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김지연 사진 산문)

감자꽃 (김지연 사진 산문)

$24.00
Description
사진가가 들려주는 쉰다섯 편의 이야기 『감자꽃』.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인 김지연은 오십대 초반의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 “중년의 삶을 힘겹게 살아냈다. 쉰이 되면서 드디어 찾아낸 것이 사진이었다.”(「안개 속 같았던 삶」 중에서) 올해로 일흔이 된 그가 이번엔 사 진집이 아닌 산문집을 내놓았다. 그동안 「정미소(精米所)」 「나는 이발소에 간다」 「묏동」「낡은 방」 등 수차례의 개인전을 열며 그가 보여 준 사진 속에는 머리를 쪽진 할머니가 홀로 지키는 낡은 방, 제주 도 바다를 배경으로 현무암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는 무덤, 글자가 몇 자 떨어져 나간 간판의 이발소, 짙푸른 녹색 지 붕의 정미소 들이 담겨 있다.

이렇듯 일견 낡고 특별하지 않은 대상들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 을까. 그건 아마도 사진가 김지연의 또 다른 호칭인 ‘아키 비스트(archivist)’에서 엿볼 수 있듯이, 사라져 가는 것을 기록함으로써 ‘정겨운 기억의 징표들’이 ‘다음 세대에게 오롯이 전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김지연은 현재 전북 진안에 위치한 마을 문화 커뮤니티 공간인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정미소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정미소를 하나 사들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발상이 그 시작이었다. 또한 그는 전주 서학동예술마을에 있는 전 시공간 ‘서학동사진관’을 운영하며 「꽃시절」 「우리 동네」「버려진 일상」 등 독특한 주제의 기획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저자의 행보는 근대문화를 되살리는 문 화운동가의 그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감자꽃』에는 그 여정에서 비롯된 진실한 생각들이 담백 한 목소리로 담겨 있다.
저자

김지연

저자김지연(金池蓮)은1948년전남광주출생으로,사진가이자전시기획자이다.남들보다늦게사진을시작해한국근대사의흔적과과정을담아재조명하는작업을해오고있다.서울예술전문대학연극과를수료하고한국방송통신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으며,현재전북진안의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관장및전주서학동사진관관장으로있다.「정미소」(2002),「나는이발소에간다」(2004),「근대화상회」(2010),「낡은방」(2012)등십여차례의개인전을가졌고,「계남마을사람들」(2006),「전라북도근대학교100년사」(2010),
「용담댐,그리고10년의세월」(2010),「보따리」(2012)등많은전시를기획했다.사진집으로『정미소와작은유산들』(2013),『삼천원의식사』(2014),『빈방에서다』(2015)등십여권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
새벽낯선곳에서사과를먹다
보성가는길
밥값은하고사는가
완주비봉정미소
산동등구정미소
강화모현정미소
이서돌꼭지정미소
논에백차의흙을나르는일
줄포장성정미소
감자꽃
개망초
원평이용원
나포이발소
쫑기는멍충이다
제일이용원의간판
진도기행
평교이발관
폭우
함께
여섯마리의말
근대화상회
유통기한
기억의방
늙는다는일
우리할아버지의노래
김치수제비
꽃무늬양산
황해디젤

2
나무야,아픈나무야
순간의선택

불면증
도향다방
서학동버드나무
건지산할아버지의땅
안개속같았던삶
33800
“좋은하루되세요”
늙어서만난친구
꽃시절에친우를부여잡고
꽃은피어도
우정
서학동사진관
할아버지의벽
강아지
골목에서하늘을본다
앞집할머니
일회용물잔
토마토
생일
약속
방울소리
할머니의국수
참빗과얼레빗
일흔이되어

발문·김영춘

출판사 서평

“정말한순간도멈추지않고대상에대한근원적인질문을던지며살아온일생이라는것을느낄수있었다.자신을숨기지않고있는대로드러내는환한글이기도했다.문장마다넘쳐나는한사진가의예술적열정은,‘아하이정도의뜨거움이라서우리시대공동체의쇠락과소멸을기록하는역할을감당할수있었겠구나’하고고개를끄덕이게한다.『감자꽃』에등장하는한분한분의주인공은쇠락의시간을배경으로살아온사람들이기에민중이라고불러도괜찮을것같다.글을읽어가는동안작가가그들의삶을어떤눈으로바라보며어떤의미를부여하고있는지를눈여겨보기를권하고싶다.”
-김영춘시인의발문「정미소앞에서걸음을멈춘사진가」중에서

『감자꽃』은사진가김지연의첫산문집이다.지금까지출간해온여러사진집에도특유의담백한글이실려있지만,이책은단순히사진을뒷받침하는토막글이아닌,사진을찍게된동기,그가일관되게기록하고자하는대상들에대한사유,개인의내밀한기록까지담고있어,김지연이라는한인간의총체적모습을만날수있다.또한젊은시절부터품어온글쓰기에대한미련을수줍게내보이는자리이기도하다.시인김영춘은만약젊은날에만났다면‘이제사진그만하고글이나쓰자’고권할뻔했다며,그의꾸밈없는글솜씨를높이평가했다.

빛나지않아도아름다운것들
1부는‘정미소’‘나는이발소에간다’‘묏동’‘근대화상회’‘낡은방’‘삼천원의식사’등기록자로서의작업과연관된글들이연도순으로사진과함께수록돼있다.여기에는기존에발표하지않은사진들도일부포함된다.저자는첫번째글「새벽낯선곳에서사과를먹다」에서‘정미소를찍는다는것이과연목적이되는가?’스스로에게물으며책의문을연다.그러곤목적이모호할때대상에게더순수하게다가갈수있고,건물과그앞으로닦인길,마을뒷산을함께담아엄정한형식에서벗어나고자한것이유형학적사진과자신의작업이구별되는점이라고말한다.그러나이내‘밥값은하고사는지’되뇌며자기반성의끈을쉽게놓지못한다.이같은성찰의문장이녹아든‘정미소’에얽힌글들을지나면,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의탄생일화를담은
「논에백차의흙을나르는일」에다다른다.이는‘근대유산을마을문화커뮤니티공간으로탈바꿈시킨최초의사례’로,우여곡절끝에폐정미소가문화공간으로거듭나는과정이세밀하게기록되어있다.이곳을운영하며사귄동네할머니의이야기「감자꽃」은‘아무짝에도쓸모없는’,그래서더아름다운우리주변의평범한모든것을상징한다.이글제목이책전체를아우르는제목이된이유이기도하다.단골할아버지들이세상을뜨며문을닫기시작한시골‘이발소’앞에서서저자는머리손질후오히려더도드라지는남자들의남루함과,면도사로일하며가족을부양했던사촌여동생을떠올린다.전라도사투리로묘지를가리키는‘묏동’들을바라보며멀고도가까운죽음을읊조리고,가족의역사가깃든‘낡은방’안에앉아곧없어질존재를향한조바심을드러낸다.이모든사진과글속의사람들은하나같이엄살없이담담한얼굴을하고있고,풍경또한호들갑스럽지않고한가하다.
2부는좀더내면을드러내는작업,개인적경험에서길어올린소소한사연들로구성돼있다.1부의작업들처럼김지연은성실한다큐멘터리작가로인식되어왔으나,2014년시작한연작‘놓다,보다’를통해마음

속에담아둔잠재의식과불안을꺼내놓았다.사람에게포커스를맞추지않고그형태를무너뜨려전체적인움직임이나느낌을강조하는‘건지산’연작도처음선보인다.이사진들옆에는오랫동안시달려온불면증의고통,혼자보내는생일,어린시절의기억같은개인적인이야기들이진솔하게펼쳐진다.오래된사진한장으로나이든여인의생애를돌아보는「꽃시절에친우를부여잡고」와「꽃은피어도」등서학동사진관을꾸리며만난사람들의사연도빠질수없다.낯선한국관광객에게유럽기차의역무원이건네주던물한잔이지금도쓸쓸함을달래주는추억의‘기호’로남아있다는「일회용물잔」,관대했던할머니의넓은품을얼레빗에빗대어그리워하는「참빗과얼레빗」등,짧거나긴55편의글이55점의사진과짝을이루어한편한편이어진다.
이처럼『감자꽃』에한데모인글과사진은보통사람들에게는흔하고낡고곧사라질것들을지금우리눈앞에불러내어특별한그무엇으로기억하도록한다.

출간에맞춰책에실린사진중일부를작품으로만나는같은이름의전시가2017년12월5일부터17일까지류가헌에서열린다.작가와의만남을겸한출간기념회와전시오프닝행사가12월5일화요일오후6시에전시장에서있을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