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갈등으로격변하는세계반도체산업
박영선전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현재미국하버드대케네디스쿨선임연구원으로활동하며‘반도체무기화와세계패권’을주제로연구하고있다.중기부장관시절반도체중소기업육성을위한정책을마련해강력하게추진했고,삼성전자에한국반도체생태계에서취약한분야에서중소기업을함께키워보자고제안할정도로국가전략자산으로서반도체에많은관심을가졌다.
2023년봄가을하버드대에서는‘세계적인반도체전쟁’을주제로한심포지엄과세미나가연달아열렸다.최대쟁점은중국견제를위해미국이꺼내든반도체무기화전략이었다.한국의최대경쟁자인일본과대만은글로벌반도체공급망재편에촉각을곤두세우고심포지엄에대규모사절단을파견하는등기민하게대응했는데,더욱긴장해야할한국정부나기업은현장에서찾아볼수없었다.박전장관이《반도체주권국가》의집필에열정을쏟은이유이다.
중기부에서손발을맞췄던강성천전중기부차관과차정훈전중기부창업벤처실장이박전장관을설득해책을펴내기로했고,두사람도공저자로참여했다.강성천전차관(현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원장)은1989년공직에입문한이후산업부에서잔뼈가굵은최고의산업정책통으로서한국산업정책의역사를꿰뚫고있다.차정훈전창업벤처실장(현카이스트홀딩스대표)은20여년간반도체분야에서일하면서글로벌기업,엔비디아의성장을지켜본엔지니어출신반도체마케팅전문가이다.
이책에서는“왜반도체가무기화되었는지그리고반도체주권국가가되기위해무엇이필요한지,그것이대한민국의운명과미래를어떻게결정지을지”에대해썼다.
반도체무기화와패권국가의전략
대표저자박영선전장관은1950년부터현재까지70년반도체산업의역사와미ㆍ중갈등속요동치는반도체세계지형을한눈에조망할수있는관점을제시했다.‘반도체무기화’와‘패권국가의전략’이라는프레임이바로그것이다.
베트남전패배이후미국방부는윌리엄페리(훗날대북정책조정관)를국방차관으로발탁해반도체를활용한유도무기를개발함으로써무기시스템혁신에성공한다.이를발판으로미국이소련과의군사력경쟁에서승리했고동시에실리콘밸리가번성하는데촉매제가되었다는것이반도체무기화의역사이다.
반도체미래시장의주도권을차지하기위한주요국들의반도체전쟁이치열하게전개되고있다.미국의패권을넘보며반도체굴기에막대한정부지원금을퍼붓고있는중국,20년간건설적관여정책을고수하며중국의성장을방관하다가중국견제를위해세계반도체산업의새판을짜고있는미국,반도체강국으로의부활을노리는일본,세계최대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기업TSMC를국가안보를위한보험으로내세우는대만,패키징부문에도전하는싱가포르,그동안중국등동아시아의존도를높았으나이제반도체생태계의중심국으로부상을꿈꾸는EU….
박전장관은세계반도체전쟁의전황을전체적으로살피는넓은안목,본질을꿰뚫는언론인출신특유의필치로패권경쟁의핵심인반도체전쟁의승부를가를핵심요인이무엇인지밝히고,반도체산업의지각변동속에서대한민국이현재서있는좌표가어디인지정확하게보여준다.
반도체주권국가로가는길
이책의핵심중하나는반도체주권국가를향한한국의생존전략이다.이것은공저자들이미국보스턴과대한민국서울을줌(Zoom)으로연결해매주이어간치열한토론의결과물이다.그래서인지책장을넘기다보면고래싸움속에서길을잃을지도모를한국의주권을지켜야한다는공직자출신저자들의절박한심정과무거운책임감이그대로전해진다.
강성천전차관은일본과의반도체경쟁에서승리하며반도체강국으로성장한한국반도체의역사를돌아보고,2019년산업정책비서관으로서직접관여한일본의반도체소재수출규제극복과정의긴박했던순간들을기록했다.특히반도체부활프로젝트를추진하는일본과또한차례대격전을앞둔시점에반드시곱씹어야할징비록도남겼다.
차정훈전창업벤처실장은현재까지반도체시장을지배한글로벌기업들의성공비결과미래시장의주도권을놓고벌이는게임의법칙을밝히고,메모리에지나치게편중된한국반도체생태계의한계를극복할해법을모색했다.AI반도체선두주자인엔비디아의경쟁력이무엇인지를함께일했던CEO젠슨황,소프트웨어개발엔지니어등과직접겪은일화를통해구체적으로전한다.
박영선전장관은메모리에서선전하고있는한국기업에대해서도비판을아끼지않았다.메모리반도체첨단제품인HBM투자를주저한다거나해외반도체주요기업인수를포기하는등뼈아픈경험을한국내기업들에대해서는경직된기업문화와의사결정구조문제를지적했다.다른한편으로는세계적베스트셀러《칩워》의저자크리스밀러와토론하며HBM패키징시장에서한국기업의새로운가능성을찾거나,최근각광받는미래공정기술인칩렛생태계를선점할수있도록정부의적극적지원을촉구했다.
저자들은대한민국이반도체주권국가로서미래에도반도체산업의주역이되기위해서는급변하는세계반도체흐름을놓치지않아야하고반도체생태계형성에주력하여야한다는점을강조한다.이를위해30여년전‘21세기과학기술G7국가진입’이라는간절한꿈과의지를담아추진했던G7프로젝트처럼범국가적관심과역량을모아‘G7프로젝트2.0’을추진해야한다고제언했다.
세상에없던기술로새로운시대를열어가는과학자들
박영선전장관이미국국제관계전략연구소(CSIS)수석고문으로있던2021년가을,미국첨단과학기술개발의현장을둘러본견문록도흥미롭다.테슬라무선통신책임자인딜런김,구글신사업개발담당제프전,IBM양자컴퓨터상용화에기여한한국인백한희박사,IBM과대적하는아이온큐의김정상교수,보스턴다이내믹스창립자마크레이버트,4족보행로봇의세계적권위자김상배교수(MIT),웨어러블반도체의선두주자김지환교수(MIT),융합바이오의새지평을연글로리아최(MIT신경생물학)와허준렬(하버드대면역학)한국인부부교수….미래산업전쟁의최전선에서세상에없던과학기술을만들어나가고있는과학자들을직접만날수있는귀한경험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