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노동자 (급진적 실천과 딜레마)

미술노동자 (급진적 실천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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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미술과 노동의 관계, 미술인들의 노동자적 위상에 대해서는 활발히 논의된 바가 별로 없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공간을 확장해도 비슷한데, 저자 줄리아 브라이언 윌슨은 논쟁의 기원을 베트남전쟁기 미국에서 찾는다. 스스로를 ‘미술노동자’라 부르며 창조적 노동의 정의를 확장시키고자 했던 움직임에 주목하는 『미술노동자(Art Workers)』는, 미술사와 노동이론을 연결하고, 이 시기 미국의 미술과 정치 모두에서 중요했던 미술노동을 묘사한다. 행동주의적 실천과 작품 생산을 통해 사회에 개입하려 했던 미술인들의 시도로, 구체적으로는 미니멀리즘, 과정 기반의 프로세스 아트, 페미니즘 미술비평, 개념주의 등이 그것이다.
책은 단순히 미술이 노동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설전에서 조금 비껴나, 미술과 노동을 접목시킴으로써 생겨나는 다양한 층위의 논쟁으로 우리를 이끈다. 전체 역사를 아우르기보다는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몇몇 미술인들의 노력을 들여다보는 사례연구 방식을 취해, 그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미술노동자 개념을 수용했는지, 또 각자의 실천이 미술노동에 대해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를 살펴본다. 미술 기관에 대항해 미술인들의 권리를 주장했던 미술노동자연합과 미술파업의 주동자이면서 동시에 전후 미국 미술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네 명의 미술인들을 각자 그리고 서로의 접점을 통해 분석한다.
저자

줄리아브라이언윌슨

1973년미국텍사스주애머릴로시에서태어나,1995년스워스모어대학에서수학하고2004년캘리포니아대학의버클리캠퍼스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미술노동,감시사진,독립영상물,페미니즘무용,퀴어퍼포먼스,아마추어공예등,광범위한분야에걸쳐연구와저작을선보이고있다.현재상파울루미술관의겸임큐레이터로있으며,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캠퍼스근현대미술학과교수및버클리예술연구센터의센터장을겸임하고있다.저서로는『미술노동자:급진적실천과딜레마』(2009),『창작안에서의예술:예술가와예술가의재료,작업실에서크라우드펀딩까지』(2016,공저),『보푸라기:예술과텍스타일의정치』(2017)가있으며,기획한전시로는「세실리아비쿠냐:곧일어날」등이있다.

목차

한국의독자들께
감사의말

들어가며
급진적실천을향해
베트남전쟁기

1미술인에서미술노동자로
연합의정치
미술대노동
1960년대말에서1970년대초미국의노동
후기산업화시대의전문가화

2칼안드레의작업윤리
벽돌쌓기
미니멀리즘의윤리적토대
안드레와미술노동자연합
물질의문제를문제삼다
전쟁기의미니멀리즘

3로버트모리스의미술파업
노동으로서의전시
규모의가치
노동자와미술인/노동자로서의미술인
과정
디트로이트와안전모
파업
근무중과근무외시간의모리스

4루시리파드의페미니스트노동
여성의일
아르헨티나를방문하다
세번의반전전시회
미술(을/로서)쓰는여성
시위의기술

5한스하케의서류작업
뉴스
미술노동자연합과개념미술:미술관을비물질화하기
정보
저널리즘
선동

나가며

주(註)
도판목록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베트남전쟁기미술의실천과연합의정치
베트남전쟁,그리고후기산업화를둘러싼이시기미술에서는미니멀리즘과개념주의가결정적으로꽃피었다.미술의발전양상을역사적사건과겹쳐바라보는방식은,예술의생산적가치를두고격렬히논쟁할때미술인들이어떻게스스로를인식하고또연대하는지를보여준다.연구의시대적배경과의도를개괄하는「들어가며」의시작은미술노동자와그연합의탄생을알리는데,68혁명이한창인당시‘어느미술노동자’라고서명된익명의편지한통이그것이다.“우리는이혁명을지지해야한다.우리가속한시스템을무너뜨리고변화의초석을닦아야한다.이행동은미술이자본주의로부터완전히결별함을뜻한다.”(p.15)
1969년뉴욕에서결성된‘미술노동자연합(ArtWorkers’Coalition,AWC)’과그로부터1년뒤조직된‘인종차별ㆍ전쟁ㆍ억압에반대하는뉴욕미술파업(NewYorkArtStrikeAgainstRacism,War,andRepression)’의목표는크게두가지였다.하나는베트남전쟁에대한미국의개입을폭로하는것이었고,다른하나는미술인을노동자로재정의함으로써권리를요구하는것이었다.미술파업과더불어뉴욕현대미술관,폴라쿠퍼갤러리같은뉴욕의주요미술관들에서의반전시위는미국의제도비판미술의중심이되기도했다.미술노동자연합이초기에배포했던공청회전단지(p.37)에는‘건축가,안무가,작곡가,비평가,작가,디자이너,영화제작자,미술관직원,화가,사진가,판화가,조각가,박제사등’방대한범주의미술노동자를포괄했는데,미술의영역에서이루어지는노동을모두미술노동으로바라봄으로써미술관에고용된노동자들이모이는계기를마련했다.이들의행보는미술관의무료입장정책을확립했으며,인종및젠더의차별을철폐하는정책을보장하도록압력을가했고,나아가미국전역의수많은미술인단체의탄생에기여했다.
예술행동주의의실천으로서선택된방식에는1966년설립된작가예술가저항(WritersandArtistsProtest)의〈평화의탑(PeaceTower)〉(pp.22-24)혹은1970년백명이넘는미술인들이참여한반전포스터전시「분노의콜라주Ⅱ(CollageofIndignationⅡ)」(p.227)처럼합작의형태도있었지만,무엇보다미술에의참여거부,철회를의미하는파업이핵심적이었다.‘미술은사회를반영한다’는일반적인사고에서한발더나아간,미술로서사회에영향력을행사하는‘급진적실천’의형태였다.예술과혁명을연결짓는마르쿠제의이용어는행동주의와미술을가로지르는실험속이루었던성과와실패모두를함의했다.한마디로당시의미술노동자들은실천이라는이름아래다양한형태의미학과정치를예행연습하고있었다.

미술노동,그리고네명의미술노동자
그렇다면구체적으로미술노동이란무엇일까.미술의노동은무엇이될수있을까.이를살펴보기위해저자는‘work’라는단어가함의하는범주(pp.62-63)부터추적한다.미술작품,작업을비롯해자본주의안에서의노동까지아우르는개념을설명하고,계급과젠더라는요소를들여와정치,사회,문화적으로다양한층위에서상상해보도록한다.궁극적으로는칼안드레(CarlAndre),로버트모리스(RobertMorris),루시리파드(LucyLippard),한스하케(HansHaacke)라는,네명미술인의미술실천으로인도하는방식이다.
먼저,칼안드레에게미술노동은미니멀조각으로제시되었다.그중에서도‘등가’의가치를지닌재료로만든조각작품이대표적인데,제목에서부터그의도를드러내는〈등가Ⅷ〉(p.76)은같은크기의벽돌백이십개를가로열줄,세로여섯줄,높이두줄로쌓아놓았을뿐이었다.한종류의공산품을늘어놓은‘등가(Equivalent)’시리즈는재료가가진물성에집중해그자체로노동의위상을전유했으며,벽돌공의노동과비교되어‘실제’노동과미적노동사이차이에기대는가치평가체계를흔들어놓았다.또한안드레는미술노동자연합에서종종지도자역할을맡기도했는데,평등주의,반엘리트주의를실천하며미술노동자안에다양한직업군을끌어들이려노력했다.
로버트모리스에게미술노동이란공사에근간을둔프로세스아트였고,이는육체노동의가치를증명해내는일로이어졌다.전시장이하중을견디기어려울정도의자재들로된〈무제(콘크리트,목재,강철)〉(pp.138-150)처럼,그의작업에서육체노동은무엇보다큰부분을차지했다.모리스는이를설치노동자들과직접수행함으로써노동자로서의정체성을얻으려했다.한편,그의미술실천은파업을끌어들였는데,전쟁과연루되어권력을행사하던미술관에저항해회고전을몇주일찍끝냄으로써미술의중지를요구했다.이미학적거부를보여주면서그는뉴욕예술행동주의집단에서의최전선을차지하게되었다.
루시리파드는페미니즘비평을‘집안일’로규정하고실천하는것을미술노동이라보았다.이는창작보다는비평가,큐레이터같은부차적인영역에종사하는여성의비율에주목해,역설적으로가사노동의존엄성을비평에선사하는것이었다.미술비평과소설쓰기,전시기획까지뻗어나가는그의활동은여성의노동력을재평가하는데관심을두었고,페미니스트비평가로서의정체성을확립했다.특히그는손뜨개질과같은공예를미술의형식으로들여와여성과그의노동을폄하하는미술제도를비판했다.저자역시페미니즘에관해,“젠더는로버트모리스와같은남성미술노동자와오브제사이의관계를설정하는데에근간이되었을뿐만아니라페미니즘운동이융성하는동안많은여성미술노동자가미술노동의개념을정립하는데생산적으로작동”(p.18)했다고말하며,이를다양한종류의작업에대한불균일한평가와성별,인종및계층으로부터의차이를이론화하는데적용했다.
마지막으로한스하케에게미술노동은개념주의,제도비판미술의형태로나타났다.이때노동에대한그의비전은경제발전의양상에발맞춰,서비스경제안에서떠오르던정보관리자모델을향했다.그예로,뉴욕현대미술관입구에서미술관이사회의일원이자뉴욕주지사였던넬슨록펠러의베트남전쟁지원에대한관람객의견을묻는〈뉴욕현대미술관여론조사〉(pp.286-291)는정보라는매체를끌어들이는동시에관객참여를유도한작업이었다.관객들은입장료의가격에따라색이다른투표용지를나눠받았고,결과적으로작업은미술관방문객의구성과그에따른정치성향을드러냈다.하케의이작업은제도비판미술이라는미술의한분과를형성한순간으로기록되었다.

위에제시된미술노동자들의성과만큼이나저자는또한그들의정체성과요구에깃든모순,불확실성에주의를기울인다.“정체성을확립해나가는일이란절대단순하지않으며,환상과잘못된인식으로인해야기되는불안을감당해야만한다.”(p.268)안드레의경우‘등가의’자재를사용했더라도그의작업에서대중성을찾기어려웠다는점과그의주장과는달리그가어느정도근본적으로엘리트의입장을가졌다는점,모리스의경우설치노동자사이에서일했음에도불구하고흔한우두머리의상징인시가를입에물고노동자들을감시하는관리자역할과혼동되었던점(p.142)을비판한다.리파드에대해서는그가기획했던전시가특정미술의형태와미술인들만을선택하는배제의논리로비난받았던사실을짚어보이고,하케가획득하고자했던정보관리자의역할역시미술노동자연합이가졌던노동자계급에대한판타지만큼이나허구적이었다고덧붙인다.저자의이러한다각도의시각은우리가좀더비판적인독서를하게하는열쇠가된다.

오늘날미술의조직화와남겨진과제
치열했던시기가지나가고,2006년휘트니비엔날레에서는〈평화의탑〉이재건되었다.이후2007년에는1969년미술노동자연합설립당시의공청회가재연되었다.세월이지나그때만큼의중요성을가지진못했지만,두번의재연행사는1960-1970년대예술행동주의에대한관심이부활했음을의미했고,여전히그논쟁이유효하다는것을증명했다.하지만세부조건에서는극명한차이가있었다.예를들어,양도와재판매시미술인의권리를보장하기위해1971년에작성된협약대신오늘날에는크리에이티브커먼즈(CreativeCommons)를수용하거나저작권을폐기하는움직임이보인다.심지어이책이연구한미술노동자들이미술관이라는특정한공간안에서그리고그것에대항하면서일했던것과는대조되게,미술기관을흑백의논리로읽어내는일은불가능에가까워졌다.미술이대안공간으로이주해가면서‘미술관’은더이상막대한힘을가진존재가아니게되었기때문이다.게다가노동의형태또한세분화되어창조적노동,‘예술적인’노동의모습이등장하는가운데무엇이미술노동인지구분하는일조차어려워지고있다.
이시점에서미술노동개념에대해가졌던그때의불안을되돌아보는일은,미술노동자들이보여준엄청난양의조직화에너지를전용하는것과같다.이를증명하듯,이번한국어판출간을위해쓴글에서저자는2008년미국에서결성된미술노동자와광의경제(WorkingArtistsandtheGreaterEconomy,WAGE)가예술가의공정한보수확보를위해노력하며,지금까지도행동주의의최전선에서활동하고있다고말한다.또한2012년설립된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언급하며한국예술가들의현상황에관한의견을짧게덧붙이기도했다.예술가들을지원하기위한공식단체가존재한다는점을긍정적으로바라보는한편,상징적인의미보다는“모든예술가가살아가고보험료를지불하도록하는실질적인해결”(p.6)을갖춰야할것이라고조심스레예측하며,2020년초닥친코로나바이러스로인해전세계예술가들의상황이더욱위태로워졌음을경고했다.비록미술인에서미술노동자로이동해가는1960년대의시도에는어느정도잘못된인식또한수반되었지만,미술의정체성을정치적으로재조직하려던그들의노력은여전히다음,그다음의진보를위한예술가들의조직화를향하고있다.3년이라는미술노동자연합의활동기간은짧지만생산적이었으며,새로운형태의노동과그공간안에서어떤종류의계급을넘나드는연대가가능한지,그때의미술노동자라는정체성은어떤딜레마를갖게되는지,폭넓은사유를남겨주었다.

이책『미술노동자』는총5개의장으로구성되며,미술노동자연합의탄생과그배경을설명하는1장과구체적으로네명의미술인을작품과함께분석하는나머지4개의장으로구분된다.저자의밀도높은자료조사로,스미스소니언협회미국미술아카이브등에보관되어있는당시미술노동자연합의공청회녹취록뿐만아니라,연합의전단지를비롯한미술인들의작품103점이수록되어연구배경의현장감을느낄수있다.더불어책끝에는‘미술노동’용어의번역과정과한국의용례를제시하는「옮긴이의말」그리고본문에등장하는인물,단체,개념등을정리한찾아보기를실어독자의이해를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