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문정희 문학선)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문정희 문학선)

$19.00
Description
“나의 펜은 페니스가 아니라 피인 것이다.”
아름다움을 향해 거침없이 충동하고 충돌하며
온몸으로 시를 품어내는 문정희 시 세계의 총망라, “문정희 문학선”
“독자적 개성으로 무장한 시의 화신”, “한국 여성시의 정점”으로 불리며 세계 곳곳의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문정희 시인의 시의 미학을 망라한 문학선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가 나남문학선 54권으로 출간되었다. “원시적이고 폭발적인 힘으로 생명의 신성성과 여성과 남성, 자연의 순결성을 노래”하며 살아온 시인은 스웨덴 시카다(Cikada)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한국 현대시사에 뚜렷한 궤적을 그려냈다.

이번 문학선은 총 16권의 시집에서 165편의 시를 골라 다섯 개의 부에 재구성해 실었다. 1973년 출간된 첫 시집 《문정희시집》 등 절판된 8권에 실렸던 작품들도 새 편집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시뿐만 아니라 4편의 에세이와 대화 〈영원히 젊고 찌그러지고 아름다울 것〉을 함께 실어 독자가 시인의 언어를 여실히 감각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에세이 〈나의 시, 나의 몸〉은 시인 내면에 존재하는 영감의 원천을 엿볼 수 있는 글로, 사유를 확장하는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몸의 언어로 만든 신을 신고 출발하여 몸의 국경을 넘어선 시인은 끊임없이 낯설고 새로운 시의 영역을 탐닉해 왔다. 한평생 시에 생명을 부여하고 시에 운명을 의탁하며 발화와 호명의 방식을 쉼 없이 갈구해 온 시인 문정희의 시적 여로를 한 권으로 그려볼 수 있는 책이다. 매 순간 표현의 최대치를 살며 세상에 유의미한 말들을 남기고자 분투하는 시인의 모습이 내내 선연하다.
저자

문정희

전남보성에서나고서울에서자랐다.1969년등단이후시집《오라,거짓사랑아》,《오늘은좀추운사랑도좋아》,시선집《지금장미를따라》등을썼으며,장시·시극·산문을비롯하여다양한장르의작품을발표하였다.미국아이오와대국제창작프로그램,프랑스‘시인들의봄’,프랑크푸르트도서전,아바나국제도서전등에참가했고,11개언어로옮겨진15권의번역시집이있다.현대문학상,소월시문학상,스웨덴시카다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_슬픔으로기쁨으로시인으로

1부사람들은왜밤에더욱확실해지는가

노래|불면|눈을보며|만가(輓歌)|유령|폐허의노래|새에게쫓기는소녀|연|폭풍우|비|눈|겨울나무|하늘|겨울일기|새떼|콩|소|선언|참회시1|우울한날은|대못|시인을기다림|흐름에대하여|술병의노래|하늘을보면|식기를닦으며|시간1|바다앞에서|타국에서|황진이의노래1|황진이의노래2|사랑은불이아님을|어린사랑에게|비의사랑|고독|할미꽃|찔레|아들에게|절망의노래|보석의노래|서시|죽은시계|비수|강물보다더먼|새와뱀|천둥

2부썩는다는것은참으로아름다운일

이명|곡비(哭婢)|순은의펜으로|문신|감자|꿈|손톱|작은부엌노래|마흔살의시|이가을에|남한강을바라보며|베개|파꽃길|이별이후|네가내게온후|오빠|잘가거라,나비야|딸기를깎으며|추석달을보며|신록|어머니의편지|중년여자의노래|나는나쁜시인|사랑하는것은|시작노트_나는늘위독하다

3부불가해한비애의꽃송이들을

성에꽃|한계령을위한연가|사랑하는사마천당신에게|체온의시|유방|알몸노래|남자를위하여|다시남자를위하여|러브호텔|머리감는여자|보라색여름바지|가을우체국|사람의가을|율포의기억|그많던여학생들은어디로갔는가|몸이큰여자|키큰남자를보면|지는꽃을위하여|술|아름다운곳|유쾌한사랑을위하여|밤이야기|축구|치마|머플러|통행세|물을만드는여자|흙|사랑신고|나무학교|새우와의만남|돌아가는길|남편|조등(弔燈)이있는풍경|딸아미안하다|공항에서쓸편지|성공시대|혼자가질수없는것들|사랑해야하는이유|먼길|테라스의여자

4부거대하게떠밀리는언어의물거품

꽃의선언|“응”|동백꽃|화장을하며|집이야기|그소년|초대받은시인|내가한일|늙은꽃|독수리의시|쓸쓸|지금장미를따라|명봉역|여행가방|부부|나떠난후에도|낙타초|물시|늙은창녀|물의시집|해벽(海壁)|뜨거운소식|감촉|떠돌이물방울|미로|길잃어버리기|이제됐어|내가운다|미친약속|바느질하는바다|살아있다는것은|너는책이다

5부살아있음으로당신을사랑하며

토불(土佛)|강|작가의사랑|공항의요로나|겨울호텔|구두수선공의봄|우리순임이|구조대장의시|떠날때|곡시(哭詩)|거위|당신을사랑하는일|나의옷|나의도서관|비누|나는내앞에앉았다|망한사랑의노래|탱고의시|나잘있니|보고싶은사람|이길이선물이아니라면|도착

6부아름다운미완을향해서_에세이

책탑을쌓으며
오직사랑하는사람만살아남는다
여자의시쓰기는신과의입맞춤
나의시,나의몸

대화_영원히젊고찌그러지고아름다울것

문정희시인연보
수록시출처

출판사 서평

시(詩)를살고생명의여로를유랑하며
삶의섬세와고투와탐미를투시하는‘문정희’라는언어
영원히탄생을거듭할시의길을한권으로엮다

타오르는불꽃과같은생명력으로거침없이충동하고충돌하며온몸으로시를살아온문정희시인의시의미학을망라한선집《나의신속에신이있다》가나남문학선54권으로출간되었다.시인은스웨덴시카다(Cikada)상을수상하고스페인‘말하는돌의정원’에한국어권대표로선정되어시비를세우는등세계적으로인정받으며한국현대시사에뚜렷한궤적을그려냈다.그는“원시적이고폭발적인힘으로생명의신성성과여성과남성,자연의순결성을노래”(스웨덴시카다상선정의말)하는시인으로,“독자적개성으로무장한시의화신”,“한국여성시의정점”으로불리며세계곳곳의독자들에게꾸준히사랑받고있다.

시인문정희는“시를낳을적마다다른시인이되었고,태어난시로인해또다른시인으로변모”(평론가최진석)하며삶과시대에서가장절실한목소리를시로옮겨냈다.전세계를유랑하며포착한시적순간들은‘문정희’라는진솔하고매혹적인언어로번역되었고,몸의언어로만든신을신고출발하여몸의국경을넘어선시인은끊임없이낯설고새로운시의영역을탐닉한다.

이번문학선은총16권의시집에서165편의시를고르고,다섯개의부에재구성해실었다.또한,1973년출간된첫시집《문정희시집》등절판된8권에실렸던작품을새편집으로만나볼수있다는점이참으로반갑다.시뿐만아니라4편의에세이와대화〈영원히젊고찌그러지고아름다울것〉을함께실어독자가시인의언어를여실히감각할수있게했다.특히,에세이〈나의시,나의몸〉은시인내면에존재하는영감의원천을엿볼수있는글로,사유를확장하는읽기의즐거움을선사할것이다.평생시에생명을부여하고시에운명을의탁하며발화와호명의방식을쉼없이갈구해온시인의시적여로를한권으로그려볼수있는책이다.

이책에실린시들은모두시인이스스로자신의육체에서떼어내어먼곳으로떠나보낸생(生)의조각들이다.시인은함께살아가는사람들의웃음과눈물을기민하게포착하여“언어가한없이거칠고흉흉해진시대”에도원초적희망을품고펄펄살아생동하는‘생명의언어’를그려낸다.생명의언어가있기에시인은언제나사랑에빠진존재로서“사라져가는모든슬픔과아름다움”(〈이가을에〉)을고요히더듬는다.시는그런사랑의쓰기로부터고독과자유의형상을부여받아긴긴유랑을시작한다.하여우리는문정희의시를읽음으로써타오르고남은사랑의흔적을발견하게된다.그흔적을한땀한땀이어붙이면결국시인이반세기넘게걸어온길이생생하게그려진다.그길은몸의바깥,지도너머의닿을수없는영역까지뻗어나가“목숨을채우”는거대한시의공간을직조한다.수천의물살을견디고탄생한지독하고강렬한생명의암각화이자,“뼈와살로된신전”(〈공항의요로나〉)으로남을영원한언어의장소가여기에있다.

“눈에보이지않는언어의힘이시의강렬한아름다움이요,힘이지요.시는강물이기보다연출이에요.시는자연발생하는것같지만,언어로시적순간을포착하고그것을표현하는기술이있어야하죠.언어가한없이거칠고흉흉해진시대,시는진정한생명의언어로서그가치가있다고생각해요.언어가미처다표현하지못한저너머의세계,그심연의향기와비밀을시가아니면또무엇이표현할수있을까요.”
_〈영원히젊고찌그러지고아름다울것〉에서

“끈끈한비밀들”로부터생명의이름을호명하다
살아있음자체로목적이되는실존의시학

시인문정희가그리는여성이미지는결코고귀하고거룩한순간에서발생하지않는다.검진을위한유방촬영에서“유방이나의것임을뼈저리게느끼”(〈유방〉)고,생활을짊어진채“지폐와식기와메뉴에철저한중년여자로살아날때세상은무사하게유지”된다는것을깨달으며시인은가장낮은곳에서도창조의힘을잃지않는여성-존재로거듭난다.

시인은여성의욕망을긍정하고신체를날것그대로받아들이며그저태어남으로써살아숨쉬는생명의힘,살아있음자체로목적이되는실존의에너지를얻는다.그가들려주는여성의목소리는개인을드러내는데그치지않고다수의것으로분화하며,그외연을넓혀사회적폭력에대한고발이자세계를향한외침이된다.“남성중심의언어가아닌,생명의원천으로서피의언어”로끊임없이쓰며억압받고삭제된여성의목소리를되살리려는시도가문학선전반에녹아있다.

또한시인은“콘돔과감별당한태아들과/들어내버린자궁들이떼지어떠내려가는”(〈머리감는여자〉)모습을목도한뒤,태어나기도전에이미죽어버린생명들을호명하며있는그대로의자연이존재할수있는장소를꿈꾼다.그곳으로향하기위해서는경계를통과하고구획을무화하는몸짓을익혀야만한다.시인은세계곳곳을떠돌며마주한상처자국들을문자로써내려가면서도,작가가진정으로해야할일은“팬티를벗”(〈작가의사랑〉)는것이라고말한다.이는결국은폐되고말해지지않던것들을화두에올리고영영기억하겠다는약속이며,“끈끈한비밀들”을공동의것으로만듦으로써“벗어나지못하는/슬픈둘레”(〈불면〉)를걷고또걸으며나아가겠다는숙명적인선언으로귀결된다.그걸음을따라오래도록켜켜이쌓인시편들과에세이를읽다보면,매순간순간표현의최대치를살며세상에유의미한발화를남기고자분투하는시인의모습이선연하다.

“어린날,가장슬픈자들의울음을대신울어주었던곡비(哭婢)처럼나는인간속에내재된고독과자유혼을언어로표현하고신성한호흡으로생명을노래하는시인이고싶다.그러므로시인이먹어야할유일한음식은고독이요,시인이마셔야할유일한공기는자유라는것을다시생각한다.나는오늘도길을떠난다.생명의원천인물처럼흘러간다.나의시는그물로나를씻기는노래,내게먹이를주는물의바닥에서파득거리는뻘밭의노래이다.”
_〈나의시,나의몸〉에서

책장을넘기다보면시어들이온통얽히고설켜숨을틔우고울창한숲을이루고있음이느껴진다.몸의언어로만든신은닳고닳아그모양과형체를잃어버리기에이른다.걸어온길에남은자국들은곧반세기넘는시간을느슨하게공유하며한권으로묶인시편들이다.이책은“미완을향해끝없이길을떠나”는시인의종착지없는여행에독자를기쁘게초대한다.“시는아무것도주장하지도간섭하지도않고그냥존재”할뿐이지만,우리는문정희의시를읽는동안몸과대지의경계가사라지고시와삶이하나가되어흘러감을감각하며,비로소자유로운읽기의여정을시작하게된다.그럼으로써시인이만들어낸시의숲은끝없이살아있다.그저살아있음으로찬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