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덫 (Flugfallan)

파리덫 (Flugfallan)

$13.19
Description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무엇인지 콕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는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법을 쓸까 생각했다. 나는 수년째 스톡홀름 군도의 섬에서 살고 있는데, 주로 기분전환 삼아 꽃등에 채집을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쓰다 보니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모험심 넘치는 과학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캄차카에도 갔다가 나중에는 버마에도 갔다. 그때도 나는 상상 속의 길동무처럼 따라다녔을 따름이다. 출간 후 몇 년 동안은 이 책이 허영과 야망을 다루는 책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은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한다. 아마도 따지고 보면 자서전일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은 없다. 적어도 확인되는 것은 다 참말이다.”
-프레드리크 셰베리

『파리덫(Flugf?llan)』은 파리라는 사소하고 무의미한 존재에 천착하다 이십 년 넘는 세월을 거쳐 어엿한 파리 수집가로 성장해 가는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로,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프레드리크 셰베리(Fredrik Sj?berg, 1958- )의 대표작이다. 파리의 일종인 꽃등에를 수집, 관찰하는 셰베리는 ‘말레스덫(파리덫)’을 구입하면서 스웨덴의 곤충학자인 레네 에드몬드 말레스(Ren? Edmond Malaise, 1892-1978)의 삶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문체는 얼핏 해괴하고 이야기는 횡설수설한 듯해도, 추리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흥미를 자아내고, 곤충학, 식물학, 문학과 예술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위트 넘치는 사색을 이어간다. '파리만, 그중에서도 꽃등에만, 오직 룬마뢰 섬에서만 모은다'는 스스로 정한 한계 안에서 그가 어떻게 자연의 풍경을 읽고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는지 따라가 보자.

2004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뒤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된 『파리덫』은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

프레드리크셰베리

프레드리크셰베리(FredrikSj?berg)는1958년생으로,생물학,곤충학,지질학을공부한작가이다.문화평론가로서『스벤스카다그블라데트(SvenskaDagbladet)』에글을쓰고,번역가로도활동한다.또한그는꽃등에에열정을가진전문가이다.스웨덴한림원에세이상을비롯해수많은문학상을수상했으며,열개이상의언어로번역된『파리덫』은스웨덴최고의문학상인아우구스트상후보에올랐고2016년에는이그노벨문학상을수상하기도했다.현재가족과함께스톡홀름군도에살고있다.
신견식(申堅植)은1973년생으로,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언어학과석사과정을수료했다.여러유럽언어를번역하고글도쓴다.『불안한남자』『블랙오로라』『박사는고양이기분을몰라』등을옮겼고,『콩글리시찬가』를썼다.

목차

한국의독자를위한서문
F?rordf?rkoreanskal?sare
1.굶주리는계층의저주
2.파리협회입성
3.양곤의덫
4.섬을사랑한남자
5.단추학군도
6.레네말레스
7.수선화꽃등에
8.도로스수수께끼
9.화산의그림자에서
10.그물과외로움
11.파리나무
12.출세주의자의열망
13.느림
14.바다에가라앉은섬
15.읽을수있는풍경
16.오를리크박사와나
17.주어진시간
18.늙은사나이의초상화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어느파리수집가이야기
여기한명의젊은이가있다.그는스톡홀름근처의극장에서소품담당자로일한다.어느날그는샘셰퍼드의연극「굶주리는계층의저주」에출연하는새끼양을공연때마다마구간에서데려오는막중한임무를맡게된다.품에쏙들어오던새끼양은무럭무럭자라나더이상안고다닐수없을만큼비대해진다.난감해진그는,개라도되듯양의목에끈을묶어끌고다닌다.매매처량하게울어대는양과함께거리를걷는그는사실곤충학자다.곤충학자가극장에무슨볼일인지궁금해하는사람들을향해그는“우리는모두이따금씩은세상이기대하는복제품이되지않으려고,(…)대담하고원대한착상들을과감하게떠올리려고무작정도망갈필요도있다”는아리송한말을한다.곤충학에서탈출하려연극무대로도망쳤던젊은이는그로부터일년뒤인1985년,인구300명의룬마뢰(Runmar?)섬에서파리를모으기시작한다.
『파리덫(Flugf?llan)』은파리라는사소하고무의미한존재에천착하다이십년넘는세월을거쳐어엿한파리수집가로성장해가는저자의자전적에세이로,국내독자들에게처음소개되는프레드리크셰베리(FredrikSj?berg,1958-)의대표작이다.스웨덴에서활동하는그는생물학자이자문화평론가,번역가이기도하다.2004년스웨덴에서출간된뒤세계여러언어로번역되며그에게작가로서의명성을안겨다준『파리덫』은스웨덴최고의문학상인아우구스트상후보에올랐을뿐만아니라2016년에는이그노벨상(IgNobelPrize,노벨상을패러디해만들어진상)을수상하기도했다.파리수집을매개로끊임없이자신을탐색하는명상과무아(無我)의리듬이뒤섞인이책은,사소하지만흥미로운발견의세계로우리를이끈다.

곤충학자레네말레스의모험
파리의일종인꽃등에를수집,관찰하는셰베리는‘파리협회’에입성하게된과정,섬방문객들의짜증나는질문세례를풀어내다가,말레스가만든‘말레스덫(파리덫)’을구입하면서그의삶을추적하기에이른다.스웨덴의곤충학자인레네에드몬드말레스(Ren?EdmondMalaise,1892-1978)는무수한곤충의종명에말레세이(malaisei)가붙었을만큼‘잎벌분류학’에큰족적을남긴인물이지만그에비해널리알려지지않은미지의인물이다.저자는클로로포름에적신화장지뭉치를채집통안에집어넣을때마다진정한파리수집가말레스에게감사와경탄의인사를보낸다.“어떻게미치지않고버텼을까?”그의행적을좇는여정이시작된것이다.
말레스가어떻게‘잎벌분류학’에발을들여놓게됐는지,또한훗날그의인생을통틀어가장기이한행적으로남은캄차카원정을속속들이파헤친다.원정에함께한이들과그들이보여주는괴상망측하고유쾌한사건들.원정팀을꾸리기까지의좌충우돌과중간중간삽입되는대원들의회고적기록들은,오리무중인물레네말레스의자취를풀어내는데여념이없다.
직접만든파리덫을테스트할요량으로떠났던버마원정에서다량의곤충표본과함께돌아온말레스는대영박물관과스웨덴왕립자연사박물관의감탄과환대를받는다.그의명성은연구자들의좁은테두리를훌쩍넘어주요일간지에까지뻗어나간다.그는이젠진지하게잎벌에관한대작을쓰기시작했으며스리랑카,인도남부,히말라야서부로떠날원정도계획한다.만반의준비를마친배가떠나려는찰나,일이터지고만다.이차세계대전이난것이다.계획은어그러졌고세상은폐허가되었다.
생물학역사에서가장빛나는이름칼폰린네와찰스다윈만큼위대해질수없었던말레스의불운,잎벌들을과감히놓아버리고‘바다에가라앉은섬아틀란티스’연구로“진지한과학의세계로건너가는마지막다리를불태우고”종적을감춘레네말레스.이책의저자가생물학,곤충학에능통한작가라는점,그리고‘다른탈출구’를찾지못했다는뼈저린고백을미루어볼때,이이야기는작가프레드리크셰베리의수기(手記)인동시에젊은날방황의시기를담은자서전일확률이높다.말레스의남다른열정과고독에매료된저자가좇았던건결국자신이아니었을까.

『영국연안작은섬들의곤충학관련서지』에서쿤데라의『느림』까지
셰베리는레네말레스의궤적을추적하는한편,그길목에서곤충학,식물학,문학과예술사이를종횡무진하며위트넘치는사색을이어간다.섬에서파리를모으기시작하면서곤충학문헌들로서재를가득채우고,소설이나기록속에담긴섬,곤충,식물,고독,중독,느림따위의테마를틈나는대로찾아다닌다.책속인물들에게서자신과비슷하거나다른점을발견하며때론실망하고때론감격한다.
서재의중요한자리를차지하는『영국연안작은섬들의곤충학관련서지』는스미스부부가작성한100쪽남짓의곤충목록으로,셰베리는언제나들떠서자신이존재할근거라도되는양손에들고는표지를읽는다.아우구스트스트린드베리가단편소설「축복받은자들의섬」에서처음사용한,‘정확하지만쓸데없이꼼꼼하고자세한지식’을경멸조로부르는‘단추학(Knappologi)’이라는단어를끄집어내,로렌스의소설『섬을사랑한남자』의주인공이실은수집가에전형적인단추학자였다며동질감을표한다.말레스의전처이자언론인에스테르블렌다노르드스트룀의책『화산의그림자속마을』에서는‘나태와낙관주의가넘치는황금의땅’캄차카를떠올리며우스꽝스럽지만비극적인인간의운명에애달파한다.‘느림’을다룬책이라면모조리찾아보던시절읽은밀란쿤데라의소설『느림』은,곤충학자밀란흐발라를모델로삼은인물이등장한다는사실,춤꾼으로보여준야심의형태분석말곤그의기대를충족시키지못한다.이처럼셰베리는알아도되지만몰라도상관없는박학다식한지식의향연을시종일관유머러스하게풀어낸다.

한계를정한다는것,풍경을읽는다는것
“여러가지깊이를가진일종의문학적체험을풍경이전해줄수있다고주장할때,내가뜻하는바는무엇보다도언어를알아야한다는것에서부터시작해야한다는점이다.그렇기때문에오로지동물과식물을다루는어휘체계안에서파리들은낱말로간주될수가있으며,진화와생태학이라는문법규칙의틀을벗어나지않으면서모든종류의이야기를들려준다.(…)그러니까내가왜꽃등에채집을하는지질문을받을때나올가장좋은대답이란결국은,내가기억할수있는한여태까지나의것이었던유일한언어로쓴작은활자를이해하고싶어서그런다는얘기이다.”
?「읽을수있는풍경」중에서

파리만,그중에서도꽃등에만,오직룬마뢰섬에서만모으는것.스스로정한이한계속에서저자가얻고자하는건무엇일까.어떤날은한계점을써먹는기술을얘기하는것이할일이라고생각하다가,어떤때는그런한계덕에혹시라도생길지모를행운을말한다.“모든것을다아울러야된다면나는미쳐버릴것이다.나같은사람들에게는한계를정해놓는것이인생의필수조건이다.”그리고풍경을어떻게읽을수있는지도이야기한다.언어를모르면못읽는문학처럼,자연의언어를모르면풍경도읽을수없다.이를테면,에우메루스그란디스(Eumerusgrandis)라는희귀한파리가알을낳는모습을풀밭에앉아있던어느날우연히알아본다는것,그것은가장작은활자로인쇄된풍경의언어를이해할수있기에가능한일이다.이알아봄의기쁨을문외한들에게설명하기란쉽지않지만,이책은각자나름의‘풍경의독해력’하나쯤갖추어보라고충동질한다.

우리말로맛보는스웨덴식유머
파리수집이라는일견의아할수있는취미가보여주듯,또한스웨덴이라는멀고생소한나라에서날아온이야기가호기심을자아내듯,이작품은우리를기분좋은별세계로,코끝을스치는향기처럼감미로운예술의향연으로인도한다.
『파리덫』의문체는얼핏해괴하고이야기는횡설수설한듯해도,추리소설을읽을때와비슷한흥미를자아낸다.이책을번역한신견식은‘언어’와관련된책도쓴저자로,스웨덴어를포함한15개이상의외국어를해독하고다룬다.원문의맛을그대로전달하는건불가능해도,그의해석을거쳐완성된우리말문장은꽤나맛깔스럽다.저자의새로운이야기와자유로운문체,그리고번역가의언어를수집하는즐거움이빚어낸낯선생동감을천천히느껴보길권한다.
한국-스웨덴수교60주년이기도한2019년봄,저자가한국의독자들에게보내는글원문을서두에실어스웨덴어활자가주는신선함을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