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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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세기의 ‘무혈 설계 전환 혁명가’
건축가, 디자이너, 발명가, 사상가, 철학자, 시인, 미래학자, 환경주의자 등으로 불리는 벅민스터 풀러(R. Buckminster Fuller, 1895-1983)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지만, 그가 처음 고안한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은 어디선가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과학관이나 과학엑스포 광장에는 꼭 하나씩 서 있는 반원형 건축물이 그것인데, 곡면의 뼈대로 무게를 분산시켜 별도의 기둥이 필요없는 가볍고 효율적인 구조체다. 또한 화학 전공자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풀러렌(Fullerene)’은 탄소원자 60개로 이루어진 분자 ‘C60’의 별칭으로, 이 분자가 지오데식 돔의 구조와 유사한 형태여서 그의 이름을 빌려 왔다.
건축가인 그가 원시시대 움막 같으면서도 미래주의적인 구조물을 개발한 이유는 뭘까? 20세기 초중반 미국, 풀러의 눈에 인류는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은 비용을 들여 많은 일을 해야(doing more with less)’ 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재료로 효율적인 거주 장소를 만들어내는 지오데식 돔은 기하학 측면에서도 완벽하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이다. 사실 그의 혁신적 아이디어의 시작은 양차대전 사이인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이 가져온 새로운 시대에 주거 역시 ‘살기 위한 기계’로 거듭나 인간 미래의 삶을 제시해야 했다. 다이맥시온(Dymaxion) 주택 시리즈, 다이맥시온 자동차, 막사(幕舍), 화장실 등의 프로토타입은 바로 그가 열망한 혁신의 결과물들이었다. 스스로 표현한 대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괴적인 유혈 혁명에 맞서, 건설적인 무혈 설계 전환 혁명(bloodless, constructive, design transformation revolution)을 시작”했던 것이다.
풀러의 실험은 지금 우리 일상에 보편화하지 못했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늘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우주에 위치하길 바랐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자신의 작품에 풀러의 글을 인용하고 ‘지구호 우주선’이라는 어휘를 사용하기도 했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는 인간의 거주지인 지구의 연약함, 그걸 알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기술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한 풀러의 윤리에 존경심을 표했다.
저자

벅민스터풀러

지은이:벅민스터풀러(R.BuckminsterFuller)
건축가이자엔지니어,기하학자,지도제작자,철학자,미래학자,유명한지오데식돔의발명가,그리고당대가장뛰어난사상가중한사람이었다.풀러는세계문제를포괄적으로바라보는시각으로유명했다.그는50년이상‘적은비용을들여많은일을해내는’기술을창조함으로써인류의삶을개선시키는혁신적설계의잠재력에대한헌신을반영하는해결책을발전시켰다.약서른권에달하는책을집필한풀러는평생전세계를다니며자신의생각을수천명의청중에게강연하고그들과함께토론했다.1983년,사망직전에는“기하학자이자교육자,건축설계자로서그의공헌은각분야의성취를확인시켜주는기준이되었다”는치사와함께,민간인최고의훈장인대통령자유훈장을받았다.풀러의사후,화학자들이지오데식돔의구조와비슷한구조를갖는새로운탄소분자를발견하자,‘벅민스터풀러렌’이라고명명했다.요즘과학계에서는그분자를‘버키볼’이라는애칭으로부른다.  

엮은이:제이미스나이더(JaimeSnyder)
싱어송라이터이자작가,대체미디어의제작자겸감독이다.「파블로피카소:평화를위한외침」「헨리밀러:그리는것은다시사랑하는것이다」「우주의모형제작과사유:벅민스터풀러」등의영화작업을했으며벅민스터풀러협회의공동설립자이다.풀러의손자인그는풀러가사망할때까지함께연구하고작업했다.  

옮긴이:이나경
이화여대물리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영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번역과강의를하고있다.역서로『넘버원여탐정에이전시』『샤이닝』『피버피치』『불타버린세계』『XO』『뮤즈』『배반』『연인인가사이코패스인가』등이있다.  

해제:신은기
서울대학교건축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미국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건축학석사학위를받았다.이후워싱턴디시의헬무스오바타카사바움(HOKWashingtonDC)사무소에서설계실무를익혔으며,미국건축사자격(뉴욕주)을취득했다.서울대학교건축학과에서전후미국의대량공급주택과건축가들의실험에관한논문을쓰고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인천대학교에서건축설계및건축이론을가르치고있으며,대량공급주택에서건축가들의작업에대한연구를지속하고있다.  

목차

한국의독자들께/제이미스나이더
책머리에/제이미스나이더

1총체적인경향
2전문화의기원
3총체적명령을받는자동화
4우주선지구호
5일반시스템이론
6시너지
7통합적기능
8재생의풍경

주註

부록
지구호의지속가능한항로/신은기

출판사 서평

20세기의‘무혈설계전환혁명가’
건축가,디자이너,발명가,사상가,철학자,시인,미래학자,환경주의자등으로불리는벅민스터풀러(R.BuckminsterFuller,1895-1983)는일반인들에게생소하지만,그가처음고안한지오데식돔(geodesicdome)은어디선가한번쯤보았을것이다.과학관이나과학엑스포광장에는꼭하나씩서있는반원형건축물이그것인데,곡면의뼈대로무게를분산시켜별도의기둥이필요없는가볍고효율적인구조체다.또한화학전공자들이라면모를리없는‘풀러렌(Fullerene)’은탄소원자60개로이루어진분자‘C60’의별칭으로,이분자가지오데식돔의구조와유사한형태여서그의이름을빌려왔다.
건축가인그가원시시대움막같으면서도미래주의적인구조물을개발한이유는뭘까?20세기초중반미국,풀러의눈에인류는위기에처해있었고,이를해결하기위해서는‘적은비용을들여많은일을해야(doingmorewithless)’했기때문이다.최소한의재료로효율적인거주장소를만들어내는지오데식돔은기하학측면에서도완벽하지만,무엇보다경제적이다.사실그의혁신적아이디어의시작은양차대전사이인1928년으로거슬러올라간다.기술이가져온새로운시대에주거역시‘살기위한기계’로거듭나인간미래의삶을제시해야했다.다이맥시온(Dymaxion)주택시리즈,다이맥시온자동차,막사(幕舍),화장실등의프로토타입은바로그가열망한혁신의결과물들이었다.스스로표현한대로“전세계에서벌어지고있는파괴적인유혈혁명에맞서,건설적인무혈설계전환혁명(bloodless,constructive,designtransformationrevolution)을시작”했던것이다.
풀러의실험은지금우리일상에보편화하지못했지만,관습에얽매이지않고완전히새로운방향을제시했다는점에서여러예술가들에게영감을주었다.늘예술에국한되지않고더넓은우주에위치하길바랐던비디오아티스트백남준은자신의작품에풀러의글을인용하고‘지구호우주선’이라는어휘를사용하기도했다.건축가노먼포스터(NormanFoster)는인간의거주지인지구의연약함,그걸알고보호해야하는책임을기술적으로고민하고실천한풀러의윤리에존경심을표했다.

지구,설명서없는우주선
1969년에초판출간된벅민스터풀러의대표저서『우주선지구호사용설명서(OperatingManualforSpaceshipEarth)』는위에언급한작업들을탄생시킨근원적동기와총체적세계관이담겨있다.그것은인간이승선한가장큰거주기계인지구를제대로이해하고다루기위한방법들이다.하지만자동차와달리지구에는설명서가없다.

“우주선지구호의굉장히중요한점하나는설명서가탑재되어있지않다는것이다.(…)설명서가없다는건두가지열매,즉우리를죽게할붉은열매와영양을줄붉은열매가있다는뜻이다.(…)설명서가없기때문에우리는물질적으로나형이상학적으로나만족스러운생존과성장을확장시킬여러방법의결과를안전하게예측하는법을배우고있다.”(59-60쪽)

풀러가반세기전진단한현재인류의모습은방금부서진알껍데기에서막걸어나온상태로,시행착오를겪는동안공급되는양분은이제바닥나위기에처해있었다.우리는지구가속한물질우주의일반원칙을터득하고지성을이용해이를총체적으로극복해야했다.풀러는가능한가장멀리내다보고어린아이처럼생각하면서후대를위한‘사용설명서’를적어나가기시작했다.할아버지옆에서집필과정을지켜봤던손자제이미스나이더(JaimeSnyder)는그가원고를반복해읽으며설명을달고,색색의화살표와도표를붙이고종이를덧대는모습,가족이나친구,동료들에게그원고를소리내읽게했던일을또렷이기억한다.
그가설명서를내놓은지오십년이지난지금,인류는과연그위기를극복했을까?불행하게도이‘사용설명서’는오늘의인류에게더욱절실해져버렸다.

전문성의극복,총체성의회복
이책에서풀러가지구호의지속가능한항로로제시한가장중요한방향은바로‘총체성의회복’이다.한정된자원의불균등한분배,이로인한사회적불균형과잠재력상실의문제를극복하는길은,결국인간이가진‘총체적능력’을최대한발휘하는데있다.하나의전문분야에매몰되지않고전체를아우르고종합하는능력,전세대와모든장소의사고를통합할줄아는시각이다.풀러는대항해시대에서부터20세기양차대전에이르는다양한시대를거쳐서이러한총체적능력이어떻게세상을견인해왔는지차근차근설명한다.어린아이는보통모든것에호기심을가지고종합하려하지만,자라면서학교와직장에서강요받는전문화로그총체성을상실한다.이전문화의기원은사람들을자신의입맛에맞게조정하고이용하려했던권력자(해적)들이고안한시스템이라고풀러는주장한다.대학의분과제도가그대표적인예로,전문화는일종의노예상태와같다.
그러던중,우리가전혀알아차리지못하는사이전문화로인한인류멸종의항체가컴퓨터라는형태로등장했다고풀러는해석한다.전문가로서의인간,로봇같은사람을컴퓨터가대체해주었기때문이다.이처럼인간은진화의과정에서자신도모르는사이다시총체적능력을회복할방법을찾았다.당장은컴퓨터가일자리를빼앗는다고부정적으로여길지모른다.그러나풀러는반대로인간이기계부품처럼단순한근육이나반사장치를쓰는업무에서벗어나더나은교육과지적활동을영위함으로써총체적존재로회복할수있는절호의기회로보았다.

자동화와인공지능시대의해법
“급료를받는모든노동자들은자동화로인해일자리를빼앗길수도있다는두려움을의식적으로,혹은무의식적으로느낀다.그들은‘생계를이어나가는일’즉먹고살권리를얻지못하게될까봐두려워한다.그런데이와같은표현의기저에는인간이생활비를벌지못하면죽는게정상이며,생계를이어나가는것이노력이필요한비정상적인일이라는생각이깔려있다.비정상적이거나예외적인것만이번영할자격이있다는논리는앞뒤가맞지않는다.”(109쪽)

위의말에완전히동의하기어려운이들이여전히많을것이다.그러나『우주선지구호사용설명서』의이야기를찬찬히따라가다보면결코터무니없는말이아님을깨닫게된다.기계가더잘하는일을빼앗기지않으려고안간힘을쓰는것은어리석은일이고,오히려인간은연구와개발에전념하고진실하게사유하는삶의특권을누려야한다.이는최근조금씩논의되고있는‘기본소득’이인류의생존과발전에어떻게긍정적으로작동가능한지와도연결된다.
물론풀러는“인간은필요한가?중력처럼인간의지성도계속재생하는우주에꼭필요한기능을한다는경험적단서가있는가?”라는냉정한질문도함께던진다.다만인간이지구에이왕존재해야한다면,제기능을다하고멸종을피하는길을찾아야한다고보았을뿐이다.그리고이를가능하게할모든능력을인류는이미다가지고있다고했다.그는책을마무리하며이젠너무나흔한단어가된우주와자연의‘시너지(synergy)’원칙을강조한다.즉우리가가진작은능력을합치면보이지않는전체를움직이는힘의도출이가능하다는얘기다.
50년전풀러가그린그림중일부는맞지않았고,또그와다른의견이분명존재할터이다.그러나이책은미래의지구호를열심히살펴본한남자가우리에게남긴첫‘스냅사진’과같다.비록그의카메라렌즈가지금기술과비교해훨씬원시적임에도불구하고,인류에게주어진과제와그잠재력을감안하여제시한‘큰그림’은선명하다.

벅민스터풀러협회의설립자이자풀러의외손자인제이미스나이더가한국어판출간을축하하면서보내온글,2008년영문개정판을내며쓴긴서문이책앞에실려있어시작을함께한다.책끝에는전후미국의대량공급주택과건축가들의실험에관한연구를한신은기인천대학교건축과교수의해제가수록되어,풀러의혁신적작업을시대배경속에서소개하고지금여기한국의독자들이50년의시간과공간을넘어그의글을현재화하도록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