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존버거는절묘한작품을우리에게선사했다.이책은부드러움과정치적비전을향한희구를도구삼아다듬어낸절제된분노에관한작품이다.그가쓰는것은모두심오하고,정확하며,대답을요구한다.그것은자유와그결핍,희망과그결핍,권력과그결핍,사랑과사랑하는이와강제로헤어졌을때그자리를대신하는끔찍한갈망이다."―아룬다티로이ArundhatiRoy
"『A가X에게』는내가몇해동안읽은책중에서가장부드럽고통렬한책중하나다.이책의힘은효율적인방식으로,억압...
"존버거는절묘한작품을우리에게선사했다.이책은부드러움과정치적비전을향한희구를도구삼아다듬어낸절제된분노에관한작품이다.그가쓰는것은모두심오하고,정확하며,대답을요구한다.그것은자유와그결핍,희망과그결핍,권력과그결핍,사랑과사랑하는이와강제로헤어졌을때그자리를대신하는끔찍한갈망이다."―아룬다티로이ArundhatiRoy
"『A가X에게』는내가몇해동안읽은책중에서가장부드럽고통렬한책중하나다.이책의힘은효율적인방식으로,억압에서도살아남은인내하는사랑의이야기를보여주는데있다.이는우리를탄압하는힘들이아무리사악하다하더라도,사랑과인간정신은파괴될수없음을보여준다."―해럴드핀터HaroldPinter
"이소설이보여주는세계에서는,지극히개인적인것이라고여겨지는연애이야기가세계화에대한저항으로이어지고있다.여기에서아이다와사비에르의사랑은곧저항의다른이름이다."―옮긴이
존버거가발견한편지?
우리시대의양심이자진보적지성인존버거(JohnBerger,1926-)의신작『A가X에게―편지로씌어진소설(FromAtoX:AStoryinLetters)』은영국의권위있는문학상인부커상2008년수상후보작(longlist)에오른작품으로,출간직후부터세간의이목을집중시켰다.이소설은편지와인용,메모들로구성되어있으며,서두에서존버거자신이직접등장해이편지와메모들을어느폐쇄된교도소에서발견했음을밝히고있어,기존에나온그의소설들과마찬가지로현실과허구의경계를허물며시작한다.즉약제사인아이다(A'ida)가반정부테러조직결성혐의로이중종신형을선고받고독방에갇힌자신의연인인사비에르(Xavier)에게쓴편지와그편지뒤에적힌그의메모로이뤄진이야기다.
여든을훌쩍넘긴노구로,가자지구에달려가아이들을위해정기적으로미술학교를열고,작년말이스라엘의가자지구폭격으로천삼백여명의팔레스타인사망자가발생한사실에분노하고저항하면서인터넷에글을올리는작가존버거,그는현실사회의문제들앞에서침묵하지않는다.그리하여이소설에서도두남녀가처한현실을고스란히독자의현실로가져와함께고민해보자고말을건네는듯하다.헌사에는팔레스타인작가'가산카나파니(GhassanKanafani)를위하여'라고적혀있다.마르크스주의에기반한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의창립멤버이자난민캠프의교사이기도했던가산카나파니(1936-1972)는자신이타고있던차가폭파되어죽었고,이죽음은이스라엘정보기구모사드에의한암살이었으나공공연한비밀로부쳐지고말았다.이작가에게바친헌사를통해우리는사비에르의모델이혹시나카나파니가아니었을까짐작해보게된다.
사랑과투쟁의일상,그현실과허구의경계를넘어
소설의주인공인사비에르와아이다,두사람은각자가처한폭압적현실에맞서자신들의일상에대한저항과사유의발견을게을리하지않는다.아이다는약제사로서사람들의상처를보고듣고어루만지면서,사비에르는감옥안에서듣는바깥의소식을통해또는기억을통해이세계의불평등과세계화,자본주의,제국주의가지닌폭력성에대해잊지않고되새기기위해메모를한다.그에게부과된이중종신형이란,죽을때까지감옥에서나갈수없을뿐만아니라죽어서도살았던나이만큼그시신을감금해놓는다는가혹한형벌이다.그런데다두사람은결혼한사이가아니므로면회가허용되지않았다.그런그에게아이다는자신의일상에서그날그날있었던일들과위협속에서도꿋꿋하게살아가는주변사람들의소식을따스한어조로편지를써보낸다.쓰러지기직전의당뇨병환자가약국문을두드린날결국그의목숨을살린게설탕한덩어리였음을이야기하는편지,야간통행금지시간에외출해지프를탄그들로부터총에맞은소년을약국에데려와살려냈다는이야기,블랙베리덤불에서열매를따던날그에게이맛과향과색을전해주고싶다며열매를막따려고하는자신의손그림을그려넣은편지,집이폭격당한이웃앞에서진정제로쓰이는쥐오줌풀이라도먹여야겠다고생각하는자신의반사적인직업정신에대한무력감을토로한편지등,아이다가사비에르에게보내는글모두는서로의부재를견디고현재에맞서당당히그들의일상을나누고자하는치열하지만절제된몸부림이다.또한아이다의편지뒷장에적어내려간사비에르의메모속에서부당한현실에저항해세상을바꾸고자했던인물들―프란츠파농,마르코스,에두아르도갈레아노,우고차베스,에보모랄레스등―에관한기록을통해,우리는그가감옥에서마저현실에대한혁명과저항의내밀한투쟁을계속해나가고있음을볼수있다.
오늘날의폭압적현실에띄우는절박한안부들
소설속에는구체적시간과장소가드러나있지않지만,자본주의단일시장체제로흡수돼가는전세계의불평등과폭력,정치적종교적갈등과내분으로서로에게총부리를겨누는오늘날의현실,이세계가바로두남녀의일상이자현실이다.아이다는사비에르를여러가지애칭으로부른다.스페인어,터키어,아랍어―미구아포,미소플레테,미골론드리노,하야티,카나딤,하비비―등여러국적의애칭을쓴것도,비단지구반대편어느도시의일이아닌우리모두의현실이라는구체성을상기시키고어딘가에서억압받고있는사랑을되살리기위한존버거의애틋한호명이아닐까.1980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한폴란드시인체슬라브밀로즈(CzeslawMilosz)는'인간의진정한적은일반화다'라고했다.탱크와지프,험비,우지기관총,헬리콥터,F16등으로무장하고있는'그들'의위협적현실에서'우리는우리자신으로남기위해싸우는거예요'라고말하는아이다의말을우리는되새겨볼필요가있다.만약'그들'을일반화시켜특정한지역의특수한상황,특정한적으로대상화하여바라본다면,우리는일반화가지닌폭력성과함정에서한발자국도나아가지못할것이다.적은우리내면에도사리고있는비양심,무력감,눈가림,외면에서오는세계와대상에대한거리두기에서부터생겨나는지도모른다.소설속현실이오늘날의현실과별반다르지않음을일깨우기위해,작가는실존인물들과지명들을적절하게섞어놓았다.또한이편지들을사비에르가정리한순서에따르되보내지않은아이다의편지를적절한곳에임의로삽입해놓았음을밝히면서,작가는어쩌면독자들이이편지의사이사이,이들의절박한현실의사이사이를함께메워주기를당부하고있는지도모른다.따라서이하나하나의편지와메모는소통에대한애틋한갈망이자,내면의볼륨을높이고외치는투쟁의목소리이자,사소한우리의일상에대한발견이다.
존버거는이책의한국어판서문에서,문학의집으로들어가는몇가지문에대해이야기한다.권위있고공적인목적을위한정문,그보다는소박하고개인적인용도를위한옆문,그리고부엌으로난,소란스럽고사소한드나듦이있는뒷문,이세가지중마지막이바로아이다와사비에르,그리고자신이이용한문이라고그는비유했다.이문앞에서오고간작은이야기들을읽는우리는,어느새그들의식탁에앉아닫혀있던귀와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