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학 2

역사시학 2

$29.14
Description
천재적 개인의 사유에서 인류의 집단적 기억으로
러시아 비교문학의 거장 베셀롭스키의 대표작 국내 최초 완역
《역사시학》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사학자이자 비교문학자인 A. N. 베셀롭스키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역사시학’의 핵심 연구를 집대성한 저작이다. 베셀롭스키는 고대부터 중세까지 다양한 민족의 방대한 자료를 살펴보며 문학이 천재적 개인의 독창적 창조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 공동체가 축적해 온 경험과 기억의 산물임을 밝혀낸다. 문학의 기원에서 시적 언어와 장르의 분화, 모티브와 슈제트의 형성과 변천에 이르기까지 문학 발전의 역사적 사회적 법칙을 추적한다. 이로써 그는 문학사를 ‘위대한 작가와 작품의 역사’에서 ‘민중의 사회적 사고의 역사’로 전환하고자 했다. 이 책의 관점은 훗날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 서사학은 물론이고 바흐친, 멜레틴스키, 로트만 등의 연구에도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이번 한국어판은 베셀롭스키 연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문학의 과학화를 이룬 지르문스키가 편집한 1940년판을 국내 최초로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문학 연구자와 전공자는 비교문학과 문학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은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A. N. 베셀롭스키

(Александр Николаевич Веселовский,1838-1906)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사학자이자 비교문학자인 베셀롭스키는 1838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인텔리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이미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으며, 평생에 걸쳐 30여 개의 각종 고어와 현대어를 습득했다. 이러한 언어적 자산은 그가 전 세계 문학을 원전으로 연구하며 방대한 비교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근간이 되었다. 모스크바대학 역사어문학부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체코 등지에 체류하며 현지 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독창적인 ‘역사시학’ 체계를 구성했다. 그의 연구는 문학을 인류 보편의 문화 기억과 역사적 형식의 축적으로 이해하는 연구 전통의 출발점이 되었다. 생전에 남긴 방대한 연구 성과는 사후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출판되었다. 《역사시학》은 베셀롭스키의 저술 중 일반 시학, 역사시학 방법론, 장르의 진화에 관한 핵심 강의와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그 외의 단행본과 논문은 1908년부터 1930년에 걸쳐 러시아 황실아카데미 출판부와 소련 과학아카데미 출판부에서 총 16권의 모음집으로 기획, 출판되었다. 제1권(1908)에는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를 다룬 《보카치오, 그의 시대와 작품들》 전체가 수록되었고, 제8권(1930)에는 러시아 영웅 서사시에 관한 연구논문들이, 제16권(1938)에는 설화에 관한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베셀롭스키의 저작들은 오늘날까지도 비교문학의 고전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목차

제1부 (계속)
역사시학의 세 장 9
I장 고대시의 융합과 시적 장르 분화의 시작 11
II장 가수에서 시인으로-시 개념의 분화 217
III장 운문의 언어와 산문의 언어 273

찾아보기 333
지은이 옮긴이 소개 336

출판사 서평

‘작가와 작품의 문학사’에서 ‘사회적 사고의 문학사’로
베셀롭스키의 평생을 관통한 문제의식은 문학 연구를 엄밀한 학문으로 정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문학사가 위대한 작가들의 명작 감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역사학이나 언어학처럼 객관적 연구 원리와 설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믿었다. 그가 찾은 것은 문학이 어떤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서 발생하고 어떤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지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1859년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학문 전통을 접한 베셀롭스키는 특히 독일에서 언어와 문학을 집단의식의 산물로 이해하는 민족심리학의 영향을 받았다. 1870년 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행한 ‘학문으로서의 문학사 연구 방법과 과제들’은 이런 구상을 본격적인 학문적 선언으로 발전시킨 강연이었다. 그는 여기서 문학사를 ‘사회적 사고의 역사’로 규정하고, 문학을 특정 시대와 공동체의 의식과 경험이 언어로 표현된 결과로 보았다. 이후 서사시와 서정시, 드라마를 비롯해 시적 언어, 문체, 슈제트, 장르의 역사적 발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으며, 1890년대의 주요 논문과 미완성 원고 ‘슈제트의 시학’에서 그 성과를 구체화했다. 따라서 ‘역사시학’은 특정 시기에 완성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1850년대부터 생애 마지막까지 발전시킨 베셀롭스키 필생의 학문적 기획이었다.

문학의 기원에서 장르와 모티브, 슈제트의 역사까지
베셀롭스키가 바라본 문학의 출발점에는 개인 작가가 아니라 공동체가 있다. 초기 인류에게 노래와 춤, 언어와 의례는 농경과 수렵, 전쟁, 제사 같은 집단적 행위와 분리되어 있지 않았으며, 문학은 이런 공동체적 삶의 리듬과 필요에서 태어났다. 이후 사회와 인간 의식이 분화하면서 서사시와 서정시, 희곡 등의 장르가 독립적으로 발전했고, 시적 언어와 표현 방식 역시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했다. 베셀롭스키는 인간의 감정을 자연 현상과 나란히 놓는 ‘심리적 평행법’과 같은 오래된 표현 형식에서도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았던 과거의 세계관과 집단적 기억의 흔적을 읽어 냈다.
그의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은 ‘모티브’와 ‘슈제트’다. 영웅의 탄생과 시련, 죽음과 부활처럼 서로 다른 민족과 시대의 이야기에서 되풀이되는 가장 단순한 서사 요소가 모티브라면, 여러 모티브가 결합해 이루는 복합적 이야기 구조가 슈제트다. 베셀롭스키에게 문학의 역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창조되는 과정이라기보다, 오래된 모티브와 형식이 새로운 역사적 조건 속에서 다시 결합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이었다. 이런 관점은 베셀롭스키의 비교문학 연구를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그는 그리스, 로마, 게르만, 슬라브 문학은 물론 인도와 아프리카, 북아메리카의 민속과 구전문학까지 비교했다. 서로 접촉하지 않은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이야기와 형식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통해, 단순한 전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류 문학의 보편적인 발전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현대 문학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끈 역작
베셀롭스키의 역사시학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문학 연구의 시선을 작품과 작가에서 문학을 만들어 낸 사회와 역사,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대했다는 데 있다. 문학을 자율적인 미적 구조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 역사학,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 종교학을 넘나드는 비교 연구를 통해 문학의 발생과 발전을 설명했다. 특히 모티브와 슈제트의 반복 및 변형 연구는 훗날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 현대 서사학이 발전시키는 여러 문제를 선취했다. ‘슈제트의 시학’은 이야기의 발생과 전파, 변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초기의 중요한 시도였으며, 문학을 하나의 역사적 체계로 이해하는 길을 열었다. 그의 영향은 후대 러시아 문예학에서도 뚜렷하게 이어졌다. 바흐친, 멜레틴스키, 로트만, 가스파로프, 토포로프, 구레비치 등 러시아 문학과 문화 연구의 주요 학자들이 베셀롭스키의 연구 전통을 계승했다.
베셀롭스키의 역사시학은 그의 죽음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연구 역시 주로 고대와 중세 문학을 대상으로 하며, 19세기 학문이 지닌 진화론적 단계론적 한계 또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장르의 발생, 문학과 사회 구조의 관계, 집단적 상상력, 모티브와 슈제트의 반복과 변형이라는 문제들은 현대 문학 연구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시학》은 낡은 문학 이론서가 아니라 문학을 인류의 집단적 기억과 사회적 삶의 역사로 읽는 방법을 제시하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

완전한 번역으로 만나는 베셀롭스키의 빛나는 통찰
이번 한국어판은 베셀롭스키 연구의 핵심 판본인 지르문스키가 편집한 1940년판을 저본으로 삼은 전권 완역본이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에서 일부 저술과 논문만 제한적으로 소개된 상황에서 원서 전체를 읽을 수 있는 한국어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완역이라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 국립대 교수로 여러 민족의 의례와 신화를 연구해 온 역자는 풍부한 언어학적 민속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번역을 완성했다. 또한 베셀롭스키의 학문적 여정과 역사시학의 성립 과정을 담은 해제와 풍부한 역주를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한국 독자가 그동안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 온 베셀롭스키의 사상을 원전의 맥락에서 직접 만날 수 있게 한다. 문학사와 비교문학은 물론 민속학, 신화학, 문화사 연구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며, 개별 작품을 넘어 장르와 서사 형식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천해 왔는지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나아가 한국문학과 동아시아의 설화, 신화, 서사 전통을 세계문학의 맥락에서 폭넓게 조망하는 데도 유용한 방법론적 자원이 될 것이다.
독자는 시대와 민족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며, 20세기 문학 이론의 근간을 이룬 베셀롭스키의 빛나는 통찰의 전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