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흘람 시블리

아흘람 시블리

$17.00
Description
아흘람 시블리(Ahlam Shibli)』는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인 아담 심치크의 작가론으로 시작해 사진가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한 17개의 시리즈에서 선별한 사진 135점을 소개한다. 개별 사진의 캡션과 설명, 연보는 책 끝에 수록되어 있다. 2020년 1월에 출간된 『안드리 폴(Andri Pol)』에 이은 두번째 국영문판 동시 출간으로, 기획과 편집 과정에서 편집자와 작가가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오가며 긴 여정을 함께한 결과물이다.

국내외 대표 사진가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열화당 사진문고’는 아담한 판형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랑받아 왔다. 한 손에 담긴 전시장 안에서 작품들은 물론 사진설명과 작가의 생애를 정리한 연보까지 만날 수 있다. 스웨덴 사진가 『라르스 툰비에르크(Lars Tunbj?rk)』의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작가를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
저자

아흘람시블리

(AhlamShibli,1970-)는팔레스타인의사진가로,다큐멘터리미학을지닌그의사진작업은‘집’이라는개념의상반된함의를드러낸다.집의상실과이에맞선싸움을다루는한편,억압적인정체성의정치가개인과공동체에부과하는집개념의한계와제약도다룬다.국제적으로여러개인전과단체전에참여해왔다.www.ahlamshibli.com

목차

관계바로잡기:아흘람시블리의작업에서주목하는배척된사람들/아담심치크

예리코의말달리기경주(HorseRaceinJericho)
아홉권에담은와디살리브(WadiSaleibinNineVolumes)
인정받지못하는(Unrecognised)
고테르(Goter)
추적자(Trackers)
시장(Market)
이스턴엘지비티(EasternLGBT)
아랍알스배흐(Arabal-Sbaih)
의존(Dependence)
골짜기(TheValley)
돔지에츠카.당신이없을때집은굶주린다(DomDziecka.Thehousestarveswhenyouareaway)
트라우마(Trauma)
죽음(Death)
라말라아카이브(RamallahArchive)
점거(Occupation)
하이마트(Heimat)
응시(Staring)

사진설명
연보

출판사 서평

‘집’에대한고찰
중동과동아시아,유럽등에서개인전및단체전에참여해온팔레스타인사진가아흘람시블리는1947년시작된이스라엘-팔레스타인국경분쟁을겪으며자신이소속되었던곳으로부터쫓겨나는경험이어떤것인지깊이이해했다.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집계에따르면이분쟁으로인해팔레스타인사람약칠십만명이자신이살던곳에서쫓겨나난민이되었으며,현재까지도약오백만명이난민촌에서거주하고있다.이를두고팔레스타인사람들은아랍어로‘재앙’을뜻하는‘알나크바(al-Nakba)’라고부르며,분쟁이그들에게근본을뒤흔든트라우마로각인되었음을보여준다.바로이러한근원적소속으로부터의이산경험은그의작업에‘집’이라는주제를불러들였다.
시블리에게집은잠을자고밥을먹는주거지로서의의미를넘어상실의경험이녹아든모든소속을뜻한다.이스라엘국가주도하에이뤄진추방과소수민족(베두인)의억압을다룬‘고테르’(pp.30-37),이차대전이후살던곳에서쫓겨난독일인들과독일에사는이주노동자들의각기다른운명을담은‘하이마트’(pp.132-139),보육시설에서자신들만의사회를구성하며살아가는아이들의모습을보여주는‘돔지에츠카.당신이없을때집은굶주린다’(pp.80-89)등제각각다른장소에서촬영된사진들은그배경만큼이나다양한모습의집에대해말하고있다.특히이스라엘군대에자원한팔레스타인베두인족후손들을담은‘추적자’(pp.38-47)에서두드러지듯이,그의작업에서디아스포라경험은단순히물질적공간으로서의집(국가)뿐만아니라분쟁으로부터비롯된정체성의혼란과변화또한포함한다.
한편런던,텔아비브등여러도시를배경으로한‘이스턴엘지비티’(pp.54-59)에서의집은다름아닌‘몸’으로,자신이편안하게느끼는성(性)의몸으로살아갈수없는사람들의모습그자체이다.이때그동안상실된공간으로서다시되찾고자분투했던집은,반대로개인에게부과하는억압과그속에은밀하게내재된정체성의정치가지닌한계와제약을드러낸다.

전체를조망하는긴시선
아흘람시블리는시리즈의형태로작업을선보이는데,한장면의강렬한인상에의존하는다른다큐멘터리사진가들과구별되는특징이다.예를들어‘인정받지못하는’(pp.22-29)은아랍알나임마을의전경을담은사진(pp.24-25)으로출발해마을사람들의모습을서서히보여준다.전경사진속마치마을의일부처럼멀리서포착된여자,바위사이에서놀고있는아이들(pp.26-27),살짝열린문틈새로담아낸어린형제(p.29아래)의모습….정해진좌표없이조합된사진들은극심한상황속에서도다정하고단순한마을의일상을드러낸다.아담심치크는작가론「관계바로잡기:아흘람시블리의작업에서주목하는배척된사람들」에서“시블리는몽타주기법을사용해일상에서서사적인차원을이끌어낸다”고설명한다.
심치크가이야기한몽타주기법은그가2017년「도큐멘타14」에서큐레이팅한시블리의작업‘하이마트’에서특히잘드러나는데,시블리는유민모두의공통된고통에주목한다.나치의패배이후쫓겨난독일계후손들과지중해지역에서온이주노동자들은각각이주의시기와이유는다르지만이산체험을주제로한곳에겹쳐진다.더나아가‘응시’(pp.140-145)는새로촬영한사진이아닌,기존의‘점거’(pp.120-131)와‘하이마트’중에서다시선택된사진들을조합한시리즈로,완전히동떨어진듯보이는상황에서무엇이비슷하고다른지탐구한다.잃어버린땅과정체성의회복이라는주제아래세계사람들을불러들이는시블리의이같은영화적작법은개별사진들을여러맥락에서다시보게하는동시에하나로묶는다.
또한그는사진과글을함께엮어작품을구성하는데,이미지와텍스트를조합하는방식은1930년대이래로사회문제에개입하는예술의강력한무기가되어왔다.주민들이쫓겨난폐허를보여주는‘아홉권에담은와디살리브’(pp.18-21)에서시블리는“내게는그폐허가인간의,사적인사건들의목격자로보였다”고말하며지난작업을회고한다.이어서그는다음의문장들을통해자신의작업을은유적으로표현한다.“나는현재에서과거를보고추적하고연결했다.어두운공간에빛을들여관심의대상이되도록하고무대로만들었다.나는빛을흩뿌려잠든영웅들을깨웠다.”그런가하면‘골짜기’(pp.74-79)의글은좀더다큐멘터리에가깝게구성되었다.시블리는팔레스타인과이스라엘국경지역에위치한마을의모습을사진으로보여주면서사진이촬영된시기이전에마을에서일어난사건을담은편지의내용을함께전한다.사진을통해우리가지금보고있는마을의모습과과거의이야기를상상하게하는편지가합쳐져하나의완성된작품이된다.후기로갈수록개별사진에까지장소,시간,상황,사람들을기록한긴글이덧붙여지는데,이는산투모포켕과데이비드골드블라트의작품에서영감을받은변화라고스스로밝히고있다.
시리즈의형태,글과사진을조합하는그의독특한작업은지금일어나고있는약탈의현장에집중하면서도점거된이후의현실이어떻게남고또복원되는지끝까지바라보는태도에서비롯된다.열린시각에서,열정적인동시에객관적인방식으로대상을담아내는그만의시선이다.

숨은자들의사진가
“아흘람시블리는숨은자들의사진가이다.그녀는숨어있는증거,흔적,장소,사람들을찍는다.물론팔레스타인사람으로서시블리는숨겨진것과숨은자의편이며,그들과함께숨은채로산다.”-존버거

아흘람시블리는언제나주요세계보다는그아래숨어있는하위세계에살고있는피지배층,즉‘숨은자’들의이야기에귀를기울인다.작가론에인용된존버거의글「유랑인의조심스러움(ANomadicDiscretion)」에서의표현처럼,시블리는‘숨은자들의사진가’다.심지어는표면적으로피해자가아닌것처럼보이는이들에게도그는관심을쏟는데,그예로팔레스타인사람들을억압하는이스라엘군대의정찰병들을담은‘추적자’가있다.역시존버거가시블리의사진집『추적자(Trackers)』(2007)에쓴글「이들은무엇을지니고다니는걸까?(WhataretheyCarrying?)」(이글은존버거의『모든것을소중히하라』와『사진의이해』에도수록되어있다)에서주목한바있듯,이시리즈에서시블리는정찰병들을단순히배신자로비난하기보다그들이그선택을하게된까닭과그에따른대가에대해탐구한다.사진속정찰병들의집과혼란스러운정체성을추적하며시블리는권력자들의전유물인단순화,일반화를거부하는몸짓을우리앞에보여준다.
시블리가이토록집요하게숨은자들,배척된사람들에게주목하는까닭은무엇일까.거기에는그스스로팔레스타인사람,베두인이라는정체성의이유도분명있을테지만,무엇보다도피해자로그려지는사람들에게존엄을돌려주기위함이다.그는숨은자들의복잡한상황을이해한다.이스라엘정착민들의팔레스타인지역점거를다룬‘점거’에서처럼그는침범,약탈등의상황에서일어나는미묘한변화를포착해낸다.팔레스타인사람들을억압하기위해만든울타리가정착민스스로에게도감옥같은공간을만드는아이러니,이스라엘점령군이설치해둔창살과그물망을팔레스타인사람들이자신들을보호하는데사용하는전도의흔적,그리고그과정에서내면화되는통제들이얽혀모두그의피사체가된다.그밖에다른방법이남아있지않을때그순간이지나가길기다리는움직임,다시말해‘숨는행위’의다양함과차이를시블리는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