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인가요? (양장본 Hardcover)

몇 시인가요?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글과 그림의 매혹적인 놀이
존 버거(John Berger)와 셀축 데미렐(Sel?uk Demirel)은 그림과 글이 서로를 묘사하거나 설명하지 않으면서 나란히 걸어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매혹적인 놀이를 하곤 했다. 백내장 수술 후 경험한 시각적 단상 『백내장(CATARACT)』과 연기(煙氣)에 관한 역설적인 그림 에세이 『스모크(SMOKE)』를 만들었던 둘은 2016년 또 하나의 공모를 했다. 이번 주제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존 버거는 끝내 이 모험을 완성하지 못한 채 2017년 1월 2일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후 셀축 데미렐은 존 버거의 많은 책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온 마리아 나도티(Maria Nadotti)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가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존 버거가 생전에 원고로 남긴 시간에 관한 여러 생각과 농담, 사연과 관찰기록에 데미렐의 그림을 엮어 보기로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의 모험은 세 사람의 모험이 되어, 나도티가 버거의 원고를 뒤져 데미렐의 그림과 잘 어우러질 일련의 구절을 추려내 함께 흐름을 정하고 서사의 줄거리를 짜내어 이 책의 ‘시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재미와 호기심에 바탕을 둔 또 하나의 그림 에세이 『몇 시인가요?』가 나오게 되었다.
저자

마리아나도티

수필가,저널리스트이자번역가로,연극과영화비평,예술과문화에관한글을꾸준히쓴다.존버거전집을비롯해,수아드아미리,로빈모건,아시아제바르,줄리아나브루노,주디스버틀러등여러작가의글을이탈리아어로번역했다.‘인제네레(ingenere)’라는블로그를운영하고,팔레스타인을여러번방문한뒤단편다큐멘터리영화「역경을넘어서(AgainstAllOdds」(2006)와「휴전중의가자지구(UnderTruce?Gaza)」(2009)를제작했다.최근에는『부고:소비의예술에관한소논문(Necrologhi:APamphletontheArtofConsuming)』을출간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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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존재에게열려있는시간
나도티는존버거의책들을전체적으로살펴보면서그의중심사상이바로‘시간’임을다시확인했다고한다.역사와정치의흥망성쇠에따라변화하는철학적개념으로서의시간,즉기억과애도의시간,사랑과희망의시간,생물학적몸의시간과영원한의식의시간,저항과반역의시간,계획과꿈의시간,덧없는나비의생과산맥과빙하사이에있는자연의시간,무자비하고무관심한자본의시간,꿈과창작,글쓰기와그리기의시간등,그의글에서‘시간’은사라지지않는주제다.
셀축데미렐의그림역시마찬가지이며,거의모든작품에서존재자체이기도한지속되는생성의돌연변이와변태와반전이이야기된다.존버거는생전에그의작품을두고이렇게말했다.“끊임없이창의적인작업을이어나가는셀축은때때로인간몸의부위들을삽화소재로삼되,냉정하면서도터키인특유의시각,즉프로테스탄트문화의영향에서도지중해문화의영향에서도자유로운시각을통해자신의작업을해나아가고있다.마치인간에게조건지어진삶의희극이벌어지는장소가바로그의몸이고,그의몸에대한우울한해부에서그희극이확인되기라도하듯.”이처럼데미렐의그림속에서는세상의모든존재가시간의한계나공간의경계없이뒤섞이고잘려나가고재탄생한다.존버거에게도존재란인간만의특권이아니었다.자연과사물,예술작품과일상의물건,고양이,나무,숟가락과시계,사상과행위가존재하고,그들의존재는영구히움직이고변화하고서로부딪치고절대고정되지않는다.

시간에관한철학적명상
책은존버거의글이아닌예브게니비노쿠로프(YevgenyVinokurov)의시로시작한다.“이따금,책을쓰고싶어진다/오롯이시간에관한책을/왜시간이존재하지않는지,/왜과거와미래가/끊임없는하나의현재인지에관한책을./모든사람은,살아있는사람은,/살았던사람은/그리고앞으로살사람은,지금을살고있다./소총을분해하는군인처럼/나는이주제를샅샅이해체하고싶다.”이는『그리고사진처럼덧없는우리들의얼굴,내가슴』에서존버거가인용했던시를재인용한것인데,근대의과학적이고계량적인시간관,문명과도시화에의해시간과공간으로부터분리되어버린인간소외의문제에매달렸던그의생각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이런맥락에서자본주의가시간을어떻게돈으로환산하는지,그렇게교환된시간이어떻게‘죽은’시간이되는지비판하는문장들이이어진다.“시간도마찬가지다.요즘은시간이자기에게결여된내용과교환된다.노동시간이임금과교환되고,임금이상품에갇힌‘살지않은시간’과교환된다.”(38쪽)그리고늘그렇듯이거기에저항할힘을바로사랑에서찾는다.“이에대비되는,또이에도전하는,‘단하나의공시적행위’는사랑의행위다.”(33쪽)
글쓰기와그리기의시간도다루는데,이는그의글과그림이스피노자『윤리학』의구절과함께흐르는독특한책『벤투의스케치북』에서인용된다.“서사는순간이잊히지않도록만드는또하나의방법이다.이야기를들을때는끊임없이이어지는시간의흐름이멈추기때문이다.”(12쪽)“그림을그릴때우리는시간감각을잃는다.”(108쪽)서사의방향이직선적이지않고,그안에서산자와죽은자가만나며,순간과영원이함께존재하는그의작품들을연상하게하는문장이다.
이를포함해‘시간’을둘러싼오십여개의글귀들이데미렐의위트넘치는그림육십여점과함께흐른다.소설,시,에세이,비평문등원문의형식은다양하지만이책안에서의흐름에맞게하나의문체로번역했고,수록문출처를책끝에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