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양장)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양장)

$45.00
Description
키키 스미스(Kiki Smith, 1954- )는 미국의 미술가로, 흔히 미술계에서 애브젝트 아트(abject art)로 분류되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 표현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1980-1990년대에 파편화된 몸, 내장기관, 이상화나 대상화를 거부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의 모습 등을 가감없이 재현하며 개성과 다양성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00년대부터는 동물, 자연, 우주라는 보다 넓은 영역으로 주제의 범위를 확장하게 된다. 그는 현재까지도 판화, 설치, 드로잉, 공예와 종이, 유리, 밀랍 등 방대한 매체와 재료를 아우르며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십세기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점하고 있는 독보적인 위상에 비해, 국내에서 그를 제대로 다룬 기회는 없었다. 이번에 열화당에서 출간된 『키키 스미스-자유낙하(Kiki Smith-Free Fall)』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되는 동명의 전시(2022. 12. 15 - 2023. 3. 12)와 연계된 단행본이다. 스미스를 처음 소개하는 장을 여는 만큼 다양한 시기와 매체의 작품 141점을 고르게 담고, 미술사, 미학, 문학 분야 국내 필진이 새롭게 쓴 에세이를 수록함으로써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다. 글 전문은 영문을 함께 실어 온전한 영문판으로서의 기능도 동시에 하도록 했다.
저자

이진숙,신해경,최영건

키키스미스(KikiSmith)는1954년독일출생의미국미술가로,신체에대한해체적표현으로1980-1990년대에개성과다양성의아이콘으로자리매김한이래현재까지다매체실험을이어오고있는작가이다.1976년뉴욕에정착한뒤뉴욕행동주의미술가단체인콜랩(Colab)에서본격적인예술활동을시작해1990년대부터는미술사에서‘애브젝트아트’로분류되는,배설하거나생리혈을흘리는파격적인인물전신상과파편화된몸의표현에주목했다.2000년대들어서는동물,자연,우주로주제가확장되면서서정적이고환상적인분위기를띠게되었으며,종교,신화,문학적도상을가져와새로운내러티브를구축해왔다.1994년부터뉴욕페이스갤러리소속으로활동중인그는,현재뉴욕대학교와컬럼비아대학교겸임교수로재직하면서판화를가르치고있다.휘트니비엔날레(1991,1993,2002),베네치아비엔날레(2017)에작품을출품했으며,대표전시로「생명은살고싶어한다」(뉴욕더키친,1983),「프로젝트24:키키스미스」(뉴욕현대미술관,1990),「키키스미스:모임,1980-2005」(미니애폴리스워커아트센터,2005),「키키스미스:행렬」(뮌헨하우스데어쿤스트,2018),「키키스미스」(파리조폐국,2019)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이보배
Preface/LeeBoBae

키키스미스와함께거닐기/이진숙
WalkingAroundwithKikiSmith/LeeJinsuk

작품
Works

확장하는물질의경계에부치는다섯가지주석/신해경
FiveNotesontheBoundaryofExpandingMatter/ShinHyekyeong

태어나고,다시태어나는신의내러티브/최영건
TheNarrativeofGods,Born,ThenBornAgain/ChoiYeongKeon

작품목록ListofWorks
작가약력Biography

출판사 서평

자유낙하―규정되지않는움직임

스미스의작품이변천되어온과정은시기별로다른작가의작품이라고착각할만큼다채롭다.전시를기획한서울시립미술관학예연구사이보배는,도달할곳을모른채끝없이하강하는움직임이나주변을크고작은시선으로살피며천천히배회하는움직임등은모두스미스가언어와문법,표현과매체,주제와도상을달리하면서실험해온‘자유낙하’의정신으로귀결된다고보았다.따라서“전시제목으로서의‘자유낙하’는키키스미스작품에내재된분출하고생동하는에너지를함의하며,이는작가의지난사십여년에걸친방대한매체와작품활동을한데묶는연결점으로기능한다.”

책과전시가공유하는지점은키키스미스를수식해온‘여성’이나‘신체’등의규정적접근이두드러지지않게한데있다.이같은수식어들이유효하지않아서가아니라,새로운해석으로의접근을제한할수있기때문이다.공업재료로내장기관을제작한〈소화계(DigestiveSystem)〉(1988)부터남녀한쌍이스탠드에매달려축늘어진채체액을흘리는〈무제(Untitled)〉(1990),엉덩이에꼬리(tail)처럼긴배설물을달고있는여성을표현한〈테일(Tale)〉(1992),한여성이늑대의찢어진듯열린복부에서걸어나오는〈황홀(Rapture)〉(2001)같은대표작들도수록되어있지만,신체탐구적이거나여성주의적으로대표되는면모만을부각하지는않는다.

스미스는한명의시민으로서자신이페미니스트임을인정하면서도자신의예술이정치적의미의페미니즘예술로해석되는데는반대하는데,여성으로서의자기경험에서비롯된작품들이교훈적으로읽힐위험을피하려는의도다.신체에대한관심또한여성성을새로운방식으로부각시키기위해서만이루어진것은아니다.작가는“우리모두가공유하는형태이자각자의경험을담을수있는그릇”으로서신체를바라본다.그가자신의작품이교훈적으로비춰지지않고보는이의경험에따라이야기가생성되어가기를희망한것처럼,다층적인해석에닿을수있는여러층위를열어두고자했다.

작품속에서배회하기

전시는작가의시각어법에서일관되게발견되는‘서사구조’,‘반복적요소’,‘에너지’와같은특징에주목해‘이야기의조건:너머의내러티브’,‘배회하는자아’,‘자유낙하:생동하는에너지’라는세가지섹션으로구성되었다.이책은전시와연계되어있지만일반적인도록과달리단행본으로서독립성을갖도록했고,작품의흐름도전시구성을참고하되책에맞는호흡으로재구성했다.책은크게작품과세편의에세이로이루어지며,작품들은그안에서다시느슨한얼개로나뉜다.1983년부터2019년까지를아우르는작품들은매체나주제,시기에따라엄격하게구분되어있지는않다.종이에여성과동물을각각표현한작품들에서시작해그들이함께등장하는작품으로이어지는가하면,청동이나알루미늄으로제작된인물전신상에서비슷한재료로별,혜성등이나새를표현한설치작품으로흘러간다.이는이전시기작품에등장한요소가최근작품의주요모티프가되거나여러모티프의작품들이같은시기에제작되는등,단선적이지않은스미스작품의특징과도연결된다.

에세이또한전시구성과직접적으로조응하지는않는데,기본적인방향은공유하면서작가와작품에깊이있는시각을제시한다.작품을만나기에앞서가장먼저배치된에세이「키키스미스와함께거닐기」에서미술사학자이진숙은,작가가다뤄온방대한장르와매체를바탕으로미술사적맥락에서그의작업을짚어본다.스미스예술의시작은유한성을가진취약한몸이었다.고대부터르네상스,모더니즘으로이어진장구한예술의역사속에서작품들은비물질적이고영원한정신을대변해왔고,인간은마치액체나분비물이없는존재처럼묘사되었다.반면에스미스는도저히예술이될수없을것같은절단된사지나내장기관을,무르고내구성이떨어지는재료를사용해작품으로만들었다.겉보기엔공포와혐오를유발하는이작품들은결코죽음의전시가아니라살아있음의확인으로,필자는죽음을맞이할수밖에없는모든취약한존재를향한사랑과연민의시선을포착한다.또한작가가자신의작업과정을비유했던표현중하나인‘배회하기(wandering)’를관람및독서방법으로제시하는데,하나의작품을이해하기위해연결된여러작품들을두루찾아살펴보다보면,그과정에서충격,슬픔,연민뿐아니라치유나회복의힘까지발견할수있을것이다.

물질과이야기의경계를넘나드는예술세계

작품뒤에배치된두편의에세이중「확장하는물질의경계에부치는다섯가지주석」에서미학연구자신해경은,신체중심의초기작을시작으로‘크고작은모든생명’에대한작가의관심을에코페미니즘적시선에서살펴본다.스미스는끊임없이손으로무언가를만들며,예술의범주를구성하는데배제되었던‘여성’과‘여성적’인것들을작품속으로소환한다.필자는스미스가공예와예술의구분에도전하고순수예술의전통을전복시키는방식이그의작업에자주사용되는공예적인재료와장식적인기법에맞닿아있음을이야기한다.대부분의작업이집에서이루어진것도,가정과분리된별도의공간을마련해신성시하는남성중심적인관행에대한저항의제스처로도해석된다.스미스의예술세계는사람의몸에서나아가동물,자연,우주가품는몸까지,몸의물질성으로끊임없이회귀하며확장하고있다.그예술활동의배경을이해하기위해1960?1970년대에본격화된히피운동과페미니즘예술등을예시하면서,스미스에게직간접적인영향을미친당시미국의사회정치적문제도함께들여다본다.

소설가최영건은「태어나고,다시태어나는신의내러티브」에서스미스의작품이사적체험에머물지않고신화,설화,종교적도상과같은,‘서로닮았으나같지않은’곳곳의이야기를거쳐확장한다는점에주목한다.신화는서로다르게해석되는불분명하고모호한지점들을통해완결된해석에저항하면서상징의영역으로도약한다.상징으로부터무수한이야기를자아내고무수한이야기로부터상징을자아내는이반복을‘신’이라할수있다면,필자가스미스의작품에서보는것은신이되는여자다.이들은모든“경계를의혹하며태어나는존재이자,그들을가둔것너머로날수있는날개를지닌새이고나방이며,메타모르포시스의몸이다.”이러한시선에따라그의작품을온갖이야기들로재탄생하고변신하는순환적내러티브로서풀어나간다.그중반복적으로등장하는모티프인‘빨간망토’우화는두방향의변신을교차시키며늑대와사람간의경계를허무는서사로서이해된다.식물과인간을겹쳐놓은〈무제(여자와나뭇잎)〔Untitled(womanwithleaves)〕〉(2009)에서는작가가무엇이무엇으로변해가고있는지,혹은그들이정말결합되어있는지단언하지않는다고분석하는데,이로써필자는“관객의시선은손으로부터나뭇가지로,삶에서비극으로,폐허에서창조로,어느쪽으로든나아갈자유를지닌다”는또다른해석의가능성을열어보인다.

책끝에수록된작가약력은정보위주의연보형식이아닌일대기형식으로씌어져,작가가지나온삶의궤적을한눈에이해할수있도록돕는다.글전문은영문을함께수록하여온전한영문판으로서의기능도동시에하도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에서열리는이번전시는2022년12월15일부터2023년3월12일까지이어지며,북토크등의연계프로그램이함께진행될예정이다.자세한내용은추후서울시립미술관홈페이지에서확인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