
일상을재료로묵묵히삶을연장해나가는시편들
짐승처럼행동하지않는다면
할수있는일이란잠시이름을바꾸는것
세탁소주인의물음에가명을대고
한생애를약간들어올렸다고믿는다
―「이름을바꾸다」부분
그렇다면시인은왜그토록허무한하루의역사를묵묵히시로기록하는가?해설을쓴조재룡평론가는“오로지이런방식에의해서만이전에비해‘약간’달라진형태로삶이연장될수있다는도저한인식”이시인에게있다고설명한다.쳇바퀴같은현실을확인하고인정해야만“조금바뀐내얼굴”(「얼굴을씻다」)을갖는다는것이다.알고보면삶(하루)이란“백일은붉고/백일은없”(「그대에게닿는허기」)다는식의이항대립적반복의굴레로채워지며,그속에서확고하게어느하나를선택할수없기때문에,시인의하루(삶)는유보되고한번더연장된다.
“임곤택의하루는‘이미,그리고여전히’패배할수밖에없는,그러나/그렇기에,성실함으로삶을일궈온자가제가머물던누추한공간과발닿는곳어딘가에잠시머물며,힘겹게기록해낸하루이며,도시이곳저곳에잠시몸을내려놓고서그려낸허무한하루이기도하다.그의하루는우리가사는지금에세상에서그무엇도확고하게제정체성을관철해낼수없다는사실때문에,잠시유보된하루이며,끊임없이반복해서자명하다고떠들어대는흑백의두돌가운데어느하나를선택할수없기에연달아보류되고한차례더연장된하루이다.”(조재룡,해설「허무를견뎌내는방식」중에서)
■추천사
우리시대의다른시인들과마찬가지로그도무언가를견디면서무언가를찾고있다.그는도처에서중얼거리면서,저도알지못하는사이에문득정신을잃어보려한다.보이지않는것을보고들리지않는것을들으려면그래야할것이다.그는밥먹는것보다더자주먼곳에닿아서성이고,여기없는소리들을음악보다더생생히듣고있는사람이다.그것은없음으로존재하는“당신”또는“사랑”의기억에연루되어있지만,사실우리의존재곳곳에이미모르는구멍들이뚫려있다.그래서어긋나고부서지고흩날리는감각의편린들이시집속에가득하지만,나는“이번세상과는아무관계도나누지않는”운명에무언가관계를걸어보려는골똘한몰두의기록으로이시집을기억하게될것같다.가도가도모르는길말고우리에게어떤삶의길이있을것인가.그의목소리는“악보를볼줄모르”는사람이제몸에새겨진리듬을따라부르는취한노래를닮았다.조금은늦게도착한,하지만오래벼린출발하나를마음에담게되어반갑고기쁘다.―이영광(시인)
처음에는‘지상(地上)의하루’라는제목이심심하게들렸다.그런데시편들을읽다보니그것이유일하고맞춤한시집타이틀이라는걸알게되었다.임곤택은어젯밤에서시작하여오늘새벽을맞고아침오전정오하오일몰저녁밤으로흘러가결국내일에이르는상상적과정을일관된서사충동으로그려낸다.일상의범용하고도단조로운되풀이속에서비루하고도소중한삶의속성을‘하루’의은유로들려주는것이다.물론그안에는“아침이다시/아침이되는일의어려움”(「그대에게닿는허기」)을말하는시인의아픈고백이번져있기도하지만,우리는“아침을맞는것으로하루의의무”(「시민의의무」)를다하려는이외로된시인의절제된언어를따라하루를동행함으로써삶의궁극적긍정에가닿는다.이처럼하루치의희망과고독으로“한생애를약간들어올렸다고믿는”(「이름을바꾸다」)그에게,이제는우리가말해줄수있으리라.“괜찮다,당신은/정말그런하루를보냈다면”(「쉽게보내는하루」).그지상(至上)의하루가“굼실거리는천만개의이야기”(「그동안내내」)를품은채묵묵하게,살풋하게,때로는글썽이며,시집곳곳에서느런히펼쳐져간다.―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