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핸드폰에부고가찍히면죽음은배달상품처럼눈앞에와있다.
내가즐겨마신술은위스키다.위스키의취기는논리적이고명석하다.
혀가빠지게일했던세월도돌이켜보면헛되어보이는데,햇볕을쪼이면서허송세월할때내몸과마음은빛과볕으로가득찬다.나는허송세월로바쁘다.
새벽의갈대숲에서새들이부스럭거리고퍼덕거린다.새날개치는소리나는동네는복받은동네다.
조사‘에’는헐겁고느슨하고자유로워서,한국어의축복이다.
형용사를탓할일이아니라,자신의말이삶에닿아있는지를돌아보아야한다.삶을향해서,시대와사물을향해서,멀리빙빙돌아가지말고바로달려들자.
세상살이는어렵고,책과세상과의관계를세워나가기는더욱어려운데,책과세상이이어지지않을때독서는괴롭다.
암컷은미동도하지않는다.저한없는집중과인내와기다림.새는제몸의온도로새끼를깨워낸다.당신들과나는지금까지얼마나많은달걀을먹었던가.
심장은목적지가없고,이유가없어보였다.심장은언어나논리가세계를규정하지않는곳을향해서,엔진을벌컥거리며가고있었다.
햇볕속에서하루종일놀다가저물어서집에돌아오면엄마는“네머리통에서햇볕냄새가난다”고말했다.햇볕에냄새가있는지는알수없었지만,나는엄마의말을믿었다.
그날집에돌아와서나는,생활은크구나,라고글자여섯개를썼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