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13.00
Description
사진을 찍듯 생생하게 그려낸 시각적 산문!
저명한 작가이자 사회비평가, 미술평론가인 존 버거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직간접으로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한 시각적 산문을 통해 마치 사진을 찍듯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 스스로 ‘포토카피(사진복사)’라고 이름 붙인 이 글들은, 세기말 인간사의 단편을 구성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상황과 내면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명성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그리기에만 몰두하는 무명 화가, 런던의 어느 광장에서 병든 비둘기를 돌보는 노숙자 여인, 아일랜드의 시골 버스에서 만난 수다스런 소녀, 라이플총을 빗겨 맨 열세 살의 인도 소년, 소련의 강제수용소를 백스물네 번이나 옮겨 다닌 남자와 함께, 사바티스타의 마르코스 부사령관,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철학자 시몬 베유 등 저명한 인물들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존 버거는 성실한 관찰자로서 일차적인 묘사와 설명만을 통해서 이야기 속 장면이 손에 잡힐 듯 보여주는데, 바로 그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가 만난 인물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느끼고, 나아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시각과 청각, 후각을 모두 동원한 이 신비롭고도 소박한 스물아홉 편의 포토카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록자가 만들어낸 걸작이다.
저자

존버거

저자:존버거
미술비평가,사진이론가,소설가,다큐멘터리작가,사회비평가로서널리알려져있는존버거(JohnBerger,1926-)는현존하는영국출신작가중가장깊고넓은자기세계를가지고있으면서또가장광범한독자를보유하고있는사람으로꼽힌다.처음미술평론으로글쓰기를시작해점차관심과활동영역을확장하여예술과인문,사회전반에걸쳐깊고명쾌한관점을제시해온그는,중년시절영국을떠나프랑스동부의알프스산록에위치한시골농촌마을로들어가근삼십년을살고있다.노동과글쓰기,농부와작가,은둔과참여를아우르는그의삶은어떤대안적푯대로드러나기도하는것이어서,그보다앞서살다간미국의스콧니어링을떠올리게도한다.영국의권위있는문학상인부커상을수상한소설『G』를비롯해서스무권이넘는저작을발표했고,국내에도『피카소의성공과실패』『어떻게볼것인가』『본다는것의의미』『말하기의다른방법』『그리고사진처럼덧없는우리들의얼굴,내가슴』『결혼을향하여』,삼부작『그들의노동과함께하였느니라』등이번역소개되었다.역자김우룡(金佑龍)은서울대의대를졸업하고미국뉴욕국제사진센터(ICP)를수료했다.현재사진가,가정의학과전문의,칼럼니스트로일하고있다.저서로사진에세이집『꿈꾸는낙타』가있고,역서로『의미의경쟁』『사진의문법』『낸골딘』『유진스미스』『메리엘렌마크』『사진』『건축』『그리고사진처럼덧없는우리들의얼굴,내가슴』등이있다.

역자:김우룡
서울대의대를졸업하고미국뉴욕국제사진센터(ICP)를수료했다.현재사진가,가정의학과전문의,칼럼니스트로일하고있다.저서로사진에세이집『꿈꾸는낙타』가있고,역서로『의미의경쟁』『사진의문법』『낸골딘』『유진스미스』『메리엘렌마크』『사진』『건축』『그리고사진처럼덧없는우리들의얼굴,내가슴』등이있다.

목차

1자두나무곁의두사람
2무릎에개를올려놓고있는여인
3오마가는길
4라코스테스웨터를입은남자
5유모차의여인
6턱을괴고있는젊은여자
7가죽옷에경주용헬멧을쓴채
미동도없이서있는남자
8바위아래개두마리
9르코르뷔지에가지은집
10자전거를탄여인
11지하철에서구걸하는남자
12풀밭위의그림
13시편139:“당신은나의앉고일어섬을아시니…”
14거리의배우
15잔에담긴꽃한묶음
16길가에엉켜쓰러진두남자
17말고삐를든남자
18시프노스섬
19전구를그린그림
20안티고네를닮은여자
21얘기하고있는친구
22소곁에앉은두남자
23가슴을풀어헤친남자
24사빈산맥의집한채
25바구니안의고양이두마리
26샤프카를쓴젊은여인
27식사테이블에서
2819호실
29반군부사령관

출판사 서평

추억이깃든사진앨범을넘기다보면,기억조차희미한오래전의일인데도금세예전으로돌아간듯당시를회상하면서미소짓거나슬픔에빠지게되는경험을흔히겪어보았을것이다.나를거쳐간사람들과사건,장소들이떠오르면서그순간들이영원히존재할것만같은착각이들기도하는데,이는기억을환기시켜추억을되살려주는사진의특성때문이다.여기,마치사진을찍듯이삶의한순간을정지시켜섬세하게글로‘되살려’놓은책이있다.

기억저편에묻어두었던감동적순간의섬세한재현

추억이깃든사진앨범을넘기다보면,기억조차희미한오래전의일인데도금세예전으로돌아간듯당시를회상하면서미소짓거나슬픔에빠지게되는경험을흔히겪어보았을것이다.나를거쳐간사람들과사건,장소들이떠오르면서그순간들이영원히존재할것만같은착각이들기도하는데,이는기억을환기시켜추억을되살려주는사진의특성때문이다.여기,마치사진을찍듯이삶의한순간을정지시켜섬세하게글로‘되살려’놓은책이있다.『존버거의글로쓴사진』은생의한지점,누군가를처음만난순간,함께식사하던친구의움직임하나하나와목소리,그때그곳풍경의색감과향기까지우리의오감을자극하면서사진보다더세밀하게묘사한,‘글로쓴사진(포토카피)’이라이름붙여진아름다운산문집이다.우리시대의지성존버거는‘포토카피(사진복사)’라는이름을붙이고,살면서스쳐지나가는순간들,수없는만남속에서쉽게놓치게되는감흥과기억들을조심스러운손길로잡아내어때로는시적으로,때로는그림을그리듯이절묘하게펼쳐놓는다.

이책은또한존버거가우리를위해마련한경험의세트장이기도하다.여행을가서단몇분간머문장소를그리워하고,혹은한번도가본적없는곳을그리워하고,한번도만나보지않은사람들에게애정과존경을갖는것은결국휴머니즘의다른모습이다.이깨달음은오직‘경험’을통해서만가능한데,존버거는경험의세트장을만들어독자각자에게인생의소중한순간을제공하는것이다.그리고그경험의순도를높이기위해묘사와설명만을통해서이야기속장면이손에잡힐듯보여준다.그때문에이책을읽으면누구나사진을볼때처럼자신의경험을떠올리면서글속의인물들에게애정을느끼고,나아가살아있다는것자체에감사를느끼게된다.

우리시대대표적지성존버거가포착한세기말인간사의편린들

미술평론으로활동을시작해사유의영역을확대해온영국의대표적지성존버거는해마다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되는작가이자사회비평가,문명비평가이다.그는중년시절프랑스동부알프스산록의시골농촌마을로들어가근삼십년을노동과글쓰기,농부와작가,은둔과참여를아우르며살아가고있다.다행히도존버거는긴장과불안,각종공해와스트레스에시달리고있는우리같은문명사회의사람들에게도꾸준히자신의깨달음과여유를전파하고있는데,이책에서는다양한영역에통달한작가답게날카로운‘시각적통찰력’을선보인다.특히그는도저히같은층위에서다룰수없을것같은이야기들예술,인생,정치,사랑,우정,자연,죽음을공통점이없는인물들을통해,시공간을초월하고사실과허구를섞어이야기하는탁월한내공과통찰력을발휘한다.그는언제나그랬듯이현대를살아가는인간의상황과내면을애정어린시선으로포착하면서,세기말인간사의단편을구성한다.그리고이모든과정은지극히소박한표현들로이루어져있기에,다시금이작가의대가적면모에감탄하게된다.

비둘기들에게먹이를주는노숙자여인

“여인은새한마리를손에올려놓더니,머리를흔들고팔꿈치로쳐내면서다른새들을쫓았다.여인이가슴께로올려안은그새는,털이군데군데빠지고탁구공보다좀더작은둥근머리는털이반쯤벗겨져대머리가되어있었다.빵부스러기를주었으나받아먹지않았다.여인이다른비닐봉지에서무언가를뒤적이며찾는다.그것은우유가조금담긴아기젖병이었다.비둘기의입을벌리더니부리속으로몇방울떨어뜨려넣었다.옥스퍼드가(街)에쇼핑나온한무리의사람들이멈추어서서샤프카를쓴이여인을바라보고있다.노숙자여인이그대머리새에게말했다.글쎄,두터운벽너머에숨겨져있는것을저들이볼수있을까.하지만이풍요한정원을꼭보고싶어한다면보도록내버려두지뭐.어머니의목소리였다.”―「유모차의여인」본문35쪽

저자는광장에서비둘기들에게먹이를주고있는노숙자여인의모습을성실하게관찰하여글로옮긴다.여기에는어떤판단이나의견도들어있지않지만,추운겨울날새들을위해먹이를놓아두던자신의어머니를떠올리는모습에서,길거리의흔한노숙자마저그에게는가까운이웃이자애정을쏟는대상임을우리는알수있다.그래서마치정지된영화의한장면혹은흑백사진같은이순간이책을읽는이에게도마치눈앞에서일어나는일인듯절실하게다가온다.

멕시코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부사령관마르코스

그런가하면어느평화로운여름날파리교외의수영장에서는멕시코의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부사령관마르코스의책을펼쳐들고다소강한어조로이렇게말한다.

“프랑스의공공장소에서는이제유머가사라지고있다.그럴힘이없기때문이다.지쳐버린대중들!하지만놀랍게도그산속부사령관은여전히그힘을지니고있고,내무릎에놓인책에는페이지마다유머가넘쳐난다.그의문체는전설적인것이되어있다.하지만문체라는말에현혹되지말자.진정한문체는글의내용과분리될수없다.문체는그렇게쓰고싶다고되는것이아니다.작가인내자신의경험에비추어본다면,문체는글을쓰고자할때귀기울이게되는어떤내면의목소리와따로떼어놓을수없다.부사령관의문체에는머뭇거림없는과감함과소박함이한데어우러져있다.정치적과격주의를말하는과감함이아니다.사파티스타는표방하는정치적프로그램이없다.그들의본보기를따라전파될,그들이희망하는정치적양심이있을뿐이다.”「반군부사령관」본문148-189쪽

연방정부에맞서인권을요구하는반군지휘자를지지하면서,존버거는세계를함락시키려는자본주의의논리에반대하고,이러한움직임에동참하는사람들이점차늘어나고있음에희망을느낀다.그리고세계적지성이실제로검소하게인류애를실현하며살아가고있다는것,자신의정치적소견을굽히지않는다는사실은우리에게더없는위안을준다.

그는또한알프스에서사귄이웃들,마을의농부친구들에게다정한시선을보낸다.친구의장례식에서문득외양간에서함께일하던순간을떠올리며추억에잠기고,새해첫날또다른친구의목장에서소가새끼를낳는것을돕던순간도기억해낸다.이들뿐만아니라버스에서처음만난소녀나길거리에서퍼포먼스를펼치는사람등주위에서흔히볼수있는사람들의소박하지만소중한삶과사진가앙리카르티에-브레송,철학자시몬베유처럼저명한인물들과의해후까지생동감넘치게담아낸다.마치그들의목소리가들리는것같고,이야기속장면이손에잡힐듯,따뜻한음식과계곡에부는바람의냄새까지느껴질듯하다.이제는세상에없는친구의오두막에올라간저자는한묶음손에들고간꽃을테이블위에올려놓는다.슬픔을겨우억누르며친구의따뜻했던손과,마지막만났던때를추억하며그의목소리가정적속에서들려올때까지,한참동안가만히서있는그의모습을보며문득이런생각에도달한다.“어떻게저런사람을사랑하지않을수있을까.”그리고다음순간,깨달음이밀려온다.“어떻게‘사람’을사랑하지않을수있단말인가.”이것이바로존버거가그토록전하고싶어했던메시지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