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
Description
이 책은 루이지 기리가 1989-1990년 이탈리아의 프로제토대학교에서 진행한 수업을 훗날 글로 풀어 기록한 것으로,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사진의 역사, 빛과 조명, 렌즈, 프레이밍까지 근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요소들이 그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담겨 있다. 기리는 이러한 내용의 깊이나 주제의 다양성을 특유의 간결하고 일상적인 화법을 통해 풀어놓는데, 그 덕분에 전공자뿐 아니라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초심자나 일반 독자들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루이지 기리의 첫 책인 만큼,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디딤돌이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저자

루이지기리,잔니첼라티,줄리오비차리,파올로바르바로

파올로바르바로(PaoloBarbaro,1957-)는이탈리아파르마대학교를졸업했으며,1978년부터파르마대학교커뮤니케이션학과문서고연구소(CSAC)와협업을시작해1979년커뮤니케이션학술위원회학술분야로신설된사진부를담당했다.사진은물론건축,풍경과다큐멘터리이미지에관한비평과칼럼을저술했다.파르마대학교에서사진사를,페라라대학교에서현대건축의사진사를강의했다.

목차

아마추어적인열정
자기자신을잊기
탐색
카메라
실습
노출
“보이는대로찍히지않습니다”
역사
투명성
입구에서
자연스러운프레이밍
빛,프레임,외부세계지우기
음악을위한이미지

주(註)

루이지의사진과우정을추억하며―잔니첼라티

출판사 서평

정의가필요없는,새로운이미지의세계
책의전반부는사진찍는사람이가져야할태도와주제선택등개념중심으로이루어진다.루이지기리는사진학교나에이전시,사진기자등이탈리아사진계를구성하는전형적인방법을따르지않은사진가이다.그의사진경험은이미지에대한관심과‘아마추어적인열정’에서비롯되었다.그의흥미를끄는건언제나일상적이고평범한사람들의삶이었는데,그누구도관심을기울이지않는대상,즉출근길거리에서마주치는것들이나책이나지도,버려진신문,유리창에비친자신의모습등을찍었다.사진을찍는사람은자신의관심분야를넓혀가고,끊임없이정신과시선을자유롭고활발히해야한다.사진은본질적으로각자의분야를선별하고활성화하는장치이기때문이다.
그후에는사진가의역할에대해좀더진지하게생각해볼필요가있다.기리는오늘날의사진가상이“커뮤니케이션이미지의포괄적인창작안에서”다채롭고활발하게나타난다고보았다.이러한사진철학은수업전체를끌고가는데,초반에특히강조하는것중하나는사진을영화,광고,회화,건축등과같은다른예술언어의상호작용속에서바라보라는것이다.창작자혹은제작자는창조과정에서어떤방식으로든타예술의영향을받을수밖에없기때문인데,한언어를그대로모방하는것이아니라소통의메커니즘을시도해야함을이야기하며자신의작업을예로든다.프랑코구에르조니나알도로시와같은예술가들과의작업으로,이책에도수록되어독자들의이해를돕는다.그밖에도기리는이탈리아의대표적인화가조르조모란디의스튜디오작업에서‘회화적인’사진에대한새로운시각을보여주었다.루이지기리에게사진은‘어떤정의도필요로하지않는’새로운이미지였으며,도상학적전통에서벗어난자유로운방식으로가능성을탐색해나갔다.이를염두에두고수업을따라가다보면기리가이야기한대로각자의“내면과외부세계의신비롭고불가사의한균형점을”찾을수있을것이다.

카메라의원리,사진의역사
사진의본질을이해하는것도중요하지만실제촬영에필요한기본요소들을체득하는것또한필수적이다.‘카메라’는단순한촬영도구가아닌,촬영전체를좌우하는기술과연관된다.기리가이수업에서카메라나렌즈의사이즈,종류등을자세히다루는이유는카메라에의해현실과맺는관계또한달라지기때문이다.예컨대렌즈를교체할수없는카메라라면현실을바라보는방식역시고정된다.반면에렌즈교체가가능한카메라를사용하면시야범위를변경할수있고,현실을넓거나좁게,다른방식으로인지할수있다.그에게사진술은“이미지안에서강조할것과그렇지않은것을구분하는방법이상의의미가있기”때문에중요하다.카메라와촬영의기본규칙등을이해함으로써초보자들이겪는문제를해결하고실전대응력을배울수있는것이다.기리는촬영장비를완벽히구비하기보다는소박한장치를활용하길권하는데,촬영자가더빠르게움직이고더자유롭게접근함으로써좋은결과를얻을수있다.이는조리개도없는소형카메라로사진을배운사진가자신의경험에서우러난조언이다.
카메라에대한설명에이어책의중후반부는두가지방향으로나뉜다.첫째는사진의역사로,그는이새롭고매혹적인장르에대해“모든예술과다양한커뮤니케이션방식을아우르는거대한프레스코화안에서광범위하게이루어진다”며,사진이다른예술또는사회운동과함께해온역사적흐름과관계를짚어나간다.더불어사진의기원을이야기할때언급되는니엡스,다게르,탤벗,뤼미에르형제등의역사적인물들과다양한카메라옵스쿠라의형태에대해서도살펴본다.여기서말하는사진의역사란,“사진의사회사도새로운예술사도아닌,형식과내용에대한고정된논리를넘어사진의발견이우리삶에가져온모든가능성의역사”라고할수있다.

강의실에서광장으로
둘째는입구와투명성에관한주제로,이는심도나프레이밍,색채,피사체에접근하는방법등구체적인사진술과작업방식으로세분된다.‘입구’라는말은안과바깥사이의통행로일뿐만아니라생각하는것,보는것,볼수있는것,봐야하는것,그리고현실에서관찰되는것과의경계를뜻하기도한다.기리는입구를내면과외부세계와의경계를가리키는은유적인의미로정의하며,프레임이나촬영지등을실습하며그균형감각을익히도록권한다.무엇을제외시키고포함할지를판단하는연습을해보는것이다.
한편사진의투명성이란,단순한시각적투과를넘어촬영자가대상을바라볼수있도록하는젖빛유리판과같으며촬영하는사람은이투명성을주제로무엇이든시도할수있다.예를들어투명스크린을여러장겹쳐이미지를중첩시키면,시차를두고같은피사체의과거와현재를촬영한결과물을만들수도있다.기리는수업을통해촬영자와외부세계사이에존재하는투명성을모두걷어내,현실의이면을보는데목표를둔다.기리의말을빌리자면“사진가는빛과투명성을통해”사진을구성한다.책에는수업때학생들이실습한작품들도일부수록돼있어이론이어떻게실습에적용되었는지좀더생생히느낄수있다.

시선과음악의공통점
마지막장에서는클래식,록,팝등다양한장르의음악과음반디자인을다룬다.사진수업에서음악에대해이야기한다는게의아할수있지만,기리는그래픽디자인이나소재,케이스형태등음반을구성하는요소로서이미지를살펴본다.세계적인음반사도이치그라모폰이나당시에성행했던해적판,지금은찾아보기힘든엘피(LP)레코드에대한이야기에서부터이탈리아의민속음악시리즈,이탈리아가수들의앨범제작에피소드등그동안접하기어려웠던이야깃거리를풀어놓는다.
당시기리는시시시피(CCCP)라는이탈리아의록밴드앨범커버를위한사진촬영과기획에참여하고있었다.그는음악에열정적이었는데,특히밥딜런의팬으로모든유럽투어콘서트를관람했을정도였다.이책에수록된에세이「루이지의사진과우정을추억하며」에서잔니첼라티가회고하기를,기리는사진촬영을다니며늘음악을들었고시선과음악의공통점에대해“양쪽모두한계를넘어서려는,보이지않는영역”이라이야기했다.기리는한계를뛰어넘은음반사의혁신적인시도중한사례로비틀스의『서전트페퍼(Sgt.Pepper)』를꼽으며비틀스를획기적인변화를일으킨최초의그룹이라설명한다.고급스러운재질의화보집을수록하거나‘듣는’음악인음반에서‘보는’음악인비디오영상으로의이행을시도했기때문이다.그밖에롤링스톤스,핑크플로이드,브라이언이노등다양한뮤지션들이언급된다.
지나온음반의역사를되짚는데서나아가당시변화의기로에있던음악과이미지의관계역시진단한다.가수들의음악이아닌얼굴이앨범의중심요소로자리잡으면서음반제작이제한적이고일괄적인방향으로변하고있던것이다.기리는그래픽디자인뿐아니라음악을이해하는데필요한앨범구성,가사와해설등의텍스트,로고,앨범제목등총체적인기획차원에서이야기한다.이는그간의수업에서강조해온스토리텔링,그리고소통의메커니즘과무관하지않을것이다.

휴대폰으로초고화질의디지털이미지를찍을수있는지금,독자들은삼십여년전필름카메라세대의이야기가어떤의미가있을지의문이들지모르겠다.전문카메라를구입하더라도간편한자동모드를이용하면충분히멋진사진을찍을수있으니말이다.하지만루이지기리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중요한건대단한장소나좋은조건이아니라평범한세상을새롭게바라보는눈이라는아주당연한결론에이르게된다.이처럼그의사진과이야기의매력은가까운주변을둘러보고관찰하도록우리의시선을이끌고,카메라를손에들고싶어지게만든다는데있다.그가카메라의젖빛유리판너머로현실의이면을발견했듯이,독자들은평범하고단순해보이는그의사진들과이야기를통해그속에존재하는중요한사실들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

수업에서다루지못한정보들은엮은이의자세한주석으로,한국독자에게생소한이탈리아관련정보들은옮긴이주로보완했다.루이지기리의대표작과관련한시각자료도풍부하게수록되어있고,책끝에는작가잔니첼라티가기록한루이기기리를향한우정어린회고가있어일대기를살펴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