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먼 무지개 (한택수 시집)

길고 먼 무지개 (한택수 시집)

$8.00
Description
응집된 시어로 써 내린 서정시
시의 본질을 탐색하는 꿈과 사랑의 말들

한택수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총 58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한택수 시인은 초기 작품부터 시와 언어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져 왔다. 시를 “율동(律動)이 있는/ 행(行)을 가르는/ 운문”이라고, “처음과 끝이 있는 산문이 아니고/ 툭, 끊어진/ 동아줄”(〈시를 읽을 땐〉 중)이라고 말하는 이런 본질적 탐구는 때때로 작품 전면에 드러나, 작품 자체가 시인의 시론(詩論)으로 읽히기도 한다.

언어를 탐구하고 본질적인 질문 속을 헤매는 한택수 시인의 고집 아래에는, 시인에게 곧 “진리(眞理)”(〈양천리엔 가을이〉 중)인 시에 대한 사랑이 깊고 곧게 자리 잡고 있다. 시에 대한 한택수 시인의 애착은 때론 “열병”(〈그때 나는 열병을 앓았지〉 중)으로, 때론 “지극한 눈빛”(〈별〉 중)으로 시집 전체에 녹아 있다. 발문을 쓴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한택수 시인은 아직도 삶, 꿈, 별의 언어를 찾고 있다”며 그의 시를 “응집된 시어로 이루어진 서정시의 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바다의 이미지는, 한택수 시인이 태어난 강원도 강릉 앞바다의 짙푸른 색으로 파도친다. “너무 멀리 와 있”다는 체념 뒤에도 시인에게는 향수가 “늦은 오후의 볕”(〈오후의 볕에 볼을 비빈다〉 중)처럼 머물고 있다. 한택수 시인은 “눈앞의 늪에 고여 있던/ 나만의/ 삶”(〈삭발〉 중)을 살피며 개인사의 비의(秘意)를 짚어내기도 한다.

내 마음에 한 줄 금 같은/ 누이와의 별리(別離),/ 내 인생의 긴 그림자였다.// 누이는 어디 사는가./ 밤이면 별의 눈으로 하늘에/ 뜨곤 했다./ 환한 꽃의 웃음으로 호숫가를/ 흔들기도 했다.(〈오늘은 비가 내린다〉 중)

어쩌면 시인은 인생 전체에 걸쳐 “길고 긴 해안선 멀리/ 무지개”(〈내 인생의 길고 먼 무지개〉 중)를 따라가면 찾을 “뽀얀 구름이 지나가는/ 푸르디푸른 시”(〈푸르디푸른 시를 꿈꾼다〉 중)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택수의 시는 공터에 뻗어 나가는 덩굴식물 같은 데가 있어서 좀처럼 쉽게 정돈되지 않는 신산한 삶의 세목들이 읽는 이들의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무엇 하나 뚜렷이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그 중음(中陰)의 시간 속에서, 여전히 사소한 짓거리에 한눈팔며 나날이 소멸해 가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시인은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성복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