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글로벌시대에다시주목해야할《리바이어던》
근대의정치적상상력을지배한두가지근본경험이있다.첫째는억압의경험이고,이로부터자유의열망이생겨났다.둘째는내전및무질서의경험으로서,이로부터질서의열망이생겨났다.자유와질서라는대립하는두열망간의긴장위에서근대정치운동사와이론사가움직였다고할수있을것이다.《리바이어던》은한편으로유럽종교전쟁에서비롯한무질서의경험에서출발하여어떻게정치질서및평화를구축할것인가를체계적으로이론화했다는점에서질서의계보를대표하는고전중의고전이...
글로벌시대에다시주목해야할《리바이어던》
근대의정치적상상력을지배한두가지근본경험이있다.첫째는억압의경험이고,이로부터자유의열망이생겨났다.둘째는내전및무질서의경험으로서,이로부터질서의열망이생겨났다.자유와질서라는대립하는두열망간의긴장위에서근대정치운동사와이론사가움직였다고할수있을것이다.《리바이어던》은한편으로유럽종교전쟁에서비롯한무질서의경험에서출발하여어떻게정치질서및평화를구축할것인가를체계적으로이론화했다는점에서질서의계보를대표하는고전중의고전이며,다른한편그열망을유물론적관점에입각하여이론화시켰다는점에서근대의정치의출발점이었다.
그러나당시부상하던부르주아의관점에서보면,홉스의이론은여우를피하려고호랑이굴로들어가는격이었다.주권자의자의가통제되지않는한,부르주아지의자유는얼마든지박탈당할수있기때문이었다.‘감옥속의안전(평화)도안전인가’라는루소식의질타가이상황을잘대변한다.그이후의근대정치사는자유의제도적보장이다시구조적으로자유를박탈하는자유의역설에따라진행되었고,홉스의《리바이어던》은이자유의역설의출발점이었다.
오늘날홉스는또다른의미에서주목을끈다.오늘의글로벌무대가정치적으로보면홉스가분석한자연상태그대로거나아니면약한자연상태에있기때문이다.홉스에서자연권은각자가‘자기보존을위하여자신이판단하기에가장적절하다고간주되는행위를자기마음대로할수있는권리’인데,모든사람이이자연권을임의로발휘하는상태가자연상태이다.이상태에서누구도안전할수없고,폭력에의한죽음의공포가만연한다.이라크전쟁을비롯하여최근의각종전쟁과내전을생각해보라.
그럼이자연상태에서어떻게벗어날수있을까?두가지가능성이있을것이다.첫째는미국이라는현실적리바이어던의권력아래평화를유지하는팍스아메리카체제이다.실제로미국이세계의경찰을자임하고,자신에맞서는국가를경찰의관점에서불량배로규정하는것도이런시각에서이다.둘째는글로벌차원에서세계시민법을설립하고이에따라글로벌정치를규제하는것이다.다수의국가들이원하는길이지만,그러나이길은요원하다.미국이유일초강대국으로서의자연권을스스로양도하고세계시민법에의해규제받기를원치않기때문이다.
오늘의국제무대가홉스적자연상태의여러조건을구비했지만,자연상태를벗어나법적계약관계로이행하기위한가장중요한조건하나가부족한것처럼보인다.그것이바로누구도타인의공격으로부터안전할수없다는의미에서의평등이다.죽임을당할수있는기회의평등이없는한,최강자는결코자신의자연권을양도하려고하지않는다.유일최강자미국이그러했다.미국은최강자도공격받을수있음을알려준9.11의교훈에도불구하고미사일방어체제를강박적으로추구하고있다.그것이공격받을가능성을막고,따라서자신의자연권을계속보장하는유일한길이라고여기기때문일것이다.
이는오늘의국제상황을이해하는데홉스의논리가유효함을말해준다.지난350년이상의세월을뛰어넘어,국민국가차원에서글로벌차원으로바뀌어진무대위에서홉스의논리가여전히절박한의미를갖고있는것이다.이런점에서《리바이어던》의출간은각별한의미를갖는다.1651년이책이처음출간되었던시기를제외한다면최근처럼이책의호소력이절박한현실성을지녔던적도별로없기때문이다.아마도앞으로글로벌차원에서의정치논쟁은찬성이든반대이든수정이든,근본적으로홉스의논리를둘러싸고전개될것이다.
이외에이번의《리바이어던》출간이특히반가운대목이있다.이번번역이초판본을저본으로수년간의꼼꼼한연구끝에나온것으로서,옮긴이주가풍부하여누구나쉽게읽을수있고,무엇보다원본과대조해야하지않을까하는불안없이안심하고읽을수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