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스승김종영을회상하다
한국근대추상조각의선구자우성又誠김종영金鍾瑛(1915-1982)은끊임없이전통과현대를넘나들며미美라는명제와싸워온흔치않은예술가였다.그는1953년,영국런던의테이트갤러리에서주최한‘무명정치수를위한기념비’국제조각대회에출품하여입상하면서비로소조각가로이름을알리기시작했다.수많은작품을제작했지만스스로에게엄격하고절제하여,단두차례의개인전과선별된그룹전을통해서만작품을발표했다.경북포항에세운〈전몰학생기념탑〉(1957),서울탑골공원에세워진〈삼일독...
스승김종영을회상하다
한국근대추상조각의선구자우성又誠김종영金鍾瑛(1915-1982)은끊임없이전통과현대를넘나들며미美라는명제와싸워온흔치않은예술가였다.그는1953년,영국런던의테이트갤러리에서주최한‘무명정치수를위한기념비’국제조각대회에출품하여입상하면서비로소조각가로이름을알리기시작했다.수많은작품을제작했지만스스로에게엄격하고절제하여,단두차례의개인전과선별된그룹전을통해서만작품을발표했다.경북포항에세운〈전몰학생기념탑〉(1957),서울탑골공원에세워진〈삼일독립선언기념탑〉(1963)등기념비적인조형물들도많이남겼으며,서울대미술대학장,「국전」심사위원및운영위원을역임하면서한국조각계발전에헌신했다.또한이백여점의조각작품뿐아니라삼천여점의소묘작품,팔백여점의서화작품등여러가지표현방식을통해절대미를추구했다.
우리나라에추상조각의터를닦은김종영은뛰어난조각가였을뿐만아니라존경받는교육자이기도했다.국립서울대학교미술대학이설립된직후인1948년부터1980년까지교수가되어우리나라에서는처음으로대학에서조각을가르치며강태성,최의순,최종태,최병상,엄태정,심정수등수많은제자들을길러냈다.험난한시대에한치의흐트러짐없는삶을살며만인의모범이되었던그는자신에게는가혹했지만제자들에게는사랑으로,그러면서보이지않는진리를향해일생동안매진했다.김종영선생탄생백주년을맞이하여제자서른세명의회고담을모은이책은스승김종영과나누었던대화와함께했던시간들을통해예술가이자교육자로서의그의삶의단면을밀도있게재현해냈다.
이책에실린글들은스승김종영을그리는회상록일뿐만아니라,1946년8월22일서울미대의전신이라고할수있는국립서울대학교예술대학(미술부,음악부)이설립되던무렵을짐작해볼수있는사료로서의가치도지니고있다.또한뒷부분에수록된사진들중서울대조소과실기실의모습이나육이오전쟁의발발로인해부산송도松島의가교사假校舍에서수업을하던모습들은1950년대전후우리미술교육의현장을엿볼수있는귀중한자료라할수있겠다.
무심한듯던져진말씀,그하나하나에담긴깊은뜻
“예술가는누구나관중을염두에두게되며,예술가가생각하는관중은시대와지역을초월해서많고넓을수록좋다.그러나진정한관중은자기자신이다.왜냐하면자신을기만하면관중을속이는셈이될것이고,자신에게정성을다하면그만큼관중에게성실하게되기때문이다.결국작품은자신을위해서제작한다고말할수있겠다.”?김종영
김종영의미술해부학강의나실기수업은비교적자유로운분위기속에서진행되었다.훤칠한키,넓은이마와미소,눈이움푹들어간서구적인이미지를풍겼던그는다소무뚝뚝하면서도과묵했다.자신의작품에대한선생님의칭찬이나조언을듣고싶어하는학생들에게초연한표정으로“계속해봐!”라고한마디하는게고작이었다.그럼에도학생들은경외와존경의대상으로그를바라보았는데,복도끝김종영의연구실에서거의매일들려오는망치소리를통해학생들은말하지않아도전달되는작가정신을자연스럽게배울수있었기때문이다.
“밑그림으로감동을그려라.밑그림은작업의기초.”
“둥근모양만생각하고씨앗은보지말라.”
“작품은오랫동안만진다고걸작이되는것이아니고,언제작품에서손을떼느냐가중요하다.”
“이젠장갑도좀벗기지.양말도벗기고.”
“손이어째말단비대증걸린것같군.”
김종영의수업은다른교수들의수업과는남다른데가있었다.교수들이흔히할법한어려운전문용어나현학적인표현들만늘어놓기보다는그만의화법話法을구사했다.그는제자들에게직언을하는대신,조용하게농담처럼에둘러말하면서제자들이스스로깨우치도록했다.김종영이구사한해학적인표현들은수업시간마다기분좋은웃음을유발했으며,다양한비유법을사용하여알아듣기쉽도록하면서도핵심만은정확하게전달했다.
“조각은힘으로하지않는다.”
“쓸데없는일을하는이가중요한사람이다!”
“글씨는그림같이,그림은글씨같이.”
그는일상생활에서도부연설명없이동문서답東問西答같기도하고선문답禪問答같기도한말을자주던졌다.그의말은이해하기보다생각할겨를도없이지나쳐버리기일쑤였지만시간이흐르면흐를수록생각이나고곱씹어볼만한교훈을담고있었다고제자들은회상했다.
“청안淸眼,혈안血眼등등이있다.작가는청안이어야한다.혈안은무엇에대한욕구로충혈이되어무엇을성취하려한다.이권이나탐욕을의미하고….작품을혈안으로제작한다?아니다.청안,어린이처럼해맑은눈으로제작에임하라.”?최의순이회고한김종영의말.「예술이라는길은혼자걸어가는것이다」중에서
이책은일찍세상을떠난스승을진솔하게그려낸회상록으로,1954년부터1976년사이에서울미대를졸업또는수료한서른세명의제자들의기록이다.사적인기록이지만,예술가김종영을가까운거리에서보고배운제자들의기록이다.또한책끝에는,김종영의사진을가능한한빠짐없이모아,그가살았던시대와소중한인연들을한자리에서만날수있도록했다.
일생동안속된것들과타협하지않고,이시대의고결한동양적선비정신과서양적인본주의정신(예술정신)이합해진높은경지에도달한스승김종영은무엇보다강직한주관과열정을가지고작품에몰두하는예술가상藝術家像을몸소보여주며오늘날의우리들에게도깊은감동을준다.
이책은우성김종영탄생백주년을맞아“불각의아름다움,조각가김종영과그시대”라는주제아래김종영미술관,서울대학교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에서개최되는특별전에맞춰발행되었다.김종영미술관에서는1부「김종영의삶과예술」(2015.5.7-7.26)과2부「김종영과그의빛」(2015.8.6-8.28)이,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는「김종영의조각,무한의가능성」(2015.5.7?7.26)이열리며,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이두곳의전시를통합재구성하여개최될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