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건축 (조르주 바타유의 사상과 글쓰기 | 반양장)

반건축 (조르주 바타유의 사상과 글쓰기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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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태초로부터 인간의 질서는 건축의 발전에 지나지 않으며, 건축적 질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우리가 건축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다.” - 조르주 바타유, ‘건축’, 「비평 사전」 『도퀴망』, 1927.
저자

드니올리에

(DenisHollier,1942-)
프랑스파리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은후작가,편집자로활동했다.1993년미국예일대학교불문학과교수를지냈으며,현재뉴욕대학교프랑스문학사상문화학과에재직하고있다.바타유전문연구자인그의주요연구분야는이십세기프랑스문학,문학과정치,문학사이론이다.갈리마르에서출간된『조르주바타유전집』과『미셸레리스전집』의책임편집을맡았고,『옥토버(Octorber)』지의편집위원으로있다.주요저서로『반건축:조르주바타유의사상과글쓰기(LaprisedelaConcorde:EssaissurGeorgesBataille)』(1974),『사회학회1937-1939(LeCollègedeSociologie1937-1939)』(1979),『산문의정치(Poli-tiquedelaprose)』(1982),『결국조르주바타유(GeorgesBatailleaprèstout)』(1995),『예술가의시련(Epreuvesd’artiste)』(1996),『신,여자(Dieu,lafemme)』(2016)등이있다.

목차

서문-인생의일요일

헤겔적구조물
단순한시작
헤겔적구조물
바벨탑
상징

건축적은유
랭스의노트르담대성당(1)
『랭스의노트르담대성당』(2)
바타유에관하여
건축적은유
신학총서
‘건축’이라는항목

미로,피라미드그리고미로
미로와피라미드

제왕절개
불완전
학살
「송과안」
1.호모사피엔스
2.맹점
3.분변학
4.송과안
5.『하늘의푸른빛』
제왕절개

주註
역자해설-철학의구축과반건축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프랑스의작가이자사상가조르주바타유(GeorgesBataille,1897-1962)는프랑스철학의유행과함께국내에소개되었지만,푸코,데리다,바르트,들뢰즈,라캉같은사상가들에비해서는우리에게여전히생소한인물이다.그의저서와소설이십여종번역되었을뿐그에대한연구서는좀처럼찾아보기어렵다.더욱이그가자신의사상을전개하는데사용했던‘건축’이라는개념은거의논의된바없다.서구에서조차바타유는포스트구조주의나해체주의,페미니즘과관련해언급되는경우가많다.하지만최근들어그의독창적인사상에대한관심이점차늘어가고있다.인간이성으로모든것을파악하고해결할수있다는생각이힘을잃어가고있는세태속에서,합리성으로규정이불가능한타자성이나이질성같은문제들을더이상외면할수없어졌기때문일것이다.이번에번역출간된『반건축:조르주바타유의사상과글쓰기(LaprisedelaConcorde:EssaissurGeorgesBataille)』는국내에최초로소개되는본격적인바타유연구서이다.저자드니올리에(DenisHollier)는바타유연구의권위자로,갈리마르출판사의『조르주바타유전집』(전12권,1970-1988)책임편집자이기도했다.
제목에선건축전공자들을위한이론서로보이지만이책은철학서이자문학비평서로보는게더옳다.프랑스어판제목을직역하면‘콩코르드광장의점령’인데,콩코르드광장은프랑스혁명당시루이16세를비롯해수많은인물들의참수가행해진역사적현장으로,훗날‘화합’혹은‘일치’라는뜻의‘콩코르드(concorde)’라는역설적인이름이붙여졌다.따라서‘콩코르드광장의점령’은바타유의상상력을통해지정된,파리의어떤중요한장소,즉견고한체계가붕괴되는것을목격했던장소를지시한다.하지만이런배경설명없이는이해하기어려워,한국어판에서는다가가기쉽고책내용을잘포착하고있는영문판제목‘건축에반대하여(AgainstArchitecture)’를참고해‘반건축’을제목으로삼았다.‘반건축’은바타유의사상과글쓰기의지향성을잘드러내는말이며,저자가바타유를통해말하고자하는것을함축하는개념이기도하다.

낭비와건축-도살장과박물관
가장먼저나오는서문「인생의일요일(Lesdimanchesdelavie)」은1974년초판에는없었고,1989년영문판의출간을위해‘피의일요일(BloodySundays)’이라는제목으로추가된글이다.우리가저본으로삼은1993년프랑스어판재판시‘미국판서문’이라는말과함께책끝에더해졌고,한국어판에서는원문을번역해책앞쪽에수록했다.여기서‘인생의일요일’,‘피의일요일’이란,바타유가초현실주의잡지『도퀴망(Documents)』의한섹션인「비평사전」에건축과관련해쓴‘도살장(Abattoir)’과‘박물관(Mus?e)’항목과연관된다.근대파리의도시계획이가져온커다란변화중하나는도시속의기피시설이문화공간으로바뀌는현상이었는데,이십세기말건축가베르나르추미에의해라빌레트도살장이공원과박물관으로개조되는프로젝트로까지이어졌다.이러한현상과바타유가쓴사전항목에서올리에는건축과낭비(d?pense)사이의유기적연결을발견한다.도살장과박물관이라는극단적으로다른두시설은종교와예술이라는독립된영역을나타내는건축형식이지만,서로무관하지않으며삶의양면을비춰준다.
올리에는도살장의희생제의적성격(종교)과사람들이일요일에박물관을관람하러간다는사실(문화)을상기시키면서양자를안식일또는일요일의리듬과연결한다.그들은박물관의아름다움을통해도살장의전유할수없는추함으로부터도피한다.바타유는이렇게쓴다.“박물관은대도시의허파와같다.군중들은일요일마다피처럼박물관으로흘러들면서,순화되고생기발랄하게다시살아난다.”루브르박물관역시왕의처형에뒤이은공포정치에의해만들어졌으니,근대박물관의기원은단두대의피와이어진다.“도살장이지각되지않는다면루나파크는존재할수없다”는올리에의말처럼우리는건축이면의상실과축제,죽음과낙원모두를기억해야한다.
현실질서에복무하는건축은이성의지배,노동의생산,계획과비축,계산과유용성을상징한다.반면비합리적이고부도덕하며무의미한행위로간주되는낭비는배척해야할부정적습속이다.하지만오히려바타유는낭비에주목하며그를옹호한다.낭비는욕망의해방을의미하고예술행위와도무관하지않다.나아가인간을사물화하는자본주의적체제에대한저항이자탈주이다.모든낭비를적대시하고자본의합리성과효율성만을강조함으로써오히려그보다더한돌이킬수없는자기파괴로질주하는문명에제동을거는것이다.

반건축적사상의기원-대성당과신학총서
본문은크게네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전반이반건축이라는관점에서바타유의사상을논하고있다면,후반은언어와건축의상동성,바타유의이질학적글쓰기즉문학작품에대한구체적인비평에할애되어있다.
첫번째장인「헤겔적구조물」에서는,바타유의위반의사상으로들어가기에앞서,헤겔이상징적예술로서특권을부여한건축형식으로이야기를시작한다.왜냐하면건축(architecture)또는건축적구조를지닌무엇을부정하기위해서는그최초의시작인아르케(arch?,시작,근원,기반,원리,제일)를알아야제대로매듭을풀수있기때문이다.헤겔은바벨탑을상징적이고독자적인건축의최초형태로보았다.다시말해속이비어있는집이나신전같은수단으로서의건축과는차별되는,속이가득찬예술로서의건축이다.이후에‘남근적기둥인오벨리스크따위의건축과조각사이의매개적인건축물’이생겨나고,그다음에인도와이집트의지하건축물,피라미드같은죽은자들을위한거처,실용적인건축물과함께‘독자적인건축에서고전적인건축으로의이행’이이루어지게된다.
두번째장「건축적은유」에서는바타유의반건축적사상의근원을추적해간다.올리에는바타유가가장처음발표한글인1918년소책자로발행된『랭스의노트르담대성당(Notre-DamedeRheims)』에서그기원을찾는다.(전문이이책에수록되어있다.)헤겔의건축관을모른채쓴이글에서바타유는노트르담대성당을프랑스의상징이자모성과순결,신앙과안전의상징으로상정하고,독일과의전쟁으로인한처참한파괴를안타까워하며복원을촉구한다.대성당의‘부정에대한부정’으로서지양(Aufhebung)과정반합의도식을취하고있는이글은건축적인구성을지니고있을뿐아니라,건축의사회적역할에대한찬양이라는점에서친(親)건축적이다.젊은바타유가쓴생애최초의글은‘건축에의해상징되고지지되는거대한이데올로기체계’의소산이었으며,그것의무의식적추종이었다.
긴침묵끝에바타유는이최초의자기글을부정하는글쓰기를재개한다.이후그의작업전체는그텍스트를부인하고다시쓰는것이되었다.건축적구조를흐트러뜨리기위한바타유의글쓰기는,감화시키고교화하고자하는모든것에도발하는반건축적행위였다.1929년과1930년에걸쳐바타유는『도퀴망』에동료들과함께「비평사전」을만들었다.그는사전에서말의의미가아니라‘작용’에주목한다.미완성으로끝난이사전편찬의기획에서바타유는열네개의항목을집필하는데그첫항목을‘건축(Architecture)’에할애한다.여기서바타유는건축을사회의실체를표현하는것이며,초월적인실재를표상하는기호라고말한다.하지만건축은동시에사회의실체를은폐하기도한다.건축은사회질서를반영,재현하는데그치지않고사회질서를수호하고구성하는체계이다.사회를지속하고자하는욕망은건축에의지하고,동일성의수호자인철학과이성역시그부실함과무근거를감추기위해건축을은유로소환한다.
책또한건축과많은점에서유사성을지닌다.지식권력의등가물로서닫히고완결된체계를지향한다는점에서그렇다.중세고딕성당은지식의논리체계를가시적으로보여준‘돌로된책’이었다.토마스아퀴나스의『신학총서(Summatheologica)』는당대의지식전체를체계화하려던기획이었으며,그는스스로를기초를쌓는건축가로지칭한다.여기서책과건축양자는구조적으로상동성을띠면서전체와부분에서위계적이고유기적인관계를갖는다.바타유는이런체계에반하는『반신학총서(Sommeath?logique)』를기획함으로써‘랭스의노트르담대성당’을지워나간다.

언어와존재의건축적은유-미로와피라미드
“인간에관련되는한,모든존재는특별히언어와연결된다.(…)그러므로개인의존재는‘자율적인존재’로서,그러나매우근본적으로‘관계적인존재’로서,어떤존재를나타낼수있는말을통해오로지임의적으로매개될뿐이다.예기치않은통찰력으로인간존재의미로구조를발견하기위해서는말의반복되는행로의자취를잠시쫓아가면된다.”-조르주바타유,「미로(Lelabyrinthe)」.
세번째장「미로,피라미드그리고미로」에서는인간의언어구조와바타유의글쓰기를미로와피라미드라는두건축유형에비유해분석한다.인간존재는언어없이는생각할수없다.다시말해서언어의매개없이는가능하지않다.언어는존재를매개함으로써자신으로부터존재를분리하면서존재를구성한다.또언어자체도계사(繫辭,copule)의매개에힘입어어떤하나를다른것에연결한다.그러므로언어는계사와실질(substance)사이의싸움이다.건축에비유하자면미로와피라미드간의겨룸이다.
저자는바타유의글쓰기가미로적이라말한다.그것은아리아드네의실을찾아미로를탈주하려는도정이아니라,미로공간에서길을잃고헤매면서끊임없이이탈하는도정이라는점에서다.그는기꺼이미로에갇히고자한다.미로는안팎도경계도출구도없는무질서의공간으로위계도없고무정부적인,정위(orientation)가불가능한공간이다.바타유가보기에존재(언어)의구조자체가바로미로이고,피라미드는그미로를벗어나기위한방편으로건립된허구적/가상적인건축이다.피라미드의건립자,곧건축가가바로철학자들이다.피라미드의꼭대기에서그들은존재의전경을포착할수있고미로를벗어나는지도를얻을수있다고믿는다.그러나그것은‘병적인장난’이다.철학의치명적문제는자신의맹점에대해무지한채자신의‘봄/앎’을맹신한다는것이다.피라미드는건축이지닌힘과한계를지시한다.철학,과학,이론은인간을안심시키고조화와통일로이끌지만그것은장악이자지배이며억압이기도하다.
그러나바타유도인정하듯그릇된길일지라도그것은갈수밖에없는길이고,노력한다고피할수있는것도아니다.우리는미로와피라미드사이에서양자택일해야하는상황에직면해있지않으며,(현실에서는피라미드가우위를차지하지만)둘은서로연루되어있다.피라미드의은유는인간실존의불가피한숙명을상징한다.

문학적실천-위반의글쓰기
마지막장「제왕절개」에서는바타유의글쓰기,즉문학작품에나타난그의반건축적사상의실천을구체적으로살펴본다.바타유에게문학,곧글쓰기(ecriture)는자신의사고를피력하고표현하는수단에머물지않고건축으로상징되는체계적인이론,곧철학으로대표되는학문을거부하고저항하는방편으로제시된다.다시말해바타유의글쓰기(문학)는집짓기(건축)에대립하는대안적인수단이자철학(구축)에저항하는방식으로서그의사유의본령을점하는것이다.따라서그의소설은이야기를장악해가는탄탄한구조를지닌글들과관련이없다.대신책이라부를수없는책,끝이없는미완성의책으로차이의공간을열어보인다.
바타유는자신의글쓰기가에로티시즘에의해지배받았다고했다.섹스가생식과소멸사이에흔적으로서차이를만드는것이라면그의글쓰기역시그러하다.인간존재가거기에몰입해길을잃는위험한행동을무릅쓰게된다는점에서에로티시즘은미로와도같다.개체성의상실이자청결의상실,경계와한계의파괴인에로티시즘은‘로고스의이론적공간을해체’한다.동일성의신화나정통성에반하기에이질학(h?t?rologie)에속하는에로티시즘은모든실체(피라미드)를패러디로나타나게한다.외설스러운바타유의글쓰기는위반을극한까지탐색하는향락(주이상스,jouissance)의글쓰기이다.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