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매체는이제특정한하나의순간이나장소에만존재하지않는다.수많은문화활동분야에서매일우리를에워싸고있어,내주변에사진이있다는것을의식하지못할때도많다.이러한환경이우리가세상과사람들을보는방식과나자신을보는방식에미치는영향을이해하기위해,다음과같은질문을해볼수있을것이다.그렇다면사진이란무엇인가?사진은문화에어떻게기여하는가?왜이처럼성공적인발명이되었는가?
『사진의주요개념』은우리삶의다양한측면인제도와사회적구조속에서사진이어떻게작동해왔는지,그위치와역할을조명하는안내서이다.여기서사진은초상,풍경,정물,광고,다큐멘터리와같은핵심‘장르’들로나뉘어,복잡하게얽혀있는사진현장과동시대의이론적쟁점속에서함께논의된다.
포스트-포토그래피시대의사진
이책은2009년영국에서초판출간된후여러국가에서번역되어다양한수준의사진수업에서교재로사용되었다.하지만사진의역사와장르,주요개념뿐아니라그제작관례와사회적수용과정을반영하고있어더욱폭넓은독자들에게열려있다.2016년출간된개정판에는사진을둘러싼시대적변화와그에따른논의들이반영되었다.이젠‘포스트-포토그래피(post-photography)’시대라해야할만큼지난십여년간사진은컴퓨터기술의혁명이나광범위한인터넷사용문화와같은큰변화를겪었다.예를들면한때뉴스,광고,정치와같이명확히구분되었던사진담론의분야들이이제는온라인상에서서로구별할수없이뒤섞여나타난다.그리고누구나인터넷을사용하게되고정보들이공개되면서,이전에는별로중요하지않거나사소하게여겨졌던유형의이미지들이개인적용도를넘어사회적가시성을갖게되었다.
하지만한편으로,사진이미지자체가디지털기반에의해얼마나새로워졌는가에대해서는생각해볼문제다.저자데이비드베이트(DavidBate)는사진의급격한변화가사진이미지의특정한형태가아니라그유통과보급방식에서일어났음을지적하며,기존의사회제도와인터넷이맺는관계에주목한다.우리가당면한과제는오래된방식에여전히존재하는사진의새로운현현방식을어떻게논할것인가에있다.
사진이론의필요성
어떤문제를기존의사유방식으로는해결할수없을때우리에게필요한것은새로운이론이다.역사적으로사진이론이발생했던핵심시기는셋으로구분된다.사진이발명된1830년대말,대중매체가출현한이십세기초,사회와문화전반의흐름과함께사진에서도비판적전환이일어난1960?1970년대가그것이다.이렇듯사진이론은중요한사회적목적을가지면서구조주의,인권운동,여성운동등과같은움직임들과동시에출현했다.각시기마다존재한사진에대한새로운사유방식은오늘날에도큰영향을미치고있다.저자는“우리가아직이이론들의그림자아래있다면,이이론들을밝은낮의세상으로가져오는것”이최선의평가방법이라고본다.
이책은특정한장르에따라총10장으로구성되어있으며,각장은수사학에서부터시점,외연,내포,아방가르드,개인사진,동물,르포르타주,소품,장소,상업사진,클로즈업,개념미술,오락,장치이론,다의성등세밀한범주로다시갈라진다.그중1장「사진이론」은십구세기에서이십세기에이르는간략한사진의역사를다루면서특히기호학을중심으로사진이론및쟁점의변천을개괄한다.저자는대중매체의출현과함께‘사진이예술인가아닌가’에매달렸던십구세기사진논쟁을무효화한인물로발터벤야민을꼽는다.그는사회적인것을중요하게다룬사진작업들을선호했는데,사진작업은외형을통해신화를만드는것이아니라외형의가면을벗기는것이어야만했기때문이다.1970년대에는전통적예술개념을뒤집는방식으로써의사진에주목한롤랑바르트와빅터버긴등에의해사진의비판적전환이일어났으며,1980년대말에는사진이현대미술의지배적인형식으로발전하기에이르렀다.이러한흐름을파악함으로써독자들은사진적재현이단순한미적재현이아니라이데올로기를담고있으며,사진의의미가우연적이고맥락에따라변화되는것이라는저자의견해를이해할수있게된다.
변화하는화법으로서의장르
장별구성방식에서알수있듯이이책에서사진에대한핵심개념으로사용되는것은‘장르’이다.이는아직까지신선한접근법으로삼을만하다.장르는결코소유되거나고정되지않으며,진화하여발전하거나혼종적형태로바뀐다.예를들어회화의경우르네상스초상화에서배경에지나지않았던풍경화는이후독립된장르로부상했고,영화에서코미디는종종공포와결합된다.또한특정유형의의미를구축하도록보조하는데,이에따라관람자는그유형의사진에서나올의미와경험을기대하게된다.요컨대장르의이론적중요성은사진가,관람자,제도가서로기대와의미를공유하도록한다는점에있다고봐야할것이다.
2장「스냅사진과제도」에서는세계적으로가장흔한사진유형이라할수있는스냅사진의유래와디지털시대에서변화된쟁점을확인할수있다.대부분가족단위였던이십세기아마추어스냅사진과오늘날개인의일상생활을주기적으로찍는스냅사진의문화적차이를살펴보고,스냅사진과셀피(selfie)가소셜네트워크를통해공유및배포됨에따라자기존재를드러내려는개인의욕구를표명하는관행이자리잡았음을설명한다.또한이미지생산이부모자식간의수직적위계에서형제자매,친구와같은수평적관계로확장된현상을사회학적관점에서진단한다.
제일차세계대전이후다양한매체를통해대중운동으로서등장한다큐멘터리는3장「다큐멘터리와스토리텔링」에서조명한다.이와함께부상한편집권문제,이후사진가스스로‘저자(auteur)사진가’의지위를획득한경위에대해풀어나가며,다큐멘터리사진이제시하는민주적시선,노동자와사회적약자의삶의가시화방식등에관해전개한다.4장「인물사진보기」는묘사하는기술로우리의정체성을고정하는인물사진을주제로한다.초상화를대체하게된스튜디오사진,행정적자료로활용되는머그샷이나여권사진같은구체적인예시와함께얼굴,포즈,의상,장소,소품등의미를코드화하는요소들이소개된다.저자의해석에따르면,인물사진을한사람을속성으로기록한묘사라고할때그것은그저한장의사진이아니라사회적심리적성정체성에관한기호학적사건이작동하는곳이다.
뒤따르는5장부터8장까지는풍경,정물,예술사진,글로벌리즘의주요개념에접근한다.여기서알수있는것은사진이단순한예술을넘어방대한분야속에서응용되어왔다는사실이다.동시대의예술사진또한아마추어,패션,군사적용도등사진의다른측면을이용하여비판적효과를보여주기도한다.9장「시각적욕동」은누구나사진가가되는이시대에사진을찍으려는/보려는욕동이란무엇인지질문하며,복잡하게얽힌이시선간의관계를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적맥락에서따라간다.또한카메라의장치이론측면에서카메라의위치와관람자의지각적동일시가일으키는시각적쾌에관해살펴본다.
사진이역사에기입되는방식
기억은사진의많은기능중에중요한비중을차지한다.사진의발명은사물,사건,사람과그에대한경험을포함하고있는기억의방법을바꿔놓았을뿐만아니라집단적사회적기억의모든관계를변화시켰다.역사가문서,유물,관련자료를통해과거를서술하는것이라면그과정에서사진은어떤역할을할수있을까.10장「역사와사진」에서는사진이역사에기입되는(혹은기입될수있는)방식에관해논한다.사진이사건을어떻게기억하고서술하는지는역사가이기도한사진가의관점에달려있을것이다.이장에서중요하게언급되는인물은존태그(JohnTagg)로,그는사진의역사를담론의역사그리고그것이나타나는제도적공간에서재고해야한다고보았다.그의주장은,사진이여러용도에걸쳐문화에기여하며따라서‘이런사진에는정체성이없다’는것이다.이는사진기표란그것을사용하는의미담론내에서만기의를가진다는기호학적지점과연결될수있다.
수십억장의사진이끊임없이생산및복제되는오늘날,사진에관한모든역사적작업의문제는이방대한양의사진에어떻게대처할것인가에있다.저자는개인적기억이라는개념에서그해결책을찾는다.역사에서사진을사용하는목적이과거를‘보기’위함이라면,사진은항상매개된관점이라는것을인식해야한다.사진은여러의미를지니고있는,잠재적으로다의적인해석이다.
저자데이비드베이트는이론가이자실제사진작업을하는작가이다.이점이이론과동시대쟁점을연결하는현장성있는서술이가능했던배경이다.철학적이고미학적인논의가중심을이루는대부분의사진이론서들과달리,저자는역사속에서사진이어떤변화를겪으며수용되었는지그배경을드러내는방식으로전개해나간다.한국어판공동번역자들역시모두사진이론과현장에서활동하며조금씩다른강점을지니고있다.이에따라이론이나실기한분야에치중되었을때범할수있는,사진고유의문맥을벗어난해석이나오류를최소화하는데도움이되었으리라기대한다.
한국어판에는원서개정판에실린도판중한국독자에게꼭필요한62점을선별하여수록했다.여기에는앙리카르티에브레송,브라사이,신디셔먼,워커에번스,아우구스트잔더등주요사진가들의작품이포함되었다.책끝에는‘주요참고문헌’을수록했다.이책이개론서가지닌단순한유용성을잃지않으면서,모노그래프와사진집,사진의역사와이론,비평,현재진행중인연구분야의문헌들과함께그물망의일부로서기능하기를바라는의도이다.