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춤의 운명은 (살아남은 작품들의 생애사)

이 춤의 운명은 (살아남은 작품들의 생애사)

$21.06
Description
저자 정옥희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총 열두 개의 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춤의 운명은』은 ‘춤’의 존재론이다. 작품을 만들어낸 안무가나 무용수가 아닌, 하나의 춤이 탄생해서 어떻게 살아가고 사라지는지 그 굴곡진 사연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처음 무용을 배운순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무용을 연구하게 된 지금까지, 자신의 몸에 담았던, 또는 가까이서 함께했던 춤의 기억을 더듬는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전이나 획기적인 기획과 같은 거창한 기준을 벗어나 선택된 작품들은, 원작에 대한 관념을 바꾸고 춤 자체의 독특한 습성인 자유로운 움직임을 펼쳐 보인다.
이 책 『이 춤의 운명은』에는 춤 현장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전하기 위해 작품별 이미지들을 엄선해 실었고, 「들어가는 말」에는 고전발레, 모던댄스, 포스트모던댄스, 컨템퍼러리댄스로 이어지는 예술춤의 역사가 간추려져 있어, 자칫 생소할지 모를 춤의 세계로의 진입을 돕는다. 더불어 열두 가지 춤 작품을 통해 젠더와 계급, 인종문제, 보존과 복원, 저작권의 독점과 공유, 예술작품의 정체성, 국제 정세와 갈등, 테크놀로지의 응용, 전염병 시대의 대안 등, 춤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키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춤은 출 때마다 새롭게 살아나며,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조각난 기록 위에 상상이 더해지든, 다른 예술가에 영감을 주어 새로운 작품으로 이어지든 간에 언제나 새롭게 추어지는 춤은 대견하고 장하다.”(p.31) 이 책이 지금까지의 춤을 향한 우리의 고정된 시선을 흔들고 자유롭게 바라보게 하는 첫걸음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저자

정옥희

정옥희(鄭玉姬)는춤과춤이아닌것,무용수와무용수가아닌이의경계에대해탐구한다.이화여자대학교무용학과에서학사와석사학위를,미국템플대학교에서무용학박사학위를받았다.유니버설발레단과중국광저우시립발레단의정단원으로활동했으며,현재성균관대학교무용학과초빙교수로강의하고있다.공역서로『발레페다고지』(2017),『미디어시대의춤』(2016)이있고,『월간객석』과『조선일보』‘일사일언’코너등의매체에기고했다.

목차

책머리에

들어가는말

적자를뛰어넘은사생아
필리포탈리오니의「라실피드」

위대한미완성작
마리우스프티파의「백조의호수」

개천용의인정투쟁
로이풀러의「뱀춤」

해외시장을공략한맞춤기획상품
미하일포킨의「불새」

망각에서소환된자
바츨라프니진스키의「봄의제전」

무대로불러들인학한마리
한성준의「학춤」

내모든걸잃더라도바꿀수있다면
캐서린던햄의「사우스랜드」

창조자를압도해버린피조물
앨빈에일리의「계시」

거장이되지않는반항아
이본레이너의「트리오에이」

작품이아닌작품의기품
머스커닝햄의「이벤트」

최고는아니되가장사랑받은이
피나바우슈의「넬켄」

디엔에이복제로탄생한클론
윌리엄포사이스의「하나의편평한것,복제된」

주(註)

출판사 서평

가만히춤을떠올렸을때각자머릿속에그려지는어떤장면,특정한자세가있을지모른다.처음가본엄숙한공연장분위기에압도된채마주한무용수의힘찬발끝,칼군무를자랑하며동선을딱딱맞춰내는텔레비전속아이돌그룹,혹은예상치못한장소에서마주친깃발의펄럭임까지.그러나우리기억속에남은장면만으로그춤들을모두설명할수는없을것이다.춤은추어지는그순간에존재하며,그렇기에매번새롭게나타나기때문이다.말하자면춤은끊임없는사라짐을통해살아남는다.
『이춤의운명은』은작품을만들어낸안무가나무용수가아닌,‘춤’의존재론이다.즉인간의생을예측할수없듯작품의생도그러한데,하나의춤이탄생해서어떻게살아가고사라지는지그굴곡진사연을들여다본다.저자정옥희는원작에대한기존관념을바꾸고각작품들에얽힌우여곡절을주제로열두개의춤작품을골라이야기한다.처음무용을배운순간부터학생들을가르치고무용을연구하게된지금까지,자신의몸에담았던,또는가까이서함께했던춤의기억을더듬는다.역사적으로중요한고전이나획기적인기획과같은거창한기준을벗어나선택된작품들은,춤자체의독특한습성인자유로운움직임을펼쳐보인다.

흐트러지는‘원작’
각기다른시대,다른장소에서존재하고있던이질적인춤작품들을마치별자리처럼한자리에놓고바라보는이책은,그러한연결가운데‘원작’에대한통념을비튼다.오랜시간동안예술작품의시작이자중심축이되어왔던원작의권위를지우는작업은그자체로새로운의미를형성한다.춤의형체를공중에흐트러뜨리는과정에서또다른움직임이파생되는것이다.원작은이제하나의모티프,또는한조각파편으로남는다.
예를들어,시작부터두가지다른갈래로이어져온낭만발레의대표작「라실피드」(1832)는이후둘모두가지워지는혁신을겪기도하고,우리에게친숙한작품이기도한「백조의호수」(1877)는원본이무엇인지따지는일조차무의미할만큼무수히재해석된다.이제는백조자체가발레무용수를연상시킬정도로발레의대명사가된이명작은영원히미완성으로남음으로써박제된채낡아가기를거부한다.오로지해체를통해서만그근원을이어갈수있다는역설과도같이춤은‘끊임없이사라지는지점’(p.225)에존재한다.
한편,근대기한국에서도춤작품의해체와재해석이이루어지고있었는데,학을모티프로한「학춤」이대표적이다.전통과창작사이에서교차하며원작의개념으로부터멀어지는「학춤」은하나의분야에만머무르지않는다.전통궁중학무에뿌리를둔이춤은,진짜학을관찰해만든창작무(한성준의「학춤」),무용극(조택원의「학」),인간과새의교감을통한현대무용(뤽페통의「라이트버드」),심지어는건축물의일부로까지이동한다.2019년건축가프랭크게리에의해루이비통건물에그대로쌓아올려진학의너울거림을보며,우리는차갑고단단한콘크리트의질감과부드러운날갯짓의어우러짐을감상할수있었다.과연어디까지어떤형태로춤이퍼져갈수있는지,저자가들려주는이야기가점점더궁금해질따름이다.

‘춤’이라는공동의언어
‘몸의언어’라고도부를수있는춤은국경과언어의장벽을뛰어넘어세상사람들을연결한다.그리고그춤안에시대를관통하는메시지를담아낸몇몇작품들은시간마저거슬러언제나우리곁에있다.특히차별과혐오의문제는오늘날에도유효한질문들인데,개인과집단의지워지지않는상처를다룬작품들은창작자가사라진뒤에도춤으로소통을이어간다.바로흑인여성지식인이자미국무용계의독보적인존재인캐서린던햄의「사우스랜드」(1951)와,백인의영역이라고여겨졌던현대무용에흑인무용수의자리를마련한앨빈에일리의「계시」(1960)이다.
「사우스랜드」는백인여성으로부터성폭행누명을쓰고백인남성들에게집단폭행을당해죽은흑인청년‘리처드’를통해뿌리깊은인종차별의역사를낱낱이드러낸다.작품은폭력의장면과금기시되는단어를정면에노출함으로써무대밖의관중을그안으로끌어당긴다.일상속에서잠시잊고있던불편함의정서를다시금느낀관객과무용수들은자기안에스스로내상을입혀가며문제에주목하게된다.나아가던햄은인종차별이특정국가만의문제가아님을강조하며전국투어를통해일종의사회운동을실천했다.시대적분위기탓에일부장면을삭제하라고요구받거나언론으로부터외면당하기도했지만,「사우스랜드」는꿋꿋이살아남아모두의마음속에공명한다.
이와반대로「계시」는흥겹고쉬운언어로우리에게밀착해온다.미국흑인들의개인적인경험과감정을응축한‘블러드메모리’를담고있으면서도,현대무용이어렵지않고재미있을수있다는걸보여주었다.관중에게한발더다가간「계시」를두고비평가들이상업적인엔터테인먼트라치부했을때에일리는이렇게응수했다.“쇼비즈니스라는게부끄럽지않다.흑인들은이에긴전통이있고,이는또한우리무용단이매우잘하는것이다.”(p.169)고통스러운현실에서탈출해자유와희망을노래하는「계시」의메시지와포용력은,시간이흘러모두가절망에빠진때에도다시한번우리를위로했다.2020년코로나바이러스로전세계사람들이서로격리된와중에에일리무용단의무용수들은각자의집에서「계시」를춤춘영상을편집해에스엔에스에업로드했다.한무용수에서다른무용수로이어지던춤은마지막에이르러퀼트조각처럼이어붙인온라인군무로완성되었다.인종차별의아픔을위로하던노래와춤은이제시공간을뛰어넘어,각자의고통을견뎌내고있는사람들에게계시처럼다가온다.

춤과춤이아닌것의경계에서
예술의다른형태들과비교했을때,춤은허무하리만치빠르게사라진다.좀처럼어딘가에고정되지않는이예술은그렇기에오히려경계를넘나들며곳곳에흔적을남긴다.춤공연의극적인드라마를지우고일상의움직임을무대안으로들여온작품에서부터,미술관에서의춤,매번달라지는구성과인물로이루어지는이벤트,그리고드디어몸바깥으로탈출한춤까지,춤의경계는무한히확장되고깨진다.
그중에서도‘무엇이춤이될수있는가’라는질문에골몰했던,포스트모던댄스의상징으로알려진이본레이너의「트리오에이」(1968)는다양한형태로나타난다.그는평범한움직임을춤으로끌어들이는한편,「트리오비」「트리오에이1」등의여러버전들로원본자체의개념을흔들어놓는다.각공연에서무용수들의인원,성별,의상,배경음악등이달라졌고,심지어리허설의형태,레이너가무대위에서다른무용수들에게동작을가르쳐주는모습또한그대로다시공연이되었다.「트리오에이」는말그대로‘매일변화하는연속프로젝트’였다.더불어머스커닝햄의「이벤트」(1964)는레이너의질문에대한동시대의대답처럼‘모든움직임이춤이될수있다’또는‘모든구성방식이예술이될수있다’(p.200)는명제를몸소보여준다.몇가지작품들에서부분을발췌해콜라주한「이벤트」의핵심은우연성에있으며,커닝햄은자신의작품안에어떤중심도넣지않았다.그에게춤의본질이란내부의고정된중심이아닌외부의변화하는맥락으로부터오는것이었다.「이벤트」는춤의관습적형태로부터벗어나몸의언어를확장했으며,나아가전체가아닌파편화한요소들을결합해보는현대도시인의시선을아울렀다.
나아가이러한춤의경계간실험이가장잘드러나는윌리엄포사이스의「하나의편평한것,복제된」(2000)은이름에서부터짐작할수있듯복제된춤의원형과그로부터파생되는클론들을보여주는작품이다.「하나의편평한것,복제된」의영상에서춤의다양한요소들을데이터로변환한‘동시발생적오브제’(synchronousobjects.osu.edu)작업은춤을신체로부터분리해낸다.하나의춤작품으로부터비롯된무수한오브제들은다시무용수들의움직임을따라궤적을그리는그래픽(〈정렬주석〉),그움직임의형태와흐름을입체화한구조물(〈입체정렬형태〉)등으로구현된다.춤을한덩이데이터로바꿔독특한결과물로완성한포사이스는춤이라는신체적사고가어떤다른방식으로제시될수있는지,그호기심을끝까지밀어붙인다.

이책『이춤의운명은』에는저자정옥희의애정어린시선으로그린,총열두개의춤에대한이야기가담겼다.책에선대체로초연된시대순으로흐르지만,얼마든지다르게읽어볼수있다.위에서는크게세가지의주제아래몇가지작품들을묶어소개했으나젠더와계급,인종문제,보존과복원,저작권의독점과공유,예술작품의정체성,국제정세와갈등,테크놀로지의응용,전염병시대의대안등,춤을둘러싼다양한이슈와키워드를찾아내쪼개고다시연결해도좋다.춤은출때마다새롭게살아나며,저자의말을빌리자면“조각난기록위에상상이더해지든,다른예술가에영감을주어새로운작품으로이어지든간에언제나새롭게추어지는춤은대견하고장하다.”(p.31)이책이지금까지의춤을향한우리의고정된시선을흔들고자유롭게바라보게하는첫걸음이되어주길기대한다.

춤현장의다양하고역동적인모습을전하기위해작품별이미지들을엄선해실었고,「들어가는말」에는고전발레,모던댄스,포스트모던댄스,컨템퍼러리댄스로이어지는예술춤의역사가간추려져있어,자칫생소할지모를춤의세계로의진입을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