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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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는 1972년에 방영된 텔레비전 연속 강의들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강의에서 존 버거는 일반적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법이라고 알려진 것들이 어딘가 잘못된 또는 편협한 방식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아카데믹한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거의 난폭하다 할 정도로 영국의 제도화된 강단 미술사학의 암묵적 전제들을 공격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기존의 표준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저자

존버거

미술비평가,사진이론가,소설가,다큐멘터리작가,사회비평가로널리알려져있다.처음미술평론으로시작해점차관심과활동영역을넓혀예술과인문,사회전반에걸쳐깊고명쾌한관점을제시했다.중년이후프랑스동부의알프스산록에위치한시골농촌마을로옮겨가살면서생을마감할때까지농사일과글쓰기를함께했다.

저서로『피카소의성공과실패』,『예술과혁명』,『다른방식으로보기』,...

출판사 서평

존버거의대표적미술비평서
존버거(JohnBerger)를미술평론가로널리알려지게한작품으로,1972년초판발행이후미술전공자들의필독서이자일반인들의교양서로서꾸준히사랑을받아온『WaysofSeeing』.이책은국내에서도이미다른출판사세곳을통해소개되었으나번역상의오류또는여러모로미진한부분이많았다.이번에열화당에서출간하는『다른방식으로보기(WaysofSeeing)』는곰브리치(GombrichE.H.)의『서양미술사』의역자로정평이나있는전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장최민(崔旻)의번역으로새롭게단장한것이다.『시각과언어1』(열화당,1982)에서「광고이미지와소비문화」라는제목으로원작의일부를소개한바있는역자는,존버거의간결한언어에담긴난해함을텍스트와이미지에대한깊은이해로친절히풀어내며독자들을이미지의세계로안내한다.무엇보다이미지도하나의텍스트로읽히기를바랐던원작자의의도를살려원작과거의같은순서로이미지와텍스트가흐르도록편집했다.또한존버거는복제기술로인해이미지가어떤식으로변용되었는지,누드화에서여성의몸에가해지는시선의정체가무엇인지,실제처럼보이는유럽의유화에담긴소유관계와무의식적으로노출되어온광고이미지의본질등을톺아보며독자에게생각할거리들을던지고있다.

어떻게볼것인가
전통적인미술사나미술평론에서는보통미술작품을볼때작품을감상하는이상적인방식이나태도가있다고가정한다.마치어떤정답과도같은감상법이존재한다고믿는것이다.그러나존버거는이러한감상법이어딘가잘못된또는편협한방식일수도있다고주장한다.이책의바탕이된,1972년방영된같은제목의BBC텔레비전시리즈강의에서존버거는기존의아카데믹한보는방식에대해근본적으로재검토할것을요청한다.그는영국의제도화된강단미술사학의암묵적전제들을거의난폭하다할정도로공격하고있는데,그러면서기존의표준적인보는방식이아닌새로운방식으로볼수있고,또한보아야하지않겠느냐고적극적으로제안한다.이는하나의표준적인방식(TheWayofSeeing)이있는것이아니라그나름대로의타당성이있는,여러가지방식(WaysofSeeing)이있을수있다는의미를함축하고있다.

존버거의이BBC연속강의는기존의지배적인미술사담론에대해전복적이라고이야기할수있을정도로급진적비판의시각을보여줌으로써방송당시부터커다란반향을불러일으켰다.기존의미술사학과미술평론에미친그충격과파장을한마디로쉽게이야기할수는없지만,오랫동안강단미술사학의주류였던양식사중심의형식주의적미술사학의틀에서벗어난,다방면의새로운연구방향의모색이그의문제제기이후활발하게논의된점은분명하다.즉그이전에는미술이나미술사의논의에서흔히배제했거나또는덜중요하게생각했던계급,인종,성차(gender)의문제,그리고작품의소유나후원과연관된정치적경제적차원의문제등다양한문제들을미술을이야기할때함께고려해야만한다는논점들이새롭게제기되었다.

‘누드’에드러난남성적시선
특히남성적응시를중요한의제로제시함으로써시선과젠더가연관된권력의문제를처음으로분명하게제기한것이바로이책이다.유럽회화의누드화속에서가장중요한주제로끊임없이반복적으로등장하는것은여자이다.누드화에서주인공은절대로그림속에등장하지않는다.주인공은그림앞에있는관객이며,여전히옷을걸친남자로상정된다.유럽의누드예술형식에서화가와관객(소유자)은보통남자이며대상으로취급받는인물은대개여자다.이런불평등한관계는문화전반에아주깊이각인되어있어지금까지도많은여자들의의식을형성한다.남자들이여자들에게요구하는일을여자들스스로도자신들에게요구하고있는것이다.그들도남자들이여자를보는것과마찬가지방식으로자신들의여성성을살펴본다.

오늘날이누드가포함하고있는태도나가치들은광고,저널리즘,텔레비전과같은좀더다양한미디어속에표현되고있다.하지만여자를보는본질적인방식,여자들의이미지가사용되는본질적인용도는여전히바뀌지않았다.여자들은남자들과는아주다른방식으로묘사되는데,이는여성성이남성성과다르기때문이아니라,‘이상적인’관객이항상남자로가정되고여자의이미지는그남자를기분좋게해주기위해구성되어있기때문이다.존버거는회화양식의하나였던누드화에그려진여성을단순한감상의대상으로보지않았다.캔버스너머의남성적시선을읽어냈을뿐만아니라그시선에한정된여성을밝혀낸것이다.

1985년뉴욕에서결성된페미니스트예술가그룹인게릴라걸스(GuerrillaGirls)는존버거가제기한남성적시선을아주직설적으로표현해냈다.그들은앵그르(J.A.D.Ingres)의유명한누드화인〈그랑드오달리스크(LaGrandeOdalisque)〉를‘왜여성들은미술관에들어가려면벌거벗어야하는가?(DowomenhavetobenakedtogetintoU.S.museums?)’라는포스터로패러디했다.원작의여성은포효하는고릴라의머리를가진여성으로뒤바뀌어있고,그옆에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작품의여성화가는3%미만인반면,83%의누드가여성이다”라는문구가적혀있다.

광고이미지로본,백일몽에저당잡힌현재

과거,소유자가진짜물건을소유하거나소유한것같은생각을불러일으키는역할을했던유화의자리는현대에와서광고로대치되었다.이두가지매체는모두고도로촉각적인수단으로서,그이미지들이보여주는실제의사물들을획득하였다는느낌을보는사람에게주지만,그기능은꽤다르다.유화는흔히소유주가자신의소유물또는생활방식을통해이미향유하고있던무엇인가를보여준다.그리고이를통해자신이가치있는인물이라는느낌을더욱확고하게갖도록한다.반면광고의목적은보는사람으로하여금,어딘가자기의현재생활방식이만족스럽지못한느낌을갖도록만드는데있다.광고에서는,만일그가광고하는물품을구입한다면그의생활이보다나아질것이라고얘기한다.광고는그의현재상태가아닌,그보다더나은미래를느끼게한다.

이렇듯광고는미래시제로얘기하지만,그미래의달성은끊임없이연기된다.그럼에도광고가우리에게지대한영향을미치는이유는광고가내건약속을충실히이행했는가로판단되는것이아니라,광고가주는환상이그광고를보고물건을사는사람들이품는환상에얼마나적절하게들어맞느냐로판단되기때문이다.광고는본질적으로현실에적용되는것이아니라백일몽에적용된다.광고는계속연기되는미래에근거를두기때문에현재를배제하고,그럼으로써모든생성과발전의여지를아예없애버린다.광고에서는획득될수있는능력이외에아무것도인정하지않는다.물건을살때만반복적으로나타나는환상을뿌리로삼아자본주의는성장해왔다.과거유화가특정계층이나소유자에게한정되었다면,현재의자본주의문화는광고를적극적으로이용하고있다.저자는광고가불특정다수에게막강한영향력을행사하며대중을그들이원하는방향으로이끌고있다는사실을지적하면서광고이미지의사회적실체를드러내고있다.

지속가능한담론을위하여
이책은차례없이번호가매겨진일곱편의에세이로이루어져있다.그중네편은글과이미지가함께흐르고있고,세편은이미지만으로채워져있다.여성을보는방식및유화전통에서의다양한모순적측면들을드러낸이미지들로만구성된에세이들은글로쓴에세이들만큼여러가지다양한질문들을제기하기위한것이다.이이미지들로만구성된에세이들에서는,때로는복제도판에대해아무런정보가없는경우도있다.그러한정보를곁들이는것이제기된논점을벗어나게할지도모른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도판에관한정보는이책마지막부분에수록된도판목록에서찾아볼수있다.

존버거의이러한주장과논의들은소략하고단정적인발언들로이어져있다는비판을받을소지도있다.그러나기존의미술사논의와는문자그대로‘전혀다른’방식의획기적문제제기라는점과미술사와미술비평의새로운담론적차원을여는하나의출발점이되었다는점에서,이러한이의제기는출간된지사십년이지난지금에도여전히신선하며,시각문화연구의새로운차원을선구적으로전개시킨지적촉매로서의역할이돋보이는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