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렘브란트

$12.01
Description
이 책 『렘브란트(Rembrandt)』는 장 주네가 렘브란트 그림의 강렬한 특징들을 담아낸 예술론이자, 그의 회화들로부터 하나의 진실을 이끌어내는 여정을 기록한 수기이다. 주네는 1950년대에 렘브란트의 작품을 본 뒤 그에게 바치는 책을 구상하는데, 이 기획은 「렘브란트의 비밀」과 「렘브란트의 그림을 반듯한 작은 네모꼴로 찢어서 변소에 던져 버린 뒤에 남은 것」이라는 두 편의 글을 남긴다.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주네는 화려한 외양 뒤에 감춰진 인물들의 내면을 발견한다. 이어 렘브란트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차 안에서 마주친 노인과의 일화를 파고들어 인간의 동일한 실존에 몰두한다. 각각 다른 형태, 다른 시기에 씌어진 두 가지 글은 결국 모든 것들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무(無)를 향해 나아간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저자

장주네

JeanGenet,(1910-1986)
프랑스의시인이자소설가,극작가로파리에서태어났다.어릴적부터소년원과감방을전전하다종신형을선고받았으나,사르트르와보부아르,콕토등의도움으로출감해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주요작품으로감옥에서비밀리에나온『사형수』등의시집과『꽃들의노트르담』『장미의기적』『도둑일기』등의소설,『하녀들』『발코니』『병풍들』등의희곡이있다.

목차

렘브란트의비밀
렘브란트의그림을반듯한작은네모꼴로찢어변소에던져버린뒤에남은것

편집자의글
옮긴이의글
도판목록

출판사 서평

모두불태워진자리에서살아남은원고
장주네는파리에서사생아로태어나칠개월만에유기되어파리빈민구제국의보호아래유년을보냈다.절도,매춘,탈영,마약밀매등의밑바닥생활을전전하며‘도둑작가’라는별명을얻게된그는누적된범죄로종신형을선고받기도한다.그를구하기위해장콕토,사르트르,보부아르등이감옥에서‘프랑스문학계의보물’이썩게될지도모른다며특별사면을요청했던일화는유명하다.그런주네가1950년대이후생을마감할때까지몰두했던한가지기획이있다면,바로화가렘브란트에관한책이었다.
런던에체류중이던1952년,렘브란트의작품을처음발견한장주네는이후암스테르담,뮌헨,드레스덴등등의여정에서도그의그림과함께하게된다.그의작업에매료된주네는그림을본순간바로렘브란트에게바치는한권의책을구상한다.그중「렘브란트의비밀(LesecretdeRembrandt)」이먼저1958년에잡지『렉스프레스』를통해발표되었고,나머지글은1964년미국과이탈리아의아방가르드잡지에각각다른형식으로실린다.이‘나머지’글은주네의기획아래다시잡지『텔켈』의권두에프랑스어로게재되는데,「렘브란트의그림을반듯한작은네모꼴로찢어서변소에던져버린뒤에남은것(Cequiestrest?d’unRembrandtd?chir?enpetitscarr?sbienr?guliers,etfoutuauxchiottes)」(이하「렘브란트에게서남은것」)이라는제목을이때처음갖게된다.
한숨에읽기어려운만큼이나단번에이해되지않는이독특한제목은1964년당시주네에게닥쳤던비극에서비롯한다.그의산문『줄타기곡예사(Funambule)』의모델이기도했던친구압달라벤타가의죽음이주네의생애를덮쳤던것이다.이후장주네는이때까지썼던원고들을모두가방하나에담아불태웠고,그직전에잡지사로넘겨진원고들이살아남았다.각각한단씩,두가지성격의글을같은페이지에배치한「렘브란트에게서남은것」의이례적인방식은그시각적인충격만큼이나내용적으로도흥미로운데,두글이서로를자유롭게연결하고또흩어지는새로운독법을제시한다.

회화와모델을동시에찬미한화가
빛과어둠을극적으로배합하는‘키아로스쿠로’기법으로유명한렘브란트는네덜란드황금시대의대표적인인물이자회화사에서빼놓고말할수없는인물이다.첫번째글「렘브란트의비밀」에서장주네는자화상들을비롯해〈야경〉으로잘알려진〈야간순찰(프란스반닝코크대위의중대)〉과〈돌아온탕자〉〈유대인신부〉등,특유의호사스러움과성서에대한상상력이담긴그의작품십여점을소개한다.그러나주네가그림을소개하는방식은이례적이다.개별그림에대한언급은대부분한줄이상을넘지않고,자신이렘브란트그림에매료된이유를되풀이해제시함으로써그만의예술론을전개해나간다.주네가이런방식을택할수밖에없었던까닭은그가렘브란트가그린초상화들속에서‘개별화된외양’을걷어낸,모든대상의‘동일한내면’을발견했기때문이다.
렘브란트의그림을처음마주하는순간우리는자연스레그의화려한외양묘사에사로잡히게되는데,이에대해주네는그를‘호사애호가’라부르기도했다.그러나이때의화려함은결과적으로외양보다는각대상들의내면에관한것이다.외양은모든인간의동일한가치를분별할수없게끔하는‘시각적오류의효과’일뿐이며,따라서그는각대상들의차이를화폭에재현하지않는다.렘브란트그림속모델들은실제인물들에게로환원되지않고,그가그려낸디테일,용모의특징은모델의성격혹은개별적인심리를반영하지않는다.그보다는각기다른작품의모델들이동시에지니는인간의근본적인상처,존재의슬픔에집중한다.즉,“그의모든작품은자신에게서도망쳐달아나는진실을뒤쫓는초조한한인간을드러내보여준다.”
대상들의주름하나하나까지섬세하게그려내는세밀한묘사와,반대로그외피속에감춰진인간의동일한실존에대한이중적인태도는렘브란트를한가지방식으로이끌었다.바로회화의목표인세상에대한재현을따르면서동시에원래의모습을알아볼수없게표현하는것이다.그는“찬란한빛을가장비천한질료들속에흘려보내모든것을혼돈스럽게”만든다.손과얼굴,테이블과나무막대기등모든질료들은이제같은가치를가지게되고,렘브란트는위계화된세상의질서를자기안에서허물어버린다.그의그림안에서이제모든세상의질료들은순간의개별성에서벗어나무(無)를향해나아간다.

“그리고각각의대상은나름의웅대함을,다른모든것들보다더크지도더작지도않은웅대함을갖고있다는사실을서서히깨우치게된다.그런데렘브란트는바로그러한웅대함을복원해야하고,그일은색채의독자적인웅대함을제시하는길로그를이끌어간다.렘브란트는이세상에서회화와그의모델을동시에존중한유일한화가,그둘을동시에찬미한화가,회화와모델이서로를찬미하게만든화가라고말할수있다.”
-「렘브란트의비밀」중에서

‘견고한비어있음’으로
두번째글「렘브란트에게서남은것」에서주네는두개의글을병치해보여준다.왼쪽글에등장하는,주네의또다른예술론『자코메티의아틀리에』에서도한번언급된적있는이일화는기차안에서마주친한노인에대한인상에서시작된다.기차삼등칸에앉아그스스로“볼품없는몸뚱이와얼굴에다구석구석이더럽고역겹기까지”했다고묘사한노인의모습을바라보던주네는일순간어떤진실을깨우친다.

“모든인간은그의매력적인혹은끔찍해보이는외관뒤에어떤자질을간직하고있으며,최후의보루같은그것은아마도환원할수없는,아주은밀한영역에서그사람을모든사람이게만들어준다.”
-「렘브란트에게서남은것」중에서

주네는남자와시선이마주친그순간을마치거울속의나와눈이마주친것같았다고설명한다.그러나여전히노인에게서느꼈던불쾌감을지우지는않는데,이렇듯찰나의순간에모든인간의동일성을알아본그의직관은동정이나자비에서나온것이아니었다.그는대신이발견에서비롯된인식의과정에집중한다.그과정속주네는‘인간은모두저마다의가치를갖고있다’는,어찌보면진부하게느껴지는명제에서각각의인간이동일한한인간의파편들이라는생각에도달한다.너와내가다르지않다는대략적인이해를넘어우리모두가하나의타자임을인식한것이다.증명할수없고,부조리없이는도달하기어려운진실을설명하기위해그는자주말을흐리고,‘동일성’이라는말을반복하고,그러다가방금전자신이한말을곧바로부정하기도한다.예술작품이고양해야하는것이바로이런종류의진실이라던그는결국렘브란트의그림에서이를발견해내는데,「렘브란트에게서남은것」에두가지글을함께둔그의의도가여기에있다.기차안노인과의일화에서발견한기묘한진실을자신의언어와더불어렘브란트의작품을통해설명하려는것이다.
오른쪽글에서는렘브란트의작품들이마치노인과같이자신의시선을사로잡는까닭에골몰한다.이내작품속인물들의생생한신체를마주하고그는그안의순수한투명성을이끌어낸다.이는앞서반복해이야기한동일한정체성을넘어서,개별적인정체성이란없다는‘견고한비어있음’을가리킨다.이비어있는투명성은렘브란트의작품안에서각대상들의외관적차이를지우고,그이면에있는본질을포착하려는작업으로얻어진다.주네의표현을빌리자면“일화적으로알고있는주체를해체하여영원성의빛아래위치시키는일”이다.화려한외양뒤에감춰진초라한자신을그렸던렘브란트는모든인간의동일한실존뿐만아니라그본질의투명성을알아보게한최초의인물이었다.한예술가의작품세계전체를이해하려는노력은‘순수’라는말을입에담는것조차경악스러워했던주네를스스로순수한투명성에다다르게했고,“그진실들이노래가되어살아남아우리를선동하길바란다”고했던그의바람대로한권의책이되어우리곁에남았다.

장주네가렘브란트를위해써내려간글은작성시기와출간사이에공백이있고,다양한형태로여러번에걸쳐출판되었다.렘브란트에게바치는한권의책을구상했던주네의기획은안타깝게도그의생전에는이루어지지못했는데,이책『렘브란트』에서는두편의글을묶음으로써그기획에한걸음더다가갔다.몇개의작품만수록하거나아무작품도넣지않았던이전의판본들과달리,주네가글에서언급하고있는렘브란트의그림17점을수록해함께볼수있도록했으며,두번째글역시그의의도에따라두단의형태를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