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16.00
Description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울 레이터는 사진의 역사에서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던 컬러 사진의 자리를 확고히 한 미국의 사진가다. 유려한 색채 감각으로 뉴욕을 담아낸 조엘 마이어로위츠를 비롯해, 1970년대에 컬러 사진을 찍었던 다른 사진가들보다 훨씬 앞선 1940년대부터 “순수하게 예술적인 목적으로” 컬러 필름을 사용했다. 레이터에게 “색은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이며, 사진에서도 고귀한 위상”을 지니는 것이었다. 그는 절제된 색감과 회화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많은 이미지들을 남겼으며, 영화 「캐롤」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했듯이 “세상이 본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사울 레이터 재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컬러 슬라이드 약 육만 점이 아카이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대한 양을 상상해 볼 때, 그의 신선한 탐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레이터는 어릴 적 화가를 꿈꾸었고, 그림을 평생 첫사랑으로 꼽을 정도로 그 열정이 대단했다. 액자에 넣기 위해 표구상에 맡겼던 페이메이르의 모사화를 원본으로 오해받아 도난당한 적이 있는데,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은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레이터의 집안 환경은 그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다. 정통파 유대교 집안에서 저명한 랍비의 아들로 태어나, 엄격한 랍비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레이터는 아버지의 후계자가 될 운명이었다. 한때는 탈무드 아카데미와 랍비 칼리지에서 수학하는 등 그도 운명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서관에 온종일 틀어박혀 그리스나 아프리카의 조각, 페루의 직물에 관한 책들을 탐독했으며, 보나르나 드가 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나 일본 우키요에 작가 들에 빠져 있었다.
저자

사울레이터

사울레이터(SaulLeiter,1923-2013)는미국피츠버그출신의사진가로,정통파유대교집안에서성장했지만일찍이회화와사진에매료되어1946년홀로뉴욕에정착했다.1950년대뉴욕초기추상표현주의운동의대표주자들과교류하며회화작업을했고,1957년부터는패션사진가로서활동을시작해약이십년간『에스콰이어』『하퍼스바자』『엘르』등의다양한잡지와일했다.상업사진가로서경력을잇는동안에도주로맨해튼도심을배경으로한흑백및컬러거리사진,누드와은밀한초상사진을계속찍어나갔으며,사진의역사에서컬러사진의자리를확고히하는역할을했다.주요사진집으로『얼리컬러』『덧칠된누드』『내방에서』『사울레이터의모든것』『영원히사울레이터』등이있으며,그에관한다큐멘터리로「사울레이터:인노그레이트허리」가있다.

목차

사울레이터의예술적인삶/마이클파릴로

흑백의거리(Black-and-WhiteStreet)
색의거리(ColorStreet)
흑백과컬러패션(Black-and-WhiteandColorFashion)
누드,그리고은밀한초상(NudesandIntimatePortraits)

사진목록
연보

출판사 서평

1950년대뉴욕의거리

십대시절어머니에게선물받은디트롤라카메라로여동생인데보라를주로찍곤했으나,사진에대한본격적인관심은뉴욕에이주하면서시작되었다.이십대초반레이터는가족을등지고홀로뉴욕맨해튼에정착했고,얼마지나지않아맨해튼의동쪽인이스트빌리지로집을옮겨그곳에서평생을살았다.1950년대초뉴욕은추상표현주의운동이활발히일어나던시기로,이스트빌리지십번가에는일종의협동조합인‘십번가갤러리’들이하나둘씩설립되면서젊은예술가들이모여들었다.레이터는빌럼데쿠닝의아내이자화가인일레인데쿠닝,리처드푸셋다트와같은초기추상표현주의운동의대표주자들과교류하며회화와사진활동을이어갔다.특히푸셋다트가레이터의작품을유명한예술품딜러이자갤러리경영인이었던베티파슨스에게소개하면서그녀에게전시를제안받기도했다.유진스미스,에드워드스타이컨과친분을쌓은것도이무렵이었다.
레이터는이들과어울리면서도성공의기회를잡는데는관심이없었던듯,이러한제안들을마다하고매일같이집근처를산책하며사진찍을뿐이었다.“평화로운가운데홀로존재한다는생각이너무나매력적”이라던그자신의말처럼말이다.대부분의작가들이어지럽고현란한뉴욕을포착한반면,레이터는오묘하고고요한뉴욕의거리를담아냈다.특히고가철도에서내려다본비오는도로(p.30)나유리창에비친잡화상풍경(p.22),짙은명암의대비로포착된인도위의남자(p.37),혹은빛이반사되어마치긴드레스처럼한여성위로겹쳐지는(p.41)초기흑백이미지들은시점과반영으로채워진새로운도시의풍경을보여준다.이처럼그의렌즈에는주로일상적인거리와평범한사람들이담겼지만,신기한우연과놀라운해프닝들이가득했다.판자가가로형프레임으로활용되어피사체들이그안에배치되거나(p.49),고양이가길가의나무에서절묘하게뛰어내리는(p.39)순간처럼즉흥성과대체불가능한에너지들은거리에서만발견할수있었다.한편1957년에는라이카로촬영한흑백작업을시작으로패션사진가로서첫발을내딛었는데,그후약이십년간『에스콰이어』『하퍼스바자』『엘르』등의다양한잡지와일하며상업작가로서명성을떨쳤다.상업사진에서도스튜디오보다는예측할수없는우연들이존재하는거리촬영을선호한그는,결과물이패션사진이라기보다그저‘사진’으로보이길바랐으며가끔은거기서도뭔가다른일이벌어지길기대했다.그로써포즈를취한모델이물건을들고이동하는행인에가려지거나(p.99),모델이입은줄무늬옷이아래로늘어진나뭇잎에가려져혼동을일으키는(p.107)이미지들이만들어졌다.

바라본다는것의즐거움

사울레이터의개인작업과상업사진의경계를나누기란모호한데,선명한색채와극적인구도,반사의활용과같은많은특징을공유하기때문이다.이미지를구획하는거울이나창문(p.95),회화적인분위기를더하는눈과비(pp.69,77)등은반복적으로활용된모티프로,사물을‘통해’대상을포착하는사진을선호하는레이터의취향이분명하게드러난다.전경을아웃포커스로처리해뒷배경에시선이집중되게하거나(pp.49,55)이미지를추상화하는것역시즐겨사용한기법이다.이처럼뭘보고있는지확신할수없는이미지들은,일시적으로시선을혼란스럽게만들었다가천천히주의를집중하며아무것도허투루지나칠수없게만들며,거의명상에가까운상태로빠져들게한다.
한편,사울레이터재단에서작업중인아카이브에는수천점의흑백누드와은밀한초상작업들이포함되어있다.레이터는1940년대중반부터누드를찍기시작해제이차세계대전이후성역할에대한시각이매우보수적이던1950년대에도작업을해나갔다.피사체는오랜파트너였던솜스밴트리(p.134)를비롯해레이터의친구나연인이었던여성들로,단순한피사체가아니라동등하고주체적인협력자였다.사진들은대체로간결하고직접적이며,상당히장난스럽거나반대로꽤진지한것들도있다.레이터는거리촬영에서처럼,과정을통제하기보다는자연스러운상황이전개되게세심한주의를기울이다가셔터를눌렀다.그덕분에여성들은내면의자의식을거리낌없이드러내며친밀한순간들을나눌수있었다(p.139).이내밀한이미지들은레이터의집에자리한암실에서수천점가량인화되었고,1970년대에누드집의출간계획이무산된이후로는세상에공개되지않다가그의사후에재단에의해발견되었다.

이책『사울레이터(SaulLeiter)』는2020년에출간된『안드리폴(AndriPol)』『아흘람시블리(AhlamShibli)』에이은세번째국영문판동시출간이다.2017년8월사울레이터재단과처음접촉하여사진문고출간을제안했고,이후오랜숙고와논의끝에현재한국에서열리고있는전시에맞춰선보이게되었다.원서를번역하는방식이아닌한국출판사가섭외해작가론집필,사진선별,디자인,편집을진행했기때문에,작은몸집에도불구하고작업에많은노력과시간이소요되었다.
사울레이터재단의부이사장이자약이십년간편집자로일했던마이클파릴로의작가론으로시작해,다루는주제와스타일에따라네가지시리즈로묶어선별한사진81점을소개한다.소개글에는파릴로와사울레이터재단의대표마깃어브가참여했으며,개별사진의캡션및연보는책끝에수록되어있다.특히이번에새롭게집필된작가론「사울레이터의예술적인삶(TheArtfulLifeofSaulLeiter)」은작가가남긴여러인터뷰와영상기록을토대하고있어,그의목소리를생생하게만날수있는최초이자유일한글이다.

국내외대표사진가들을엄선해소개하는‘열화당사진문고’는아담한판형에부담없는가격으로사랑받아왔다.한손에담긴전시장안에서작품들은물론사진설명과작가의생애를정리한연보까지만날수있으며,앞으로도계속출간될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