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빼어난 예술이 덕을 가리었네 (실학자 공재 윤두서 이야기)

그대의 빼어난 예술이 덕을 가리었네 (실학자 공재 윤두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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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압도적인 정면의 자화상을 그린 화가이자 문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증손자로 알려진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화상의 인상만큼 포부 넘치고 실천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대의 빼어난 예술이 덕을 가리었네』는 지금까지 보아 온 화가로서의 모습이 아닌, 당쟁으로 점철된 시기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 했던 ‘실학자’ 윤두서의 이야기이다. 그는 천연두 퇴치를 위해 ‘두신론’을 짓고, 벼슬길을 마다하며 지역민을 구휼하는 데 힘썼다. 당시 화가들의 관심 밖이었던 서민들의 일상과 동물 생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며, 축적된 견문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강줄기와 산맥까지 정교하게 표현한 〈동국여지지도〉를 제작했다. 이처럼 이론과 명분에 그치지 않고 실득(實得)해 나간 삶은 절친했던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실학사상에 영향을 미쳐 훗날 윤두서의 외증손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에게 이어질 수 있었다.
실학적 행보에 집중하기 위해 시간순이 아닌 사건과 작업 중심의 구성을 택했고, 문헌이나 회화, 지도 등 70점에 달하는 시각자료를 편집부에서 골라 엮었다. 더불어 저자의 내공이 엿보이는 서사가 어우러져 한 시대, 그리고 실학자 윤두서가 꿈꾸었던 세상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저자

김영주

서울출생으로,건국대학교대학원화학과를졸업하고2003년『문학사상』신인상으로등단했다.장편소설『자산정약전』『책쾌』,소설집『세렝게티소시지나무』,동화『빨간수염연대기』『광대달문』등이있고,공저『못다이룬꿈도아름답다』가있다.

목차

책머리에

적선과실천의가풍
사사로움을버리고
쓰고만들며그리다
지도에담은마음
두번의시련
채권더미를불사르다
시대를앞선노비관
소금을구워팔다
척박한땅을일구며

인용문출처
도판목록
해남윤씨가계도
공재윤두서연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압도적인정면의자화상을그린화가이자문인,고산(孤山)윤선도(尹善道)의증손자로알려진공재(恭齋)윤두서(尹斗緖,1668-1715).그러나한편으로는자화상의인상만큼포부넘치고실천적인삶을살았던인물이기도하다.이번에출간된『그대의빼어난예술이덕을가리었네』는‘실학자’윤두서를조명하는이야기로,그동안보아온화가로서의모습이아닌,당쟁으로점철된시기에도새로운가치를창조하려했던행보를좇는다.

역사적인물을바라보는새로운관점
저자김영주(金永珠)는『자산정약전』『책쾌』등을통해역사에등장한인물들을치밀하고생생한필치로풀어온소설가다.「책머리에」글에서그는,한전시에서윤두서의자화상을마주했을때압도적인인상너머의굳은다짐을느꼈다고회고한다.“절망적인현실에서도결코굴하지않겠다는의지,박차고비상하겠노라는외침”을들었고,그렇게윤두서에게빠져들기시작했다.
강렬했던첫인상을반영하듯이책에서윤두서는굳은의지를가진인물로묘사되는데,단지당찬기세를의미하는것만은아니다.실존인물이든가공의인물이든비범하다평가되는이들의공통점중하나는복합적이고총체적인시각을지녔다는사실이고,윤두서가바로그러한인물이다.맏아들윤덕희가아버지윤두서의생애,성품,교유관계등을기록한「공재공행장(恭齋公行狀)」에따르면그는매사명확하고철저했다.편을만들거나아첨하지않는성격에,뜻한바가있으면의지를굽히는일이없었다.그런가하면정이넘쳐약자앞에서는한없이약해졌다.불쌍한이들을그냥지나치지못했으며,모두가미천히여기는자라한들이름을부르고인격체로존중했다.이책은때론호기로우면서도남의급함을먼저살피고많은것을내주는모습까지,그의‘인간적인’면모와유연한태도를다각적으로그려낸다.이는사료(史料)를바탕으로하지만,장길산이이끄는광대패를곤경에서도와주거나(「적선과실천의가풍」),납치를당하지만기량을발휘해탈출하는일화(「사사로움을버리고」),일꾼몽구를살리기위해몸을사리지않는모습(「척박한땅을일구며」)을그리는등소설적상상력이극적재미를더한다.
실학적행보에집중하기위해시간순이아닌사건과작업중심의구성을택했고,문헌이나회화,지도등관련자료들을편집부에서골라엮었다.70점에달하는풍성한시각자료에저자의내공이엿보이는서사가어우러져한시대,그리고실학자윤두서가꿈꾸었던세상을좀더깊이이해할수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정신과예술세계
윤두서는국부(國富)로불리던해남윤씨어초은공파7대종손으로,어려서부터집안의유훈(柔訓)으로삼아온『소학』을바탕으로『논어』『맹자』등을탐독했고,천문,역법,기술,지리등실용적학문과자연과학분야의학문까지섭렵했다.특히총80권25책분량의중국천문서『관규집요』를모두필사해소장할정도로천문학에깊이있게접근했다.(「쓰고만들며그리다」)방대한양의독서를즐겼을뿐아니라글로기록해남겼는데,약25년간써온글들을모으고필사해엮은문집『기졸(記拙)』은일상,교유관계부터서간,시문,화평등다양한주제로이루어져있다.
증조부윤선도의학풍을이어받아성리학의관념과이론에그치지않고실천윤리를중시했으며,여러분야를두루섭렵하는박학(博學)을추구한그는축적된견문을바탕으로지도를제작했다.〈동국여지지도〉는색의농담에따라각도와강줄기,산맥,섬이구분되는등세세한부분까지표현된지도로,사실을토대로진리를탐구하는실사구시의정신이담겨있다.「지도에담은마음」에서는지도제작의과정과더불어그시기에벌어진갈등을풀어나가는윤두서의기지(奇智)를그려낸다.
윤두서가살았던숙종(肅宗)재위기간(1674-1720)은임진왜란과병자호란을겪으며기존의틀이무너지고정치,경제적개혁에대한모색이절실한시기였다.경신환국으로서인이정권을장악한뒤에는당쟁이더욱치열해져,남인계였던해남윤씨가문은밀려나게되었다.이가운데윤두서는벼슬길로나아가지않고오로지학문과예술에몰두했다.이책제목에서드러나듯윤두서의예술적재능과그성취는역사적으로도높이평가된다.「쓰고만들며그리다」는빼어난재능을보였던말그림에서부터풍속화,정물화,초상화에이르기까지다양한그림과함께해서,행서,초서등서체를구사한글씨를중점적으로다룬다.그림에도윤두서가추구했던실득의정신은고스란히반영되어있다.실제모습과똑같을때까지오랜시간공들여그렸고,동물들의생태를관찰하고기록했다.아무도관심을가지지않았던서민들의일상과노동현장을무심히넘기지않고〈선차도〉〈채애도〉등과같은그림으로남겼다.그의화풍은정선(鄭敾),심사정(沈師正),김홍도(金弘道)등조선후기화가들과화단에도영향을미쳤는데,자신만의화풍을수립하려는고민과노력이이루어낸성과라할수있다.더불어그예술적재능은윤덕희와손자윤용에게로이어져삼대문인화가를이루었다고평가받는다.
이러한학문정신은남구만,심득경,이형상등주변인물들과의교유관계를통해확장되어간다.그중가장눈에띄는건성호(星湖)이익(李瀷)과옥동(玉洞)이서(李?)형제로,윤두서는이들과밤낮없이학문과예술에대해논했다고전한다.그들의각별한우정은대화는물론,이잠과함께완성한〈유림서조도〉를통해서도생생히전달된다.윤두서의학풍과사상은이익에게전수되어실학사상을형성하는토대가되었고,훗날윤두서의외증손자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에게이어지게된다.이서는동국진체를정립하고윤두서와함께영자팔법을연구한인물로,해남윤씨의종택인녹우당사랑채의현판도써주었다.행장에는윤두서가사망하자비통한심정을담아지은애사(哀詞)가기록되어있다.

“그대의선하고믿음성있는자세를흠모했었고,그대의공명하고평형(平衡)한의지를존경했었네.넓고넓은바다에서그대의모범적인마음을알수있었고,화창한봄날씨에서그대의따뜻한성정을볼수있었노라.나는항상그대의충국(充國)의지혜를생각했었고,그대의영공(令公)의정성을양모했었다오.그대의절륜한예능은오히려덕을가리었고,까닭없이중대한명망을숨기고있었네.”
-윤두서에게바치는옥동이서의애사

적선행인(積善行仁)을실천하며
적선(積善)은해남윤씨선조대대로이어져내려온가풍의근간이다.즉있는자가없는자에게베풀어야함을강조한것인데,윤두서는위민사상을몸소행했다.평소에도검소한생활을유지한그는유복한형편이었지만혹한에도침실에병풍을치지않았고,출입할때털옷을입지않았다.자신을위하고재산을불리는일보다는약자를돌보는데관심을기울였다.많은이들의목숨을앗아간천연두를치료할방법이없자감염경로와예방법을상세히기록한‘두신론’을지었고,농민들에게농사법을가르쳐주거나해남지역의곡물매매를중개하는등백성들을돕는일이라면주저않고나섰다.(「적선과실천의가풍」)
윤두서의나이서른살에는어머니의부탁으로해남에채권을정리하러갔다가모두불태운일화또한행장에기록되어있다.「채권더미를불사르다」에서는배를곯고있는어린아이들과의조우를그리며,다정하고부드러운성정을비추어준다.부모의뜻이라면받들어따랐던윤두서였고당시가세가기울고있었기때문에그로서도어려운결단이었을것이다.이처럼뜻한바를향한흔들림없는모습은우리에게감동을주며많은것을깨닫게한다.
한편대대로이어지고있는노비제도의문제점을지적하며,악법을폐지하고자문서를남기기도했다.노비의토지를상전인주인의것으로등록하는것을기상記上(己上)이라고하고,이렇게등록된토지를기상전답이라고하였는데,윤두서는이런관행의부당함을지적하며다음과같이일침을가했다.(「시대를앞선노비관」)

“옛사람은개를묻기위해헤진휘장을버리지않았고,말을묻기위해헤진가리개를버리지않았다.어진사람은사물에대해서,비록개와말일지라도그어짊과사랑을다하였다.하물며사람에게서랴?(…)나는너의할아버지에대해서죽은뒤에도사적으로털끝만큼도기상(記上)하지않을것이니,너희들은마땅히이문건을가지고훗날증좌로삼도록해라.”-윤두서,『기졸』

해남백포리에는윤선도가지어준윤두서고택이자리하는데,백포는바다와가까워해일이나가뭄으로마을사람들이굶주릴때가있었다.윤두서는종가소유의산나무를베어소금을구워생계를유지하게하거나,농토를마련해주기위해개간사업도추진했다.이책에는사업을해나가는윤두서를박태형이라는실존인물이돕는데,행장에따르면고아가된그를윤두서가데려다자식처럼길렀다고한다.이처럼남에게덕을베풀었을때는돌아오기마련이다.한예로「두번의시련」에는윤두서가누명을쓰자오래전도움을받았던장길산이의금부감옥에찾아와은혜를갚아주는장면이묘사된다.자칫교훈적일수있는내용들은저자의생동감있는문체와유머섞인대화로풀어낸다.

책끝에는인용문의원문과출처,도판목록,참고문헌을수록해독자들이정보를찾을수있도록했다.이책에는앞서언급된역사적인물들외에도윤두서의아버지윤이석을비롯한다양한해남윤씨가문사람들이등장하거나언급된다.그이해를돕기위해윤두서를중심으로한해남윤씨가계도를실었다.또한윤두서의일대기를연보로정리하여시간순으로도그의생애를훑어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