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슨

아르슨

$18.00
Description
젊은 독일어권 문학의 기수, 라우라 프로이덴탈러의 기후소설
방화로 불타는 도시에서 어떻게 더 살아갈 것인가
라우라 프로이덴탈러는 현재 오스트리아 문단,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활약 중인 1984년생 작가다. 2014년 데뷔 이래 그는 일관되게 인간 내면의 균열과 사회적 위기를 개성적으로 서사화하고 정밀한 문체로 묘사해왔다. 작년 한 해에만 안톤빌트간스상, 라인하르트프리스니츠상, 오스트리아 우수예술가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줄줄이 수상한 작가를, 그의 작품세계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2023년 작 《아르슨》을 통해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아르슨》은 ‘방화’라는 소재를 내세워 불안한 인간 사회의 원인으로서 기후위기를 파헤치는 실험적 기후소설이다. 불타는 도시는 매해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맞게 된 지구 위 모든 생명체의 운명에 대한 은유이자 연쇄방화범을 자처한 인간이 지구 전체를 자신이 올라설 화형대로 만들어온 역사에 대한 은유다. 동시에 《아르슨》은 불에 매혹된 화자 ‘나’와 ‘그’의 감각과 생각을 따라가는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불안, 우울, 불면, 망상을 겪는 등장인물 각각은 더 이상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오늘날 인간이 느끼는 ‘기후불안’, ‘기후우울’의 초상이다.
작가는 어떤 SF적 음모와 해결, 현실적 행동의 촉구도 채택하지 않으며 기후소설 장르의 문법을 피한다. 또 공허한 기술해결주의나 소모적 종말론 중 어느 쪽으로도 결론 내리지 않으며 장르의 관습도 벗어난다. 문제가 압도적으로 거대하고 복잡할 때, 그는 파국을 묘사하기보다 파국을 살아내는 인간의 지각과 심리를 해부할 새로운 언어를 찾는다. 문학적 언어로 구체화한 인간의 회복력이 그렇게 구한 해결책이다. 안과 밖, ‘나’와 세계가 똑같이 붕괴해가는 시점, 《아르슨》은 기후소설이 어떻게 장르의 외연을 넓히고 문학에서 보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저자

라우라프로이덴탈러

저자:라우라프로이덴탈러(LauraFreudenthaler)
1984년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에서태어났고,빈대학에서독문학·철학·젠더학을전공했다.2014년단편집《마들렌의두개골》로데뷔,2017년첫장편소설《여왕이침묵한다》로브레멘문학상장려상,2019년《유령이야기》로유럽연합문학상을수상했다.특히2021년마누스크립테상,2024년안톤빌트간스상을비롯한오스트리아의여러권위있는문학상을통해지금까지의창작활동을인정받았다.

역자:신지영
서울대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독일쾰른대에서로베르트무질의『특성없는남자』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덕성여대를거쳐현재고려대독어독문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저서로는Der‘bewußteUtopismus’imMannohneEigenschaftenvonRobertMusil(Knigshausen&Neumann2008),번역서로는『생전유고/어리석음에대하여』(로베르트무질지음,워크룸프레스2015)등이있다.

목차


《아르슨》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견딜수가없다.”
스스로불지른재난의무대위에선인간

도시가이유를알수없는연쇄방화로불탄다.잇따른방화는하나하나의사건이기를넘어대규모재난이되었다.불의힘에이끌리고집착하는‘나’의일상과심신도무너지기시작한다.

《아르슨》은‘방화’라는소재를내세워불안한인간사회의원인으로서기후위기를파헤치는실험적기후소설이다.불타는도시는매해‘가장뜨거운여름’을맞게된지구위모든생명체의운명에대한은유이자연쇄방화범을자처한인간이지구전체를자신이올라설화형대로만들어온역사에대한은유다.프로이덴탈러는두명의화자‘나’와‘그’의심리적·육체적위기를따라가면서,기후위기시대인간존재안팎의디스토피아를훑는다.

소설은240여쪽분량동안개인·사회·생태계가겪는거의모든위기를망라한다.낫지않는상처,고립,불안,무기력,불면,악몽,우울,호흡기질환,암등과,이민자·성소수자등소수자문제,기술에의한인간소외,계층양극화,기초학문붕괴,공공영역의민영화,감시사회,지방소멸,사다리걷어차기,선택적공감등과,기온상승,해수면상승,바다생물집단폐사,어종감소,대규모녹조,토양산성화,산호초백화,원시림파괴,집중폭우,산사태,지진,산불,우주쓰레기등이다.이래서는어떤문제가가장시급한지,어떤문제가해결의실마리가되어줄것인지알수없다.이제세상은통제불능의파국으로치닫고있다.

그러나《아르슨》은기후소설의관습을따르지않는다.《아르슨》에는어떤권력체의음모나갈등,SF적해결책이등장하지않는다.인간이만들어낸문제들은인간이생존을위해조성해온환경으로서제시된다.문명의발달끝에서보니그환경이인간에게도적대적이게되었을뿐이다.따라서《아르슨》은개인과사회에어떤결단과행동을촉구하지도않는다.현대인의비겁한마음에불을지피는교훈도없다.작가는“손가락을까딱할때마다”(101쪽)연료를태워얻는생활의편리를솔직하게인정한다.폭염에시름시름앓더라도여름날의바비큐는즐겁고축제의불놀이는아름답다.심지어무력감에잠긴‘나’와‘그’는불과불이인간의영역에행사하는파괴력에서매혹과해방감을느낀다.

《아르슨》의디스토피아는외부세계보다인물의내면에서더구체적으로그려진다.기후소설의외양아래불안한현대인의내면을충실히탐구하는심리소설이진행된다.등장인물은누구할것없이모두정신적위기에처해있다.불안장애,우울증,불면증,망상장애를앓는“세계고”(39쪽)환자들이다.이들각각은예측할수없는미래,통제할수없는현재,문제의단초가지워져버린역사시대이전의과거앞에서오늘날인간이느끼는‘기후불안’,‘기후우울’의초상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견딘다.”
기후위기시대를기록하는새로운언어의발견

‘나’와‘그’는우리의거울이다.불에매혹당함을시인하는것,오늘날인간이누리는문명의이기와그것의파괴력을직시하는것,문명을포기할수없음을고백하는것,인간은인간일수밖에없음을인정하고죄의식과무력감을수용하는것은용기가필요하다.인간은이제숨만쉬어도파괴적인존재가되었는데(26쪽),그렇다고숨쉬기를멈출수도없다.인간은제이기적생존양식때문에위기에빠졌지만,여전히감상에빠지지않기위해,건강을위해,공동체를위해,다른생명을위해애쓰고있다.

우리는손바닥사이에나무막대기를비빌것이고,우리는유리밑에종이를깔아태양아래내놓을것이고,우리는불씨를얻기위해,우리를따뜻하게하기위해,영양분을섭취하고야생동물로부터우리를방어하기위해,온갖것을다시도할것이다.
(241쪽)

프로이덴탈러는이치열한인간적노력을기록하기위한새로운언어와형식이필요했다.문제가압도적으로거대하고복잡할때,그는파국을묘사하기보다파국을살아내는인간의지각과심리를해부하기로했다.어원을파고드는어휘선택,비대칭적문장구조,구분없이섞인대화와서술,현실과환상의무차별한묘사,일관되지않은시점,장면간느슨한논리적연결등전대미문의현실을재현할새언어를찾는다.불안,불면,우울,악몽,열대야,전염병,화상,방화,축제를통과하며주은감각의조각들은이렇게언어화된다.

작가는이조각들을이미지의끝말잇기로한데묶었다.《아르슨》은일견‘불꽃처럼가벼운발걸음’으로사건과장면사이를건너뛰며진행되지만,켜켜이중첩된은유들이파편과파편을긴밀하게엮는다.페이지를넘기다보면인물들의사고방식과정신상태,소설속세계의논리가거울을앞에둔것처럼눈에들어올것이다.

안과밖,‘나’와세계가똑같이붕괴해가는시점,작가는기후소설을쓰면서공허한기술해결주의나소모적종말론중어느쪽도택하지않는다.대신그는의식의그림자속을헤집어,문학적언어로구체화한인간의회복력을결론으로내놓았다.《아르슨》은기후소설이어떻게장르의외연을넓히고문학에서보편적성취를이룰수있는지보여주는좋은예다.

젊은독일어권문학의기수,
라우라프로이덴탈러

라우라프로이덴탈러는현재오스트리아문단,독일어권문학에서가장눈에띄게활약중인1984년생작가다.그는2014년데뷔이래작품을발표할때마다문단의호평과독자의환영을고루받고있다.2017년첫장편《여왕이침묵한다》는브레멘문학상과독일어데뷔소설축제최우수상을,다음작품인2019년《유령이야기》는유럽연합문학상을받았다.이어작가는2020년독일어문학의날3sat상,2021년가장전위적작가에게주어지는마누스크립테상을수상했으며,특히2023년《아르슨》출간이후2024년에만안톤빌트간스상,라인하르트프리스니츠상,오스트리아우수예술가상등오스트리아의권위있는문학상을줄줄이수상했다.

그는일관되게인간―특히여성―내면의균열과존재적불안,사회적위기를개성적으로서사화하고정밀한문체로묘사해왔다.“외부세계를통해내면을,내면을통해외부세계를묘사”하는특유의장기가거의매쪽마다구사된《아르슨》은주제와문체모두그의작품세계를가장압축적으로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