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혁명처럼 (송종찬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 (송종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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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종찬 시집『첫눈은 혁명처럼』. 크게 3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송종찬 시인의 시 작품을 수록했다. '그대의 공화국', '백야', '울컥', '시베리아의 들꽃', '첫눈은 혁명처럼', '시월', '혹한, 새벽은', '저기압 지대' 등 송종찬 시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송종찬

저자송종찬은남도의바닷가에서태어나대학에서러시아문학을전공했다.1993년《시문학》에「내가사랑한겨울나무」외9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시작했으며,시집으로『그리운막차』,『손끝으로달을만지다』외러시아어시집『시베리아를건너는밤(ТранссибирскиеНочи)』이있다.

목차

1부

그대의공화국
백야
울컥
시베리아의들꽃
태양의기억
첫눈은혁명처럼
일요일의평화
시월
혹한,새벽은
저기압지대
설원의불빛
돌아오지않는봄
눈의묵시록
토고호수
그리운열대
스베타
얼음낚시
어둠속으로
지평선은없다
타이가
야간비행
겨울을건너는법
CCCP바르
야생화
야스나야폴랴나
대륙의밀실에서
자작나무
카레이스키
불면
그겨울의끝

2부

국도1호선
방천길
땡긴다
고려촌백주
이매진imagine
초원지대
타향살이
국경
하지
동지
바람의발자국
크레타
0℃에내리는눈
작은돛배?이별을위하여
독작

3부

꽃샘추위
봄의서정
유월에
서릿발
별을보며
주천에들다
천진암가는길
고도를기다리며
휴가
상사화
교대근무
마중
맨발
폐사지에서
불면
오지않는자를위하여
성찬
회사
기차가다니지않는철길
수련

해설

출판사 서평

러시아에서부친첫눈의감성
문예중앙시선48호는송종찬시인의세번째시집『첫눈은혁명처럼』이다.이홍섭시인은해설에서“해설쓰는책무를망각한채각성과설렘에빠져들며시를쓰고싶은충동을느꼈다”고표현할정도로시인의짧은시들은정치한리듬속에서생생한감동을전달하고있다.
십년만에내놓은이번시집은광활한러시아의설원과압록강과두만강을맞대고있는국경지역등을주배경으로삼고있다.일상에서발현되는소소한문제의식을뛰어넘어확장된북방의공간속에서새롭게발견한아름다움,순수한세계를열망하는마음,평화를염원하는마음을때론간결한형식속에때론유장한리듬위에담아내고있다.짧은형식이제어하는시적긴장,고전적품격,비장미를두루갖춘시편들을차근차근읽어나가다보면이용악,오장환,백석등이선취했던북방의정서와대륙적상상력을만나는귀한장면을목격할수있다.

사랑의회복을열망하는작고밝은손길
시인은대학교에서러시아문학을전공했고2011년부터러시아에체류해왔다.이번시집에수록된러시아시편들은체험을토대로쓰인시들인데,자연과시인의감성,세계관이일체를이루면서완숙된고전적품격을보여준다.아래시는이러한화음이만들어낸절창이다.

갈데까지간사랑은아름답다
잔해가없다
그곳이하늘끝이라도
사막의한가운데라도
끝끝내돌아와
가장낮은곳에서점자처럼빛난다
눈이따스한것은
모든것을다태웠기때문
눈이빛나는것은
모든것을다내려놓았기때문
촛불을켜고
눈의점자를읽는밤
눈이내리는날에는연애도
전쟁도멈춰야한다
상점도공장도문을닫고
신의음성에귀기울여야한다
성체를받듯두눈을감고
혀를내밀어보면
뼛속까지드러나는과거
갈데까지간사랑은
흔적이없다
―「눈의묵시록」전문

북국(北國)의겨울은길다.육개월동안눈이내린다.시인은하염없이내리는눈을보면서모든것을아낌없이주는사랑을생각하고,살의와욕망을내려놓은평화를생각하고,마침내신의음성에가닿는다.시인은폭설속에서무릎을꿇고참회의기도를올렸거나이루어질수없는사랑을생각했을수도있다.이작품은,시인이러시아에서일군감성의총체를잘보여주고있는데절대고독속에서‘눈’을비유를위한소품이아니라종교적의미까지확장시켜놓았다.이번시집의알파라할수있는러시아시편들은혁명과사랑과성스러움을통해,훼손된세계에대한안타까움과훼손되지않은세계를향한열망을그려낸다.이안타까움과열망은지금우리가잃어버린것들이무엇인지를숙고하게하면서시적감동으로나아가게만든다.

전쟁과혁명을모두겪은할머니가지하철역앞에서
들꽃으로엮은제비꽃다발을팔고있었지요

교수였던남편은혁명의깃발속으로사라져갔다
밤기차로전선에끌려간아들은돌아오지못했다

마른빵을사려고줄을선적이없는철없는소냐를위해
오십루블에꽃다발을사서기다리고있었지요

똑똑한남자는혁명때용감한남자는이차대전때다죽고
이념과폭격속에서끝끝내피어난할머니와들꽃과소녀와
―「돌아오지않는봄」전문

위의작품은혁명과전쟁속에남편과아들을차례로잃은할머니가생계를위해꽃다발을팔고있는현실을통해이념과전쟁,그리고생명의존귀함에대해숙고하게만든다.20세기들어러시아에서발생한사회주의혁명과세계2차대전은역사의큰수레바퀴였고,두축의수레바퀴아래서피를흘린수많은사람들이있었다.문학과예술이주는감동의깊이는인간의역사와불가분의관계다.혁명때남편을잃고,전쟁때아들마저잃었지만꿋꿋하게살아어쩌면‘오지않을봄’을기다리는할머니의비극적열망속에서삶에대한경건함을다시금느낄수있다.위의시가오랜여운을남길수있었던데는내용과형식의조화가기여한점도크다.이시에서1연2행의형식은감정의절제와더불어대상과의적절한거리유지에도움을주면서시가산문화되는것을제어하고있다.이번시집에실린많은작품들이주는견고한느낌은이러한내용과형식의조화가빚어낸것이다.
러시아시편들에서보여준순수한세계를향한열망은우리민족의비극이서려있는압록강과두만강변의국경마을을배경으로한시편들을통해통일의염원으로나아간다.

목포에서신의주939킬로미터
차로는너덧비행기로한시간남짓
갈수없는접경이거기까지라는데
압록강이내다보이는집안시
묘향각에서스쳐지나쳤던그대
그날이오면여기로오시라
목포시유달동국도1호선원표아래로
볕고운자리에돗자리깔고
모두부설어넣은김치찌개앞에두고
하염없이그대바라보리니
발아래파도치는유달산에서
개마고원의눈덮인겨울숲까지
이름만들어도살내음고운그대
그날이오면한달음에오시라
국도1호선화강암아래로
신의주발목포행막차에
만주연해주를떠돌던사연들도
북방의눈발에실려오리니
갯내음속기별처럼동백꽃피어나고
목포에서판문점499킬로미터
갈수있는길이거기까지라는데
―「국도1호선」전문

통일의염원을담고있는이작품에서돋보이는것은유장한리듬이다.시인은마치대중낭송을염두에둔듯,연구분없이행갈이만으로리듬을만들어내면서감정을고양시키고있다.“그날이오면여기로오시라”“그날이오면한달음에오시라”등의구절은이러한고양을추동하는역할을한다.이러한리듬과형식은같은내용을다루고있는시「땡긴다」,「고려촌백주」,「타향살이」등에공통적으로나타나는현상이다.

“서태후가즐겨먹던북경오리보다/살얼음간간이밴묵은지가땡기고……산삼주에총각김치그녀들이건네는/술잔에핏줄마저땡겨오는데”(「땡긴다」)
“반도의머리두만강자락이휘도는/훈춘네거리식당에서한식을먹는다……타향이어디있어/우리가락우리노래살아있다면/그곳이따스한품속이지”(「고려촌백주」),
“연길시장단고깃집에서/눈이멀도록백주를마신후/강바람을가르며노래방으로갔다......백두산자락에서듣던아리랑/아리랑아리랑의낭랑한가락이/해란강을적시고도남았을듯”(「타향살이」)

민족의비애가서린압록강과두만강변의국경마을을배경으로한이작품들은민족과국가와고향에대해숙고하게만들면서,1930~40년대에민족적비애를선취한이용악과오장환,그리고백석의시세계를떠올리게만든다.이러한면모는우리시에귀한북방정서및대륙적상상력과결합되어우리시의지평을크게넓히고있다.
시인은광활한시베리아에서출발해분단국가의비극이고스란히남아있는국경지대까지예리한감각의촉수를드리우고있지만,궁극의열망은조국에대한안타까움과사랑이다.

추적추적내리는비가
내가울고있을때당신은
어디에있었느냐고묻는듯했지

가지를빠져나간바람이
내가흔들릴때당신은
무얼했느냐며따지는듯했지

나는들끓는태양아래
키큰선인장사와라처럼서서
설산을그리워하였거나

북국의눈내리는마을
카페에앉아에스프레소를마시며
사막의꽃을그리워하였거나

첨탑을넘어온눈발이
내가얼어붙고있을때당신은
어디에있었냐며울부짖는듯했지
―「어둠속으로」전문

시인은몇년동안디아스포라가되어국경밖에서지냈다.하지만그가돌아가야할곳,그리고사랑해야할것들을한시도잊지않고있음을이시는보여준다.어쩌면사철햇살이따사로운한반도가시베리아보다더추운곳으로느껴졌을지도모른다.고국에서들려오는불편한소식들때문에때로는밤잠을설치기도하고,함께아파하지못하는것에대한부채의식을가졌을것이다.국경이사라져버린시대에만주,연해주는먼곳이아니다.생존을위해하루하루몸부림쳐야하지만분단은우리가뛰어넘지못할공간은아니다.첫눈을기다리는순정한마음,자작나무의환한빛,폭설을뚫고피어나는시베리아의들꽃같은기운만있다면봄은끝내오리라는것을이시집은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