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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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생진은 어린 시절부터 섬과 바다를 좋아해 직접 섬에 가 걷고 스케치도 하며 시를 쓴다. 작년 2018년 구순을 맞아 낸 『무연고 (無緣故)』가 38번째 시집이니 이번에 나온 『개미』가 39번째로, 다른 예술가의 그림에 조응해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새롭고 특별하다. 어렵지 않은 평범한 시어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는 이 시집에서도 그런 편안한 언어들을 풀어 놓는다.
저자

이생진

(元錫淵,1922-2003)은황해도신천출생으로,평생종이와연필만을재료삼아그린연필화가다.주로인물,풍경,사물,동물,곤충등을소재로우리주변의평범하고소박한일상을담아내며하나의독립된회화표현으로서연필화의완결성을추구했다.1936년도쿄가와바타화학교(川端畵學校)에서미술공부를시작,1943년졸업후귀국해1945년서울미공보원(USIS)에서첫개인전을가졌다.1946년에는서울미공보원미술과에근무하면서주로미군들의초상화를그렸으며,1950년한국전쟁이일어나자미공보원을따라부산으로피난했다.1950년대에는서울과부산을오가며활동했으며,특히이시기에는인물,정물시리즈에몰두했고,개미를소재로다루어전쟁의불안하고비극적인상황속에서살아가는서민들의모습을상징적으로표현했다.1960년에는서울중구에위치한개인화실을개방해‘원석연미술연구소’를개설하고후진양성을시작했다.1963년에는주한미국대사였던새뮤얼버거(SamuelD.Berg?er)의도움을받아미국으로건너가닉슨부통령(R.M.Nixon)의초상을그렸고,이후미국신문에소개되기도했다.2001년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개인전(팔순회고전)을가졌고,2003년지병으로세상을떠났다.2013년에는십주기추모전과함께작품집『원석연』(열화당)을발간했다.국내를비롯해미국등지에서2001년까지총서른여덟번의개인전을가졌고,국립현대미술관에작품이소장되어있다.

이생진(李生珍)은1929년충남서산출생의시인으로,어려서부터바다와섬을좋아해해마다몇차례씩섬으로여행을다니며우리나라섬의정경과섬사람들의애환을시에담아‘섬시인’,‘바다시인’으로불린다.1955년첫시집『산토끼』를펴내기시작해1969년「제단」으로『현대문학』을통해등단한이후지금까지시집서른여덟권,시선집세권,시화집네권,산문집두권등을펴냈다.1978년에펴낸대표작『그리운바다성산포』는‘바다와섬과사랑을노래한국내시의백미’로꼽히며사십년넘게꾸준히사랑을받고있다.2018년에는구십으로가는길목에서쓴일기와도같은시를모아엮은서른여덟번째시집『무연고』를구순을맞아출간했다.1996년『먼섬에가고싶다』로윤동주문학상,2002년『혼자사는어머니』로상화시인상을수상했다.2001년제주자치도명예도민이되었고,2009년성산포오정개해안에‘그리운바다성산포’시비공원이만들어졌으며,2012년신안명예군민이되었다.

목차

서문
그림
민들레홀씨
나무1-11
개미1-5
마늘
식칼1-5
굴비의눈물
가오리
집1-6
고독1-5
사람1-2
죽음1-5
아내의얼굴1-6
자화상
후기
수록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그림속에든시
어느날/길잃은개미처럼/길을잃었을때/은행나무밑에서그림그리고있는/元선생에게길을물었다/당신의그림속에서/내가내길을찾으려면/어떻게해야하느냐고/그랬더니/“당신도연필을들고/내그림속에든시를그려가라”했다/그래서나는내연필로/元선생의그림속에서/내시를그렸다
?이생진「서문」전문

육십여년동안종이와연필로주변의평범한대상을담아‘연필화’를하나의독립된회화표현방식으로정립한원석연(元錫淵,1922-2003).그는이중섭,김훈,백영수,이응노등그가교유한동시대작가들에비해유난히알려져있지않다.동료화가들사이에서도‘괴벽이’‘대꽂이’로불릴만큼독특한성격이었던데다가,연필화가제대로그가치를인정받지못하는한국의현실속에서점차단절과침묵속으로빠져들었기때문이다.
원석연이세상을떠난지어느새16년이되는2019년,그의그림이‘섬시인’이생진(李生珍)의시를만나한권의아담한책으로세상에나왔다.『그리운바다성산포』(1978)로널리알려진시인은,인물,풍경,사물,동물,곤충등을세밀하게포착한원석연의연필화를보고마음을빼앗겨순식간에시를써내려갔다.1954년작<자화상>부터세상을떠나던해인2003년작<도마위정물>까지원석연의연필화38점,그리고그에영감을받아새로태어난이생진의시51편이서로마주하며대화를나눈다.

같은연필에서태어난고독
이생진은어린시절부터섬과바다를좋아해직접섬에가걷고스케치도하며시를쓴다.작년2018년구순을맞아낸『무연고(無緣故)』가38번째시집이니이번에나온『개미』가39번째로,다른예술가의그림에조응해탄생한작품이라는점에서새롭고특별하다.어렵지않은평범한시어로사람들에게감동을주는그는이시집에서도그런편안한언어들을풀어놓는다.
시인은연필을들고흰종이앞에앉은화가의살아있는시선으로들어가그와함께공감한다.그래서인지이번시에는‘고독’‘외로움’‘죽음’이라는단어가많이등장한다.텅빈여백에덩그러니떠있는연필한자루(<연필>,1996)를보고,그림이란아무렇게나그리는게아니라“모두말없는고독에서나온그림이다”(「그림」)라며화가의외로움을알아채며시작한다.이어지는나무,개미,마늘등의평범한소재들에서도모두고독을본다.그리고“죽음은말이없고/고독은뒤따라가고/매달린목/발버둥치다지친/발가락/잠보다깊이잠든눈/잘가라”(「죽음2」)고하며인간이라면끝내다다르게되는죽음과이별을담담하게받아들인다.
<식칼>(1998)이나<도마위의생선>(1974)같은그림에서는예술가의예민함과날선분노를발견하기도한다.“연필에서태어난식칼이/민감해지더니/소름끼치더니/덜덜떨더니/도마위로올라가/생선을탁탁/내리친다”(「식칼2」).“생선은세토막이나/벌린입에서/다쏟지못한피묻은욕설이/발딱거린다”(「식칼4」).화가가예순이넘은나이인1980-1990년대에그리기시작한철물시리즈는강해보여도세월이지나면녹슬고마는자신의모습을반영한것이다.
그리고이처럼고독이나분노를노래한다는것은,그외로움을벗어나고싶은욕망,함께하고싶은그리움을동시에드러내는일이다.“너무앞서가지마/혼자되면/힘들어”(「개미3」)하며멀리걷는이를불러세우고,“까치들은어떻게사나/서로이웃하며사는살림이보고싶어”(「나무7」),“나도외로울땐/슬그머니나무곁으로/간다”(「나무2」)고고백한다.언뜻차가워보이는그림속에숨겨진화가의따뜻한시선이시인의언어로잔잔하게전해진다.이는아내를그린초상들에서가장숨김없이드러나고,시인역시먼저보낸아내를떠올리며마음을보탠다.

개미로표현된인간의초상
원석연의그림에서반복적으로나타나는여러소재중‘개미’는각별하다.이책에는포함되지않았지만육이오전쟁의상흔을표현한대표작<1950년>(1956)은수많은개미들이바퀴와군화자국으로파인땅위에서뭉치거나흩어져고통스러워하는모습이다.이후개미는그의그림에지속적으로등장하는데,죽어가는군상(群像)의형식은인간이살아가며겪는갈등과비극을보여주고(<개미>1986,pp.42-43),넓은여백에단한마리를극사실적으로묘사해배치한작품들은절대고독에대한페이소스,세상과타협하지않고자신의길을묵묵히걸어온원석연자신의모습을반영한다(<고독한녀석>1988,pp.32-33).마늘,생선,나무,집등다른소재들도여럿이있는모습과단하나만남긴모습을대비적으로그렸지만,개미야말로이를극단적으로보여주는가장적합한소재였을터이다.이생진은“집단에서/하나하나/떠나든가/하나하나모여서집단을이루든가”(「개미1」)라며연대와고립사이에서방황하는인간의심리를건드리고,“어디까지갈수있어/가보면알아/언제까지살수있어/살아보면알아”(「개미2」)라며어디에도달할지알수없지만살아가야하는우리네운명을낮게읊조린다.이책의제목‘개미’와표지에놓인한마리의개미는고독과연민사이를오가며시대를살았던화가,그를알아본시인의시선,그리고인간보편의모습을상징한다.

열화당은지난2013년,작품집『원석연』을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열린원석연의10주기회고전에맞춰출간했다.올해개관20주년을맞는갤러리아트사이드는「우리가바라보는것」이라는제목아래원석연,김기철2인전을2019년8월30일부터9월28일까지연다.이책『개미』는원석연이라는화가를다시한번기리기위한후대들의노력과시도로,출간을기념해이생진시인의낭독회가9월19일갤러리에서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