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스케치북

벤투의 스케치북

$20.00
Description
『벤투의 스케치북』은 저자 존 버거가 17세기 철학자 바루흐 스피노자의 드로잉 스케치북을 찾는 상상을 하며 스피노자의 시선으로 그림을 그려나간 것이다. 드로잉이라는 행위에 대한 탐구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인도하는 예술의 역할에 대한 명상이다.
저자

존버거

런던태생으로,미술비평가,사진이론가,소설가,다큐멘터리작가,사회비평가로널리알려져있다.처음미술평론으로시작해점차관심과활동영역을넓혀예술과인문,사회전반에걸쳐깊고명쾌한관점을제시해왔다.중년이후프랑스동부의알프스산록에위치한시골농촌마을로옮겨가살면서농사일과글쓰기를병행하고있다.저서로,『우리시대의화가(APainterofOurTime)』『피카소의성공과실패(TheSuccessandFailureofPicasso)』『예술과혁명(ArtandRevolution)』『어떻게볼것인가(Waysofseeing)』『본다는것의의미(AboutLooking)』『말하기의다른방법(AnotherWayofTelling)』『센스오브사이트(TheSenseofSight)』『그리고사진처럼덧없는우리들의얼굴,내가슴(AndOurFaces,MyHeart,BriefasPhotos)』『존버거의글로쓴사진(Photocopies)』『여기,우리가만나는곳(Hereiswherewemeet)』『모든것을소중히하라(HoldEverythingDear)』『아픔의기록(PagesoftheWound)』그리고삼부작『그들의노동에함께하였느니라(IntoTheirLabours)』등과영국의권위있는문학상인부커상수상소설『G』가있다.

출판사 서평

“하지만시간이지나면서,우리둘-벤투와나-을점점더구분할수없게되었다.바라보는행동,눈으로질문하는행동안에서,우리는서로를어느정도대신할수있게되었다.그런일이가능한것은,내생각에는,그림을그리는행위가이끌어가는어딘가,혹은그무언가에대한인식을우리가공유했기때문이다.”(본문p.12)

스피노자의시선으로바라본세계
철학자스피노자(B.Spinoza).네덜란드에서태어난포르투갈계유대혈통인스피노자(바루흐,베네딕투스혹은벤투등의이름으로알려져있다)는철학의외부에서철학을탐구했다.데카르트와동시대를살았지만,스피노자의철학은데카르트를비판하며정립한다.스피노자는인간을자연의일부로바라보면서,데카르트의이분법을넘어선일원적세계관을사유했다.스피노자는짧은생애동안지치지않은열의로,읽고사색하고토론하며글을썼다.철학적활동외에렌즈세공으로생계를이어간그는,종종드로잉을하기도했다.항상스케치북을지니고다녔는데,현재전해오고있지는않다.
미술평론가,소설가,다큐멘터리작가,사회비평가로,여든을넘긴나이인지금도농사와글쓰기를병행하고있는존버거(JohnBerger).오랫동안존버거는스피노자의스케치북을찾는상상을했다.놀라운명제를남긴철학자스피노자가두눈으로직접관찰했던것들을살펴볼수있기를원했던것이다.어느날아름다운스케치북을선물받은존버거는거기에스피노자의시선으로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그결과물이바로『벤투의스케치북(Bento’sSketchbook)』이다.

사소함의연대가갖는힘
『벤투의스케치북』에서존버거는세심한눈길로,그의일상과주변인물,그들과함께하는작은경험들을담아낸다.보잘것없고사소한것들.곳곳에자리하고있는삶의편린들.버거는그것들을글혹은그림으로지면에우아하게옮겨낸다.미술관에서그림을베끼다쫓겨난이야기,아내의요양비를걱정하는은퇴정비기사와정치적억압을피해고국을떠난망명자가처한곤궁함,스스로‘건축적구조의본질’이라고이른붓꽃드로잉,그리고용기있게세상의폭력에저항한작가들-케테콜비츠,안드레이플라토노프,안톤체호프,베르톨트브레히트,아룬다티로이-과버거가기억하고해석하는역사의단편등,각각의꼭지가자연스럽게이어져흐르며스케치북전체를완성한다.
드로잉이란행위는세계와만나는하나의연결고리가된다.무언가를그리려면그것을바라보아야하고,바라봄은발견이고관심이다.하지만드로잉은그자체로완성되지못한다.존버거는말한다.“자연의고정된외곽선은모두임의적이고영원하지않습니다.”(본문p.119)또정의한다.“드로잉은수정이다.”(본문p.14)

“종종머릿속이미지가종이위의이미지보다더또렷할때가있었다.나는다시그리고,또다시그렸다.이것저것바꿔보고다시지우는사이종이는회색이되었다.그림이더나아지지는않았지만,(…)수정을하려는나의노력과그것을견뎌낸종이가,마침내마리아의몸이지닌탄력을닮아가기시작한것이다.(…)우리같은드로잉을하는사람들은,관찰된무언가를다른이에게보여주기위해서가아니라,보이지않는무언가가계산할수없는목적지에이를때까지그것과동행하기위해그림을그린다.”(본문p.20)

하나의존재로자리잡아가는,세련되지않았지만어떤상태를향해나아가는시간,그길에이르는합일을향한‘노력(conatus,코나투스)’은연장(延長)되는과정이다.서로다른지평에서있는,보는행위의주체와그대상이만날때,스피노자가사유한편재적(遍在的)법칙은그둘에똑같이적용된다.스피노자가활동한17세기는,이제막신에게서벗어나인간스스로의눈으로세계를바라보기시작한근대의태동기였다.렌즈를깎고드로잉을하면서,스피노자는무엇을보았을까?그가발견한일원적세계에서,‘본다’는사소한행위를통해‘우리’는연대할수있을까?
책곳곳에담긴압제에대한저항과연대에의내밀한호소는이러한질문에대한버거나름의답이라고도할수있다.또한글과그림사이로,『윤리학(에티카,Ethica)』을비롯한스피노자의저작에서인용한문구가함께놓여있는데,스피노자의문장은존버거의글그림과짜임새있게어우러져온전한의미를만들기도하고,앞뒤글을잇는가교역할을하기도하며,그자체로하나의명제를우리에게던져주기도한다.
이책의번역은두사람이함께작업했는데,존버거의에세이부분은김현우(金玄佑)가,『윤리학』을비롯한스피노자저작의인용문은진태원(陳泰元)이각각번역했다.스피노자인용문의경우,번역의정확성이나문체등을고려해가장권위있는1925년라틴어판을새로번역하는방법을택했다.

“이책은,제가바라기로는,오늘날우리가살고있는실제세상을있는그대로바라보는것에관한책입니다.여러가지면에서끔찍하지만,또한믿을수없을정도로아름다운순간을담고있는세상말입니다.”
-존버거,2011년영국비비시(BBC)방송과의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