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커의 자유 (반양장)

코커의 자유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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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코커의 자유(Corker’s Freedom)』는 1964년에 발표된 존 버거의 초기 소설로, 그가 비비시(BBC)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강연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와 동명의 책이 많은 인기를 얻고 소설 『G』로 부커 상을 수상했던 1972년보다 10년 가까이 앞서 씌어졌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섬세한 사유를 보여준 존 버거의 글들은, 그 사랑과 평화, 연대의 메시지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윌리엄 코커라는 남자가 예순셋의 나이에 비로소 꿈꿔 오던 자유를 찾으려 시도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의 후반기 소설들에서 전해지는 다정함이나 포용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30대였던 젊은 존 버거의 거칠고 예민한 감각과 실험적인 문체, 풍자적인 시선에서, 원숙한 작가가 되기까지 그가 지나 왔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존버거

존버거(JohnBerger,1926-2017)는미술비평가,사진이론가,소설가,다큐멘터리작가,사회비평가로널리알려져있다.처음미술평론으로시작해점차관심과활동영역을넓혀예술과인문,사회전반에걸쳐깊고명쾌한관점을제시했다.중년이후프랑스동부의알프스산록에위치한시골농촌마을로옮겨가살면서생을마감할때까지농사일과글쓰기를함께했다.주요저서로『다른방식으로보기』『제7의인간』『행운아』『그리고사진처럼덧없는우리들의얼굴,내가슴』『벤투의스케치북』『우리가아는모든언어』등이있고,소설로『우리시대의화가』『G』,삼부작‘그들의노동에’『끈질긴땅』『한때유로파에서』『라일락과깃발』,『결혼식가는길』『킹』『여기,우리가만나는곳』『A가X에게』등이있다.

목차

제1부 클래펌의코커직업소개소
제2부 랜슬럿경코커
제3부 코커의비상
제4부 욕망의코커
제5부 계속하는코커

출판사 서평

직업소개소를찾아오는사람들
런던남부의클래펌에서직업소개소를운영하고있는코커는,장애를가진여동생아이린과12년간함께살았던집을나와홀로서기를결심한다.소설은마지막5부를제외하고는삶의전환점에있는하루동안의과정을그린다.
코커의직업소개소에는어딜가나특별히대우받는아가씨부터입주가정부일만을원하는여인,더는고용가능성이없어보이는노인,일자리를찾아막런던으로이사한승합차기사등다양한인물들이찾아온다.새로운삶을희망하는지원자들은저마다의사연과요구조건을가지고있으며,코커는자신이직접손으로써서채워온30권의문서철을뒤져적합한일자리를찾아준다.한편살결이하얀부인에게는다른욕망이자라나기도한다.사무실의유일한직원인앨릭은그들을안내하고코커를돕는인물로,코커가그들앞에서서투른연기를하는‘노친네’임을알아본다.1부「코커의직업소개소」에서는이처럼고객들을응대하는코커와그의독백,앨릭의생각이교차된다.
사장으로서의코커는‘근사한작은사업체’를세웠고이탈리아,독일,스페인등유럽대륙곳곳에지점을만들겠다는큰꿈을가졌다.그는체계를갖춘이사업체가황금거위처럼자신을다른곳으로데려다주는상상을하며,즐거운마음으로행복한결말을읽어내려한다.하지만그의내면에는자신의재능이낭비되었다는,이삶이자신의재능을소진시켜버렸다는생각이자리한다.실은안전한자신의삶이지긋지긋하며,더는아무런확신도얻을수없다.소설속배경은1960년4월의런던.런던은끝이보이지않는거리들과많은군중들,빼곡한지붕들로대변되는도시다.여기서는누구든다른곳에서는찾아볼시도조차할수없는것들을발견할수있고,심지어찾아나서지않았는데도무언가를마주칠수있다.이러한특성은누군가에게는저항감을갖게도하는데,떠돌아다니는행운과널려있는기회는한인간을갉아먹을수도있기때문이다.런던에서이미자신이세운것이아닌계획을따르고있는승합차기사가그렇다.공장에서형편없는급여를받고있는아내를실망시킬까두려운심정은‘이제내가그걸원하는건지확신할수없어’라는문장으로표현된다.고아원에서자라50년가정부로‘봉사’해온‘밴디브랜드’할머니는자신이남을돌봄으로써자신이돌볼이유가없어진다는데위안을얻는다.
한편남부런던에서활동하는주거침입절도단소속인브라우닝양은,애인‘울프’가문서철을잘훔칠수있도록고객인척미리탐색하러왔다.이름부터학교까지모두거짓으로꾸며내는그녀는,코커의미래를바꿔놓을인물이다.이처럼존버거의다른소설들에서도찾아볼수있듯섬세하게짜인주변인물들은이야기를더욱복합적으로만들어준다.코커는이들과마주하면서자신앞의여성같은딸이있었으리라생각하거나,부랑자같은노인과자신을비교하면서자신내면의목소리에집중해나간다.

두번째기회를위한준비
여느때와같은일과에균열을만드는것은아이린의전화다.코커의변화를유치한투정으로받아들이는그녀는그것이자신을죽이는거라고말한다.수화기속목소리는고객과앨릭에게도들릴만큼날카롭게울리고,앨릭에게그것은마치아내나애인이할법한대사로느껴진다.코커와아이린은그동안‘어색하고끔찍한방법’의말싸움들을해왔다.이처럼장애를가진아이린에게서벗어나기로선택한것은코커가자기자신으로살권리,자신이바라는대로살권리를찾기위한출발점이되어준다.코커는아이린이침범할수없는침묵속에서야구체적인희망을발견할수있다고생각하며,이제야비로소자신의의지에따라생각하고행동하는‘자유인’을갈망한다.코커에게잊히는것은두번째기회를갖는것이나마찬가지다.아버지의절대적인권위아래서성장한코커는아버지가죽은후집안의가장이되었고,어머니를보살피며아이린에게얽매이는삶을살았다.코커에게여성이란없었고,어릴적자신을돌봐준리셀에대한기억이유일하다.하지만언젠가나자신이될수있게도와주는누군가나타나,자신의삶에서정의가이루어지게해줄거라는믿음이있었다.
오후가되자코커는영업을마치고앨릭과함께사무실에서지낼준비를시작한다.2부「랜슬럿경코커」는그과정에서벌어지는코커와앨릭의이야기다.그들은좀약냄새가나는사무실위층의방치된공간으로차운반대,서랍장,옷장,침대같은가구와집기를아슬아슬하고위태롭게옮겨나간다.적어도100년은됐을원형식탁앞에서코커는아서왕과원탁의기사들,어릴적에했던역할놀이에대해들려준다.가장용감하고고귀한영웅인랜슬럿경은어릴때부모를잃었고,호수의정령들이‘호수의여인’에게데려가키워졌다.그는자신의부모가누구인지죽을때까지몰랐는데,코커는이것이근사한생각이라고말한다.아이린은늘구출받고싶어하는일레인역을좋아했는데,그래서코커는역할놀이란훗날살게될삶에대한연습이라는이론을만들었다.
코커가사무실에서지낸다는사실에실망하는것은앨릭이다.꽃집에서일하는여자친구재키와주말에코커의사무실에서사랑을나눌계획이있었기때문이다.그는코커의안전을걱정하면서도자신까지바보로만들어버릴것같은코커를도와야한다는사실이싫다.서랍에서장전된권총을보고는‘도와주세요’라고생각하거나,가구를옮기다목뒤쪽에상처가난것을보고는평생잊지못할아픈기억이되리라예감하기도한다.그러나이안쓰러운‘노친네’와영원히함께지낼수는없다는결론에이른다.그가주방에서발견한초콜릿상자는상징적인데,뚜껑안쪽에서벌거벗은여인마하그림을발견하기때문이다.앨릭은자신과다른역사를가진코커에대해생각한다.“코커씨는왜다른사람들처럼될수없을까.”존버거의예술가론『초상들(Portraits)』을엮은톰오버턴(TomOverton)은이를두고“코커씨의영국스러움,즉그를짓누르는억압과불만을전달하고”있는장면이라고평했다.

자유를말하는무대
밤이되자코커는교회강당에서오스트리아빈에대한작은강연회를연다.다른청중들과리셀과재키,오전에사무실을찾았던여성고객들도참석한가운데,아이린도지팡이를짚은채나타난다.빈은보모리셀의고향이자코커가가장사랑하는도시로,그가직접촬영한슬라이드사진들과함께모차르트동상과국립오페라하우스부터쇤브룬궁,그라벤거리,호른근처의비너숲까지,실재하는명소에얽힌역사적신화적이야기가이어진다.그러나언뜻평범해보이는여행담에서그가열렬히말하고싶어하는것은삶과예술,행복에관한이야기다.코커에게빈은쾌락과예술,행복의도시다.그러나청중들은코커씨와생각이다르다.쇤브룬궁사람들이자신들보다행복했다고확신하지않는그들은,각자맞서고있는힘의이름이모두다르다.사제에게는‘이번세기’이며,남편을잃은할머니에게는‘치솟는식료품가격’이며,재키에게는‘나이드는것자체’다.그들은코커가구슬픈새울음소리를흉내내도슬프게듣지않고,삶이란그런것이라는사실을확인할뿐이다.그렇게사제와청중들은마치거리의악사앞에선듯코커를지켜볼뿐,그의도에동의하지못하고자신들의생각에빠져든다.
코커는마치해방의순간과도같은이자리에서확신에차이렇게‘말하고싶다.’“사람들이뭐라고하든여러분의쾌락을즐기십시오!재능을활용하세요!여러분이할수있는일을절대부끄러워하지마세요!당하고만살지마십시오.”그러다어느새자신이하고싶은말을하게된다.“하지만적어도이제저는제가뭘원하는지,그리고제가뭘하고있는지압니다.저는저자신을행복하게만드는중입니다.”이는그의복잡한내면과대비되며도리어비극적으로들리기도한다.코커는여자목소리를흉내내듯다른목소리를내며자신에게몰입하고,청중들은몸을떨거나천장을바라본다.
한편아이린은코커의사무실로가기위해먼저강연장을뜨고,브라우닝양은계획의차질을막기위해그녀를따라나선다.4부에서는그들이옥신각신하는거리의상황이펼쳐진다.강연을끝낸후코커는사무실간판을올려다보며,자신이외롭지않고우연적인존재가아님을확인받지만,그날밤그는다른국면을맞이하게된다.
5부「계속하는코커」는2년후의이야기로,코커의무대는교회강당에서하이드파크광장한편으로옮겨진다.코커는변화했지만그가처음꿈꾸었던방향과는다르다.직업소개소를폐업한후다른지역에서일자리를구해단칸방에서지내고있다.일요일이면강연을알리는피켓을들고상자위에올라‘범유럽’을외치며연설한다.군중들은5분이상을머무르지않고‘멍청이’라며비아냥대지만,코커는하고싶은말을외치는연사가되었다.그는강연을마치고외국인관광객을말로꾀어내점심을얻어먹으며,그것을‘성공’이라여긴다.

욕망을말하는방식
생사의모호한구별,현실과환상의조합은존버거소설특유의서술방식이다.『코커의자유』가차별되는지점은,외부상황과대치되는내면의독백을표현하는방법에있다.1부에서보통의서술형문장들로표현되는내면의목소리는2부에서부터‘코커는말하고싶다’,‘코커는가정한다’,‘코커는생각한다’와같은,마치희곡의지문처럼구성된다.앨릭이자리를비운사이안락의자에누운‘코커는생각한다.’영웅랜슬럿경은자신이저지른죄때문에수치심을느끼고패배한채죽어간다고.그리고‘코커는안다.’여기에누운‘나’는늙었고,젊음에압도당해홀로남겨졌다고.그런가하면아이린이되어오빠를원망하고,아이린이입원한병원에서긴급한전화를걸어오기도한다.이렇게랜슬럿경과자신을일치시키거나다른인물의목소리로발현되는장면들은단순한상상을넘은상상적경험을보여준다할수있을것이다.코커머릿속의생각들은일반적인소설형식의제약에서벗어남으로써검열되지않고거침없이말해진다.3부「코커의비상」에서는말하고싶은것,그리고실제로말해지는것의불일치가흥미로운괴리를만들어내는가하면,4부「욕망의코커」에서는자신의여러역할을끊임없이대변하면서가장코커,벌거벗은코커,파산자코커등여러코커들이등장해극적상황이연출된다.
이처럼독특한방식으로인물이정체성을찾아가는과정은제임스조이스의『율리시스』를떠올리게도한다.존버거의예술론『풍경들(Landscapes)』에실린글「조이스의물결을타고나가다(ForthflowingonaJoyceanTide)」(1991)에서그가제임스조이스에대해언급한대목이이를대신설명해줄수있다.“낮은곳을향하는그의성향덕분에그는유일한등장인물의내면에동일한종류의벗들을두었다.그는그들의욕망에,그들의고통에,그들의흥분에귀를기울였다.그는그들의첫인상을,그들의거침없는생각을,그들의방황을,그들의말없는기도를,그들의무례한불평과가슴에품은환상을들었다.”이보다앞서「페르낭레제(FernandLéger)」라는글에서는,레제에게영향을준화가로앙리루소를들면서,그에게빗대어코커라는인물을통해무엇을보여주고자했는지를짧게언급한다.“그[앙리루소]가물려받은것이라고는상투적인프티부르주아문화의낡은찌꺼기가전부였다.그의상상력,그의상상적경험은늘그가물려받은문화와갈등을일으켰다.(나의개인적의견을덧붙인다면,그런갈등은아직제대로이해되거나묘사된적이없었다.내가그갈등을소설『코커의자유』의주제로정했던것도그런이유에서였다.)루소가그린작품은모두대안적문화,아직알려지지않은,틀을잡지못한문화의존재를알리는것들이었다.”(이글은1963년『막시즘투데이(MarxismToday)』에처음발표된뒤1972년개고되었고,이판본이『초상들』에수록되어있다.)
소설이발표될무렵존버거본인이영국을떠났음을감안하면,‘그의상상력이늘그가물려받은문화와갈등을일으켰다’는문장은당시의존버거에게도해당한다고볼수있을것이다.30대의존버거는고국을떠나고,60대의코커는여동생의집을떠난다.그렇다면이소설의제목에서‘자유’란‘자신의상상력을좇아익숙한곳을떠나는시도’라고할수도있겠다.코커는그자유를얻었을까?
때로는우스꽝스럽고,이기적이며,안쓰러운코커로부터우리는무엇을들을수있을까.코커는이제군중들의얼굴을바라보며동시에거부하고,자신의말로밀어내며그것들이안개속으로사라져온화하고무한한것이될수있도록노력한다.이로써그저몽상에불과할수도있는자유를‘계속하는’코커의초상이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