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황순원문학상수상작…한강,「눈한송이가녹는동안」
“개인의존재조건과사회현실,그리고고통과구원이라는
보편적인주제의식이아름답고정교하게맞물린작품!”-심진경(문학평론가)
1993년등단이후인간내면의고독과고통,그리고진실과삶을향한의지를특유의시적문체로작품속에녹여온소설가한강이제15회황순원문학상을수상했다.한강은1993년시(詩)로등단하고,이듬해다시서울신문신춘문예에소설로등단하여지금까지20여년간6권의장편소설과3권의소설집,1권의시집을상재한바있다.
이번에수상작으로결정된「눈한송이가녹는동안」은잡지사내노동쟁의를소재로다루고있는단편소설로서,사십대초반의여성화자K에게죽어유령이된옛직장남자선배(‘임선배’)가찾아와역시고인이된여자선배(‘경주언니’)를함께회상한다는줄거리다.생전여자선배는짧은인생을살면서도서로상처주고받기를멈추지못하는인간들을‘벌레’같다고여겼다.벌레같은인간이타인의고통을진정으로이해할길은없다.하지만소설은제목대로현실의시간을정지시키는‘눈한송이가녹는동안’으로상징되는비현실적인찰나의시간에서어쩌면구원은가까스로가능할지도모른다는,그가능성을시사하고있다.
한강은수상자인터뷰에서“쓰는데8개월이걸렸고,유난히힘들었던작품”이라고밝혔는데,실제로한강작가는소설속K처럼옛직장선배의죽음을3년이지난후에알게되었고,그쓰라린체험을어렵게소설에녹여낸것이다.
제15회황순원문학상수상작품집을펴내며
황순원문학상이올해로15회를맞이했다.우리현대문학에거대한발자취를남긴황순원선생의문학적업적과정신을기리기위해제정된황순원문학상은,지난한해동안창작,발표된모든중·단편소설가운데가장뛰어난작품을선정하여오천만원의상금을지급한다.
이번황순원문학상은2014년하반기부터2015년상반기까지문예지에발표된작품들을대상으로심사하였으며,예심은문학평론가강경석,서희원,이소연,조연정,차미령이맡았고,본심은문학평론가성민엽,서영채,심진경,소설가최윤,임철우가맡았다.본심에서의치열한논의끝에이번제15회수상작은한강의「눈한송이가녹는동안」으로결정되었다.
『제15회황순원문학상수상작품집』수상작가특집은수상작「눈한송이가녹는동안」을비롯해수상작가한강이직접고른자선작「에우로파」,수상소감,수상작가가직접쓴연보와윤경희문학평론가의수상작가인터뷰「연하고깨끗한,막연하나이끄는」으로구성되어,한강작가가추구해온문학세계를넓고깊게살펴볼기회가될것이다.
또최종후보에오른9편의작품들은한해동안한국문학이걸어온의미있는흐름을보여준다.강영숙,권여선,김솔,김애란,손보미,이기호,정소현,조해진,황정은의작품들은예민한감각으로현실과맞닿은우리삶,그리고인간의내면에초점을맞추고있다.이번『제15회황순원문학상수상작품집』은,지금한국문학의뜨거운박동을느낄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
“가장도발적이고,가장매혹적인상상력의최전선!”
최종후보작9편…강영숙,권여선,김솔,김애란,손보미,이기호,정소현,조해진,황정은
강영숙,「맹지」
단편「맹지」는전자회사에근무하는‘나’의짝사랑과부품창고가있는‘건수산업단지’로의외근을서사화하고있는텍스트이다.개발이중단된건수는문명의폐기물들이적재된일종의‘유령도시’다.짝사랑하고있는지영에게줄마카롱상자를들고불길한도시를배회하는‘나’는이곳에서타인에대한약간의호의로포장된,사실은인간에대한적의와살의,분노와증오라고부를수있는오염된정념이자신의내면에아무렇지도않게도사리고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강영숙은불길함을응시하는문장의피카소처럼명도만으로이어두운시대의심연을그려내고있다.‘맹지(盲地)’는‘눈먼인간들의땅’이며,눈감은소설가의망막위에어른거리는시대의어두운초상이다.
-서희원문학평론가
권여선,「이모」
“이모의삶이야말로가장간단히요약될수있는삶이아닐까.”라고말하는권여선의「이모」는암투병중인‘윤경호’에대해말한다.이십대부터쉰중반까지가족을부양하느라결혼도못한채신용불량자로,비정규직으로늙어온그녀는죽기직전2년간온전히자신만의삶을살수있었다.외부와절연된채책만읽으며보낸시간들은,비록최저생활비로유지되는절제의생활이었을지언정생의의지로빛나는시간들이었다.그시간끝에죽음을앞둔그녀는조카며느리에게지난삶의내밀한장면들을말해본다.대체로알수없이화가났던순간들이다.불행했던삶에대한회환을토로하는것일까.그렇게단순히말할수는없다.스스로가기억하는자신의한평생은그리‘간단히요약’될것은아니므로.어쩌면그녀는기억에서잊히지않은지난삶의불가해한장면들을복기하며자신에게이른애도를표하는것인지도모른다.
-조연정문학평론가
김솔,「피커딜리서커스근처」
‘루첸’과‘장크리스토프드니’는피커딜리서커스근처의맥도날드지하화장실에서울고있는‘바이부레(하마드세와)’를만나게되고,그를아프리카출신축구선수로오해해21세기적주종관계인에이전트계약을맺는다.서사는상품으로치면하자있는상품인‘바이부레’를유럽곳곳의구매자에게판매하고,그가다시반품되는과정을담고있다.‘바이부레’는이유통의여정속에서블랙컨슈머가되어잠시일확천금에성공하지만곧모든것을잃고결국에는타이베이로떠나간다.‘인간의항문을신의곳간’이라고부르며그곳에귀중품이담긴콘돔을숨기고살아갈수밖에없는‘바이부레’의모습은세계어느곳에나맥도날드의화장실이있는것처럼만연된이시대의비극이다.김솔은돈을좇아런던으로모여든인터내셔널장삼이사들의블랙코미디를통해우리가살고있는이곳이‘피커딜리서커스’에서그리멀리떨어지지않은‘근처’임을알려주고있다.
-서희원문학평론가
김애란,「입동」
「입동」에는꿈꿔왔던안정된삶의언저리에도달할때쯤,한순간의사고로모든것을잃어버린부부가등장한다.각기힘겨운청년기를보낸이들은함께힘을모아‘중산층’의삶에도달하려는꿈에젖어있다.이부부는가까스로도시외곽에아파트한칸을얻는데성공하지만,이사한직후어린외아들을불의의사고로잃는참담한일을겪는다.그의소설은우리모두막연히감지하고있지만모르는척눈감고있는진실을잔인하게들춰낸다.대출금,빠듯한수입,도시에산재한위험,만성적인피로와질병등등우리의일상을위협하는요소는주변에얼마든지도사리고있다.이가운데하나라도삐끗어긋나면언제든지무너지고말만큼허약하기짝이없는것,그것이바로‘일상’이라는환상이다.
-이소연문학평론가
손보미,「임시교사」
「임시교사」는중산층가정의보모로고용된P부인의이야기이다.그녀는임시직교사로교사생활을접은이력을갖고있다.선한성정과오랫동안의교사생활에서얻은노하우를바탕으로P부인은젊은부부의조력자노릇을훌륭히해낸다.이작품이내내공들여묘사하는것은젊은부부의삶에대해필요이상의감정적개입을경계하려는P부인의태도다.내것이아닌것을욕망하게될까봐강박적불안을느끼면서도타인을위해최선을다하려는그녀의태도는제목에놓인‘임시’라는단어와공명하며우리시대에만연한불행한삶의조건들을환기시킨다.
-조연정문학평론가
이기호,「권순찬과착한사람들」
억울한일을당한사람이,내가사는동네에서매일같이시위를시작하면어떤마음이될까.내삶의영역에갑자기들이닥친광경은‘안타깝지만성가신것’으로다가오지는않을까.이기호의「권순찬과착한사람들」은그러한사회심리의한저변을,세번의‘칠백만원’을변곡점삼아탐사한다.어머니가죽기전변제한빚칠백만원,그사실을모른채아들(권순찬)이사채업자에게송금한칠백만원,그리고서민아파트주민들이십시일반마련한성금칠백만원.원금이백만원이도합이천백만원으로부푸는과정을통해소설은유무형의부채(감)와사회적인것의함수를흥미롭게재구성한다.부채가정확히청산되지않으니,관계는종료되거나완성될수없고,그여백에서소설가인화자는‘이야기’를발견한다.
-차미령문학평론가
정소현,「어제의일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붉은꽃은없다.작가정소현씨가「어제의일들」말미에서전하려는메시지는뜻밖에단순하다.그러나단순함에이르는과정은길고처절하다.어린소녀들의있을법한오해와악의들이또다른한소녀의삶을송두리째유린하는비수가되고말았다.루머로고통받다자살을기도했던상현은방금있었던일조차기억하지못하는장애를짊어진채볕도들지않는주차장에서나날의삶을버틴다.시시각각으로소멸중인‘현재’야말로그녀의전생애인것처럼.
-강경석문학평론가
조해진,「사물과의작별」
1970년대에정치범으로옥고를치른재일지식인서군(君)과그의삶을자신이망쳐버린것인지도모른다는죄의식속에평생을독신으로보낸태영이40여년만에재회한다.한사람은온몸의근육이서서히마비되어가는병을앓고있으며다른한사람은사라져가는기억의뒷모습을무연히지킬수밖에없는알츠하이머환자가된채였다.둘을이어준매개자이자태영의조카인‘나’가지하철유실물센터직원이라는설정에서알수있듯이이작품의관심사는잃어버린삶의시간과그되찾음의의미를향해있다.그되찾음은그러나역사적영웅이아닌어느늦은봄밤의레코드점에서첫눈에서로를알아본청춘남녀의시간에더가까이다가가있다.그것은물론‘세계를구성하는데없어도무방한덧없는조각’에지나지않을지도모른다.하지만그런것들이다빠져버린역사란‘선반의고정된자리에서과거의왕국을홀로지켜가는’한갓유실물에불과한게아닐까.개인사와사회사는보통수직적으로갈등하지만「사물과의작별」은둘사이의수평적균형을잘맞추고있다.실은그자체가이작품의주제인지도모른다.
-강경석문학평론가
황정은,「웃는남자」
우리는이소설에서두겹의아픔을읽는다.하나는지난해우리가함께겪었던끔찍한재난과사고들이고,또하나는애초에상실을견디며살아야하는우리의실존적상황이다.그가운데서주인공은좀처럼자신의잘못을인정하지않는아버지가고백한유일한과오를떠올린다.죽어가는동료를향해“가만히있으라”고소리를쳤던일이다.그의말은세월호사건에서수많은어린생명들을죽음으로몰고갔던바로그순간을떠올리게한다.황정은의소설은시시각각크고작은윤리적딜레마를던진다.우리는주변에불행을겪는사람이있을때외면할것인가?자신의안위가위협받는순간,피붙이와연인에게기꺼이도움을베풀수있는가?만일우리가극도로이기적인존재라면,상대방을상실했을때왜이토록상심에빠지는가?이러한질문들은우리에게먼저‘인간’이란존재가무엇인지묻도록촉구한다.
-이소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