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언어로된한국문학이론서의필요성
이번에출간된문학평론가권영민의『한국문학이란무엇인가』는고전문학에서부터현대문학에이르는전반적인문학의양상을개괄하는입문서로서,한국문학의전체적인성격과역사적전개양상을폭넓게소개한다.한국어로씌어진만큼한국어능력수준이어느정도도달한외국인을기본독자층으로상정했지만,예문을곁들인고전문학까지담고있어한국인을위한일반교양서로서도충분하다.
열화당이문학전문출판사가아님에도이분야의책을내게된데에는두가지이유가있다.하나는한국문학을제한된학문분과로가두기보다한민족의전통적미의식을담은오랜기록문화의하나로바라보기때문이며,다른하나는외국어판과의연계출판이라는국제적프로젝트의일환이기때문이다.외국대학이나외국학생들이비영어권문학을선택할때제대로된번역본이충분히있느냐가가장큰결정요소라고한다.외국어로된개론서와역사서의존재여부도큰부분임은자명하다.이책출판에앞서지난해『한국문학이란무엇인가(WhatisKoreanLiterature?)』(2020)란제목으로영문판이미국버클리대학동아시아연구원(TheInstituteofEastAsianStudies)에서출간되었고,올여름독문판『한국문학:시작에서현재까지(KoreanischeLiteratur:vondenAnfangenbiszurGegenwart)』(2021)가가천대학교유럽어문학과얀디륵스(JanH.Dirks)교수의번역으로독일에오스출판사(EOS-Verlag)에서출간되었다.이제이두책의근간이된한국어판까지출간됨으로써,외국연구자들을위한기초문헌들이여러언어로마련되었다.이흐름에따라다른언어권으로도한국문학에관한다양한책들이집필,번역,출간되기를기대한다.
한국문학의범주와성격
한국문학을정의하자면‘한국민족에의해한국어를기반으로형성발전해온문학’이다.한국문학은수천년의역사속에서한민족의삶의양상을표현해왔으며,시대마다다양한문학형태가등장해발전했다.
한국어는한국문학을구성하는가장중요한재료이며매개물이다.하지만상고시대(上古時代)부터근세에이르기까지는문자로기록할수없었기에구전되어내려온구비문학은매우중요한비중을차지하는데,한국인들의생활속에서문자문명이전의예술활동의양상을보여주는유일한근거가되기때문이다.문자로기록할수있게된때에도한국어를표기할수있는문자를갖지못해,일찍부터한자를차용하고중국의문물을적극적으로수용하여한문학(漢文學)을크게발전시켰다.고려시대에는과거제도를한문에기초해시행함으로써한문글쓰기가더욱발전하고한문으로이루어진시(詩)와문(文)이두루성행했다.이러한전통은조선시대에도이어진다.조선왕조는유학특히성리학을국가의지도이념으로내세웠기때문에,한문학의시문만이아니라경서(經書)에대한논의도활발하게전개된다.특히한글등장이후에도한문학은국문문학과서로교섭하면서기록문학으로서의위상을지키게된다.
조선15세기에‘훈민정음(訓民正音)’으로명명된한글이창제되고반포(1446)되자한국인의언어문자생활에큰변화가생겼다.지배층에서는한문을공식적문자생활에그대로활용했지만국문글쓰기가가능해지면서새로운국문문학이성립되어발전했다.19세기중반이후국어국문운동이널리확대됨으로써한문은그사회문화적기능을상실하게되고,그결과한국민족은한문과국문을함께이용해왔던문자생활의이중성을극복하고언문일치(言文一致)를실현했다.국문문학이한국문학의전영역을차지하면서실질적으로민족문학의근간을이루게된것이다.
고전문학에서현대문학까지
이책은크게4부로나누어져있다.1부에서는앞서소개한대로한국문학의범주와그성격을살펴본다.한국문학은그역사적인전개양상과특성을이해하고자할경우,흔히고전문학과현대문학으로시대적인범위를나눈다.그런데이러한구분은기준이뚜렷하게정해져있는것이아니다.대개19세기중반을경계로하여,그이전의문학을고전문학이라고하고그이후의문학을통틀어서현대문학이라고한다.이기준에의하면이책역시2부(고전문학)와3,4부(근현대문학)로대별할수있다.
고전문학을다루는2부는시가문학,소설문학,한문학,구비문학으로구분해그특성을설명하고대표적형태의작품원문을곁들인다.고전문학은한국민족의전통적인삶의방식과미의식을특징적으로보여준다는점에서,비록언어가가진한계로접근이쉽지않지만꼭살펴보아야할중요한부분이다.이책에는문학사적의미와그성격을고려해선정한예문들이수록되어있는데,주석풀이를덧붙임으로써한문이나이를차용한이두,향찰등한국인조차도번역이필요한원문을단편적으로나마직접읽어보게했다.여기실린고전문학작품판본과주석은해당전공자들의선행작업을인용,참조했다.
현대문학의역사적전개과정은한세기정도에불과한짧은기간이지만시기별로개화계몽시대의문학,일본식민지시대의문학,분단시대의문학이라는세단계로구분된다.학계에서는이를크게‘근대문학’과‘현대문학’이라는이름으로구분해부르기도한다.3부근대문학은개화계몽시대에서일제강점기의문학을한데묶어그성립과그발전과정을시,소설,극문학의양식별로중요작가를중심으로소개설명하고,4부현대문학은한국의해방과남북분단시대의문학을시,소설,극문학의양식별로소개한다.
책끝에는부록으로이책의원고를작성하면서참고했던기존연구서의목록을각영역별로구분해놓아,더깊이있는읽기를위한안내를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